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0/06 02:37:43
Name Gotetz
Subject 간사한 인간....
사실 아주 오래간만에 겜비씨를 시청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몇달전부터 온게임넷만 나와서 이윤열선수가
저번 대회에 우승한 것도 오늘 알았죠..
그동안 그쪽은 신경도 안 쓰다가 그래도 토스가 결승에 올랐기에
의무적으로 회원가입을 하고 머니도 2000원 씩이나  충전을 했었드랬습니다..
늦잠을 자서 아직 세수를 안 했기에 왠지 불길하여 구석구석 잘 씻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실시간 방송을 클릭을 했습니다.
사실 중요한 순간마다 끊기는 바람에 제대로 보지도 못 하고 플토의
패배를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김정민, 최인규 선수를
제외한 모든 테란유저들이 싫습니다. 특히 임요환, 이윤열 선수가 말입니다.
이유는 황당하게도 너무 잘해서죠. 또 끝까지 gg를 치지 않는 그들의 집요함 때문
이지요. 잘한다고 욕하자는 것은 아니지만(이것도 어불성설이죠....) 왠지
본능이랄까요? 학창시절 반에서 공부도 잘 하고 얼굴도 잘 생기고 운동도 잘 하고
결정적으로 예쁜 여대생 누나를 사귀는 그런 녀석들에게서 느껴지는 질투 내지는
시기...말입니다. 그들의 경기를 보면 정말 환상적이죠. 특히 이기는 경기의 절반이
상은 원사이드 입니다. 완벽 그 자체입니다.너무도 완벽해서 시기할 말도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도로 삼킬정도로 말입니다.지는 경기에서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죠.
최후의 최후까지 항전하고 호시탐탐 상대의 빈틈을 노리며 한 번이라도 방심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역전도 곧 잘 합니다. 지더라도 상대의 진을 빼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부담감을 심어 주죠. 하지만 왠지 그들이 이길 때마다
저는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유도 없다니까요...약도 없답니다...
   저는 또 모든 플토 유저를 좋아합니다. 일단 플토를 하면 응원을 보내죠.
그 중에서도 특히 김동수 선수와 박정석 선수를 좋아합니다. 정말 잘하는 선수
들이죠. 정말 암울(한지는 잘 모르지만...)한 플토로 하면서도 멋진 승리를 팬들에게
선사하는 선수들이죠. 위의 두 테란유저들의 경기는 사실 사정에 90%는 이길것이다
라고 봅니다만 ... 이 두선수(실력이나 승률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의 경기는 언제나
가슴을 졸이면서 원사이드하게 완벽하게 이기면 '역시 잘 한다니까'라며 괜히 혼자
헤죽거리고 혹시나 몰래 시리즈라도 하면 '저 인간 왜 저러냐?...그냥 좀 평범하게 하지
심장이 떨어질 것 같잖아!!'라며 흥분하다가도 멋지게 성공시키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니가 진정한 사나이다!!"를 외치며 기뻐합니다....언제 그랬냐는듯이 말이죠..

아....신은 어찌하여 인간에게 이런 간사한 가슴을 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그냥 잘 하는
사람에게는 칭찬을 아낌없이 주고 조금 모자란 사람에게는 너그러이 격려를 할 수 있는
그런 넓은 가슴을 주셨으면 이 불쌍한 중생이 한 밤중에 잠도 못 자고 이런 글을 쓰는
고생도 안 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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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gazer
02/10/06 03:10
수정 아이콘
음...김정민, 최인규선수도 얼굴 잘생기고 운동잘하고 멋진 애인 있는 친구에게 느끼는 질투를 불러 일으킬 만큼 멋진 선수고, is의 2명의 테란 유저는 실상 90% 정도로 이기지는 못합니다....그냥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가 이기지 못해서 서운하다고 하시지...
저도 이런 글을 볼때면 참 불편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네요... 플토가 선전하길 기대하지만..오늘 둘러본 게시판의 분위기는...뭐랄까...-_-;;; 이긴 선수가 못할짓한 것 같은...좀 편향적글이 많아 불편하군요...진 사람을 따뜻하게 격려해주기 보다 승리를 기꺼히 축하해주지 못하는 분위기를 탓하는 이런 글을 남기는 저 역시도 간사한 가슴을 지녔나봅니다.-_-;;;
02/10/06 09:08
수정 아이콘
패자에 대한 격려와 아쉬움의 글이 표현의 차이로 그 의미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패자의 입장으로서의 글이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조금은 더 성숙해진 pgr게시판 문화의 지표가 아닐까 하네요. ^^
어딘데
02/10/06 10:13
수정 아이콘
단순히 패자의 입장을 반영한 글이라면야 나쁠게 없지만
만약 어제 경기의 승자가 이윤열 선수가 아닌 박정석 선수였다면
패자인 이윤열 선수에 관한 글이 이렇게 많이 올라와있을까요?
쌔규이
02/10/06 10:14
수정 아이콘
으악...YG클랜에서 박정석 선수의 대 저그전 리플과, 이윤열 선수의 대 플토 메카닉 리플을 봤는데...'정-말' 대단한 초 물량들이 더군요.

박정석 선수는, 질럿 1부대 조금 넘어가는 수와, 하템으로 공격을 갔었는데, 그 병력 질럿 4마리만 생환하고 나머지는 전부 전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겜을 물량으로 결국 이겨버리더군요. 저그도 박정석 선수를 의식햇는지, 럴커 중심으로 가지 않고 물량 중심으로 나가던데...이 리플을 보면서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 대체 부대지정을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겠네요.

그리고 이윤열선수...이 선수의 리플레이도, 떡하니 입이 벌어지더군요. 플토의 트리플 넥서스를 저지 시키기 위해, 이윤열선수의 특기인 트리플 넥서스의 저지를 위해 1차 러쉬를 갔으나...그 병력 전부 전멸 하고 말았음에도 불구하고, 그후 꾸준한 벌쳐 게릴라와, 드랍쉽 3기의 게릴라 (사정업된 골리앗과, 탱크드랍)로, 그 후에 탱크 2부대와 골리앗 1부대 반으로 몰아치더군요. 이정도 물량을 견뎌 낼수 있는건...케리어 1부대 초과 뿐이겠네요. 하지만 케리어 모을 타이밍과, 여유조차 쉽게 주지 않는 유닛조합(레이쓰 반부대와 골리앗)과, 게릴라전들... 그리고 케리어 견제로 고스트도 뜨던데...케리어가 전멸하는 바람에, 락다운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그냥 다른 유닛들과 같이 정면으로 밀어붙이기에 참가...본진의 게이트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어택-땅 유닛들을 내려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입구에 벌쳐2기를 세워놓고는 그 벌쳐들에게 아예 락다운을 시켜버리더군요. 허허...이 선수 물량은, 그냥 물량이 아니라 유닛조합에서 탁월한 힘을 발휘하는듯...

그러나...제가 플토유저라 그런지 말입니다. 이윤열 선수 흉내내기 보다,
박정석 선수 흉내내기가 훨씬 어려운 것 같더군요...
02/10/06 10:48
수정 아이콘
참 인간적인 느낌이 물씬 묻어 나는 좋은 글이네요. 누구나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졌을 때 아쉬움에 여러가지 상념들이 생겨 나지요.
전 어제 경기는 비행기 안에 있는 시간이라 못 봤지만, 저녁 술자리에서 경기내용 들었습니다. 이윤열선수에겐 축하를, 박정석선수에겐 격려를 보냅니다.
Gotetz 님, 딱정벌레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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