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10/27 22:22:44 |
Name |
네로울프 |
Subject |
[잡담] 영화 끝까지들 보세요? |
극장에서 영화를 보든 비디오로 보든 아니면 TV에서
해주는 영화를 보든 영화 끝의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죠.
더구나 뭐 극장이나 티비에서는 크레딧을 조금 올리다
끊어버리기도 하니까요. 사실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보는 건 별로 재미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하지만 엔딩 크레딧을 보는 버릇을 하다보면 의외로
솔솔찮은 재미와 괜찮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뭐 일단 주조연 배우들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 외에도
영화속 음악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의외로 숨겨져
있는 유명배우들을 확인할 때도 있죠.
그리고 때로 재미있는 감독들은 엔딩 크레딧 속에
재미있는 글귀나 독특한 표현등을 숨겨놓기도 하죠.
하여튼 관객들의 엔딩 크레딧 보기를 유도하기 위한
제작진들의 노력 탓에 여러가지 흥미있는 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멋진 음악이 깔리기도 하고...
성룡의 영화 같이 엔지 장면 모음이라던지.....
주인공들의 후일담 등의 짤막한 컷들이나 스틸등이
크레딧 중간 중간에 나타나기도 하고......
보너스 트랙이랄 수 있는 이러한 크레딧 씬들은,
극장에 불이 켜지자 마자 일어나거나 준공들의 마지막
감동적인 키스 씬이 끝나면 리모콘의 스탑 버튼을
눌러버리는, 성격 급한 사람들은 놓치기 쉽죠.
생각나는 엔딩 크레딧 씬을 몇개 이야기 해 볼까요?
우선 생각나는 건 가이 피어스의 게이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프리실라'네요...
영화 중간쯤 호주 대륙을 버스로 횡단하던 그들은
그 유명한 에어즈 락 (ayers rock) 위에서 자신들의
무대의상으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거대한 연을 하늘에 날립니다.
한참 후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 마저 모두 올라가면
그 연의 행방을 알려주는 보너스 크레딧 씬이 나옵니다.
중국 쯤으로 보이는 어떤 깊은 산속의 절에 한 스님이
싸리비로 마당을 쓸고 있죠. 그 마당 위로 프리실라의
그들이 날린 거대한 옷연이 날아듭니다. 마당을 쓸고 있던
스님은 왠 마른 하늘에 연인가 싶어서 의아해하죠.
아...연은 원래 마른 하늘에 날리는거군요..흠흠...
깜직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상스런 욕들을 쏟아내던
엽기 꼬마들을 기억하시나요? 사우스 파크죠.
영화 도중 카일과 스탠, 케니등이 '테렌스와 필립'의 영화를
보기 위해 집을 뛰쳐나갈 때 카일은 엄마가 돌보라고 한
어린 동생 아이크를 다락방에 가둬놓고 문을 잠그고 나가버리죠.
그 이후 영화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와 전쟁이 나고 후세인은
지옥을 가고 등등 수많은 사건들이 펼쳐지는 동안 아이크는
계속 다락방에 있었던 듯 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면 크레딧 씬에
아이크의 행방에 대한 장면이 나옵니다.
내내 다락방에 있었던 아이크는 무얼 먹고 살았을까요?
다락방의 창문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황혼을 보면서 아이크가
쥐를 먹네요....한입에 꿀꺽...--;;
뇌종양에 걸렸던 두 청년의 바다로의 여행에 관한 가슴 찡한
독일 영화를 기억하세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죠.
바다를 한번도 보지 못하고 저승에 가면 왕따를 당한다는
이야기에 바다를 찾아 나선 그들은 우연찮게 얻게 된 백만달러로
어머니한테 엘비스가 선물했던 보라색 캐딜락을 사주고, 두여자와
동침하는 등 온갖 소원을 풀고도 돈이 남았던가 봅니다.
그들의 좌충우돌 여정에 조그만 호의를 배풀었던 이들에게
남은 돈을 조금씩 보내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한 도둑이 우편함을 뒤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우편함은 하필 경찰집 우편함이었네요. 도둑은 현장에서
집주인인 경찰에게 잡히고 훔쳤던 봉투를 빼앗기는데요..
그 안엔 상당한 양의 현금이 들어있습니다. 언젠가 그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었던 경찰에게 주인공들이 보낸 선물이죠... 그 경찰의
의아해 하는 얼굴로 장면은 끝납니다.
최근에 출시된 밴디트 던가요?
브루스 윌리스와 빌리 밥 손튼, 케이트 블랑쳇. 삼인의 은행털이
이야기.
거기에도 보면 엔딩 크레딧 올라오는 중간 중간에 몇가지 컷들이
나옵니다. 셋 외에 은행털이중 도주 차량 운전을 담당하는
브루스 윌리스의 사촌 동생 있죠. 길에서 히치 하이킹 하는 이상형의
여자를 픽업해 마지막 작업에 동원했었죠. 둘의 결혼 장면이 나오구요.
삼각관계에 빠진 브루스와 빌리, 블랑쳇은 셋이서 1처 2부제를 하기로
한건지 같이 술마시며 함께 껴안고 즐거워 하는 컷이 나오는군요.
한남자에 한여자 꼭 그래야 하는 법은 없다고 할까?..^^;
아...그리고 기분을 돋우는 신나는 메탈 음악과 함께 신분상승의
꿈을 이루는 '기사 윌리엄'에도 엔딩 크레딧 이후 한 커트 더 있답니다.
윌리엄을 도우던 일당들, 초오서와 대장장이, 윌리엄의 친구등이
모여서 돌아가면서 방귀를 뀝니다. 뿌웅~ 삐익..등등 소리를 내며
킬킬 거리죠. 마지막으로 그 여자 대장장이 차롄데 뭔가 포즈를
취하는 데 소리가 안나네요...근데 잠시 후 모두 코를 쥐고 자리를
도망칩니다....뭐 본 영화 내용만큼이나 유쾌한 크레딧 씬이랄까...
뭐 또 여러가지 엔딩 크레딧 씬이 생각납니다만 나머지는 다음에
이야기 하죠...
뭐 영화를 진짜 끝까지 인내를 갖고 본다면 의외의 소득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겁니다...^^
음...저도 사실 엔딩 크레딧을 꼼꼼히 보는 게 아니라 리모콘의
패스트 포워드 버튼으로 빠르게 돌려보긴 합니다만...
혹시 뭐 건질만한거 없나 하구요....^^;;
뭐 애써서 영화 만드는 사람들 마지막에 이름이나 올리는데
가끔은 한번씩 봐주자는 그런 교훈의 말씀......
............z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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