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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08 13:11:09 |
Name |
edelweis_s |
Subject |
[픽션] 빙화(氷花) 7 |
빙화(氷花)
-빙화라……. 척 보기에도 뭔가가 풍기는군. 하지만 내게는 안 돼.
“길고 짧음은… 대봐야 아는 것 아닌가?”
서지훈은 도병(刀柄)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본래 부족한 무예라도 그 것을 숨길 줄 아는 것은, 장성한 무예로 용맹을 떨치는 것 보다 배는 어려운 일. 지금 앞에 서 있는 풍무공자(風武公子-이윤열)라는 자는 자기의 실력을 완벽히 감춰, 겉으로 보기엔 유약하나 그 내면을 보면 한 없이 강할 인물이었다. 다행히도 사용하는 병기(兵器)가 같아 상대하기가 한결 쉽다는 건 행운이었다. 물론 그건 적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물론 대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
“때로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길고 짧음이라네.”
말을 쏟아내는 그의 입술이 묘하게 뒤틀려 냉소(冷笑)를 띤다. 눈은 나긋하게 웃고 있는 듯하지만 웃음 뒤로 스쳐 지나가는 살기(殺氣)에 형언 할 수 없는 중압감이 느껴진다. 서지훈이 도병을 양손으로 움켜쥔 채 칼을 오른쪽 어깨 쪽으로 대었다. 팔상(八象)의 자세이다. 이윤열은 그런 서지훈의 모습을 보고 양팔을 늘어뜨린다. 칼끝이 땅을 향하는 하단(下端)의 자세다.
“…….”
“…….”
갑자기 서지훈의 얼굴이 핼쓱하게 질렸다. 없다. 이윤열과 함께 왔던 규리어수류(叫利御獸流) 50명의 무사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자신을 뛰어넘는 강자 이윤열에게 너무 집중하다보니, 그들이 지나친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
지오장에는 능비강과 마재윤. 스승님과 재윤이까지 있으니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이제야 알아챘나. 얼굴색이 질렸군.”
“…….”
“무인은 필시 주위를 경계하는 법. 아직 서투르군.”
상수가 하수를 깔보는 듯한 말투. 서지훈은 이윤열의 말에 이를 갈았다.
“상관없다.”
“……?”
“다만, 내가 널 빨리 이겨야 하는 이유가 늘었을 뿐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지훈의 빙화(氷花-서지훈의 애도)가 빠른 속도로 이윤열의 목을 향해 짓쳐들었다. 그 빠르기가 실로 워낙 빨라 벌건 대낮이었지만 번쩍이는 한줄기 섬광(閃光)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이윤열도 그 못지않게 재빨랐다. 고개를 숙이며 공격을 피하고 몸을 튕기며 서지훈의 가슴팍으로 치고 들었다. 챙! 불꽃이 튀며 둘의 도가 서로 부딪혔다. 둘이 날카로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서지훈은 가슴팍에서 치고 오는 이윤열을 찍어 누르고, 이윤열은 내리치는 서지훈의 공격을 밀어 올렸다. 도신이 서로 갈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둘의 힘겨루기는 수이 끝나지 않아 한참동안 밀고 당기더니만, 역시 찍어 누르는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이윤열이 먼저 떨어졌다.
“이거 대단한데.”
“…….”
짧은 말에 서지훈은 응수하지도 않았건만 다시 싸움이 시작 되었다. 사방팔방으로 치고 들어오는 상대의 공격을 시야로 일일이 확인해 막을 수는 없다. 소리와 공기를 느껴 감으로 막고 감으로 공격하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 되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몸을 완전히 반쪽 내버릴 듯 이윤열의 공격이 서지훈을 덮쳤다. 빙화를 이마위로 들어 간신히 막아낸다. 머리 위의 도를 튕겨내고 기세를 몰아 이윤열의 어깨를 쳤다. 이윤열은 몸을 홱 틀어서 공격을 피한 후 도를 휘둘러 빙화의 앞길을 막아섰다. 둘의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살기 품은 현란한 손놀림에 부딪힌 서로의 병기가 어찌 이렇게 맑은 소리를 내나. 그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맑은 검명(劍鳴)이 울렸다. 둘은 그렇게 한참이나 더 싸우더니 서로 뒤로 물러났다. 하아. 하아. 둘 모두 숨을 몰아쉰다. 그만큼 전투가 격렬했으니. 몸은 이미 지쳐 힘이 빠졌지만은 눈빛은 여전히 형형(炯炯)하다.
“이제 이 일합(一合)으로 승부를 겨루자.”
이윤열의 먼저 입을 열었다.
“나쁠 것 없지.”
서지훈도 대답한다. 서로에게 한 번의 공격만 허락 된다. 그 것으로 상대를 베지 못하면 자기가 베인다. 일격필살(一擊必殺). 이제야 진짜 길고 짧음을 대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서지훈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 시켰다. 지오장을 나와 첫 번 째로 벌인, 아니 생에 첫 번째의 진검승부. 규리어수류의 천재 무사 이윤열의 소문은 지오장에서도 익히 들었다. 그러나 여태껏 그에게 한 합도 밀리지 않고 침착하게 잘 싸워왔다. 충분히 승산은 있다.
“…….”
“…….”
찰나의 순간, 둘이 눈빛을 주고받는 듯 하더니만 어느새 도를 쥐고 상대에게 달려든다. 그 기세가 실로 호랑이와 용과 같아 용맹이 하늘을 찌를 듯 했으며,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도 없었다. 서지훈은 앞을 바라보았다. 이윤열은 검을 수평하게 들어 어깨 뒤로 한껏 제치고 있었다. 찌르기인가. 그러고 보니 이윤열의 공세가 왠지 익숙하다.
“……!”
순간 서지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길 수 있다. 이윤열의 공격은 강민이 떠나던 날 그가 자기에게 했던 필살의 찌르기 공격과 같다. 비록 쓰는 병기가 다르다 하나 그 자세가 비슷하니 당연히 허점도 비슷했다. 바로 병기를 쥔 쪽의 반대 편 허리. 그 곳이 약점이다. 재빠르게 발을 놀리며 몸을 굽혔다. 이제 허리를 베기만 하면 된다. 예전에는 수련이 부족해 일을 그르쳤지만, 이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진 않는다. 이겼다. 내가 이겼다!
******
네. 7화가 끝을 맺었습니다. 본래 삼면에서의 전투를 다룰 셈이었으나
전투 묘사를 꽤나 장황하게 하는 버릇이 생겼는지-_- 이윤열 대 서지훈의 대결만이
쓰여지게 되었습니다. 다음 화에서야말로 이윤열과 서지훈의 승패가 가려지며
강민 대 이병민의 대결. 이재훈과 마재윤의 2: 50 혈투가 벌어질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십쇼 ^^;;;
그런데 이거 스토리가 너무 커지는 듯 해서 어떻게 끝을 맺을까 걱정입니다.
미리 생각해 놓은 것도 없고 그냥 즉흥적으로 생각해서 쓰는 건데.
원래는 한 5화 정도에서 끝을 낼 했건만 -_-;; 오늘부터라도 결말을 생각 해
놔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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