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업로드 시점과 제목이 좀 이상하긴 한데, 절대로 이번 천하제2 키배대회 참가 글 아닙니다.
저는 영화에 대해서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닙니다. 대학생 시절에는 칸 영화제 수상작들도 좀 찾아보고 독립영화 비디오 확보한 비디오방 있다고 하면 멀리 찾아가서라도 보고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로 발품을 팔아야 했는데) 그랬었는데, 그런 고통의 시절을 몇 년 겪고 나서 내린 결론은,
'이런 영화가 맞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난 포기'
였습니다.
해서 영화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도 포기하고, 해당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알아야만 논할 수 있는 이야기도 포기하고, 그냥 제가 좋아했던 영화 몇 편 얘기나 할까 합니다.
1. (1992) Bruce Campbell vs the Army of Darkness "사람이 팔이 잘리고 저주를 받고 고문 당하고 몸 속에서 괴물이 태어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지금도 가끔 고민 많은 날 밤에 혼자 술 마시면서 틀어보는 영화입니다. 전형적인 공포영화로 시작했던 Evil dead 1, 공포 코미디였던 Evil dead 2 를 거쳐서 완전한 개그물이 되어버린 Evil dead 3 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심도있는 분석을 할 깜냥은 안되고, 뭐랄까 영화 전체에서 느껴지는
'우히히히 낄낄낄낄' '이런 장면 넣으면, 많이 웃기겠지? 낄낄낄' '너희들이 정말로 보고 싶은 장면은 이런 거잖아? 크크크크'
의 B 급 센스가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을 낳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2. (1975) 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다른 영화들이 B 급 센스를 활용했을 지 모르지만, 나는 B 급 센스를 인류에게 가르쳐주었지."
[아서: 네놈 팔을 떨어뜨렸으니 내 승리다] [흑기사: 그냥 긁힌 거야] [아서: 저기 떨어져있는 건 그럼 뭐냐] [흑기사: 난 원래 팔이 없었어. 덤벼라 겁쟁이!]
B 급 센스에는 여러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어이없을 정도로 싸구려임' 이라는 느낌이죠. 근데 이게 수위 조절이 정말로 중요한 지라, 성공을 위해서 일부러 싸구려 느낌으로 만드는 B 급 영화 (Asylum 영화들이 그렇죠) 들은 보통 끔찍하게 재미없는 결과로 이어지곤 합니다. 근데 그런 수위 조절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영화가 B 급 영화의 선구자 중 하나로 알려진 1975년작 '몬티 파이썬과 성배' 라는 것은 참 대단합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앞뒤가 전혀 맞지 않고, 개연성이라고는 제비 눈물만큼도 없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수준에서 끝날 줄 알았더니 그 이상으로 괴랄한 엔딩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미칠 듯이 웃기죠. 이 영화에서 제일 유명한 장면은 위에 나오는 흑기사지만, 이 영화가 얼마나 어이없는지를 더 잘 보여주는 영상은 아래에서 보여주는 1분짜리 란슬롯의 돌격 장면이죠.
????? 도대체 뭐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웃기죠. 그래서 이 영화가 위대한 겁니다.
3. (1975) Rocky horror picture show "노노노 B 급 센스를 창조한 것은 니가 아니라 나임."
'몬티 파이썬과 성배' 와 같은 1975년에 나온 이 영화 역시 극단적인 말 안됨, 부조리함, 근데 웃김의 콤보를 보여줍니다. 신혼 여행 중에 자동차가 고장난 부부가 근처의 저택에 전화기를 빌려 쓰려고 들어갔더니 거긴 드라큘라를 닮은 크로스 드레서가 주인인 집이었고 그 집 손님들은 전부 춤 매니아인데 알고보니 주인장은 프랑켄슈타인과 비슷한 인조인간을 만드는 중이었고 그걸 만들었더니 여주인공이 그 괴물과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보니 그 집 사람들은 외계인이었고 근데.....
이런 이상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영화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스토리라인을 정말 재미있는 뮤지컬로 승화했지요. 노래는 정말 멋지고, 춤은 정말 잘 추며, 주인장은 정말로 매력적입니다. 주인장의 등장 씬 보시죠.
아아 다시봐도 멋집니다. 저런 친구 한 명 있으면 인생이 두 배로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 역시 인생이 울적하다고 느낄 때 맥주 한 팩과 함께 종종 다시 틀어보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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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 나니 제 영화 취향은 대체로 B 급이었군요. 저 자신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웰메이드 B 급 영화들은 오늘날에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작 중에서는 Cabin in the woods 가 '종종 다시 틀어보는 영화 목록' 에 추가되었네요. 이 영화 역시 공포라기보다는 자체 패러디성 코미디에 가깝지만, 공포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상당히 끔찍한 공포영화로 보일 수 있기에 영상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이런 고마운 영화들을 만들어주는 감독님들과 제작사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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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영화들과는 좀 다를 수도 있지만 [13일의 금요일]시리즈도 1, 2, 3편 정도는 봐줄만 한데 5편 이상부터는 그냥 코미디 비슷하게 되더군요...패턴이 너무 똑 같아서 "아 저기서 제인슨 나오겠네..." 하면 여지없이 제이슨이 나오고..."쟤 저러다 죽겠는데..." 그러면 여지없이 죽고...제이슨은 귀엽다 못해 안쓰러워 지기까지 하고...공포감은 확 죽고 개그감은 확 사는 영화로 탈바꿈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