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9/28 13:46:40 |
Name |
GGoMaTerran |
Subject |
진돗개와 친구 . . . |
오랫만에 글을 쓰는군요 ^^;; 추석이 지난지 한참 되었지만 인사를 드리지 못 했기에 지금이나마 추석을 잘 보내셨는지 안부를 묻습니다 ^^;;
개 . . . 犬 , 개라고 하면 모두들 귀엽고 사랑스럽고 애완동물로써 가장 먼저 떠올리고 그리고 실제적으로도 가장 많이 키우는 동물이죠 . 훈련만 잘 시킨다면 주인을 향해 끝없는 충성심을 바치면서 든든한 또 하나의 친구로의 가치까지 가져다 주는 개라는 존재 . . . 그 개라는 존재때문에 저의 친구 한명은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 그것도 추석이라는 아주 커다란 명절날 . . .
제 친구의 이름은 못 밝히겠고 어쨌든 추석날 즐거운 마음으로 할아버지 댁을 찾았던 제 친구는 할아버지께서 키우시던 듬직한 진돗개 한마리와 상당히 친한 사이였죠 . 제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초등학교 5 학년 때 처음 그 진돗개를 봤고 지금까지도 명절날만 되면 같이 동네를 돌면서 뛰어놀던 존재였다고 합니다 . 그래서 늘 그랬듯이 반가워서 그 진돗개에게 다가가 목을 어루만지며 반갑게 인사를 했고 진돗개 역시 가만히 있으면서 마치 주인이 자신을 어루만지는 것 처럼 좋아하며 있었다고 합니다 . 하지만 무엇인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요 . . . 제 친구가 목을 계속 어루만져주며 등을 쓰다듬어주자 갑자기 진돗개가 제 친구의 얼굴 부분을 앞발로 잡고 그대로 할퀴어 버리고 놀랍게도 제 친구의 입 부위를 그대로 물어버렸던 것이죠 . . . 놀란 제 친구는 그대로 물린 상태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결국 가족들의 도움으로 진돗개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고 진돗개에게 얻은 것은 입 부분이 찢겨져 나간 것과 코와 입 부분에 깊게 패인 개의 발톱자국 . . . 오전수업만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제 친구의 뒷모습을 보면 정말 힘이 없습니다 . 왠지 아끼고 좋아하던 존재에 대한 배신감이나 미움은 아닌 , 자신으로 인해서 아끼고 좋아하던 존재를 떠나 보내야만 하는 그런 마음인 것만 같았습니다 . 결국 그 개는 죽였다고 하는군요 . . . 진돗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나 충성스럽고 듬직한 면만 보아 왔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제 친구의 사연을 들으면서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 입 부분이 아닌 머리나 특히 동맥이나 정맥이 많이 있는 목 부분을 물렸다면 지금 보고 있는 제 친구의 모습을 영원히 못 보았을 수도 있는 일이겠죠 . . .
제 친구는 지금 아무것도 못 먹고 그저 빨대를 통해서 요구르트와 물만 먹고 있더군요 . 먹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고 어둡게 말하던 그 친구의 모습이 지금 또 다시 떠오릅니다 . 찢겨져 나가고 깊게 패인 자국이 너무나도 심해서 피부 성형수술을 한다고 하더군요 . 성형수술 후 6 개월 동안이나 아물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엄청난 수술 . . . 정말이지 제 친구에게 무슨 위로를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 더욱 더 제 자신에게 미워지는 것은 처음 진돗개에게 물렸다는 소리를 들었고 우리 반 전체는 다 웃었죠 . . . 나이가 몇 살인데 개에게나 물리고 다니냐고 . . . 하지만 막상 그 친구를 앞에 대하고 나니 크게 웃을 수가 없었죠 . 그저 고개만 숙여지고 미안한 마음만 들 뿐 . 저와 우리반은 진돗개에게 물린 소중한 친구를 잃을 뻔 했지만 그 친구는 이미 소중한 친구를 한명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다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죠 . . .
물론 제 친구의 사건으로 인해서 결코 개라는 존재가 싫어졌다거나 혐오감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 다만 왜 그토록 친하고 사이 좋게 지냈던 진돗개가 제 친구를 물었냐는 것이 궁금할 뿐 . . . 혹시 개한테 물려보신 분 계신가요 ? . . . 제 친구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꺼내기도 힘들 지경인데 , 이 슬펐던 추억을 떨쳐 내기에는 아직도 제 친구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만 같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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