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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3 02:06
저도 글 잘 쓰고 싶어요 흐흐 일단 많이 쓰고 꾸준히 써야 할텐데 쉽지 않네요.
https://cdn.pgr21.com/?b=8&n=10025 어제도 다시 읽은 판님의 글을 볼 때마다 그립고 부럽고 한계를 느끼고 그럽니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와요 판님...
18/02/13 02:14
글을 쓰는 자는 일인칭이고 그 모든 바탕은 혼자의 서고인데,
글을 읽는 사람은 배경지식의 유무를 포함한 불특정다수를 꿰다보니, 무릇 글이란 쓸 때는 쓰는 이의 것이지만, 쓰고 나서는 보는 이의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8/02/13 02:26
예전에는 유려한 글읽기를 즐겨 했는데 언젠가 글을 읽다가 질투심이 깃드는 걸 느끼곤 소스라치게 놀라 그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읽지 않으려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이 업이 아닌 이상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쓸 일이 더 많기도 하고. 그래도 재능에 대한 부러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18/02/13 03:17
"Aujourd'hui, maman est morte.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
<이방인>의 첫 구절을 보고 제가 느꼈던 것처럼, 장문의 글 중에서는, 마치 한 문장을 수식하기 위해 쓰여진 수십 페이지의 수식어로서의 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굳이 이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수준의 문장을 하나 이상 써낼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네 문단쯤 되는 글을 끄적이다가, 줄이고 보니 이 두 문장이 남았습니다. 역시 철학적 자기검열은 곤란합니다.
18/02/13 03:29
저거 소믈리에 평 제작진도 매우 싫어했다고 하더군요..
저거 한 마디로 줄이면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애매한 맛'이 된다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저희 어머니가 맨날 한 마디로 해라 한 마디로 해라 해서 글을 간결하게 스타일은 다산처럼 (쓰지도 못하지만) 쓰는 연습을 더 많이 했었네요.
18/02/13 03:32
추천부터 드렸습니다.
글솜씨에 관해서는 비슷한 한계를 느꼈던 시절이 있기에 더 공감했던것 같습니다. 저의 해법은 이랬습니다. 글솜씨가 부족해도 다른데서 찾기 힘든 중요한 내용이 담긴다면 사람들은 경청할 것이다. 그러나 승부를 걸어야할 바로 그 곳에서도 빛나는 재능을 가진 이들은 역시나 수두룩하고 그 앞에서는 초라해지 것은 마찬가지더군요. 넘을 수 없는 재능의 한계를 절감한다는것은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중요한 순간에 도달했다는것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이기도 합니다. 독사를 만나면 열 걸음 내에 해독하는 풀이 있다는 격언, 얼마만큼의 진실을 담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마음속에 담아두면 때마다 요긴하게 써먹는것 같습니다. 충달님의 건승을 빕니다.
18/02/13 04:16
학부때 글짓기 하던 버릇이 한참 남아있을 무렵에 취직해서 첫 보고서 작성하고 팀장님께 피드백 받은게 생각나네요. 회사가 필요로하는 글을 배우게 될거라고..충달님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흐흐
18/02/13 05:34
힙스터류의 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허세가득하게 현학적으로 글쓰면 있어보이는줄 아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해야 니글 똥같다는걸 알게 할지 궁금합니다
18/02/13 05:58
2번 관련) 우디 앨런에 큰 관심없고 이번 영화도 보지 않은 분이라면 낯설 수도 있겠네요. 우디 앨런 영화가 피지알에서는 언급되지 않아 시험삼아 올리면서도 찝찝했는데, 이왕 지적도 있고 마침 글쓰기 관련해서 관점이 다른 것 같아 댓글 달아봅니다.
대중을 상대로 쓰는 글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영화 글에 한정짓자면, 뉴스에 나오는 평론가들이 쓰는 것처럼 일년에 영화관에 두 세번 정도 가는 분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글도 있는 한편, 영화를 보다 취미로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뷰도 있죠. 모두 대중을 독자로 상정합니다. 논의를 하다보면 전문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이 생략될 수도 있지요. 대중을 상대로 쓴다고 해서, 모두가 구구절절 친절한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지금 외국 유명 저널 영화 리뷰/국내 저널 비평을 읽으신다면 아마도 기겁하실 것 같은데요. 글에서 언급되는 전문 용어는 누구에게는 어려울 수 있고, 누구에게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글은 특정 대중에게는 불친절한 글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대중에게는 친절한 글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글은 달라집니다. 대중의 범위는 애매하죠. 본문 지적과 관련해서, 1)셜록 주니어 - 영화를 꼭 봐야만 할까요. "영화 속 세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왁자지껄한 소동”이라고 부연 정도는 해 놓았는데요. 90년전 작품이라고 강조하셨는데, 찰리 채플린 영화처럼 버스터 키튼 영화도 유명합니다. 고전 영화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작품이고, 본문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쓴 분께는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했을테지요.저는 영화사의 맥락에서 우디 앨런이 그 작품에서 어떤 형식을 차용했는지 간단히 언급하고 싶었던 것이구요. 2)유진 오닐 풍의 비극 - 셰익스피어 정도는 되어야 대중들이 알 수 있는 걸까요. 대중이 유진 오닐 풍이 뭔지 모른다고 생각하셨는데, 그건 대중을 너무 무시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진 오닐은 게다가 <원더 휠> 영화 내내 주요 인물 입으로 직접 언급되는 극작가라,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만한 대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님 관점에 따르면,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 가 언급된 한줄 평,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간단하게 언급한 수많은 리뷰는 님 기준에 모두 실격이겠지요. 사람들은 ‘테네시 윌리엄스’가 뭔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테네시 윌리엄스의 극과 비교-대조하는 리뷰에 동감하는 대중들도 꽤 있습니다. 저 역시 그에 속하고요. 그리고 영화를 못 접했고 유진 오닐 극을 읽지 못했더라도, 본문에서 유진 오닐 극에서 체험했던 바를 몇 문장 써놓았기 때문에, 읽는 사람 입장에는 최소한 유진 오닐 극에서 ~한 점이 우디 앨런의 영화에는 부족했구나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요. 3)극적 역동성의 폭 - 이전 문장과 관련해서 생각하면, 인물이 표현하는 감정의 폭 정도인데, 맥락에 따라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적하신 내용을 읽으면서 별로 공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글쓰기에 대해 님과 저의 생각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이 소개/설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물론 님 주장은 옳습니다. 특히 영화 글 관련해서 충달님의 경우, 남녀노소 모두 이해시키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님이 쓰고 계신 인상 비평도 이런 맥락에서 작성되는 것처럼 보이구요. 저도 대중을 상대로 하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하지만 그 대중이 충달님이 생각하는 일반 대중은 아니에요. 촬영 봐줄만해요 75점, 연출 나쁘지 않아요 70점, 연기 거슬리지 않네요 73점. 제 관심사는 이런 인상 비평이 아닙니다. 이런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제 글은 모든 사람에게 영화를 소개하기 위한 목적과도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전 영화 '매체'에 관심도 있고, 애정도 있으면서, 아트하우스 계열 영화도 낯설어하지 않는 대중을 독자로 생각하죠.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작품의 고유한 미적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영화 역사에서 이 작품이 왜 특별하고, 작품에서 무엇이 아름다운지,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인지를 사람들한테 전달하는 일이지요. 제 생각을 전달하려면, 미학/다른 예술과의 상관관계/영화사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러다보면 다양하게 인용할 수밖에요. 그건 글을 유려하게 보이기 위함이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죠. 작품의 미적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영화는 종합 예술이라 영화를 논할 때 여타 예술에 대한 언급은 피할 수 없지요. 아시겠지만, 인용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게 되면 글이 늘어집니다. 누구에게는 굉장히 읽기 지루한 일이 될 수도 있구요. 굳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글 읽기를 선호하지는 않아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걸 선호하죠. 그래서 본문에 언급된 “저렇게 쓰면 안 된다”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강한 주장처럼 보입니다. 글쎄요, 대중을 위해 리뷰를 썼고 역사에 이름 남긴 평론가 중에 몇이나 님 기준에 살아 남을지 의문이네요.
18/02/13 11:33
짤평을 장단점 위주로 서술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목적은 작품의 아름다움을 전하는데 있습니다. 제약이 많아서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습니다만 ㅜㅜ. 짤평 말고 제 다른 영화 글을 보시면 저도 님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기성 평론은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평론가협회의 글과 책도 꾸준히 읽고 있고요. 많은 대중이 한줄평 때문에 평단에 불만을 쌓고 있는데, 찾아보면 기성 평단의 글은 굉장히 좋습니다. 어렵지도 않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동진, 김혜리, 허문영, 허지웅의 글을 좋아합니다. 말씀대로 적절한 게 중요하겠죠. 너무 장황하게 설명해도 안 되고, 너무 설명이 없어도 안 되고. 역시 중요한 것은 중용이네요.
18/02/13 11:34
밑에도 댓글달았지만 이부분에 일견동의합니다. 글쓰기의 전략은 다양하고, 필요할때는 많은 인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려워보이는길이 때로는 쉬운길이고 효과적일 수 있죠.
18/02/13 06:07
저는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마치 대화하듯
생각의 흐름대로 구어체로 쓰는게 좋더군요. 글이 고급스럽진 않지만 길어도 편하게 읽히더라구요.
18/02/13 15:24
- 소문이 많았어요. 제작진이 시킨 걸 수도 있다.
"아니에요. 제작진도 처음엔 되게 싫어했어요. 왜 그렇게 얘기하느냐고. 저는 그 와인을 마시면서 그런 기억이 떠올라서 얘기했는데. PD가 '그 표현을 안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라고 요청해서 그 표현은 딱 한 번밖에 안 하고 나머지는 일반적인 건조한 표현으로 갔어요. 그런데 편집할 때 그게 이슈가 될 만했나 봐요. 스펀지도 예능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게 더 살릴 만하다 생각했나 보지요." 출처 : 허혁구씨 인터뷰, http://dc.news-ade.com/?c=news&m=newsview&idx=3837 아니라고 하네요.
18/02/13 15:28
근데 또 막상 제 맘을 움직인 책을 생각하면 표현보다 내용에 무게중심이 있는 글이 많네요. 최근에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을 봤는데 너무 좋아서 도서관에 반납하고 아예 책을 사버렸습니다.
18/02/13 09:25
다산처럼 알차면서 연암처럼 미려한 글을 쓰고 싶은데, 내용은 부실하고 생김새는 미련한 글만 써지니 걱정입니다...
좋은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18/02/13 09:25
그냥 살다보면 순간순간 글감 글귀가 떠오르고, 그걸 기억해뒀다가 그 글감과 글귀에 맞는 그림의 아웃라인을 구상한뒤, 휙~하고 그려냅니다.
이렇게 쓰다보면 글쓰기 방식의 일반론을 얘기하기 어려운게, 글감이뭐냐에 따라 내 그림의 화풍도 색도 예상되는 독자층도 달라질수밖에 없어서요. 그냥 쓰고 비는거죠(?)
18/02/13 10:16
이글을 보니깐 유시민씨 가 했던말이 딱 생각나네요
문학적 글쓰기는 재능의 영향을 많이받고 논리적인 글쓰기는 재능의 영향이 적다고 했죠 1.주제를 중심으로 글을쓰고 2.중요한 정보만 담고 -지식과 전문성을 과시할려는 허영심을 조심해야한다 3.단문으로 글을써라 글쓸때는 생각 안났는대 이글보니깐 생각나네요 -_-
18/02/13 10:25
잘 봤습니다.「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 있는 내용을 압축해 놓은 것 같네요.
"몇 번을 퇴고하다 보면 나비처럼 팔랑거리는 문장도 화성 석벽처럼 굳건하게 변해버렸다." 이 표현 좋았습니다. [2번 : 전문 용어를 쓰고, 어려운 학설이나 고전을 인용하면 글이 유려해 보인다.] 다른 커뮤니티에선 봤던 어떤 회원이 생각나는데, 그 사람은 2번의 내용을 반대로 좋은 글을 평가하는 확고한 기준으로 삼고 있더군요. 다른 사람의 글을 평가할 때도 그렇고, 자신의 글을 쓸 때도 일부러 만연체의 문장을 쓰고 문맥에 맞지 않게 어려운 지식을 중간에 삽입하거나 유명한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식으로 글을 시작하거나 끝맺기도 하더군요. 근데 올리는 글마다 너무 그런 식으로 하니까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진다는... 심지어 언론사 기사를 짜집기해서 글을 올려놓고는 출처를 밝히기는 커녕 자기가 쓴 것처럼 가만히 있는 경우도 봤습니다. 사람이 지식을 뽑내고자 하는 허영심이 극에 달하다보니 그런 어처구니 없는 짓까지 벌이게 되더라고요.. 참 보기 안쓰러웠습니다. 쉽게 읽히는 글이 쓰기 쉬워보이지만 오히려 쓰기 어려운 글이라는 게 핵심일 듯 합니다. 어려운 글은 심오한 글이 아니라 못쓴 글이다. -마광수- (이런 식으로 끝내는 것, 자주하면 촌스러움)
18/02/13 10:49
댓글 의견에 완전 공감합니다
저는 글을 잘 못 쓰지만 글쓰기에 관심은 많아서 유시민, 고종석, 이오덕, 스티븐 킹이 쓴 글쓰기 방법론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들에서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는 여기 마스터충달님이 쓰신 내용과 정확히 일맥상통해요 글쓰기의 대가들이 친절하게 책까지 내서 설명해줘도 여전히 허세가 잔뜩 들어간 글을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네요
18/02/13 11:01
유시민씨의 책에서 정말 많이 영향 받았습니다. 제가 늘상 생각하던 글쓰기의 이상향을 유시민씨가 책으로 만들어놨더라고요;;;
마광수 선생님의 저 말씀은 제가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18/02/13 13:53
[쉽게 읽히는 글이 쓰기 쉬워보이지만 오히려 쓰기 어려운 글이라는 게 핵심일 듯 합니다.]
그러나 쓰기 어려운 글이 좋은 글이라는 생각도 위험해보입니다.
18/02/13 14:33
쓰기 어려운 글이라고 무조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의 표현도 아니고요.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종류의 쓰기 어려운 글이 있겠지요. 그 중에는 쉽게 읽히는 글도 있고, 어렵게 읽히는 글도 있을 테고요.. 다만 쉽게 읽히게끔 쓰여진 글이 막상 글을 서보면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18/02/13 10:58
약간 궤는 다르지만, 글 쓸 때의 쿠세랄까 일종의 버릇 같은 것도 자기는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할 스도 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경우는, 문장을 구분하고 싶을 때 쉼표나 말줄임표...를 많이 쓰는 편인데요, 이게 버릇이 되어버리니까 궂이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도 막 집어넣고 있더군요.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안 넣으면 스스로가 너무 불편해요 ㅠㅠ
다산선생님이나 연암선생님도 자신만의 버릇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평생을 후진양성에 힘쓰던 다산은, 자신의 모든 글들이 명료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오해의 여지 없이 써내는 버릇이 있으셨을 것 같고, 그에 비해 세상사에 별로 얽메이지 않던 연암은, 그저 손 가는 대로 자기의 감상을 글로 표현하는 데 익숙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람의 성격이 그 사람의 주변 환경과 분리되어 형성되지는 않는 것 처럼, 글이라는 것도 결국은 글쓴이가 가진 자아를 문자라는 수단을 통해 표출하는 것이니까요...
18/02/13 11:03
사람의 심리라는 게 그리 간단치는 않아서..
글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으로부터 돈이든 공감이든 감동이든 내가 의도한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장사 같은 거라면, 반드시 독자에게 친절한 글이 성공적인 글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꼭 싸고 편안한 대폿집만 좋아하는 게 아니듯, 반드시 내게 깍듯하고 모든 걸 퍼주는 사람에게만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니듯, 오히려 불친절하고 오만한 문체에 매력을 느끼고 작가가 의도한 무언가를 내놓는 경우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인용하신 유진 오닐을 운운하는 글의 경우, 충달님처럼 글을 전문으로 쓰시는 분에게는 독자를 위해 본인을 낮추지 않는 그 불친절함이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생각없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오 뭔가 있어보여! 유진 오닐이 누구지? 찾아봐야겠다’ 하고 오히려 독자가 작가에게 맞추려 하는 의지를 일깨울수도 있죠. 비싸고 불친절한 맛집이 망하지 않고 줄 서는 현상과 비슷한 효과랄까요. 불친절 그 자체는 글쓰기에 있어 결정적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그 불친절까지도 전략? 혹은 매력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충달님의 원글은 원론적인 관점에서 멋만 부리려다가 뭔 말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가 달리기를 하려다가 다치는 경우를 상정하고 걸음마를 알려주시려는 글인 듯 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만, 구세계와 신세계도, 이베리아 반도도, 결국 오히려 그 허무맹랑한 표현의 어그로 덕에 많은 시청자들은 와인계(?)의 특수한 지식에 대해 알고 가게 된 셈이니까요. “예술의 전당에서 약장수 메들리”와 같은 친절한 표현을 썼더라면 그저 생생한 느낌을 전달받은 채 해당 표현의 소화작용은 끝이 났을 테고요. 요는, 꼭 “친절한 글”만이 진리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글의 전반적인 논지에는 공감하지만서도 예로 드신 두 가지 사례, 구세계와 신세계, 유진 오닐 글은 그 예로서 온전히 공감되지는 않아서요. 저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에 있어서도, 불친절한 용어와 표현 부분은 그저 어떻게 잘난 척의 불쾌한 골짜기를 피해가면서 ‘진정한 글쟁이는 어그로와 오만함까지 전략으로 승화시키는구나..!’ 하는 수준에 이르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친절을 넘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글임에도 의도한 심상을 독자로부터 훌륭히 끌어낸 예로서 우리가 잘 아는 “카트리나와 투아모리의 상관관계”라는 명문이 있지 않습니까!
18/02/13 11:16
오~ 이건 진짜 저로서는 띠요옹하게 되는 말씀이네요. 불친절함을 매력으로 삼을 수도 있군요. 하긴 홍대병이나 힙스터 같은 고품격 비주류를 추구하는 경향도 있으니까요. 언뜻 지적 허영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런 소비계층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네요.
진정한 글쟁이는 어그로도 전략으로 삼는다. 이건 진짜 맞는 말입니다. 요즘 언론을 보면 어그로만 남은 느낌이 들 정도이기도... 어그로를 세일 포인트로 삼는다라...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쳐맞는 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18/02/13 11:38
원론적 관점에서 충달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망표현의 예로 드신 사례의 경우, 구세계와 신세계는 제게는 오히려 성공적인 표현으로 생각됐거든요. 유진 오닐 글도 제가 모르는 유진 오닐이라는 창작자의 작품경향을 제가 아는 다른 언급작품이나 작성자의 다른 표현들을 통해 역으로 짐작케하고, 그로써 유진 오닐이라는 낯선 창작자에 대한 또다른 흥미를 유발시키는 효과가 있었고요. 어쩌면 많은 불친절한 평론들이 그런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예컨대 제가 락에 처음 입문하던 어린 시절, 씨디 표지뒷면에 꼭 있던 팝 칼럼니스트들의 평 같은 거죠. “Alice in chains, pearl jam, sound garden으로 대표되는 기존 시애틀그런지와는 다소 궤를 달리하는 니힐리즘을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담아낸 앨범이다” 뭐 이런 식입니다. 비단 락전문가가 아니어도, 저 같은 생초짜에게도 저런 글이 꼭 불친절해서 나쁜 글은 아닙니다. ‘내가 산 이 앨범이 앨리스 머시기 하는 밴드와는 좀 다른 사이키델릭... 이 뭐지? 아, 몽환...약빤 거 같은 느낌이라는 거구나... 담번엔 앨리스 머시기를 한 번 사봐야겠다’ 이런 반응을 선사하죠. 뭐 지적허영이라고 표현해도 좋습니다만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잖아요. 인간의 심리가 오묘하다고 말씀드린 건, 역설적이게도 되레 지나치게 친절한 글에서 잘난척과 오만이 읽힐 때도 있으니까요. 전에 한 번 비슷한 말씀을 나눴지만, 국가대표의 지나치게 친절하여 유치한 인물표현에서 저 같은 일부 관객들은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 것과도 같습니다. 제가 지적허영이 심한 변태라 그럴 수도 있겠군요. 거칠게 다뤄달란 말야 하앍!
18/02/13 13:45
어려운 표현은 불친절한 표현이며 지적 허영이다(홍대병이나 힙스터같은)라고 정의해버리는 태도는 굉장히 좋지 않은 태도같군요. 말씀하신대로라면 예술의 전당에서 약장수 메들리같은 표현조차 허영(내지 어그로)이라 볼 수 있을겁니다. 그냥 "이상한 맛이다" 라고 해버리면 가장 친절하게 끝날 일이죠.
18/02/13 14:04
지적 허영으로 보인다고 했지, 지적 허영이라고 정의한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오해하기 쉽게 썼네요;;; 굳이 정의 한다면 앞서 말했듯이 고품격 비주류라고 생각합니다. 깊이있는 만큼 주류 감성과 거리가 있는 거랄까요.
어려운 표현은 불친절한 표현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단,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죠. 때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개념도 있으니까요. 그런 것마저 어렵다고 뭐라할 수는 없죠. 그런 건 불친절한 게 아닙니다.
18/02/13 11:15
독자에게 친절하라. 어떤 독자이냐가 중요한거겠죠?
어려운 학설과 사례에 대한 인용이 이게 불편한 것 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굉장히 친절한 인용일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pgr 게임게시판에 GSL명경기가 나왔고 이에 대한 제가 분석리뷰를 올렸다고 가정해봅시다. 프로토스가 유저가 업토스를 사용했고 테란유저는 211을 했다고 가정합시다. 게임을 하지않는 일반 독자상대로라면 제가 업토스가 어떤 빌드이며 어떤 빌드상대할때가 유리하고 어떤 상황이 불리한지를 언급합니다. 이 빌드를 누가 창시했는지 언급하면 더 좋을까요. 왜 업토스인지도요. 그리고 211에 대해서도 어떤빌드가 상성인지 언급하고 어떤상황에서 불리한지 일일이 언급하면 친절한 리뷰일수 있겠죠. 그런데 게임을 잘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런식의 리뷰는 읽으면서 다 아는 얘기네 하고 중요한 분석을 하라고! 하고 말하고 싶겠죠. 이런분들 대상으로 진짜 친절한 설명은, 빌드 자체에 대해서 언급하기보다는 빌드를 쓴 상황에 있어서 어떤 상태인지 서로 분석하고 여기서 토스유저가 어떻게 빌드를 한번 더 꼬고 테란유저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언급하면 좋겠죠. 더나아가 저번 GSL경기에서 토스유저가 이 빌드 파해법을 어떻게 당했는지 설명하고 이번 경기 어떻게 대처했는지 언급하면 좋겠죠. 물론 이렇게 하면 그전 경기를 안본 사람들은 그게 뭐? 하고 심드렁하겠지만 경기 분석을 더 자세히 보고싶은 분들에게는 이게 더 친절한 설명일 것입니다. 친절한 글에서 '친절한'의 의미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다고 좋은게 아닐 거라고 생각됩니다. 모든 여성친구에게 친절하다고 모두에게 이쁨받는건 아닌것처럼 말이지요. 어려운 단어와 어려운 이론을 인용하는 전략이 항상 '불친절'한 전략은 아니고 아마 마스터충달님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스타에서 쉽게 손가는 난이도 낮은 쉬운 전략이 항상 승리에 가까운 쉬운 전략이 아니듯이 말이죠.
18/02/13 13:38
공들여 쓰신 글에 감사합니다.
친절한 글을 써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사람들이 저자에게 글을 좀 써달라고 비는 상황이 아니라면야,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이 보는이가 이해할 수 있게끔 글을 써야겠죠. 인용 관련으로는 친숙하냐 생소하냐의 문제보다는 우선 인용이 정말 필요한 상황인지를 잘 따져봐야 합니다. 저는 <카이로의 붉은 장미>까지는 괜찮다고 봅니다. 해당 작품이 감독의 전작과 비슷하다는 의미를 전달하니까요. <셜록 주니어>는 일단은 문제인데, 인용이 문제인지 아니지는 생각하기 나름인 듯해요. 저자가 언급한 '유사한 형식'이 뒤에서 이어지는 문장이라면, 인용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런 경우라면 중간에 연결사를 넣거나 하는 방법으로 문장의 결합 관계를 보여줬어야겠죠. 해당 문장이 후술 문장과 관계가 없다면, '유사한 XXX 형식'이라고 살짝 부연 설명을 해주면 좋았겠죠. 군더더기를 줄여야 한다는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군더더기냐 아니냐는 정말 잘 따져봐야 해요. 저는 솔직히 말씀하신 세 요소 가운데 연결사와 부사에 관한 부분은 조금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장의 흐름을 끊는다고 표현하신 '효과'는 사실 글쓴이가 쓸 수 있는 굉장히 강력한 도구입니다. 거침없이 술술 읽히는 글이 꼭 좋은 글은 아니에요. 독자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완급 조절을 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쭉쭉 나가긴 어려워요. 연설을 할 때는 연사가 중요한 말을 하기 직전에 스스로 잠시 멈춤으로써 완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글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요. 주제문 앞에서 연결사가 지닌 강력한 효과를 현명하게 써야 합니다. 정확하게 쓸 수만 있다면 글의 논리성을 살려주거나 글을 오히려 더 짧게 만들어 줄 수도 있고요. 부사에 관한 부분은 솔직히 그냥 동의가 안 됩니다. 한국어로 자연스러운 글을 쓰고 싶다면, 저는 오히려 형용사를 줄여야 한다고 봐요. 김정선 선생님이 쓰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적의를 보이는 것들'은 글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제는 아주 유명한 표현이 되었는데요. 이런 부분을 문장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기계적으로 제거하는 시도는 그다지 효율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남용하는 명사적 표현을 처음에 글을 쓸 때부터 부사적 표현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면서 이런 문제가 애초에 터지지 않게 막는 쪽이 효율적이에요.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저자들 대부분에게는 부사를, 나아가 부사적 용법을 더 많이 쓰는 훈련을 하는 쪽이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쓰는 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18/02/13 16:43
세상의 주류 언어가 영어라서 어쩔 수 없는 듯해요. 저는 사실 명사적 표현이 그리 거슬리지는 않는데, 보통 경력이 기신 분들일수록 거부감이 크시더라고요.
18/02/13 14:21
제가 요즘 말씀하신 부분을 신경쓰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군더더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때로는 술술 읽히는 문장을 만들기도 하더군요. 특히, 말로 하는 듯한 느낌을 살릴 때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아니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호흡을 집중시킬 때? 여기서 한 번 방점을 찍어야 할 때? 이럴때는 '~하는 것이다.' 같은 대표적인 군더더기 표현 조차도 효과적이더라고요. (근데 맘에 안 드는 것도 사실이라. 엔간하면 피하긴 합니다)
부사의 경우 의미가 있는 부사들, 예를 들면 '재빠르게', '서글프게', '잔망스럽게' 뭐 이런 것들은 군더더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군더더기 부사들이란 '정말', '너무', '좀', 뭐 이런 것들이죠. 실상 별 의미가 없는 초보적 실수입니다. 문제는 초보적 실수가 신문이나 출간 서적에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랄까요;;; 기계적으로 지워보라는 건, 한 번 해보면 생각보다 꼭 필요한 순간이 별로 없다는 걸 알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모든 글쓰기에서 무조건 그러라는 말은 아니었어요. 뭐 저도 그러진 않으니까요. 그래도 가끔 글이 좀 안 읽힌다 싶으면 해보기도 하고, Ctrl+F로 대표적인 군더더기 부사를 검색하는 작업을 하긴 합니다.
18/02/13 16:41
조금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말, 너무, 좀 같은 부사를 '초보적 실수'라고 말씀하시는 건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썼을 때 보기 흉한 것과 별 의미가 없는 초보적 실수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듯해요. 좋은 글인데 너무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는 듯해서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듭니다. 한국어는 영어와 달리 정도를 표현하는 어휘의 폭이 대단히 좁은데요. 이러한 정도를 나타내는 부사를 실수로 치부한다면 한국어는 꽤나 빈곤한 언어가 되겠지요. 저는 부사끼리 겹쳐서 쓰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괜찮다고 생각해요 :)
맞냐 틀리냐는 글쓰기에서 다소 낮은 차원의 이야기 같아요. 소위 글깨나 쓰신다는 분들 사이에서도 뭐가 맞냐 틀리냐는 의견이 분분하고요. 결국, 선택과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8/02/13 17:12
제가 뻔하게 초보적 실수라 말할 수 있는 사례를 자주 접하다보니 단정적으로 말한 듯 싶습니다. 많이 보거든요. 특히 제 글을 퇴고할 때;;;; 그럴만 한게 구어에서는 정말, 진짜, 완전, 좀 같은 표현을 습관적으로 씁니다. (징크스 : 정말 완전 좋아!) 이게 정제되지 않고 글로 바뀌면 무의미한 남용이 됩니다. 초보적 실수라는 말이 어울리는 일이 되거든요. 실제로 저도 들었던 말이고;;; 그런 경우만 생각하다 보니 안 그런 경우도 있다는 걸 제가 간과해버렸네요;;;
말씀하신대로 써야할 필요가 있으면 써야합니다. 그런데 이걸 가늠하기 좋은 방법이 기계적 삭제이기도 합니다. 지워보면 어색한 순간과 어색하지 않은 순간이 극명하게 드러나거든요. 지우고 나니 어색하고 의미나 뉘앙스가 달라진다면 꼭 필요한 부사이고 이럴 땐 다시 채워넣으면 됩니다. :) 요걸 안 한다고 글이 비문이 되진 않습니다만, 안 하면 글이 '지저분해' 집니다. 기왕이면 안 지저분한 글 쓰는 게 좋으니까요. 그런 정도의 주장으로 생각해주셨음 좋겠네요.
18/02/13 17:26
맞는 말씀입니다. 이왕이면 깔끔하고 보기 좋은 글이 좋지요. 저도 넣었다 뺐다, 이리 바꿨다 저리 바꿨다 하는게 글실력을 늘리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요 :)
"A designer knows he has achieved perfection not when there is nothing left to add, but when there is nothing left to take away." - Antoine de Saint-Exupery
18/02/13 22:18
"정말"이나 "너무"나 "좀" 같은 경우는 위에서 충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구술을 살리는 표현이기 때문에 불필요하다 해서 기계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담화적 표지들 속에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들어있는 거죠. 물론 어떤 글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보고서 같은 매우 사무적인 글 양식이라면 모를까 웬만해선 써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사실 읽으면서 그리 거슬리는 표현들도 아닙니다.
18/02/13 14:41
기계적으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에 동의합니다. 원래 글쓰기 전략이란 글쓴이가 상정한 독자에 따라 바뀌게 마련인데, 쉽고 간결하고 짧은 문장만 추구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개 필력이 좋은 사람의 문장은 길고 유려하면서도 장황하거나 도중에 길을 잃는 일이 없으니까요.
문장은 많은 한국어 화자에게 적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정도면 되죠.
18/02/13 16:49
쉽고 간결하고 짧은 문장을 추구하라는 말은 분명 열에 아홉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이지만, 사실은 글을 잘 쓰시는 분들께서 가르침을 구하는 분들게 주시던 기초적인 팁인데, 요즘은 아예 왕도로 받아들여지는 듯해서 걱정입니다. 단순히 글쓰기 팁을 넘어서 그렇지 않은 글에 대한 공격으로 쓰이고 있어요. 조금 더 다양한 스타일이 널리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18/02/13 18:24
O'Neill은 Hemingway나 Faulkner, Steinbeck 등과 같은 반열에 놓일 만한 작가죠. 모든 것을 다 설명할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18/02/13 19:06
모든 것을 다 설명하면 안 되죠. 필요한 부분만 설명하면 되겠죠. https://cdn.pgr21.com/?b=1&n=2636 이 글에서 다른 작품에 관한 인용을 많이 했었습니다. <왕좌의 게임>을 인용한 부분에서는 글에서 필요한 '죽음에 관한 철학'을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터미네이터2>에 관한 부분도 해결 불가능한 임무를 설명했고요. <론머맨>이나 <디지몬>을 인용한 부분은 지금 보니 부족해보이네요. 그래도 설명에 필요한 부분을 동영상 자료로 첨부했습니다. 하이퍼 텍스트라는 걸 고려하면 이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요.
노벨상을 받은 작가니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으로 장땡이 되는 건 아니죠. 마찬가지로 <터미네이터2>도 국제적 흥행작이니 다들 알거라고 이름만 언급하면 안 됩니다. 하물며 <터미네이터2>조차 영상자료까지 첨부하는 제 입장으로서는 <셜록 주니어>나 유진 오닐에 관한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해보였습니다. 그래서 독자에게 친절하기 위한 좋은 반면교사라 생각해 글쓴이에게 인용을 부탁드렸네요. 아예 고전을 언급조차 하지 말라면 반지성주의가 되겠지만, 상세하고 친절하게 언급 해달라는 게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독자까지 상정한다면 더욱 친절함이 필요합니다. 여기는 영화 전문 커뮤니티도 아니고, e스포츠 커뮤니티의 자유게시판이니까요.
18/02/13 20:37
옛날 옛적 온갖 개폼 잡으면서 문학을 안주로 주절거릴 때 그런 이야기를 했었죠.
음식점을 차릴 때 단가를 맞추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입맛까지 다 고려하다보면 귀결은 패스트 푸드라고. 물론 깜냥 안되면 이것 저것 시도하다 와갤요리 만들어서 내놓지 말고 얌전히 레시피 따라서 패스트 푸드나 만들라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저부터도 먹을 때나 엄근진한 범속한 사람이니까 말입죠.
18/02/13 22:34
정곡을 찌르시네요 ^^; 깜냥이 패스트푸드인지라 패스트푸드 잘 만들자는 소리를 하고 있네요. 그래도 내가 만든 패스트푸드가 맛있기를 몹시 소망합니다. 정성이 들어간 패티는 그냥 패티랑 다를 수 있다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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