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1년쯤에 [A] 학교의 비지니스 스쿨 교수 [갑]이 일면식도 없는 우리 지도 교수한테 연락을 했음. 과제를 같이 하자고. 연간 10-15억짜리 연구실 몇 개랑 중소 회사 [B]이랑 함께 하는 과제가 있는데 1억쯤 나눠 주겠다고. 과제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깜짝 놀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나라에는 학교에 주는 과제가 있고 산업체에 주는 과제가 따로 있어서 동일한 아이템으로 신청을 하더라도 산업체에 주는 과제는 규모가 더 크다. 대신 선정 및 성과 평가 기준이 달라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함. 여튼 연구실 분위기가 가는 돈은 막아도 오는 돈은 막지 않는 분위기 였기 때문에 교수님이랑 같이 서울에 쭐래 쭐래 과제 미팅에도 참여를 하고 그랬었다.
근데 과제 미팅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과제 주제가 뭔가 혼돈의 카오스였음. 모바일의 위치 정보를 모두 긁어 모아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거였는데, 마케팅 키워드들만 잔뜩이고 실제 회사가 하는일과 연구실이 하는 일이 연결성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음. 이걸로 정말 서비스가 만들어져? 라는 의문이 당연히 들 정도. 그나마도 success story는 뭘 만들어 두긴 했는데 개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까지 매력적이지도 않고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위치 정보를 어마어마하게 사용해야 하는 만큼 기술보다는 법과 제도의 문제가 더 큰 걸림돌인... 뭐 그런 사업 과제?
하지만, 결과에 상관 없이 오는 돈은 막으면 안되기 때문에 우리 교수님은 좀 더 들어보기로 하고 우리를 데리고 회사 사람들 다른 참여 연구실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근데, 회사 사람들도 만나보고 다른 대학교 [C]학교 참여 연구실 사람도 만나보고 하니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더라. 알고보니, [C]대학교 참여 연구실에서도 [갑]교수가 엮어서 함께 과제를 하고는 있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서 발을 빼고 싶어서 참여 인원을 줄여나가는 눈치고 [B]회사 사장도 원래는 다른 중견 기업의 상무 인가 전무였는데 [갑]교수가 해당 중견 기업이랑 과제를 만들면서, 과제를 위해서 자회사 사장을 맡게 되었다더라. X년안에 돈 못벌어서 회사 없어지면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면서...
더 이상한건, 이게 새로운 과제를 시작하는게 아니라 2년인가를 이미 한 상태인데, +과제 (중간보고 후 연장 과제)라서 연장을 신청하면서 우리 연구실을 집어 넣으려고 하는거였음. 근데 정작 [갑]교수 연구실은 연장하면서 과제에서 빠지게 되어 있는 뭐 그런 상황이었음... 응?네?? 자기가 만든 과제에서 자기가 빠진다구요?? 후임을 직접 구해준다구요?? 그리고, 미팅에서 교수들이 잠시 비운 사이에 [B]회사 사장이 "이 과제에서 [갑] 교수를 까낼꺼"라면서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는데....
사장이 해준 이야기에 나중에 여기저기 인맥을 통해 모은 사실을 바탕으로 [추정] 및 [재구성]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갑]교수는 과제비를 빨아 먹을 심산으로, 중견기업이랑 [C]학교의 다른 연구실을 엮어서 과제를 런칭했음. 애초에 그럴 심산이었으니 당연히 연구비를 착복을 했고, 그 중에 인건비를 참 많이 해드셨다고 합니다 (물론 그 과제에서만 해드신건 아니고...) 결국, 학생들이 참다참다 못해 교수를 신고하면서 과정을 그만두거나 지도 교수를 바꾸면서 연구실은 박살이 났죠 (해당 학교에서는 엄청 유명하더라구요). 당연히 연구비 착복이 문제가 되어 과제가 정지가 되어야 하지만, 과제의 명목상 총괄책임자는 [갑]교수가 아닌 중소기업 [B]이기 때문에 과제가 나가리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갑] 교수를 과제에 참여시킬 수 없죠. 하지만 [갑] 교수는 이 과제를 본인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과제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갑]교수는 자기 대신 바지로 과제에 참여할 교수를 찾고, 우리 교수를 집어 넣기로 결정하고 접근을 한겁니다. 대신 우리가 받는 과제비에서 얼마간을 [위탁 연구비]로 자신에게 지급해 줄 것을 요청 했다고 합니다.
--- 추가 ---
사실 더 재밌는건 [B]의 사장이 [갑]이 그런 목적으로 과제를 런칭했다는것을 알고 있었다는 거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남의 손을 빌어서 과제를 만들고 자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이 자신에게 이득이었고, 그 이후에 [갑]교수를 까낼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C]학교의 학생에게 들어본 결과, 과제를 하는 2년간도 [갑]과 [B]의 사장간의 파워 게임이 흥미진진했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갑]의 부정이 밝혀지니 더 기고만장해서 공공연히 그런 소리를 했던거구요. 이 사장도 제정신은 아닌 사람인게, 잠도 못자고 프로덕트 만들고 자료 만든 박사 직원을 굳이 우리들 앞에 데리고와서 일을 못하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참여 연구실의 학생들인 우리한테도 나중에 프로덕트 못만들면 안재운다 농담처럼 푸시하던...
--- 추가 끝 ---
한국에 정의라는게 아직은 존재했는지 해당 과제는 연장이 안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 연구실은 그 길로 과제에서 손을 씻을 수 있게 되었죠.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오늘 아는형이 "혹시 너 [갑]교수 알아? 너가 저번에 말했던 사람이랑 비슷한거 같던데 얼마전에 징역 받았다던데?" 라고 해서 찾아봤습니다. [갑]교수는 비슷한 짓을 계속하다가 1년정도 전에 약 "7.9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1년 징역이 내려졌지만 항소중이라고 합니다. 교수 목록에서도 사라졌네요. ">7.9억" 횡령하셔서 개인 대출금 갚고, 자식 등록금내고, 통신 요금 내셨다고 신문에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대출도 많았고 등록금도 비쌌고 통신 요금도 비싸니까 생계형 이겠죠?
요약.
1. 흔한 한국 과제였음
2. 범죄자랑 같이 일할뻔 함. 내가 저 연구실 학생이었으면 기사에 나오는 회의록 및 연구비 사용 기록 조작을 내가 했었겠지?
3. 잦은 서울 출장덕에 여친 자주 만나서 개이득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