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제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쿨X마스터 QUICKFIRE RAPID 갈축 모델>

요즘 기계식 키보드들의 가격이 많이 내려갔죠.

몇몇 대륙산 제품의 경우 화물기에 태워서 집으로 날아오는 배송비까지 포함해도 시중에서 3~4만원 가량으로 구입할 수 있는 플런저 키보드들과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까지 내려 왔습니다. 물론 1만원 전후로 구입할 수 있는 저렴이 멤브레인 키보드들에 비해 지출이 큰건 사실이지만, 모름지기 컴퓨터 주변기기의 세일즈 포인트는 실용성이 1순위 간지가 0순위 아니겠습니까? 남들이 자판 두들기는 소리 좀 안나게 해라며 욕한들 뭐 어떻습니까, 간지만 난다면 장땡이죠.


- 솔직히 너무 비싸요

네 많이 비쌉니다. 제 마음에 쏙 들어오는 텐키레스 제품이 잘 안보여서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했는데 배송비까지 포함해서 대략 8만원 좀 안되는 금액이 들어갔어요. 사실 청축 스위치가 땡겨서 눈여겨 보고 있던 제품이 있었는데 하필 장바구니에 넣자마자 재고없음 크리를 맞는 바람에 동일한 외형+스위치만 갈축으로 넣은 다른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언젠가는 REQ평WQ평Q평R 풀콤보를 제한시간 3초만에 다 우겨넣고 말겠다는 짜세로 열라게 한 5년간 두들기다보면 얘도 분명 망가질텐데, 그때마다 새 제품을 산다고 생각하니 지갑이 생각보다 쉽게 열렸어요 헤헿.

그런데 이걸 어쩌죠? 우리 모두에게는 기변증이라는 선천적 질환이 내재되어 있으니!

저는 분명 덱 헤슘이니 해피해킹이니 다른 모델들을 끼웃끼웃 거리다 기어이 5년을 못 채우고 키보드 교체를 단행하게 될 것 같아요. 결국 앞으로 돈 깨질일만 남았다는거.


- 그냥 아무거나 디자인 얘쁜걸로 사면 되나요?

집 근처의 피시방을 방문해보세요. 가격 담합도 담합인데 요즘 주변기기 고급화가 대세라 그런지 규모가 좀 되는 사업장에는 기계식 키보드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90% 이상의 확률로 청축 스위치를 장착한 모델들이 깔려 있을텐데, 직접 두드려 보시고 만족스럽다 싶으면 키보드 뒷판에 적힌 회사 이름과 모델명을 확인하고 앉은 자리에서 바로 지르세요. 키감이라는게 주관적인 부분도 꽤 많이 개입이 되는거라 사용자 본인이 만족하는 제품이 최고로 좋은 제품입니다.

(물론 전자상가 방문하셔서 키보드를 직접 하나하나 타건해보는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근데 그랜저 타본놈이 소나타 못 탄다고, 8만원으로도 충분히 물리칠 수 있는 지름신을 30만원으로 간신히 틀어막는 대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쪽 세계도 별반 다를바 없는게 아는만큼 보입니다..)

저는 도장깨기 느낌으로 메뚜기처럼 여기저기 피시방 투어를 다니면서 대략 5개 이상의 제품을 타건해보았는데 같은 카일사 스위치를 사용했는데도 외형과 키캡 형상이나 보강판 두께에 따라 현저하게 다른 타건감을 느낀 경우도 있었고, 분명 체리 스위치가 들어간 제품인데 이게 이 돈주고 살 가치가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제품도 왕왕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드리지만 본인이 만족해야 합니다.

가격대는 보통 대륙산 묻지마 키보드들이 4만원대에서 검색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래도 어디가서 나 기계식이오 자랑할만한건 최소 8만원, 이쯤 되면 동호회 활동 시작해도 되겠다 싶은 제품은 최소 15만원 이상 넘어가는 애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그 돈으로 램 하나 더 꼽는게 낫지 않나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본인 만족입니다. 그래픽 카드를 듀얼로 꼽거나, 키보드 자판을 바꾼다 해서 실론즈가 챌린저 되는 일은 없어요. 그냥 제 생각은 기계와 인간의 소통을 담당하는 창구, 즉 휴먼 인터페이스 장치들에 투자를 하는게 비용 대비 제일 큰 효용을 가져다 줄 거라 보았기에 키보드 교체를 단행했고, 아직까지는 매우 만족스럽게 건반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투자 대상은 더 큰 모니터 구입과 마우스 교체가 아닐 까 싶어요. 칼바람 나락만 근 2500판을 넘게 돌렸더니 이제 손목이 시큰시큰 거리기 시작했고 눈도 침침해져서 더 선명한 모니터가 땡기네요.)

결론은 지르시면 편합니다. 절대로 저 혼자만 지름신에 당한게 억울해서 이러는거 아닙니다.
야밤의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에 등짝 스매싱을 맞아도, 직장에서 소음공해를 유발해도 좋은건 좋은 거니까요.
모두들 비싸고 좋은 키보드 구입하시어 즐거운 건반전사의 생활을 영위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