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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5 23:53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가 글을 쓰는 동안 생각났습니다. 사기꾼 이야기면서도, 진심어린 사기와 주변에서 부풀리는 거짓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블랙코미디 영화요. 아니면 연예인이나 인터넷 방송인 같은 삶이기도 하더라고요. 어디까지 나서야할지 자신도 모르고 자신도 자신이 메시아라는 생각에 취해버렸고, 술탄의 얄팍한 흥미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더 비참하게 죽을 삶이었음에도 참 재미있게 살았죠.
어쩌면 모든 삶이 이렇게 요지경인지도 모릅니다.
18/01/15 23:53
나름 해피엔딩 아닌가요 크크 술탄이 관용이 있네요. 아니 관용이 아니라 오히려 사베타이를 여기서 죽여버리면 정말로 순교자, 성인 취급을 받고 소요사태가 일어날 것 같으니 현명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준 것 같네요.
18/01/15 23:57
코미디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이에요! 그리고 술탄은 미치광이를 구경하는 정상인의 역할을 정말 재미있게 소화했고요. 말씀을 들어보니 현실주의적인 판단일 수도 있겠네요. 역시 정치는 아무나 하는게 아닙니다.
아무튼 덕분에 정말로 사베타이는 레드오션의 메시아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이고 재미있어라, 크크크크!
18/01/16 00:10
굳이 하필 문지기로 만든것도 다시 생각해보니 교묘한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술탄을 알현하려면 반드시 자칭타칭 '메시아'이자 술탄을 제압하겠노라 큰소리쳤던 사베타이의 몰락한 꼴을 볼 수 밖에 없고, 들어가기 전에 술탄의 권위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겠죠. 물론 시간이 지나고 세간에서 사베타이 '뽕'이 빠진 뒤에는 필요없어졌으니 팽했을테고.. 재미있는 일화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8/01/16 00:22
용하다는 점쟁이들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 점쟁이를 불러다놓고
'당신 손가락이 5분 내로 잘릴 거 같습니까 안잘릴거 같습니까'라고 물어본 다음에 잘릴 거 같다고 하면 안자르고 안잘릴 거 같다고 하면 잘라버리면 세상에 용한 점쟁이란 없어지는 걸까 생각했었는데 역시 전제군주는 실행력이 있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18/01/16 10:38
어떻게요?
뭐 본인이 손가락 자른다 이런거는 행위능력을 완전히 뺏어놓은 상태에서 물어보면 되니까, 일종의 트릭일뿐 근본적인 대답이 못될 거고요.
18/01/16 15:02
나스레딘이라고 이슬람에서 '민담'의 형태로 온갖 농담에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버전이 있지만 제가 읽은 판에서는 나스레딘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하네요. "저는 진정 아내와 잘 지내는 사람입니다. 둘이 싸우는 일도 없죠. 왜냐면 아내는 사소한 일, 그러니까 어떻게 아이들을 먹여 살리고 어느 학교에 보낼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저는 보다 높은 일, 예를 들어 신이 세상에 존재하시는 지, 인생에서 고통의 의미란 무엇인지 고민하죠. 우리는 단 한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한편 제가 조만간 다른 글로 찾아 뵐 마크 트웨인과 관련된 이야기에서도 비슷하게 "내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손가락의 생김새를 맞춰봐"라고 하니까, "나는 미약하고 덧없는 형상이 아니라, 왕과 영웅들의 길 만을 봅니다." 라고 답하는 예언자(?)도 나오고요. 결론이요? 말로 이길려고 하자면야 끝이 없지 않겠습니까. 크크.
18/01/16 00:35
지금 생각해보면 저기서 순교하는게 아무런 의미가 없죠.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은 허풍선이라는 동화가 생각납니다. 그 동화의 잔혹버전으로 어울리는 인물이네요. 오늘날 다단계 사기꾼들에 비하면 양호하네요. 현실을 읽을 줄 알았다면 술탄을 칭송해서 잘 살 수 있었을까요?
18/01/16 15:03
교주라는 것이 그렇지만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남을 홀리는 역할이면서도 스스로 홀린 불쌍한 경우이니 아마 현실로 돌아오는 일은 삶의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죽는 그 순간까지도 현실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는 의심도 안 했을 수도 있고요. 그건 사베타이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18/01/16 15:04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보면 종교인이 진정한 신의 대리인에서 코미디언이 되는 과도기에 뒤늦게 태어난 슬픈 인물이지요.
18/01/16 06:25
술탄 : 이게 어디 군대도 없는게 까불어?
사베타이 : 아니야! 내 군대는 하늘나라에 있다고!! 술탄 : 그게 아니라 하늘나라겠... 어?!
18/01/16 15:06
'일화'라는 성격에 참 걸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재미있는 일인데도 잘 안 알려져있어요. 아마 이슬람과 유대교의 조합이라 국내에서는 조금 관심을 받기 비주류라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8/01/16 15:05
사베타이가 아마 오스만이 아니라 로마 시대에 태어났으면 성공했을 것 같으니, 역시 취직하기 전에 그 바닥을 충분히 공부해야합니다. 하하.
18/01/16 10:16
잘 읽었습니다 크크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질풍노도의 시기에 한창 빠져 있던 세피로트의 나무니 클리포트니 하는 카발라 신비학 설정집을 정리한 게 저 아저씨와 그 딸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비록 쫄보로 사라져 갔지만 오덕계에는 크나큰 업적(?)을 남겼네요.
18/01/16 15:14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카발라'는 이런 이단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비정통 사상의 산물이긴 했습니다만 이들만이 자신들의 사상을 더해서 남겼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정통교도들도 열심히 갈고 닦았거든요. 이들이야 카발라의 구원적이고 비정통적인 요소에 끌려서 자신의 메세지를 카발라가 아니고서야 적을 수 없었던 불쌍한 인물들에 불과하고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긴 합니다. 야코프 프랑크는 성행위의 쾌감을 통해 육체를 벗어나 영혼의 세계로 갈 수 있다고 당당히 적었고, 그 딸 에바 프랑크는 신의 영혼의 본질은 동유럽 슬라브의 대지모신 영향을 받은 듯한 여성의 본질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있고 자신과 읍읍읍(...)을 하면 영혼이 더 하늘과 가까워 질 수 있다는 사이비 지론을 펼쳤지만 헛소리라고만 볼 것이 아니라 '교리'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문화', '신화', '성립된 대종교' 사이에서 왔다갔다 영향을 주고받는 것인지 넓은 시야로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라스푸틴도 동유럽 신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었죠. 니콜라이 고골의 작품만 봐도 러시아 정교회 사제라는 양반들이 매번 육신을 가진 개체로서의 악마들을 물리적으로 엑소시즘만 하고 있는 걸 보면 서유럽의 악마 빙의적인 영혼적 신비주의하고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죠. 아무튼 간에 인간은 재미있고 그들의 신비주의도 재미있습니다. 하하. 그리고 흡혈귀가 동유럽을 건너가 일본에서도 가문을 차리듯이. 카발라도 일본 신비주의와 결합해 버렸어요! 분명 동유럽과 일본은 문화적으로 통하는 것이 있었던 모양합니다. 비교문화학적으로 한번 분석해볼 만하죠.
18/01/16 23:02
하늘의 뜻과 사람의 마음은 얻었거늘 지리의 리는 얻지 못했으니 오호 애재라. 그러고보니 JMS 출소가 얼마 안 남았다는 것 같던데 사베타이가 지금 태어났으면 딱 저랬겠네요.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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