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10/14 00:26:17 |
Name |
matlab |
Subject |
변해가는 것.. 그리고 |
자기 자신의 변해가는 모습을 거울로 매일 매일 바라보면... 무슨 느낌이 들까요?
저는 매일 아침 머리 말리면서... 거울을 본답니다..
겨우 하루동안의 변화라서 저에게 하루동안 일어난 변화가 저에게는
보이지 않고요... 단지 사진으로만.. 몇년전의 제 모습을 보면 아~~ 나이가 많이
들어가고 있구나.. 예전처럼 탱글탱글한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아쉬운 생각도 많이 들어가고요..
어제는 스타리그 결승전을 직접 보러 갔습니다.
한 10년전정도만 해도 김광석이라는 라이브의 황제를 보러 김광석 콘서트는
빠지지 않고 다녔지만 그 이후로는 직접 무엇을 구경하러 간다는 것이
점점 귀찮아지더군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단지 생활 리듬이 깨지는 것이 싫어서라는
변명아닌 변명만 .... 하게 되더군요
몇몇 아는 분들과 직접 얼굴도 볼 겸,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다는 지인의 말씀도
계셨고 해서.. 직접 올림픽 공원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가면서도 계속 저에게 스스로 물어봅니다.. '내가 지금 여기 가도 괜찮은가....'
생활리듬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요
가면서는 계속 망설였지만.. 결승전이 시작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잊어지더군요
모두를 몰입하게 하는 두 선수의 멋진 경기들 그 경기에 열광하는 관중들..
우승한 박정석 선수나 아깝게 우승을 놓쳤지만 임요환선수 그들 두사람과 이번 결승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승자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누구 한사람을 꼭 찝어서 응원하던 분들은.. 실망도 조금 하시겠지만..
저처럼.. 좋은 경기를 원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이 느껴지지 않는 멋진 경기였지요
하수 탈출기를 쓰면서.. 게임을 보는 안목이 조금이나마 늘어서 그런지
임요환선수가 쓰는 전략의 흐름이 느껴지고.. 그 타이밍에.. 조금도 뒤쳐지지 않으면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박정석선수의 반격도 정말로 멋진 하모니처럼 생각되더군요
경기장에 직접 구경나온 분들도.. 멋진 장면 하나하나에 열광하고 기뻐하고 한숨짓고
항상 느끼는 거였지만.. 세분의 해설도 직접 들으니.. 정말 맥을 잘 집으시는구나
하는 놀라운 마음도 가지게 되었고요..
임요환 선수.. 준우승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에 보여주신 그 멋진 경기들..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준우승이 비록 임선수의 목표에 미달하는 결과였다 하더라도
임선수의 그동안의 그리고 결승에서 보여준 그 멋진 경기에 열광하는 관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임선수는 정말로 훌륭한 선수이며.. 결코 이번 결승전의 패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줄 수 있습니다.
박정석선수 드디어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습니다. 항상 멋진 기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승 후보로는 거론되지 않고 단지 껄끄러운 상대로만 인식되던 박선수가
우승까지 하리라고는.. 실은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는 기대하던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그 많은 강호들을 모두 물리치고 왕관을 차지하셨습니다.
홍선수와의 마지막까지 가는 그 멋진 게임.. 이제는 단지 물량과 컨트롤이라는
기존의 이미지외에... 타이틀 홀더로서 가지게 되는 그 위압감마저 그에게 주어지게
되겠군요.
암울하다던 프로토스 종족을 가지고 끝끝내 우승을 일궈낸 박정석 선수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제가 티브이로 결승전을 봤다면.. 이런 감동은 느끼기 힘들었을 겁니다..
직접 결승전을 보러 가게 되어서야.. 그간의 여기까지 오게된 두선수의 여정이
느껴지더군요.. 선수석에 외로이 앉아서 상대와 맨몸으로 맞닥뜨리는 두 선수.
임요환선수와 박정석선수의 경기를 게임 리그의 동영상을 통해서
거의 다 봐오던 한 관중으로서 그들의 변하고 있는 모습을 느끼긴 힘들었습니다.
너무 자주 봐서라면 이유가 될까요.. 분명히 예전과는 많이 변해있는데도....
하지만 두 선수들 모두 한게임 한게임 거듭하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으며
다음 게임에서는 또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변해갈 것입니다..
한동안 게임에서 떨어져 있어야 할 까 봅니다.
그래야 그 모든 선수들의 변화된 모습을 확연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변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뚜렷하게 제 눈으로 확인하는 것...
즐거운 일일테니까요..
저도 변하고 있군요.. 예전의 저였다면.. 무언가 자신에게 핑계를 대면서
구지 결승전을 직접 보러 가지는 않았을 테니깐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도 많이 변했나 봅니다.. 단지 외모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가치관도 변해가는 거 같고요
저도 제 모습을 한동안 안 봐야.. 나중에 변하고 발전한 제 모습을 뚜렷이
보게 될런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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