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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곰입니다. 항상 여러분을 위한 실용적인 여행기, 도움이 되는 여행기, 진지한 여행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시니 사실 좀 시무룩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실패한 모양이군요. 좋아요. 최대한 실용적인 지식은 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면 제4화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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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리대교는 섬과 섬을 잇는 아주 긴 다리입니다. 아열대의 따스한 산들바람을 맞으며 2km에 육박하는 이 다리를 걸어 건너면 그 풍광이 참으로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차로 건넜습니다. 슝.
(찬란히 빛나는 햇살 아래 끝없이 이어지는 다리의 모습)
(남국의 따스한 산들바람에 부드럽게 흩날리는 야자수 잎사귀)
이 다리뿐만 아니고, 다리를 통해서 들어간 섬에서도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하며 보는 풍광이 꽤 괜찮습니다. 물론 저는 중간에 차를 돌려서 빠져나왔습니다. 배가 고프니까요. 배고픈데 풍경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지금 밥이 중요합니까, 관광이 중요합니까? 당연히 밥이잖아요?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나가도야’라는 곳이었습니다. 아내가 설명하기를, 건강에 좋은 재료만 사용한 샤브샤브를 파는 식당으로 외부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동네 맛집이라 합니다. 그렇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본 다음에 한글로 된 메뉴판을 내어 주고, 옆자리 사람들은 중국어로 떠들고 있고, 심지어 다국어로 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동네 맛집이군요. 항상 아내가 똘똘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광고성 블로그의 사탕발림에 감쪽같이 넘어갔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항상 제가 말하지만....... 아. 아야. 아파. 때리지 마요. 때리지 마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마눌님! 다시는 뒷담화하지 않을게요!
음음. 여하튼 각설하고 여긴 좀 비쌉니다. 추천하지 않아요. 하지만 샤브샤브는 먹어볼 만합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돼지고기 샤브샤브거든요. 그거 말고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생들 많았소. 자자, 한잔들 합니다. 망고주스+맥주+아와모리. 아와모리는 오키나와 전통 술입니다.)
(관광객은 모르는 동네 맛집의 입구)
(관광객은 모르는 동네 맛집의 한글 메뉴판. 저는 뒤끝 있는 무서운 남자입니다.)
그리고 오키나와의 유일한 고속도로를 따라 질주하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이틀째 밤이 저물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오키나와에서의 운전에 대해 언급해 보겠습니다. 일본은 운전자들이 교통질서와 신호를 철저하게 준수하는 선진교통문화국가라고 합니다. 분명 그렇게 들었는데.......
개뿔.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바뀌면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고, 교차로에서는 칼같이 꼬리를 물고, 오토바이는 차량 사이로 쏜살같이 빠져나가고, 시속 40km 제한도로에서 다들 60km로 정속주행을 하네요.
뭡니까. 그냥 흔한 동조선이잖아요?
그래도 경적을 울리지 않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저는 오키나와를 3박 4일 동안 돌아다니며 클랙슨 소리를 딱 두 번 들었습니다. 제가 깜빡 잊고 야밤에 전조등을 안 켰을 때, 그리고 다행히도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역주행을 했을 때요. 교차로에서 버벅대며 우회전 타이밍을 못 잡고 있어도 뒤에서 재촉하는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는 점만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각설하고 사흘째 아침. 이제 슬슬 조급해집니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시간이 부족하니 하나라도 더 많이 보려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장모님과 아내도 저와 같은 마음인지 아침을 먹는 손놀림이 어제보다 빠릅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바로 출발했습니다.
마트로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왜냐면 마트는 정말 좋은 곳이거든요.
(좋지 아니한가)
장모님은 파스나 연고 같은 자질구레한 것들을 마트 안 드럭스토어에서 잔뜩 구입하셨고, 그 동안 저는 평온한 마음으로 과자를 고른 후 아이와 함께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우적우적 먹었습니다. 역시 오키나와에 오길 잘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인 휘파람 과자도 먹을 수 있고 말이지요. 오키나와 사랑해요.
(피카츄를 카트에 태운 피카츄 엄마. 피카츄가 자꾸 떨어지는 탓에 노심초사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쇼핑을 마친 후 이번에는 오키나와 남쪽 방면으로 향했습니다. 니라이카나이라는 곳을 풍경 좋은 곳을 거쳐서요.
(니라이카나이. 마눌님 사진 좀 찍어줘요! 하고 차 안에서 급히 외쳤습니다.)
드디어 해안으로 향합니다. 오키나와하면 아열대의 바다 아니겠습니까? 찬란한 햇살 아래 푸른 파도가 철썩이고,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비치발리볼을 즐기며, 남자들은 서핑보드를 타고, 여자들은 일광욕을 하는, 그런 평화로운 아열대의 바다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름도 멋있네요. 아자마 산산 비치. sun sun beach를 일본어로 읽은 겁니다. 그래요. 이번 오키나와 여행은 오직 이 바다를 위해 계획된 것이었습니다! 바다다! 바다야! 야, 오키나와, 포풍저그 홍진호가 간다!
(아자마 산산 비치의 입구.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습니다. 인파 때문에 움직이기 어렵네요.)
(아름다운 해안으로 걸어가는 우리 가족.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따사로와 마음이 절로 설렙니다.)
(사람들로 가득 찬 방파제 위에서. 왼쪽의 종을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화장실. 금방이라도 문을 박차고 좀비들이 튀어나와 환영해 줄 것 같습니다.)
(차들이 줄지어 선 주차장.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광경인데....... 아 맞다! 사일런트 힐이군요.)
음 좋아요. 그야말로 제가 기대하던 남국의 바다였습니다. 이런 맛에 여행을 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말 최고였어요! 여러분께도 강추드립니다. 이 계절에는 반드시 아자마 산산 비치를 방문하세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