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aura입니다.
생각보다 1편 반응이 개인적으로 폭발적이어서, 뭔가 부담도 되지만 더욱 더 재밌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이번 편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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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막걸리 잔이 부딪힌다. 그대로 잔을 입으로 가져와 꿀꺽꿀꺽 막걸리를 삼켜 넘겼다.
“크아, 이 맛이야!”
내 앞의 반듯한 외모의 녀석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게걸스럽게 전 하나를 집어 먹는다.
“함주찬 네가 웬일이냐? 술을 다 먹자고하고.”
맨날 운동한다면서 술은 뒷전이던 녀석이 먼저 술을 먹자고 하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역시 비 내리는 날에는 막걸리에 전이지!”
주찬이는 빙그레 웃으며, 비워진 자신의 잔에 막걸리를 한 사발 가득 채웠다. 역시 수상하단 말이야. 얘가 그렇게 감상에 젖는 성격도 아니고, 비 온다고 막걸리를 마셔?
“너 무슨 일 있냐?”
“이 젊은 나이에 일은 무슨.”
나의 의심스런 눈초리에 녀석은 피식 웃으며, 다시 한 번 막걸리를 쭉 들이킨다. 역시 이상하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지도 않는 녀석이 30분도 안되어서 막걸리 다섯 잔을 마셨다.
“뭐 별일 없으면 됐고. 이야 주찬아 네 덕분에 아주 학교 수업 끝나자마자 술판이구나.”
나는 금세 의심을 거두며, 녀석에게 익살스런 표정으로 장난을 걸었다.
“어이쿠, 이거 미안하게 됐수다? 이왕 벌인 술판 한잔하시죠?”
녀석은 내 장난에 막걸리 주전자를 들이밀며 응수한다. 나는 그 술을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 뭐 함주찬 이 녀석과는 새내기 때부터 떨어지지 않고 지낸 친구인 만큼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사내들끼리 군대 가서 편지를 주고받았을 정도였다.
장난으로 장군하면 멍군하고 받는 것이 우리 사이의 흔한 패턴이었다.
“그나저나 좋긴 좋네.”
“그러게.”
확실히 비오는 날에 친한 친구와 막걸리에 전 한 상하는 것은 운치 있고, 달콤한 일상 중에 하나다.
나는 떨어지는 빗물을 보며, 감상에 잠겼다. 엊그제 신입생이었던 것 같은데...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일들이 영사기에 담긴 영상처럼 슥 지나간다. 그리고, 지금은 벌써 4학년이다.
“시간 참 빠르지 않냐?”
감상에 잠긴 나를 주찬이 녀석이 깨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씩 웃어 보인다.
“그러네. 벌써 4학년이라니.”
“이제 우리 취업 준비 열심히 해야겠네?”
평소였으면, 앞으로 다가올 아니 이미 코앞으로 바짝 다가온 취업 생각에 걱정이 앞섰겠지만, 저렇게 웃고 있는 주찬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장난부터 치고 싶어진다.
“에이, 망할 놈의 세상! 주모 여기 막걸리 하나 더!”
나는 술집 사장에게는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상을 뒤엎는 시늉을 한다. 내 모습에 주찬이는 키득거리며, 엉거주춤 일어나 나를 말린다.
“푸하하.”
서로를 마주보며 웃음에 젖어든다.
“현우야.”
“응?”
그렇게 즐거운 술자리가 한창일 무렵 녀석이 나긋이 내 이름을 불렀다. 왠지 모를 이질적인 기분에 고개를 들어 녀석의 눈을 쳐다봤다. 뭐랄까, 갑자기 목소리 톤이 사뭇 진지해졌다.
“아 이번학기 끝나고 봉사활동하려고.”
이 녀석 벌써 취했나? 봉사활동 하는 것 가지고 왜 이렇게 무게를 잡아?
“좀 멀리 간다. 아프리카로 1년.”
녀석의 말에 피식하며 술잔을 들어 올리던 손을 멈췄다.
“뭐라고?”
“아프리카로 1년 봉사활동 간다고.”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귀를 후빈다. 지금 내가 잘못들은 게 아니지? 갑작스런 녀석의 말에 조금 당황스럽다.
“왜?” 봉사활동을 가면, 1년이나 주찬이 녀석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나는 아쉬움을 가득 담아 반문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이기적인 놈이지 않냐.”
“그렇지. 천하에 너 만큼 나쁜 놈도 없지. 특히 여자한테!”
뭐 장난이긴 하지만, 없는 말도 아니다. 주찬이는 꽤 잘생겼고, 생긴 만큼 여자도 꽤나 울렸으니까. 나만큼 녀석의 여자 이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 나쁜 놈아. 친구가 되가지고, 이럴 땐 ‘아니야 너만큼 착한 사람도 없어’라고 없는 소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주찬이는 말을 하며 피식 웃었다.
“어쨌든 그래서 길게 장기 봉사하면서 이것저것 생각해보려고.”
나는 순간 웃고 있는 녀석의 표정에서 결연한 의지를 읽어냈다. 어떻게 해도 녀석은 갈 생각인 거다. 물론 1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녀석을 못 보는 것은 아쉽지만, 이왕 가는 거 나라도 응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잘 갔다 와라. 가서 많이 배우고 와.”
“고맙다. 사실 그래서 이제 너랑 술도 자주 좀 마시려고. 이번 학기만큼은. 어쩐지 그리워질 것 같아서.”
자식. 무슨 군대 다시 가는 사람 마냥 징그럽긴.
“이번 학기 끝나 고면, 아직 볼 날 지겹게 남았네. 술이나 마셔.”
“그래. 짠!”
서로의 잔을 채우고 다시 한 번 건배한다. 근래 먹은 술중에 가장 달고, 맛있다.
“야 현우야 근데.”
“?”
“여자친구 안 사귀냐?”
푸웁! 아니 오늘 만나는 사람들마다 왜 이래?
“만나고 싶어도 여자가 없다. 없어!”
“아직도 걔 때문에 그러냐? 이제 잊고 그냥 다른 여자 좀 만나라.”
“자식 오지랖은. 걔 때문은 무슨, 그냥 마땅한 여자가 없는 거거든?”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냥 이러다가 우리 현우 총각 귀신 될까봐 물어봤다.”
아니 얘는 다 알면서 일부러 이러는 건가. 그러니까 총각 아니라고!
오늘 술 맛 좋다는 거 취소다. 취소!
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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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에는 또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겠네요.
1, 2편은 앞으로 벌어질 스토리에 대한 개괄 정도여서 조금 루즈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뒷 편을 좀 더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