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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2/09/30 14:11:11 |
Name |
kama |
Subject |
[그냥 쓴 글]repatriation-1 |
음......말그대로 그냥 써본 글입니다. 잠자기 전에 생각나서 끙끙댔던^^; 최근 몇 달 동안 글을 못쓰는 슬럼프에 빠져있었는데 오랫만에 열심히 써봐서 기분은 좋네요. 허접하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보시길~(그리고 제목은 '귀환'이라는 뜻입니다. 그냥 귀환이라고 할려고 했는데 추천게시판의 명글이 있어서^^;)
-repatriation-
"이게 뭔 꼴인가! 전투에 임각한 상황에서 이런 꼬락서니를 하다니......징계는 후에 기지에서 할 것이니까 각오하고 있도록!"
듣기 싫은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은 테란 감마전대 '캐년 크로우'의 제2 전차소대 소대장 케리 보나우 소령이었다. 참고로 난 이 사람이 전차의 부품을 낡아서 쓰지 않는 폐기부품과 몰래 바꿔치기 해서 팔아먹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각오라는 단어는 떠올리지 않았다.
"어이, 운 좋은데? 일부러 고장내킨 것은 아니야?"
껄껄걸 웃으면서 이런 말을 건냈던 것은 같은 부대의 전방지휘탱크 "憔孤"의 전차장 로버 소위였다. 계급은 낮지만 인망이나 작전능력이 뛰어났고 보나우 소령이 사실상 무시당하는 현실에서 이 전차부대의 실질적 지휘자인 사람이기도 했다.
"희유,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구만. 아군과 함께 적의 입속으로 들어가느냐, 홀로 떨어져버리느냐. 뭐, 이걸 선물로 주지."
이것은 내 동기이기도한 보병대의 마린인 우르세 상병이 한 말이다. 선물로 준 것은 마린과 화이어뱃에게만 보급된다는 각성제 '스팀팩'이었다. 이 녀석 애인이 보급부대의 제인 양이었지ㅡㅡ;
"임마, 스팀팩을 다른 부대원에게 주는 것은 엄벌감이라고. 일러바친다~ 응응?"
마지막으로 이런 식으로 우르세를 반 협박(?)해서 한 봉지 더 얻어낸 것은 내가 앉아있는 시즈탱크 "슬레이어 박서"의 포병인 맥킬 데브루 상병이었고 그런 그를 황당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전차장 엔 즈카야 중사와 운전병인 바로 나, 네루 보후 상병이었다.
대충 파악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는 일명 낙오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지금 이 행성은 테란의 제 6자치구였던 퀴베의 네오 블레이즈 지역.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도시들이 저그라는 외계인에게 먹혀버린 상황이었고, 나를 비롯한 우리 부대는 퀴베 탈환군의 일환으로 이 지역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전투요새 '세븐 캠프'로 보내진 것이다. 하지만 지원군에도 불구 전황은 그다지 좋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가장 먼저 침략을 당했던 '투 캠프'에 저그의 모든 생산건물과 병력들이 몰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신속히 총 병력을 기습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보병대와 기계화부대는 물론, 대규모 고공침투부대와 과학병기부대도 함께하는 대규모 공격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이번 공격이 실패할 경우, 테란 정부는 이 지역을 포기, 대규모 전술 핵병기를 사용한다고 하니 사실상 병력에 의한 최후의 공격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우리의 멋드러진 시즈탱크 '슬레이어 박서'는 날카로운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고장으로 진군 중에 서버린 것이었다. 오래걸릴 것 같지는 않은 고장이었지만 신속한 진군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 우리 탱크가 수리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무리. 결국 우리는 일단 수리 후 기지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셋 중에 작은 고장이나마 고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였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젠장, 이 곳은 엄청 더운 곳인데. 바라만 보아도 땀이 주루룩 흘러내릴 정도로 황갈색의 흙과 바위들만 잔~뜩 몰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름기 잔뜩 있는 엔진을 만지고 있다니.
"그래도 여기는 공기도 있고 바람도 불고 하잖아. 그 불편한 우주복 안입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아냐?"
내 투정을 들은 엔 중사가 옆에서 앉아있는 상태로 대답을 했다. 구경을 하는 것은 그나마 난 것이다. 적어도 말을 하면서 지루하지는 않으니. 나머지 한 명, 맥킬은 탱크 안에서 에어콘 틀어놓고 누워있다.
"마린들은 그 두꺼운 장갑복 입고도 아무런 불평안하던데요. 아, 저것 좀 줏어주세요."
"전투용 장갑복하고 일반 우주복하고 같냐? 그 놈들 옷은 통풍장치가 최고라고. 나도 한 번 입어본 적 있는데 탱크 안보다 더 쾌적하더라. 여기다."
"아, 고마워요. 화이어뱃은요? 보기에도 더워보이는데."
"그놈들 것들은 조금 덥더라. 통풍보다는 방열 위주로 만들다보니까. 그래도 일정 온도 이상으로는 안 올라가던데."
"어이, 아직 멀었어? 이 상황이라면 저글링만 만나도 개죽음 당하기 쉽상이라고."
한 숨 자다 깼는지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맥킬이 탱크 안에서 기어나온다. 이봐, 저글링만 만나도 개죽음 당하는 이 상황에 그렇게 잠이 오나? 뭐, 하지만 말이 말이지. 우리가 사실상 안절부절할 필요가 없긴 했다. 우선 선택의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방어체제는 이 놈의 탱크 뿐이다. 휴대용 권총을 가지고 있다고는해도 마린의 가우스건도 잘 견디는 저그 녀석들에게 통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탱크가 고장난 상태인데 이 놈을 버리고 어디로 움직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상황파악이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유일한 통신수단이 먹통이 되어버려서 '캐년 크로우'를 비롯한 테란의 병력이 저그의 본거지를 쓸어버렸는지 아니면 역으로 놈들이 전멸을 시켰는지, 아직도 교전 중인지, 전혀 파악이 안되고 있는 상태. 그 이유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 행성의 불안한 대기 상황에 통신장애가 발생했기 때문. 골고루 괴롭히는 꼴이다.
"그나저나 본대가 걱정되기는 하다."
"어라? 중사님은 보나우 소대장 매우 싫어하지 않았나요?"
"얌마, 맥킬. 내가 한 명 싫다고 본대 전멸했으면 하네~하는 인간으로 보이냐? 게다가 대장 녀석은 맘에 안들었어도 시체를 보면 기분이 나쁠 것 같다고."
"게다가 우리 부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죠. 죽는 것은 아까울 정도로."
"예쁜 메딕들도 많이 있고. 아, 몇 명 찜해둔 사람이 있는데 부디 살아서 돌아오기를."
"너 애인 있지 않냐?"
"후훗, 남자의 능력은 여자친구가 몇 명이 있는가로 판별되는 것입니다."
"그럼 넌 무능력자겠군."
"중사님, 손가락으로 태양을 가려도 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무능력자라는거야."
"저기말이죠.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두시죠?"
옆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지루함을 덜어준다고는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정 선상에서의 말이다. 이정도의 '수다'가 되어버리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켜 집중력을 떨어트려버린다. 결국 내 말에 엔 중사는 멋쩍은 얼굴로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바라보며 인생을 논하였고, 맥킬은 그 옆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가끔씩 "그래, 아직 하늘은 푸르러."라는 말을......했건 말건 어쨌든 우리 '슬레이어 박스'의 엔진을 고치는 데는 약 20분 정도가 소요됐다.
"역시 낡은 부품이 문제였나?"
"네이. 보나마나 케리 소대장의 짓거리겠죠. 일단 고치기는 했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돌아가서 부품 몇 개를 갈아야지 완전히 정상이 되는 것입니다."
"쳇, 겉보기에는 뼛속까지 군인같은 녀석인데 썩을 때로 썩었군. 그러면서 내 머리가지고는 뭐라고 하냐."
아마 얼마전 병영 내에서 녀석의 장발이 걸려서 한 시간 동안 구박을 받고 반성문까지 썼던 것에 한을 품고 하는 말 같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 밑에 상관들에게도 줄줄이 구박을 받았으니 열받을 만도 하겠지. 그래도 자신의 상징이라면서 그 머리를 자르지 않는 것을 보면(아니 더 기르고 대놓고 다녔지ㅡㅡ;)......학생 때 꽤나 문제아였을 것 같다.
"너무 뭐라고 하진 마라. 어차피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녀석도 원래 상부로 진출해야 하는 바람에 줄을 잘못 서서 좌천된 것이니까. 자자,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고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 기지로 가자. 고집부리고 유언장도 안남겼는데 시간끌다 재수없게 저그 병력과 마주치면 안되지 않겠냐?"
"윽, 재수 없는 소리는 하지 마세요. 어쨌든 시스템 가동합니다. 각 조종부위 OK, 반응 좋습니다. 네비게이터 시스템도 온전하고요. 부대가 움직였던 길로 돌아갈 경우 12시간 정도가 예상되고 네비게이터가 알려준 길로 가면 7시간 정도 걸립니다. 길이 좁아서 부대 이동을 못했던 길이군요. 길이 막히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음, 기왕이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좋겠지. 저그 병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지는 않나?"
"네, 저그 본진과의 거리도 꽤 되고 우리 본대의 습격도 있을테니까 말이죠. 흘린 병력이 없기를 빌 뿐입니다."
"좋아, 그럼 그 쪽으로 간다. 포의 상황은 어떤가?"
"모두 양호합니다. 아크라이트 포, 시즈 포 작동 OK, 모드 변환 테스트 OK. 레이더도 작동하고 일단 자동 경보 시스템으로 맞춰놓겠습니다."
"자, 그럼 기지로 귀환한다!"
엔진 내부에서 강한 에너지가 터져나오고 캐터필더가 지면을 미는 유쾌한 진동과 소음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탱크는 방음도 잘되어있고 자세 보완이 완전하기 때문에 그저 가볍게 느껴지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계속 가만히 있다가 움직이자 녀석도 좋았는지 움직임은 꽤 부드러웠다. 에헤, 탱크의 움직임이 좋으니 나도 기분이 좋은데? 어쨌든 이렇게 짧고 길었던 우리의 귀환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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