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11/07 03:42:36 |
Name |
네로울프 |
Subject |
꽃... |
.. 당신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머리를 갸웃거리는데도 좀처럼 떠오르지가 않아.
치열이 고르지 못한 작은 앞니가 보여.
그런데 늦가을 성기게 터트려진 바알간 석류 껍질 같을
당신의 입술은 모르겠어.
그나마 상상하는 것도 거기까지 뿐이야.
너의 코는 어둠 속에 있어.
콧부리를 가만히 더듬어 보자.
두개의 아치일테지.
그건 그냥 밤을 닮게 내버려두자.
아! 생각났어.
너의 볼은 복숭아 같이 달아오르지 않아.
그냥 그렇게 느낄 뿐이었어.
왠지 어두운 귓바퀴가 생각나.
얇게 치밀어 오르다 사라져가는 귀여운 골이 보여.
하지만 어느새 칠흙같은 머리카락이 드리우지.
아... 포기하자.
나는 너를 보았는데 너의 눈을 보지 못했어.
난 다만 너의 서투른 이빨만 기억할 뿐이야.
머리를 쥐어짠다고 내가 그걸 다 돌이켜 내진 못할 거야.
다음엔 너의 눈을 보여줘.
난 당신을 옆에서 보고 뒤에서 보았어.
그런데 난 너의 종아리와 뒤로 무릎이 접히는 부분과
약간의 허벅지만 알아챘어.
넌 몇개의 벌레물린 자국을 가졌어.
아니 너의 다리는.
난 왜 너를 앞에서 보지 못했을까?
어쩌면 너는 꿇어않는게 버릇이 된 여자처럼
앞무릎이 보기 싫게 툭 튀어 나왔을지도 몰라.
혹시 정강이에도 벌레 물린 자국을 남겼을지도 모르지.
난 당신을 옆에서도 보고 뒤에서도 보았는 데
난 어째서 너의 엉덩이와 등과 목덜미를 가져오지 못했을까?
그러면 앞으로 너의 어깨를 보여줘.
하지만 앞에서 보아선 안돼.
너는 너의 뒷모습의 어깨에서 보여지거든.
그건 단지 나의 습관일 뿐이야.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
나는 너를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보고 옆에서
보지 않고 있기도 했어.
그런데 난 왜 너를 작은 시체를 나누듯 조금씩만
기억할까?
너는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어.
너는 머리를 귀 뒤로 잡아 매 두기도 했지.
그런데 난 너를 다 보지를 못했어.
당신을 다 기억하지도 못해.
너에게 빛이 깃든 곳은
너의 고르지 못한 치열과 낮은 발 그리고 태연한
종아리 밖에 없어.
그건 내가 잘 알거든. 난 어둠속에 있으니까.
거기에선 그걸 잘 알게돼.
...........zzt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