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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8/02/19 15:56:03 |
Name |
언뜻 유재석 |
Subject |
[일반] [잡담] 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오랜만에 그가 보고 싶어 수화기를 들었다.
받지 않았다. ASMR 같은 수신음을 듣고 있다 이내 1분이 지난 걸 깨닫고 전화를 끊었다.
그가 내 전화를 1분 이상 받지 않았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
그는 참 담백했다. 요즘 친구들처럼 꾸미고 이러는걸 잘 못 했다. 올드스쿨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었다.
본인이 나이가 어느 정도 있어서 요즘 친구들처럼 꾸미는 걸 남사스럽게 여겼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참 일관되게 담백하고
예스러운 멋을 가진 친구였다. 그래서 더 좋았다.
엄마도 그를 좋아했다. 내 친구들 대부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친구만큼은 옛날 생각나게 하는 친구라며 좋아했다.
잠시 옛 추억에 젖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는 다시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응답 없는 신호음 횟수가 늘어갈수록 걱정이 앞섰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책장에 꽂혀있는 그가 남긴 몇 장의 흔적을 보고선 눈물이 터져버렸다. (세어보니 8장이었다.)
『끝인가?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건가?』
그대로 있을 순 없었다. 이 전화번호 하나 말고는 그와의 접점이 없긴 했지만 방법이 아예 없진 않았기 때문이다.
체감온도 영하 17도 날씨에 난 반바지에 쓰레빠만 신고 그의 집으로 뛰어갔다. 빤스 차림으로 문밖을 나섰으나 니 건강을 생각하라는
엄마의 말에 손에 집히는 거 아무거나 하나 걸치고 나왔다.
불이 꺼져있었다.
『끝이구나.』
낙담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 뒤로 누군가 지나가며 말했다.
「어? 페리카나 없어졌네?」
...ㅠㅠ굿바이 페리카나 행당점. 당신의 후라이드는 언제나 완벽했어.
P.s 두 장이 부족해 한 장이 되지 못한 페리카나 행당점 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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