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3/20 17:53:23
Name 토니토니쵸파
Link #1 http://vitaminjun.tistory.com/85
Subject [일반] [의학] 잊혀진 의료기기에 대한 오해 - 소아마비와 철폐(iron lung)
polio12.jpg
[소아마비(Polio) 환자]


현대인들에게 [소아마비(Polio)]는 생소한 질병입니다.
소아마비 환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뇌성마비와 이름이 비슷하여 헷갈려하는 분들도 있으나 이 둘은 명확히 다른 질병입니다.
소아마비는 장바이러스(Enterovirus)중 하나인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에 의해 발생합니다.
감염의 방식은 바이러스가 분변-경구감염(fecal to oral)이나 경구-경구감염(oral to oral)등으로
물을 통해 위장관에 들어오고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퍼지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하지만 20세기중반까지 소아마비는 공포의 질병이었습니다.
감염되었을시 95%는 대부분 증상도 없이 넘어가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심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환자의 사지중 일부가 평생 마비되는 장애가 나타납니다.
게다가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사지근육뿐만 아니라
방광, 복부, 횡경막, 흉곽, 경부쪽 근육까지 허약해져 [호흡이나 순환장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호흡을 하기도 힘들었던것이죠.
또한 소아마비라고 명명되긴 했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진 어른들에게도 발생(Post-poliomyelitis syndrome)하곤 하였습니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가 소아마비에 걸려 하지마비가 있었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그런 그의 증상이 발생한건 1921년, 그의 나이 39살때였습니다.
게다가 가끔씩 대유행하는 전염병이기도 하였습니다.

FDR-public_domain_0.jpg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대유행하며 소아와 성인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마비성 질환으로 심각하면 사망에 이르는 질병.
그러한 질병이 소아마비였습니다.

사람들에게 공포를 일으켰던 또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소아마비가 [중산층 질병]이었던 것입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보건사업에서 위생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각종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위생관리가 매우 중요했기에 각나라의 보건당국은 이에 투자를 하지만
전체 인구를 관리할 수 없으니 중산층이상의 사람들위주로 집중하게 됩니다.
당시의 개념으로는 보건관리가 잘 된 중산층 사람들에게는 바이러스 질환인 소아마비발생이 줄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소아마비환자는 오히려 [빈민층보다 중산층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감염원이 물이 아니라 먼지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위생을 철저히 챙기나 중산층에 집중되는 발생을 막지 못합니다.

000328_540.jpg


실은 상하수 관리는 매우 옳은 일이었습니다.
소아마비는 분변-경구 또는 경구-경구감염등 물에 의한 감염이었기에 상하수 관리가 매우 중요한 것이죠.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빈민층은 우유를 쉽게 구할 수 없어 아기에게 [모유]를 적극적으로 먹여야했고 중산층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모유에는 폴리오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항체들이 풍부했습니다.
이 항체를 가지고 있을 때 폴리오 바이러스와의 빠른 접촉이 빈민층의 소아들에게 도움을 줬던 것이죠.
완벽한 항체가 만들어졌다면 다시 감염되지 않는게 폴리오 바이러스의 특징입니다.
중산층 소아들은 모유수유를 빈민층만큼 잘받지 못했고,
어릴 때부터 위생상태가 매우 좋았기에 역설적으로 폴리오바이러스에 가장 강한 시기 때 항체를 만들지 못했던 겁니다.
어찌됐든 이 사실은 꽤 시간이 지나고 발견된 것이라 당시 사람들은 몰랐습니다.
돈많은 사람들이 잘 걸리는 중산층 질병이었기에 공포심은 더 배가 되었으리라 봅니다.
대신 극복하기 위한 투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Csa9J4wWgAAj6Zx.png

1916년에 미국 뉴욕에서 소아마비가 대유행하였고 2000명이상 사망하게 됩니다.
미국전역에서는 사망자가 6000명에 달했고 수천명의 환자들이 사지가 마비됩니다.
이러한 대유행은 간간히 발생하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소아마비로 인한 마비증상으로 고통받았습니다.
사지의 마비는 그나마 당장의 생존에 문제를 발생시키진 않지만 문제는 호흡기까지 마비된 환자들이었습니다.
현대의 호흡보조기구는 그 당시에는 없었으니깐요.


pg1659_inset_lg.jpg

1929년 하버드의과대학의 Philip Drinker와 Louis Agassiz Shaw Jr.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철폐(Iron lung)]를 발명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 철폐를 의사들이 소아마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소아마비를 치료하기위해 만든 잘못된 도구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소아마비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착각했기에 호흡을 제대로 시켜줄려고 철폐를 사용했다는 글이었지요.
당시 소아마비에 대한 완벽한 이해까지는 아니었으나 어느정도의 충분한 지식은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철폐는 소아마비 자체의 치료가 목적이 아닌 호흡을 보조하기 위한 생존유지장치로 만들어졌던것이죠.

철폐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얼굴을 제외한 몸전체가 밀봉된 철제기구 안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기계를 통해 철폐안으로 음압과 양압을 걸어줍니다.
흉곽의 근육들은 폐안을 음압과 양압을 걸어주어 공기의 순환을 일으킵니다.
이와 같은 원리로 근육이 약하여 숨쉬기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기계가 몸전체를 통해 폐호흡을 만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iron_lung_630x.jpg

[ Fred Snite Jr. Family, 철폐안에 있고 거울에 비친 남성이 Fred Snite Jr. ]


1936년 시카고의 금융가였던 Fred Snite Jr.가 베이징을 여행하다가 소아마비가 발생합니다.
당시 베이징에는 록펠러재단이 기부한 철폐가 있었는데 이를 사용하여 Fred Snite Jr.는 생존하였고 미국으로 무사히 귀환하게 됩니다.
그리고 1954년까지 생존하는데 철폐를 사용하면서 결혼도 하고 딸도 셋을 낳습니다.
덕분에 철폐를 사용하더라도 어느정도의 생활이 가능하고 효과적이라는게 증명되고 이 사실이 전파됩니다.

6a00d8357f3f2969e2015435c1cc90970c-pi

1952년에 소아마비 유행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미국에서만 58000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3145명이 사망하였고, 이중 21269명의 환자에게 마비증상이 왔습니다.
이 위기에서 철폐는 대량으로 생산되고 그 능력을 발휘하여 많은 사람들을 생존케 합니다.

sf25027_wide-108af13afa636756b5e7f18e2076ab0a75accc3f.jpg?s=1400


그리고 1955년.
현대의학에서 기념비적인 연도입니다.
바로 조너스 소크(Jonas Salk)박사가 소아마비 사백신(IPV) 을 만들어냅니다.
이후 백신으로 인해 새로운 환자는 극적으로 줄어들었고 맹위를 떨치던 소아마비 공포는 점차 사그러들게 됩니다.

Jonas-Salk-inmemory.jpg

[ Dr. Jonas Salk ]


한해 몇천,몇만명씩 발병되던 소아마비는 오늘날 거의 박별되어가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경 폴리오 박멸 지역으로 선언 되었고
전세계적으로 세나라에서만(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소아마비 환아들이 새롭게 발병하는 정도입니다.
조금 더 노력하면 천연두에 이어 사람에게 발생하는 전염병중 두번째로 극복가능하리라 추측됩니다.
이제 소아마비는 잊혀져가는 질병이고 그에 따라 만들어진 철폐도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철폐는 수많은 생명을 살린 소중한 생명유지장치였습니다.
이러한 활약을 잘못된 정보로 호도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03/20 17:57
수정 아이콘
아 소아마비가 전염병이었다는걸 생각도 못 하고 있었네요...
설탕가루인형형
17/03/20 18:0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이지스
17/03/20 18:00
수정 아이콘
요새 백신 안 맞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시 돌아올까봐 걱정입니다
쩌글링
17/03/20 18:05
수정 아이콘
사실 현대의 기계호흡도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 자체가 아니라 호흡보호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iron lung에 비해 크게 발전했다고 보기 힘듭니다. 게다가 기도 내로 양압을 불어주는 현대 기계호흡 보다 흉곽 외의 음압을 이용하는 iron lung이 더 실제 호흡에 근접한 방식이 아닌가 싶네요.
여왕의심복
17/03/20 18:46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17/03/20 19:00
수정 아이콘
백신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앞에 철폐는 처음 듣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스터충달
17/03/20 19:09
수정 아이콘
철폐에 대한 오해를 철폐하라!!

오해를 풀어주는 좋은 내용에 술술 넘어가는 글빨도 감탄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이쥴레이
17/03/20 19:21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스웨이드
17/03/20 19:44
수정 아이콘
소크박사님 거듭 감사합니다
huckleberryfinn
17/03/20 19:51
수정 아이콘
iron lung 하니까 라디오헤드 노래 생각이 먼저 나네요.
엄청 어렸을 때 처음 들어서 철로된 폐가 뭘까 굉장히 궁금했었는데
저런 모양을 하고 있었군요..
사악군
17/03/20 20:00
수정 아이콘
어머님께서 소아마비로 약간의 장애가 있으시죠.. 극복된 질병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전세계적인건 아니었군요.
17/03/20 20:07
수정 아이콘
와 그동안 인터넷으로 얻은 잘못된 지식으로 오해하고 있었네요.
빠독이
17/03/20 20:28
수정 아이콘
저는 아버지께서 소아마비로 조금 불편하십니다.
소아마비와 철폐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아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7/03/20 20:41
수정 아이콘
위엄넘치는 소크박사님
타타리17
17/03/20 21:18
수정 아이콘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
호리 미오나
17/03/20 23:16
수정 아이콘
Could you patent the sun?
진짜 역사에 남을 대인배입니다...
17/03/20 22:2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예방접종만 하면 예방은 되는데 안되는 나라가 있는게 안타까워요
산울림
17/03/21 01:25
수정 아이콘
역시 모유수유가 중요하군요
붉은 거북
17/03/21 05:24
수정 아이콘
jonas salk 박사님은 백신 발병후 특허를 걸지 않으십니다.
특허권에 묻는 사람에게
"There is no patent. Could you patent the sun?"
이라고 대답하셨다고... 안타깝게 노벨상은 받지 못하셨고요. 백신 자체는 많은 생명을 구하고 효능도 좋았지만 그 개발과정에서 노벨상을 받을만한 과학적 진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백신을 팔던 여러 제약회사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그의 이름을 딴 Salk institute를 설립해주어서 지금 캘리포니아 La Jolla에 서 많은 연구자들이 그분의 이름 아래 연구중입니다. 노벨상 수상자도 여럿 배출한 연구소고요.
어쨋든 솔크박사님 감사합니다.
코세워다크
17/03/21 06:48
수정 아이콘
이전에 유게에 iron lung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글이 올라왔을때 발끈해서 장문의 댓글을 달았는데, 이렇게 정리해주신 글을 보니 정말 반갑네요. 직업상 다른 사람들에게 기계환기를 가르치는 일이 잦은데, 본 글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게되어 감사드립니다
사막여우
17/03/21 12:42
수정 아이콘
아 그 글과 댓글 기억납니다. 댓글 작성자분과 이 글 작성자분이 같은 분일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군요 크크
다크나이트
17/03/21 12:27
수정 아이콘
글을 너무 재밌게, 쉽게 잘 쓰시네요.
좋은 정보 많이 얻고 갑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1179 [일반] 전 세계에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 Top10 [26] 김치찌개8881 17/03/21 8881 2
71177 [일반] 차였다. [2] Beyond6889 17/03/21 6889 14
71176 [일반] 빚으로 님을 떠나보내고 [18] 소로리8153 17/03/21 8153 14
71175 [일반] 로건 감상 - 캐릭터에 대한 마지막 헌사 (스포) [14] aDayInTheLife5980 17/03/21 5980 1
71172 [일반] 이제 우리나라도 먹보대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54] 송파사랑12619 17/03/20 12619 3
71171 [일반] [의학] 잊혀진 의료기기에 대한 오해 - 소아마비와 철폐(iron lung) [22] 토니토니쵸파8985 17/03/20 8985 34
71170 [일반] 미녀와 야수 개인적 감상(스포)(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약 스포) [28] 차라리꽉눌러붙을6403 17/03/20 6403 1
71169 [일반] [만화추천] 어제 뭐 먹었어? [32] 사악군9652 17/03/20 9652 3
71168 [일반] 셔틀 버스 후기??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20] 삭제됨7787 17/03/20 7787 7
71167 [일반] 다양한 사람의 애환 느껴지는 '도서관' [70] 서현우12999 17/03/20 12999 30
71166 [일반] 3.1 운동 33인 민족지도자 비판글 [28] 서현우11584 17/03/19 11584 20
71165 [일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아이누족 관련 캐릭터.jpg [55] 군디츠마라20781 17/03/19 20781 14
71164 [일반] WBC, 세계 야구계의 1인자 자리를 놓고 다툴 4개의 정상급 팀이 결정되다 [85] 삭제됨14193 17/03/19 14193 15
71163 [일반] 실습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46] The Normal One7621 17/03/19 7621 1
71161 [일반] 바벨탑이 사라진 세상 [33] 삭제됨8877 17/03/19 8877 3
71160 [일반] THAAD 논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75] 아하스페르츠8491 17/03/19 8491 3
71158 [일반] 맥도날드 도쿄점이 서울점보다 중요합니다 [125] 전자수도승16439 17/03/19 16439 1
71157 [일반]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고나서 현장 실습이라는 명목아래 내몰이는 아이들 이야기 [112] PENTAX15103 17/03/19 15103 43
71152 [일반] 뉴질랜드에서 세계 최초의 '인간 지위'를 인정받은 강이 생겼습니다. [52] Misaki Mei12319 17/03/18 12319 4
71151 [일반] [영화공간] 배우 유해진을 말하다 [11] Eternity9753 17/03/18 9753 22
71150 [일반] 잽으로 시작해서 잽으로 끝낸다... [45] Neanderthal11532 17/03/18 11532 7
71149 [일반] KO왕이 KO당할 때 [23] jerrys17483 17/03/18 17483 26
71148 [일반] 곡성. 일본에서 반응이 괜찮네요. [22] 하루波瑠20301 17/03/18 20301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