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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6/25 15: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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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연재]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問錄 [외전 Part II, III]



   Reconquista 외전 Part II - 사라와 리치아(Sarah & Richia) -

   * 리치아는 비타넷의 Nal_ch님의 까메오출연입니다.
  

  
   - 始 -


   차디 찬, 싸늘한, 어두컴컴한 우주의 광활한 공간을 유유히 흘러가는 드랍쉽 세대. 코프룰루 섹터의 행성 마 사라(Mar Sarah)에서 섹터의 수도행성 타르소니스(Tarthonith)로 가고 있었다.

   “엄마, 꼭 가야하는 거예요?”

   칠흑빛 검은 머리가 인상적인 소녀 하나가 있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그 생머리는 허리께까지 내려와 그녀의 등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는데서 자못 이국적인 색채가 풍겼다. 그 소녀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칠흑빛 검은 단발머리의 한 여인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리치아, 매년마다 가는 건데 왜 이번에는 그렇게 유난을 떠니?”
   하지만 그 소녀는 얼굴에 막연한 불안감이 서려있었다.

   “예감이 안 좋아요. 꼭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아요.”

   자그시 입술을 깨무는 그녀에게서 가족들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 序 -

  
   리치아 기르지아 나르치(Richia Girgia Nal_ch). 마 사라에서 손꼽히는 명문인 나르치 일족(Nal_ch 一族)의 한 사람이었다.

   사라 요하네스 캐리건(Sarah Johannes Kerrigan). 코프룰루 섹터에서 손꼽히는 여자 군인이었다.

   이 둘은 얼핏 아무런 인연의 실마리조차 없을 것 같았으나, 저그(Zerg)와 멩스크(Mengsk)라는 두 개의 매개체로 인하여 인연이 이어졌다.


   인연의 발단은 드랍쉽 세대 중 두 대가 저그의 자폭생명체인 스콜지에 격추되었을 때였다. 레이더에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무섭게 따라온다는 보고에 뒤이어 불과 몇 분 만에 드랍쉽 두 대가 우주공간에서 문자 그대로 먼지하나 남기지 않은 채로 산화되었다. 다행히 리치아와 그의 가족들은 다른 드랍쉽에 타고 있었기에 무사했으나, 다른 일족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 광경을 본 리치아와 그녀의 가족은 놀라고 황망하기 그지없어 아무 말조차 하지 못한 채 굳어있었다.

   “저것들이 주변에 또 있을지 모르니 근방의 혹성에 긴급 이륙합니다. 모두 벨트 꼭 메세요!”

   파일럿 맥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드랍쉽은 무척 강렬한 기세로 이름 모를 혹성으로 급박하게 움직여갔다. 허나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1급 경보.

  [[ 경보입니다. 코랄의 아들로 추정되는 레이스편대가 주변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

   “뭐, 뭐라고? 하필 이럴 때에······!”

   파일럿 맥은 입술을 이빨로 꾹 깨물었다.

   “아니지, 저들이 민간인이 탑승하고 있는 드랍쉽을 공격하지는 않겠지, 우선 저들에게 구원을 요청해야겠다.”

   맥은 다급하게 조난메시지를 그 레이스편대로 흘렸지만 저들에게서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다급한 상황에 실수를 한 것이라 판단한 맥이 다시 한 번 구원요청의 메시지를 보내려는 순간······.



   - 1장 -

  
   리치아가 눈을 떠보니 커다란 방이었다. 그 방은 싸늘한 메탈로 둘러싸여있었다. 주위를 계속 훑어보니 조그마한 창문들이 여러 개 있는데 창문에 비치는 풍광이 시커먼 것을 보아, 리치아가 있는 곳은 우주선이었다. 하지만 아까의 그 드랍쉽과 너무 다른 모습이기에 리치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여, 여기가 어디지? 혹시 내가 죽은 것은······?”

   “아니지.”

   갑자기 들려오는 한 여자의 목소리. 리치아는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한 여전사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리치아는 순간적으로 낯선 분위기와 낯선 사람에 대해 경계심을 품으며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그 여전사는 차분한 말투로 리치아의 경계심을 건들이지 않았다.

   “나는 캐리건(Kerrigan)이라는 군인이야. 네가 우주복을 입고 우주공간에 떠돌아다니기에 내가 구했어. 내가 조금이라도 늦게 발견했으면 너는 산소부족으로 죽었을 거야.”

   “네? 그럼 엄마하고 아빠는요? 맥은요?”

   캐리건이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으나, 리치아에겐 직설적으로 들려왔다. 지금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감이지만 내가 널 발견했을 땐, 너밖에 없었어. 미안하구나.”

   캐리건이 리치아의 예상을 확신시켜주자, 소녀의 눈이 촉촉해졌다. 애써 울음을 참으려는 리치아의 행동을 캐리건이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는지,

   “내가 널 어떻게 위로해 줘야할지 모르겠다. 그래, 실컷 울어······.”

   소녀는 더 이상 울음을 참지 못하고 캐리건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캐리건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그래······. 울어······. 실컷 울어······.”

   한동안 울던 리치아는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캐리건은 그런 리치아를 깨지 않게 천천히 침대위에 눕혀놓고 사뿐히 방을 빠져나왔다. 방을 빠져나온 캐리건의 얼굴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비참하고, 슬픈 표정이·······.


   잠에서 깨어난 리치아는 또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꿈에서 엄마와 아빠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꿈에서 깨어나니 아까의 그 냉혹한 현실이 몸에 와 닿았고, 그 차가움에 너무 아파서 울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동안 울어댄 리치아는, 이제 눈물조차 말랐는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훌쩍이는 것도 없어졌다. 여성 특유의 그 냉혹한 현실에 대한 자기보호본능이 소녀인 리치아에게 발동되었다.  

   ‘우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하게 정리해둘 필요가 있어.’

   리치아는 자신이 기억나는 모든 조각들을 맞추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분명히 드랍쉽 세대 중에 두 대가 이상한 생물체에 처박히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남은 우리의 드랍쉽. 파일럿 맥이 비상착륙을 한다고 했었어. 거기까지는 기억이 난다.’

   계속되는 그녀의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과 추리력. 두 눈은 무척이나 날카롭게 빛나 제3자의 접근조차 불허했다.

   ‘그 다음이 어찌되었더라. 그래. 경보메시지까지는 기억이 난다. 멩스크의 레이스편대가 주위를 지나간다고 했어. 그렇다는 것은?’

   거기까지 생각을 한 리치아는 갑자기 두 주먹을 꽉 지더니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들이 우리를 구했다면 마땅히 나의 가족과 맥이 무사했어야 했어. 그렇다는 것은?’


   - 2장 -


   “멩스크, 꼭 이래야만 했나요?”

   비참하고 슬픈 표정의 캐리건은 멩스크에게 따지듯 물었다.

   “캐리건,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드랍쉽이 연합군의 밀정일거라는 생각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은 분명히 구원요청을 해왔어요! 아무리 적이라지만 저들이 민간인이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죠?”

   비참한 표정은 분노의 표정으로, 슬픈 표정은 격양된 표정으로 바뀌며 얼굴이 새빨갛게 상기된 캐리건은 멩스크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멩스크. 처음부터 당신에게 인정머리 하나도 없는 냉혹한 사람이란 걸 알았지만, 이건 너무한 처사였습니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서 이런 짓을······.”

   이에 멩스크의 얼굴이 갑자기 바뀌면서 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한 대 후려쳤다.

   “닥쳐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더 이상 그 입 함부로 놀렸다가는 내 너를 군법을 어긴 죄로 엄히 다스리겠다.”

   둘 사이에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분노의 공기가 감돌았고, 캐리건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를 쬐려보다가 훌쩍 나가버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본 멩스크는 혀를 찼다.



   - 3장 -  

  
   “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리치아는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래. 우리는 짐승이야. 미안하다.”

   어디서 갑자기 누군가가 등장하여 리치아의 말에 담담히 응수를 하는데, 리치아는 그 말을 한 주체가 캐리건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눈에 광기가 돌면서

   “다, 당신! 말 좀 해봐! 사정을 말해봐!”

   재빠르게 다가와 캐리건의 멱살을 잡고 광란의 눈빛에 사로잡혀 그 분노의 극한이 어디까지인가를 도무지 알 수 없는 리치아. 캐리건은 조용히 두 손으로 자신의 멱살을 쥐고 있는 리치아의 두 손을 살포시 잡으며,  

   “진정해.”

   침착한 캐리건의 행동에 리치아도 극한의 흥분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은 듯, 두 손을 놓았으나, 그 말투는 무척이나 날카로워 상대방의 급소를 찌를 것만 같았다.

   “당신 같으면 진정하게 생겼어? 앙?”

   상대방이 비로소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이 되 가는 것을 확인한 캐리건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뜸을 놓았다. 그 잠깐의 침묵이었으나, 리치아의 호흡소리는 포르테시모(Fortissimo)에서 피아니시모(Pianissimo)로 가라앉고 있었다.

   캐리건은 리치아의 호흡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였다. 제 3자가 보기엔 설명일 뿐, 캐리건의 입장에선 변호이며, 리치아의 입장에선 변명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리치아의 숨결은 다시 거칠어져 포르테시모가 되었다.

   “멩, 멩스크라고 했던가요? 이 자를 그냥······!”



   멩스크는 무척이나 암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그 놈들, 저 드랍쉽을 척살할거면 확실히 셋 다 척살할 것이지, 왜 두 대만 제거하여 나보고 이런 짓을 하게 하는가······. 꼬리가 너무 길어.’

   그는 캐리건에게 매몰차게 대했던 것과 다르게 고뇌의 심연 속에 빠져있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가족에 대한 원한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저 꼬맹이를 살려두게 놔둬야 하는가. 애초에 위험한 것은 싹부터 제거해야 함이 옳을 것인즉······.’

   멩스크는 캐리건이 리치아를 구한 것을 묵인했던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야, 저 어린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 캐리건 녀석, 쓸데없는 짓만 골라하여 나를 당혹하게 하는군. 그냥 가만히 놔뒀더라면 이런 고민도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것저것 생각을 하던 멩스크는 또다시 불안감에 휩싸이는 듯 했다.

   ‘역시 위험의 싹은 제거하는 게 좋지 않을까?’



   리치아는 자신의 목숨이 현재 멩스크의 생각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 채 멩스크에 대한 깊은 앙심을 키우고 있었다.

   “아무리 짐 레이너(Jim Raynor)보안관이 탐이 났다지만 어떻게 내 가족을······. 저 멩스크라는 작자를 가만두지 않겠어.”

   서슴없이 위험한 말을 내뱉는 리치아의 흉흉한 기세에 놀란 캐리건은 당장 리치아의 입을 막으며,

   “조용히. 그건 나중에 네가 큰 다음에 하도록 하고 지금은 그저 조용히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해.”

   “······”


   - 4장 -
    
   드랍쉽 세대가 마 사라에서 타르소니스로 가고 있다는 것을 저그에게 신호를 보낸 자가 멩스크였다. 멩스크는 오래전부터 마 사라의 여러 장교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뛰어난 전투능력을 잠재하고 있는 레이너와 럭키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을 얻기 위해서 멩스크는 일련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때마침 레이너 소속의 드랍쉽이 민간인을 태우고 타르소니스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멩스크는 그 드랍쉽 세대를 완전히 저그 손에 의해 파괴시킨 후, 레이너의 복수심을 유발, 현재, 저그와 비전투를 원칙으로 삼는 듀크와의 마찰을 유도한 후에, 자신이 그를 구하면서 자신의 부하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저그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두 대만 파괴하는데 그쳤다.  

   멩스크는 세 명의 파일럿 중에 한명의 이름이 맥이라는 것을 알아낸 후에, 그의 이름으로 레이너에게 거짓메시지까지 보내기에 이르렀다. 맥의 이름으로 보낸 메시지는 자신들을 구해낸 것이 멩스크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는데, 훗날 레이너가 자기진영으로 오면 맥은 중상을 입었다가 얼마 전에 죽었다고 거짓말까지 준비를 해놓았다. 헌데 저그가 드랍쉽 두 대만 파괴하면서 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되었다.

   하필 생존한 나머지 한 대의 드랍쉽의 파일럿이 맥이라는 것이 가장 큰 변수였다. 이미 레이너에겐 거짓메시지를 보낸 상태. 그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 레이너는 의심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 때문에 멩스크는 자기의 손으로 그 한 대의 드랍쉽을 부수어 버렸는데,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으니 리치아였다. 멩스크는 그 리치아의 존재 때문에 온갖 고뇌에 빠져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멩스크는 왜 이런 일까지 벌여가면서 레이너를 욕심냈던 것일까? 이미 멩스크에겐 캐리건이라는 무척 능력이 출중한 장교가 있는데 도대체 레이너에게 욕심을 냈던 것일까? 거기에 더욱더 풀리지 않는 의문은, 멩스크는 자신의 야망을 달성한 후에 레이너를 헌신짝처럼 내버렸다는 것이다.

   이 궁금증은 테란의 기인(奇人), 아오조라(Aozora)의 적절한 기록들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 멩스크는 시간 날 때마다 마 사라지역의 여러 장교들을 적절하게 염탐하기를 즐겨하였으니 그 목적은 아마도 인재에 목말랐기 때문이었다. 그에겐 분명히 캐리건이라는 무척 뛰어난 장군이 있음에, 그토록 인재에 목을 맨 이유, 그것이야 말로 그의 야망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눈에 적절한 인재 두 명이 눈에 띄었으니 그 이름은 제임스 레이너(James Raynor)와 에드워드 럭키아이 강(Edward Lucky-Eye Kang). 이 두 명은 마 사라의 여타 다른 장교들과 다른 점은 거의 없었으나 특징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연합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었다.

   멩스크는 그들을 손에 넣기 위해 여러 가지 적절한 계획을 세웠는데, 마침 레이너와 럭키아이의 전투수행능력을 확인할 기회가 생겼다. 마 사라의 바람의 언덕과 블랙 워터 스테이션에서의 저그와의 전투였는데, 그 전투수행과정이 캐리건에 못지않아 멩스크는 그들에게 더더욱 탐을 냈다.

   거기에 레이너와 럭키아이는 듀크와도 갈등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는 멩스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멩스크는 잘만하면 듀크까지 얻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다른 계획을 적절하게 수립, 레이너를 이용하여 듀크까지 자기편으로 만들게 되었다.

   듀크를 손에 얻은 멩스크는,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 캐리건과 레이너를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캐리건을 제거한 후에 멩스크는 레이너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 그를 설득하려 했으나, 캐리건이 저그에게 사로잡히던 중에 아무 대처도 하지 않은 멩스크를 원망한 레이너는 그의 야심작인 이온 캐논을 부셔버리며 그에게 선전포고를 하였다.

   결국 레이너를 제거하지 않으면 위험의 씨가 될 것이라 판단한 멩스크는 적절한 레이스편대를 투입하여 그를 괴멸시키려 했으나, 적절하게 등장한 프로토스에 의해 그의 적절한 레이스편대는 전멸, 레이너는 그들의 리콜이라는 기술에 다른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
]


   - 악투러스 평전(Acturus 評傳) 아오조라(Aozora) 著 中에서 -

  

   - 5장 -


   캐리건은 리치아에게 당부에 당부를 하며 당분간은 조용히 있어달라고 부탁을 한 후에 그녀의 방에서 나갔다.
   혼자 남게 된 리치아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이 엄습해오며 멩스크에 대한 분노감이 사라져버렸다.

   친척이며, 단짝 친구이자, 같이 공부를 하고, 무척이나 정이 많이 들었던 크리스티안 나르치(Christian Nal_ch)를 두 번 다시 못 본다는 것.
   한번은 시험을 망쳐서 집에 못 들어가고 고모네 집에 있었는데, 그런 나를 위로해주던 고모. 그 고모 손에 이끌려 집에 돌아가 어머니에게 혼나지 않았던 기억.
   내가 무척이나 아파서 침대에 누워 있는데, 그 옆에서 한잠도 안주무시며 나를 간호해주시던 어머니.
   티격대격 많이도 싸웠지만, 시험기간 때 이것저것 어드바이스 해주며, 나를 잘 챙겨주던 오빠.

   이젠 없다. 나 혼자다. 이 처량한 공간에 나 혼자다.

  
   불러보면 언제라도 그랬듯이 나타날 것만 같은 가족들, 친척들. 이름을 불러본다. 조용히.

   “엄마. 나 배고파.”

   “아빠, 우리 초밥 먹으러 가자.”

   “오빠······.”

   그렇게 불러보면 어느 새에 웃으시며 나타날 것만 같은 가족들. 하지만 리치아의 말은 차디찬 메탈 빛이 감도는 조그마한 방에 막혀서 다시 되돌아온다.

   10수년간의 그 추억들을 되새겨보며, 여린 그녀는 펑펑 울기 시작한다.

  
   며칠이 지났다. 리치아는 분노의 마음과 슬픔이 뒤죽박죽되어 점점 침울해져만 갔다. 캐리건이 이것저것 이야기해도 그 여린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거나, 행여 무언가 대답을 해야 하는 질문을 맞이하면 최대한 짧게 대답했다.

   리치아의 마음이 닫쳐갈수록, 캐리건의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 6장 -

   그로부터 또 며칠 뒤, 멩스크에게 새로운 손님이 왔다. 그 손님의 이름은 짐 레이너와 럭키아이, 그들은 겉으로는 저그와의 외로운 싸움 중에 듀크로부터 반역자로 낙인 받아 이리저리 사지로 몰려 ‘코랄의 아들’로 귀순을 한 것이지만, 실상 멩스크의 계획에 속아 넘어간 꼴이었다.

   레이너가 리치아와 처음으로 만났던 날. 리치아는 마음이 굳게 닫쳐있고, 레이너는 그 리치아에게 어떤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을 지켜 본 캐리건. 이것이 전부 멩스크의 계획이노라고 하마터면 입에서 나올 뻔 했으나, 꾹 참았다.

   리치아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기 싫었는지 서둘러 나가버리고, 캐리건은 당혹한 레이너에게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기고 리치아를 따라갔다.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흔히 목표가 있으면, 그 최종적인 목적, 그 자체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 있고, 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더 중점을 두는 사람이 있죠. 전자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 하여도······. 하지만 후자는 목적에 도달하는 방법과 그 수단의 단계성을 더 중시하죠. 시작이 좋아야 결과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대게 이런 사람들은 본말전도(本末顚倒), 즉 삼천포로 잘 빠져서 이도저도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죠.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우리 ‘코랄의 아들’은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럼 전 잠시 실례를 하겠습니다.”

   리치아를 따라간 캐리건은 리치아에게 왜 그랬냐고 조심히 물어보았다.

   “왜 그런 무례를 저질렀어?”

   여기에 리치아의 대답은 쌀쌀맞았다.

   “전 저 사람이 싫어요. 저 사람이 드랍쉽만 빌려주지 않았다면······. 저 사람은 살인마에요!”

   이에 캐리건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행여 그녀에게 상처를 입힐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레이너가 너희 가족에게 드랍쉽을 빌려 주었으나, 그건 잘못한 게 아니지. 그게 잘못한 거라면,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타르소니스로 여행을 갔던 너희 일족에겐 잘못이 없니?”  

   이에 리치아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다짜고짜 레이너가 잘못했다고 쏘아붙였다.

   “그래도 레이너는 나빠요! 저그라는 존재를 알고도 무턱대고 드랍쉽을 빌려준 건 나빠요!”

   “휴······. 레이너가 저그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너희 드랍쉽이 타르소니스로 떠나고 나서부터야. 그때부터 레이너는 무척 괴로워했어.”

   “그렇지만······.”

   리치아가 캐리건들에게 잘못했노라고 쏘아붙이면 응당 할 말이 없는 캐리건이지만, 리치아는 그러지 않았다. 그것을 눈치 챈 캐리건은, 짧은 시간이었으나 자신에게 마음을 조금이나마 연 리치아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번은 리치아가 캐리건이 없을 때, 조용히 레이너에게 갔었다. 레이너에게 가서 멩스크에게 복수하고 싶으니 자신을 훈련시켜달라고 조용히 부탁을 했다. 이에 레이너는 무척이나 당혹해했지만, 한편으로 충격이 큰 리치아가 자신에게 원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여, 그동안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레이너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부탁을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리고 그간의 사정을 글로 써달라는 것도 부탁했다.

   리치아는 방으로 돌아와 그간 있었던 일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한 글자씩 써내려 갈 때마다 리치아의 생각들은 차분히 정리되었다.  

   글을 다 써서 레이너에게 가져가니 레이너는 없었다. 캐리건에게 가보니 역시 캐리건도 없었다. 아무래도 전투를 수행중인 것 같았다.

   결국 허탈하게 자기 방으로 돌아온 리치아는 털썩 앉았다. 글을 쓰면서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된 리치아는 앞으로의 일들을 차분히 생각해보았다.

  
   - 7장 -

  위성 안티쉘의 코랄의 아들 기지 안, 어떤 서플라이 디팟 안에서 캐리건과 레이너가 단 둘이 있었다. 캐리건은 이참에 리치아에 대한 것을 말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레이너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레이너의 표정은 굳어지면서, 급기야는 “그만!” 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캐리건은 이미 멈출 수 없었기에 이야기를 계속해야만 했다. 잠시 후 레이너의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눈치 챈 캐리건은 계속하여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드랍쉽을 파괴한 주체와 왜 그랬는지를······.

   레이너의 마음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캐리건은 다시 한 번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했으나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 모든 전투가 끝나고 한가해지면 그때 이야기하리라 마음을 먹고 얘기를 중단하였다.


   안티쉘, 타르소니스에서 테란연합을 연전연파한 후에 정신파생성기로 저그를 불러들이자, 갑작스럽게 프로토스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멩스크는 캐리건 혼자 싸울 것을 명령하였고, 캐리건은 아무런 말없이 묵묵히 혼자 내려가 싸우게 되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레이너의 심정역시 복잡했으나, 멩스크 역시 심정이 복잡했다.

   ‘캐리건, 난 너를 살려둘 수가 없다. 야망을 이루게 되면 너부터가 나에게 반기를 들겠지. 행여 네가 반기를 들지 않는다 하여도, 너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고 있어. 부디 나를 원망하지 말게.’

   캐리건은 엄청난 지휘를 바탕으로 하여 프로토스를 퇴각시키기에 이른다. 하지만 뒤에서 기습해온 저그 떼들에 의해 위험에 처하게 되었는데, 멩스크는 캐리건의 구조요청을 무시한 채 그곳을 떠나버렸다. 응당 엄청난 배신감을 느껴야겠으나 오히려 캐리건은 마음이 덤덤했다.

   ‘토사구팽이라 했던가. 모든 비밀들을 나 혼자 간직한 채 죽을 수는 없지. 멩스크, 당신은 나를 오랫동안 살려두었어. 당신은 실패했어. 하하하.’  

   캐리건은 멩스크에게 실패했다고 실컷 조소를 한 뒤에 리치아와 레이너를 생각했다.

   ‘레이너, 내가 죽는 것을 확인하면 리치아를 데리고 우주 저편으로 도망가요. 도망가서 내 복수를 해달라고 부탁하지는 않겠어요. 대신 리치아를 잘 돌봐주세요.’

   ‘리치아······. 아무리 명령에 의한 것이었으나, 내가 너를 볼 면목이 없구나. 내가 여기서 죽으면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한 것이 씻길까? 부디 살아있기를. 살아서 꼭 너의 복수를 이루길 기원한다.’


   - 8장 -

   캐리건을 버려두고 떠난 멩스크를 바라본 레이너는 엄청난 분노에 치가 떨렸다. 결국 그는 멩스크의 자랑인 이온 캐논을 부시며 선전포고를 하였다. 이에 멩스크는 엄청난 레이스를 파견하여 레이너를 제거하려 하였으나, 갑자기 나타난 프로토스에 의해 레이너는 살게 되었고 레이스는 전멸하였다. 프로토스와 함께 사라진 레이너. 그의 마음속엔 멩스크에 대한 저주만이 가득했다.

   한편 리치아는 캐리건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기절하였다. 멩스크는 리치아가 사실을 모른다고 판단하여 그녀를 잘 보살펴주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자 멩스크는 그 여린 소녀를 자신의 군대에 입대시켜버렸는데, 이는 리치아가 바란 일이기도 했다.

   ‘내 기필코 멩스크 네놈의 숨통을 끊어버리리라. 가족에 대한 원한을 꼭 갚겠다. 그리고 캐리건의 원한까지 기필코!’



   - 終 -


  

   Reconquista 외전 Part III - 킹덤의 실수(Mistake Of Kingdom the Great) -



   - 序 -


   언제나 아이어의 파란 하늘과 푸른 대지는 변함없이 청아했다.

   그들이 이 청아한, 울창한 숲의 보고, 아이어를 침탈하기 전, 비록 여러 가지 일련의 사건들이 굵직하게, 혹은 스쳐 지나갔지만 아이어의 하늘과 땅, 그 사이의 모든 것들은 변함없었다.

   그들이 이 변함없이 완전무결한 아이어의 자연을 그들의 더러운 피로 물들이기 5년 전, 서부 아이어의 찬란한 카다린 크리스탈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요지, 리치마을에서는 일련의 작은 사건이 있었다. 이는 후세 역사가들이 “위대한 킹덤의 작은 실수(A tiny Mistake of Kingdom the Great)"라고 명명한 사건이다.

   전사열전(戰士列傳) - Kingdom傳에는 이 일련의 작은 사건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 킹덤이 아이어에서 각광받는 전사로 인정받을 시기에, 그는 리치(Reach)와 함께 서부 아이어 안티오크지역 리치마을에서 카다린 크리스탈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가 이 임무를 맡고나서 3년차 되던 해 어느 날, 호기심이 많은 몇몇의 어린 예비전사들이 금입(禁入)의 성역인 카다린 크리스탈지역에 몰래 잠입한 사건이 있었다.  

   리치는 이 사건을 자기 손에서 처리하려 했으나, 고지식한 킹덤은 이 일을 중대사로 여겨 콘클레이브에 보고. 이에 의회에서는 관련된 어린 질럿들이 엄히 처벌했고, 주동자 두 어린질럿은 중부 아이어로 유배를 보냈다.

   킹덤의 성격을 잘 대변해주는 이 에피소드는 아이어를 저그들의 손으로부터 다시 탈환 때에 킹덤과 날라(Nal_rA) 사이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되며, 후세 역사가들은 이 일을 킹덤이 하지 않았어도 될 실수로 잠정 짓고 있다.

   덧붙여 이 일련의 사건은 그 처벌은 어린 질럿들과 친구였던, ‘Ever記’의 저자이자 저명한 역사가 폴트(Folt)로 하여금, 위대한 킹덤에 대한 평가를 인색하게 만드는 계기도 되었다.

   이 킹덤의 판단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철하고 원칙적인 킹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다. ]


  

   - 1장 -

   리치마을 출신이자 역사가 폴트의 친구이기도 했던 또 다른 역사가 포트(Port)는 그의 회고록에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킹덤은 참으로 위대한 전사다. 그가 저그의 3대 수장중 하나였던 전위(Zunwi)를 압도하며 승리를 손쉽게 가져왔을 때, 그의 냉철함과 무서울 정도의 과단성, 그리고 뛰어난 용기가 빛을 발했다. 그는 그 싸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몽상가 날라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아이어를 다시 탈환하였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냉혹하여 어린 질럿들의 실수에 대해 자비롭지는 않았었다.

   저그가 침략한 아이어는 정확히 두 번 탈환되었다. 영웅 리치(Reach)가 저그의 3대 수장중 하나인 옐로우(Yellow)를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테란의 특출한 사령관 슬레이어즈 복서(Slayers Boxer)를 연파하며 탈환했던 게 첫 번째. 킹덤이 전위를 압도적으로 이기며, 몽상가 날라, 항상 이기는 싸움만 하는 제우스(Zeus)와 경쟁을 하며 되찾은 것이 두 번째.

   킹덤과 날라에 의해 다시 되찾은 아이어에서 나는 오랜 친구였던 폴트(Folt)를 만나 그간의 회포를 풀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폴트에게 킹덤과 전위의 압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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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5/06/25 17:36
수정 아이콘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05/06/25 19:59
수정 아이콘
마이큐브배인가요? 역시 흥미진진합니다^^
lll Nino
05/07/15 14:14
수정 아이콘
아흥~ 킹덤 멋지게 묘사했군요~~잼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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