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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02 18:28
확실히 영화가 좀 심심하긴 하죠. 클라이맥스에서 한 번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만도 한데 그런 것도 없고.. 그런데 전 원래 갈등이 넘치고 주인공이 위기에 빠지고 이런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참 편하게 봤습니다. 흐흐
15/11/02 18:43
리들리 스콧 감독은 가볍게 몸을 풀었죠. 본인의 분신과도 같은 에일리언 시리즈의 최신작이 될 에일리언 파라다이스 로스트를 위해서...원래 연습경기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법...--;;
15/11/02 18:46
딱 그 느낌입니다.
괜찮은 영화긴 한데... 기대에 비하면 이거 좀 다큐멘터리 보는 기분 같기도 하고... 특히 뜬금없이 왜 중국이 그리 착하게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15/11/02 18:54
사실 어느 순간 이후로 플롯이 단순해져버렸고,
흔한 이야기풀이의 공식인 기승전결 중 '전' 이 너무 쉬워져 버렸습니다.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모든 에피소드를 담을 수 없었겠지만 문제 발생 - 고민 - 해결 -> 더 큰 문제 발생 - 고민 - 삽질 - 해결 에 이르는 원작 소설의 플롯이 오롯이 담기지 않아 다소 어찌보면 밍숭밍숭한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라리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가 더 박진감 있었지요..
15/11/02 19:06
저는 <마션>은 취향에 따라 짜릿한 음식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대부분에게는 뭔가 심심한 저염식 정갈한 한정식이 되겠지만, 특정 덕후들에게는 하앜거릴만큼 짜릿한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화속에서 패스파인더를 발견하는 쾌감이 있을 겁니다. 패스파인더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저게 뭐야?" 정도로 끝날테지만, 우주 SF 덕후에게는 패스파인더를 찾는 장면은 마치 아더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을 때라던가, 시라노가 아수라검을 얻을 때라던가, 아서스가 리치킹의 투구를 쓸 때 같은 그런 쾌감을 가져다 주었죠. 패스파인더를 찾으러 가는 순간 부터 설마 설마 하다가 패스파인더가 뙇 드러난 순간 정말 말 그대로 '지린다'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패스파인더 뿐만 아니라 16진법 통신이라던가, 물을 얻는 방법 등에서 저는 입이 떡 벌어진채 마음속으로 "호우~ 호우~"를 외치며 봤습니다. <마션>은 취향 저격 작품이 운 좋게 대중성을 어느 정도 포함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 취향에 저격당한 사람에게는 정말 짜릿한 음식이랄까요. 과학이라는 조미료가 아무 맛도 안 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조미료의 짜릿함에 지리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아쉬울 게 전혀 없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요.
15/11/02 19:24
저는 패스파인더 씬 너무 별로였습니다. 16진법 통신은 좋았구요.
말씀대로 패스파인더-스피릿은 SF팬들의 마음 속에서 영생하는 엑스칼리버이자 리치왕의 투구가 아닐까 합니다(하드한 SF팬은 아니지만 제 마음속에도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션은 이 성물을 '짜잔 패스파인더를 찾았어! 이제 지구와 교신할 수 있겠군!'하는 통신도구로 쓰고 끝냅니다. 연출상 주인공이 타고다니는 로버만도 못한 취급을 받습니다. 아더왕이 부엌칼 뽑듯이 엑스칼리버를 뽑는다거나, 리치왕이 예비군 훈련 아침에 전투모 쓰듯 투구를 쓰는 느낌이었달까요. 이게 그냥 칼이 아닌데. 이게 그냥 투구가 아닌데. 이게 그냥 고장나서 버려진 기계덩어리가 아닌데. 감자농사 실패 장면과 함께, 연출에서 더 큰 무게를 주어 대중들에게는 웅장함을, 덕후들에게는 감동의 눈물을 선사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16진법 통신 장면은 '흥미로운 과학적 장면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연출'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15/11/02 19:34
음 저는 지구와의 통신이 엄청 중요한 일이라고 느꼈는데 그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군요.
제가 볼때 다른 위기는 뭔가 임기응변식으로 극복이 되는데 지구와의 통신은 장비가 없으면 정말 불가능한 상황이라 첨에 통신 시도할려고 할 때 '막 다른 장비에서 회로 꺼내서 지 혼자 납땜하고 이러진 않겠지? 구리게?' 했거든요. 극복해야할 문제가 얼마나 어렵게 다가오느냐도 패스파인더라는 유니크 아이템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 같네요.
15/11/02 19:30
우주영화들이 각각 휴스턴을 외치는 톤의 차이가 저는 재밌더라구요 저에게 베스트 휴스턴은 그래비티의 휴스턴입니다 휴스턴만 외쳐도 정말 급박함이 느껴져서 흐흐
15/11/02 19:39
원작의 가장 큰 재미요소인 [문제 발생→과학지식 총동원→여러 시행착오→성공→또 다른 문제 발생]이 영화에서 빠져서...
저런 부분이 빠진걸 헐리우드식 극적 사건을 집어 넣어 매꿔보려 한 것 같은데(특히 마지막 구출장면) 러닝타임 내내 별로 큰 문제 없이 진행되어 오다가 막판에 극적 긴장감이 뜬금없이 고조되니 효과가 좀 미미했죠.
15/11/02 19:46
이 영화에서는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치명타죠. 아니 그 먼먼 우주에 홀로 남겨져서 몇달동안 친구도 없이 안미치고 지내요? 만박사 사이코 패스 덜덜해... 인터스텔라에서의 흑화가 이해가 되는....
그리고 음악이 저 아래에 충달님이 알려주신 데이비보위의 "Space Oddity" 같은 절대적 외로움을 상징하는 장치는 없이 유쾌한 아바의 노래가 나와서 심하게 낙천적인 영화에요.
15/11/02 21:42
본문 글에 굉장히 동감이 되면서도 반대로 저에겐 아주 꿀잼으로 느껴진 이유가 그런 음식을 매일 먹으면 미쳐버리겠지만 아주 가끔 먹는것 또한 뿌듯함을 주는 재미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마션이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본문과 윗 댓글 달아주신 분들과 같이 저도 똑같이 박진감은 덜했지만 그게 어설픈 연출에서 오는 덜함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의도된 연출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박진감의 수준이 재미와 비례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영화 보면서 '이 친구들 의견 충돌하나 없이 완전 일사천리네 크크. 위기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해피해피하잖아? 신뢰만 하지말고 가끔은 아니다 싶으면 거절도 한 번쯤 해보라구.' 하는 생각 저도 들었는데 그럼에도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낙천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반전아닌 반전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져셔 웃기기도 하고요. 대놓고 막장에 막장을 달리는 드라마처럼 대놓고 낙천에 낙천을 달리는 영화를 보는 특별함이 좋았습니다.
15/11/02 22:23
긍정긍정열매를 먹은것까지는 이해하더라도 중국이 튀어나오면서 위아더월드를 외칠때 마지막 동아줄까지 놓친 기분이었습니다. "뭐야 그냥 이거 SF가 아니라 판타지였잖아"라는 말을 삼키며 드는 생각은, 마치 마션은 뷔페 같다고 할까요. 휘황찬란한데 진짜 음식이 없는 느낌.
그래서인지 그래비티가 생각났습니다. 상대적으로 차린건 없지만 담백한 맛이 나는, 그리고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먹을때면 뭔가 재료의 맛도 살아 있고 조리 과정도 꽤나 짐작 해볼 만하고 요리사 입장도 느끼고 생각하게 되던 그런 영화 말이죠. 마션은 왓챠에서 많이 줘야 삼점이었네요.
15/11/02 22:54
마션 영화에 빠져 허우적대던 제가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중국 부분이었는데,
원작소설을 읽으면 깔끔하게 해결됩니다. 헐리우드가 원작을 망쳐도 그렇게 망칠 수가 없습니다. (정 반대의 그림으로 그려놨습니다.ㅠㅠ)
15/11/03 19:06
어 이 영화가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요? 혹시 원작소설 이름하고 작가가 뭔가요?
궁금하네요 크크 영화는 되게 재미없게봤는데 소설은 뭔가 소재가 좋아서 재밌을것같네요.(확신할수 없지만..)
15/11/03 01:21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정확히는 관객이 심각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게 하려고 굉장히 노력하더군요. 심지어 어느정도 영화의 퀄리티를 포기해가면서까지 관객의 심각한 감정을 지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영화였습니다. 근데 가장 최근 본 영화가 조선명탐정 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재밌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15/11/03 02:10
저는 원작에서 인도 팀장이 인도 성씨 (카푸르)의 흑인으로 바뀌고, 한국인인 소심한 민디 박이 금발 백인녀로, 그리고 베트남인인 브루스 응이 중국인으로 그려진게 거슬렸고요,.. 감독이 국적확인에 좀 게을렀던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화성풍경에서 주위 바위산들이 온통 하나도 안빠지고 몽땅 퇴적암이었던 것이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물론 희박한 대기 때문에 거센 모래폭풍 자체도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저자가 사전에 인정했기 때문에 이건 그냥 넘어가자라고 맘먹고 관람에 임했음에도 위의 몇가지가 좀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덕후인 저에게는 완전소중한 영화입니다. 시종일관 하악거리면서 관람내내 흥분을 감출수 없었답니다.
15/11/04 01:21
원작가가 민디 파크를 한국인이라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다른 캐릭터들도 다 마찬가지 입니다. 사람들이 그저 패밀리네임으로 국적을 추정할 뿐이예요.) 하지만 나중에 작가에게 국적관련해서 사람들이 따로 물어볼때 분명히 민디박은 한국계로 설정했었다고 확인해줬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15/11/03 10:48
나이가 들었는지 그냥 이런 낙천적인 영화가 좋아지고 해피엔딩이 아닌 영화는 보기 힘들어요 왜 이러죠 복수의 나의것을 보고 흥분감에 일주일간 가슴이 뛰었던 때가 잇었는데....정말 삼시세끼 보는 기분이란 표현이 딱인 영화였습니다 중국이 위아더월드를 외칠땐 그냥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거구나 이 영화에 심각해질 생각은 버려 라고 말하는거 같아 그냥 버리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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