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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02 09:20:00
Name RnR
Subject [일반] 이직후 한달 그리고 멘탈붕괴
흔하디 흔한 30대 직장인 입니다

얼마전 약 5년간의 첫 직장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이직을 하려했던 이유는 뭐 다들 수천가지씩 있겠지만

낮은 연봉, 그리고 5년간 같은 entry level의 일만 하다 보니까
장기적인 직장생활을 하기에 전혀 발전이 없어 도태될까 두려웠습니다
5년간의 직장생활은 매우 평온했습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였기에 특별히 사건 사고가 터지지도 않았고
사람들도 두루 친했습니다

물론 이직할때 이만큼 편한 회사가 없을 줄 알았습니다
고생하기로 각오했습니다

작은회사지만 급성장하고 있는 회사
그 속에서 뭔가 맡은 일을 늘리면서 업무 역량도 늘리고
ERP 세팅을 시작하는 회사라 힘은 들겠지만 기초 작업부터 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SAP사용 경력자 우대라길래 당연히 SAP 기초 세팅을 하는 줄 알았던 회사는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회사 ERP세팅 담당자들은 회계업무에 기초 지식도 전무합니다
매월 마감은 엑셀파일로 합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했던 ERP 세팅작업은 진척없이 계속 미뤄지기만 하고
이번달도 엑셀로 마감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전임자가 없어서 인수인계도 없고 인수인계 자료도 없어 하나하나 맨땅에 해딩하는것도 보통 일이 아니네요

일이 밀려서 하는 야근이 아닌 답도 없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해결책도 없는 ERP를 붙잡고 야근하고
엑셀 수작업으로 월말에는 마감하고
부서장은 ERP 작업이 안끝난다고 쪼으고

직장생활 쉽게 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전 직장이 편했어서 멘탈이 약해져서 이런거 하나 못버티는 건지

지난 주말에는 금요일 거의 자정이 다되도록 야근을 끝내고
친구들이 있는 술자리에 겨우 도달했더니 다들 만취해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술만 벌컥벌컥 마시고

토요일 일요일을 집에 누워서 월요일을 두려워 하고 있다가
오늘 출근했네요

아 이거 참 잘못 낀 단추면 빨리 풀러내고 새로 시작해야 되는데
이 어려운 시기에 내발로 나가면 새로 취업하기까지의 고통도
지금 여기서 받는 고통보다도 심할텐데
그렇다고 연말이 다가오고 ERP세팅, 엑셀 마감, 그리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연마감

한주의 시작이 너무 두려워서 집에서 부인에게도 말 못하고
친구에게도 말 못하는 이야기를 익명이라는 벽에 기대어 한글 남깁니다

나약한 놈이라고 욕도 좀 해주고
나도 그런적 있었다고 위로도 좀 해주세요
갈곳을 모르는 위기의 30대 남자는 어디로 가야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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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02 09:22
수정 아이콘
남는 시간을 자기 개발에 신경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위기를 이겨내면서 성장하는 경우가 많은거 같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힘들때 오히려 더 스트레스는 받아도 실력이 많이 늘었던거 같고요.
어떻게든 힘든 시기는 넘어갑니다. 힘내세요.
15/11/02 09:33
수정 아이콘
아침에 위로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구국의 창조경제
15/11/02 09:24
수정 아이콘
분명히 가시적인 이점이 있기에 이직하셨을겁니다, 일단 그것만 바라보면서 버티시면 적응되지 않을까요.
15/11/02 09:33
수정 아이콘
적응하면 될 거 같은데 적응이 힘드네요
CathedralWolf
15/11/02 09:29
수정 아이콘
어 음....................................................................진짜 동종업계 사람으로 느끼는건데 진짜 문제네요.
회사규모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고 어떤 프로그램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영림원이라든가, 반석이라든가, 더존이라든가........프로그램의 수준도 안된다면 그건 진짜 답이 없을텐뎅.....;;;;;

어떻게 하셔야할지 구체적으로 답은 드리기 어렵습니다만, 그 회사는 아마 그렇게 갈거에요.........
외감규모가 아니면 그 이상되면서 털릴거고, 외감규모 넘으셨으면 아마 상장이란 꿈을 꾸다가 털릴거같네요;;
15/11/02 09:39
수정 아이콘
외감대상 된지 올해로 2년차이고
회계프로그램의 수준은 참담합니다
회계담당자가 단수조정이 뭔지? 환차손이 뭔지도 모릅니다

아 진짜 이 회계 프로그램은 답이 전혀 없네요
15/11/02 09:49
수정 아이콘
여쭤보고 싶은게
업무 영역이 ERP IT SYSTEM 관리이신건가요?

더존 수준도 안 되는 ERP/회계프로그램 을 쓰는 회사에서
IT SYSTEM 관리가 필요할리도 없을텐데요.

세상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회사가 많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만,
계신곳 현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15/11/02 09:52
수정 아이콘
회계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IT system 관리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구요
ERP IT 분야까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회계 일 하는데 도저히 이 ERP 프로그램으로는 단순한 북키핑을 할수가 없어서 그렇네요
15/11/02 10:49
수정 아이콘
회계팀으로 이직하신 모양이네요.

매뉴얼(수기)로 북키핑 하는 회사는 한국에 많이 있습니다.
저도 감사 나간 회사 중에 그런 회사들 많이 봤구요.

매뉴얼이라서 힘든게 아니고
회사에 회계 전반에 대한 프로세스가 없어서 힘드신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회계팀에 몇 분이 근무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생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힘 내세요 ㅠ_ㅠ

첨언) ERP 세팅을 진짜로, 진심으로 하고 있는 회사라면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용역도 진행할거고,
그거 외에도 이것 저것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있을거고
시간 지나시면 점점 나아지실겁니다.

너무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CathedralWolf
15/11/02 10:35
수정 아이콘
뭔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지만 어 음 망했네요.
포켓토이
15/11/02 09:29
수정 아이콘
제 직장 생활의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회사를 옮길 때는 그 회사가 한창 성장세던가 아니면
사업확장을 위해 크게 조직을 키웠던가 하는 이유로 동시에 여러명을 뽑을때 가야 하더군요.
1명 뽑는데 가면.. 개피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대개 그런 식으로 1명씩 구한다는건
높은 확률로 누군가의 땜빵이라는건데 그건 그 전임자가 나갈만한 이유가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건 헤드헌팅으로 사람 뽑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더군요.
뭐 아주 특별한 경력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면 모를까..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헤드헌터까지 써서 자리를 채우려고 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자리가 이직률이 높고 힘든 자리일 것을 의미한다고 보입니다.
뭐 이미 옮기셨으니 어떻하겠습니까.. 아직 한달밖에 안되셨으면 빨리 새로운 자리를
알아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더 질질 끌면 이력서 관리가 실패할테니까요..
FlowerKei
15/11/02 11:28
수정 아이콘
공감이 갑니다. 열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 경력직 1자리 뽑는다고 해서 좋다고 갔는데 현실은 포켓토이님 말씀하신 것과 같더라고요..
결국 나와서 지금은 공무원 준비합니다;
하도 데여서 이젠 마음 편한게 최고란 생각 뿐이네요..
외국어의 달인
15/11/02 09:38
수정 아이콘
답안나오는 일때문에 출근이 두렵다는것에 감정이입이 되네요...직장을 다니면서 와이프몰래 이직을 다시 준비하시는 건 어떨까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여자친구
15/11/02 09:44
수정 아이콘
결국 그런 문제 공론화하고 끈질기게 물고늘어져서 어느정도 위기감과 공감대형성을 하지않는다면 결국 독박쓰시고 스트레스로 자진퇴사할지도 모릅니다... ㅠ
15/11/02 09:45
수정 아이콘
저만 월요일이 두려운 게 아니네요.

저는 실수에 실수가 누적되어서 도저히 수습이 안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사직서 던지면서 책임을 지려고 해도 당장 생계가 두려워지기도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네요 ㅠㅠ
연승악동
15/11/02 09:56
수정 아이콘
할수 있는 것과 안 되는 것의 선을 정확히 해야 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지나면 다 본인 탓 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ㅠㅜ
지금은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하는 편이 되었습니다.
이브나
15/11/02 10:01
수정 아이콘
늑대 피해 호랑이 만나신 꼴이 되었네요.
지금 직장 초창기에 저도 월요일이 두려웠습니다.
이직한 첫 날 막말을 들을만큼 팀장님이 보통 성격이 아니었거든요.
정말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찌어찌 버텨오니 팀장이 사고치고 그만뒀습니다(만세)
팀장이 지난달에 퇴사하고 새 팀장님이 오시는데 앞으로도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인수인계라고 준건 수만장의 하드카피 전표와 파일철 뿐...
자기 컴퓨터 포멧하고 나간 사람이라 새 팀장님이 오면 멘붕올 것 같네요.
15/11/02 10:14
수정 아이콘
저도 같은 이유로 이직을 고민 중 입니다.
화이팅입니다.
RedDragon
15/11/02 10:21
수정 아이콘
으어... 참 힘드시겠네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다 지나갈 일입니다.
빠니쏭
15/11/02 10:24
수정 아이콘
와 SAP그 빌어먹을 프로그램.. 덜덜덜..
SAP도입해서 일이 더 늘었는데 윗사람들이 관리하기에는 좋아보이더군요.
루크레티아
15/11/02 10:36
수정 아이콘
저도 이직해서 지난 달 1일부터 출근하고 오늘 딱 한 달째 출근이네요.
업계에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인이 박히도록 듣고, 아는 형이자 선임자인 사람이 이제까지 잘했으니 이직해서도 잘 할거다 하면서 꼬셔서 왔는데, 팀장에게 무슨 약을 팔아놨는지 팀장이 제게 거는 기대치가 장난이 아니라 한 달 내내 쪼임 받고 살아서 스트레스 좀 받았네요. 올 해 안으로는 성과치를 보여줘야 앞으로가 편할텐데 걱정도 되고 의욕도 좀 나긴 합니다.

힘내시길 빕니다.
진리는태연
15/11/02 11:39
수정 아이콘
일은 다르지만 공감되네요. 이직한지 7개월차 주말 쉬어도 불안하고 월요일이 정말 힘들고 그러네요. 전직장이 편하고 좋았는데 네임밸류 회사 가고 싶어서 왔는데 요새 느끼는건 회사는 어디나 똑같고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최고다라는겁니다. 애아빠라 이직도 쉽지않고. 다른 곳 찾고 있기는한데 참 고민되고 그럽니다.
맘대로살리
15/11/02 12:41
수정 아이콘
아...sap...
프로젝트 시작하면 무조건 PM이 챙기는 것에 정확하게 모두 움직여 줘야지, 뒷말나오기 시작하면....
고생하시는군요..힘내세요!!

여담으로 제가 예전에 오라클 셋업 PI로 들어가봤고, 이번 회사에서 SAP셋업중인데 공통으로 느낀 사항은 전형적인 한국의 회사라면,

1. 최소의 셋팅인원은 1.5배. 원래는 2배지만 안뽑아주니깐...-_-
2. 예산은 생각한 금액의 1.8배. 항상 윗선의 요구사항이 늘어나 갑니다..
3. 기간은 무조건 2배. 기간을 정확히 지키려면 2배의 예산이 필요. 원래는 2.5배지만 0.5는 네고-_-한다고 치고..

뭐 그렇습니다(...)
무쓸모
15/11/02 12:43
수정 아이콘
힘드시겠지만... 토,일요일 쉬셨다니... 주5일제인가요? 부럽습니다.
15/11/02 16:29
수정 아이콘
5시반에 퇴근하는 직장에 다니다가 5년차되고 대리1년차로 이직한지 이제 3년이 다 되어가네요.
전 직장에서도, 이 직장에서도 일 때문에 바빠서 쩔쩔매본적이 없습니다.... 쿨럭
뭐 일이 없는건 아니라서 좀 몰릴 때는 야근도 하고 주말출근도 하고 그렇습니다만.
힘내세요. 다니다보면 또 꿀직장에 얻어걸리실 수 있습니다.
15/11/02 17:57
수정 아이콘
31일부로 퇴사하고 글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직종은 다르지만 게임 개발쪽에 있는데 전 이직하려는곳이 스타트업이라 좀 걱정되네요. RnR 님도 저도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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