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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2/09/16 00:14:10 |
Name |
마치강물처럼 |
Subject |
(허접단편) 오! 필승 코리아 #3 |
1월의 매서운 바람은 코 끝을 애일듯이 불어오고, 거리엔 사람마저 없어 더욱더 을씨년스럽다.
코트를 휘날리면 앞서 걸어가는 백발의 노신사와, 깡마른 사내,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4명의 젊은이들은 마치 80년대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이 현세 님의 공포의 외인구단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이 감독 이제 두 명 남은건가? 날씨가 무척이나 춥구만. 애들이 걱정이야."
"예 형님. 두명 남았군요. 저도 빨리 따뜻하고 편안한 곳에서 애들 연습만 시키고 싶은 심정입니다. 예전에 피시방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연습하던 시절이 자꾸 떠오르네요."
뒤 따르는 네명의 젊은이들은 말이 없다. 그들의 눈빛은 흡사 추운 겨울에 먹이를 찾아 헤매이는 이리떼의 그것을 닮아 있었다. 맨 왼쪽에 서 있는 힘토는 여전히 굳건하고 차분한 느낌이었으나, 눈빛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그 옆을 걸어가는 조금은 앳되 보이는 소년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무언가를 계속 흥얼거리고 있다. 머리는 분홍색으로 염색하고 있고 가르마는 정확하게 5:5의 비율이다. 흥얼거리는 소리는 정말로 오래전에 많이 들어본 노래였다.
'사실은 오늘 너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싶어 널 만난거야 이런날 이해해~'
아 저것은 90년대에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5인조 그룹 HOT의 노래였다. 제목이 아마도 '캔디'일 것이다. 이 앳되보이는 5:5 가르마의 주인공은 HOT Forever '강도경 선수'의 아들이었다. 이름은 '강 타' (-.-;; 역시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그 옆을 걸어가고 있는 소녀는 가녀리다 못해 조금은 애처롭다는 느낌을 준다. 뽀얀 피부가 차가운 겨울바람에 시달려 빨갛게 되었지만,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아직 학생인듯 한 손에는 책을 들고서 걸어가고 있다. 남자들의 걸음을 따라 가느라 약간은 힘이 든듯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녀의 입에선 쉴새없이 임김이 나온다. 소녀가 든 책을 자세히 살펴보니 놀라움을 금할수 없다. '일반 수학의 정석' 아! 이 책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이 소녀는 예전의 정석테란 The Marine '김 정민 선수'를 너무나도 닮았다. 이 소녀의 이름은 '김 마리'(-.-;; 아무리 생각해도 작명에는 소질이 없는..)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청년은 아무런 특징을 찾아볼수가 없다. 그냥 무표정으로 앞만 보며 묵묵히 걸어나갈 뿐이다. 추위에 지친 기색도, 무언가에 굶주린 듯한 욕망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무표정 그 자체이다. 눈썹까지 그냥 곧게 내려뻗은 헤어스타일도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한층 더 무표정 하게 만든다. 그렇다. 이 무표정한 청년이 바로 예전의 포커페이스, 불꽃테란 sync '변길섭 선수'의 아들이다. 아버지나 아들이나 포커페이스는 여전하다. 아마도 유전인듯 하다. 이름은 '변 화(火)남(男)'(-.-;; 이젠 이런 어거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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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겨울 바람을 뚫고 이들이 드디어 도착한 곳은 강원도 어느 산골의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집도 몇 채 남아있지 않은 이곳에 과연 사람이 살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여기 어디쯤인거 같은데... 왠지 잘못 찾아온 듯 하군. 이런곳에 사람이 살고 있을까?"
"재경 형님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죠. 여기까지 찾아온게 제발 헛고생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몇 채 남지 않은 집들을 한참이나 더 지나서야, 이들 일행은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조그마한 외딴집 하나를 발견했다.
"형님 저집인가 본데요. 빨리 한번 가보시죠. 저 집이 아니더라도 연기가 나는걸 보니 애들 얼은 몸은 좀 녹일수 있을거 같네요."
"그래 빨리 가보세. 저 집이 맞으면 좋겠구만.."
추위에 지친 일행은 서둘러 외딴집을 향해 걸어갔다. 집 앞에는 정말로 건장한(약간은 뚱뚱한) 청년 하나가 장작을 패고 있었다. 그의 힘차게 내려치는 도끼질에 장작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두 동강이 났다. 얼굴은 갓 스물살을 넘은 앳된 얼굴이었으나, 참으로 언발런스 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턱수염이 무척이나 인상깊은 청년이다.
"이보게 젊은이. 혹시 아버님 성함이 박 현준 씨 맞나?"
사람을 많이 대해보지 못하고 살아온 청년은 한꺼번에 여섯씩이나 우르르 몰려와 난데없이 아버지 성함을 물어보는 이들이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예. 저희 아버님이 '박'자 '현'자 '준'자 쓰시는 분이 맞습니다만, 어디서 오신 분들이신가요?"
"아! 이 감독 제대로 찾아왔구만.. 천만다행이네. 하마터면 자네나 우리애들 다 얼어죽을뻔 했구만 그래."
"그래요 헛 고생이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이보게 젊은이! 아버지 지금 집에 계신가?"
"네 지금 방에 계십니다. 우선 추우신데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제가 아버님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어느분이 오셨다고 전하면 될까요?"
"예전에 같이 고생했던, 엄 재경이란 사람이 찾아왔다고 전해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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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몹시도 떨었던 일행은 따뜻한 온돌방에 몸을 녹이자 살것 같았다. 거기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구수한 숭늉까지 한 그릇씩 마시자 세상에 천국이 따로 없었다.
"오랫만이네 현준이. 그간 잘 지냈냐고 물으면 우습겠지?"
"재균형님도 참. 뭐 죽지 못해 살고 있었죠. 자식놈 하나만 보고.. 안 그래도 동수한테 연락 받았습니다. 이 먼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네 아들도 우리를 따라가면 여기 애들처럼 고생하게 될거야. 그래도 우리를 믿고 맡겨주겠나?"
"네. 재경형님. 데려가시는 두 분이 고생이시죠. 저야 저 놈 두분께 맡기고 이젠 좀 홀가분해 지렵니다. 지(知)지(止)야 그만 들어와 갈 준비 해라."
"아들 이름이 '지지'인가?"
"예. 좀 우스우신 가요? 그칠때를 알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뭐든 너무 지나치면 넘치는 법이니까요.. 나름대로 고민해서 지은 이름입니다만 저 녀석은 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더군요."(사실 지어놓고도 나도 마음에 안든다. -.-;; 과연 어거지의 끝은 어디인가?)
"그런데 성춘이 행방은 자네가 잘 알고 있을거라는데, 지금 어디 있는지 아는가?"
잠시 현준은 말을 하지 못한다. 한참이나 있다가 드디어 말문을 연다.
"성춘이는 3년 전에 죽었습니다. 그 놈의 성격 탓이지요. 그 화통하고 남자다운 성격때문에 분을 참지 못하고.... 그만한 세월이면 잊어버릴 만도 했는데..."
"음.. 그렇군. 안된일이야. 그럼 성춘이 아들은 지금 어디있는지 아는가?"
"성춘이와의 인연이 참 질긴가 봅니다. 제가 같이 데리고 살고 있지요. 시내에 뭐 좀 사러 나갔는데 아마 조금 있으면 올겁니다."
"아저씨 저 다녀왔습니다. 건너가서 쉴께요."
우렁찬 음성이지만, 맑고 공손하다.
"이리 좀 들어오너라. 오늘이 아마 니가 여기 떠나는 날인가 보구나."
방으로 들어서는 청년은 시원한 눈매에 구릿빛 피부, 남자다운 강인함과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생김새다. 그 누가 봐도 한방러쉬의 대가 IntoTheRain '임 성춘 선수'의 아들임을 알 수 있다.
이리와서 인사드려라. 이분들이 이제 너를 이끌어 주실거다.
"안녕하세요. '임 일(一)격(擊)' 입니다.(-.-;; 이제 겨우 끝났다. 안 좋은 머리에 정말 고생 많이 했다..)
"그래 일격군 방갑네. 부친을 많이 닮았구만. 자네를 보니까 자꾸만 부친이 생각나네 그려.. 이제 나도 늙었나보네."
누구보다도 성춘의 죽음에 슬퍼하던 재경은 그의 아들을 보자 참아왔던 눈물이 흘러 내림을 느꼈다.
"형님도 참. 이렇게 좋은날 왜 그러세요? 드디어 이렇게 다들 모였잖아요. 이제 새롭게 시작해야죠."
"그래 이 감독. 자네말이 맞네. 내가 이래선 안되지."
"오늘은 늦었고, 여긴 길도 험하니 다들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떠나시지요. 오랜만에 장작불에 구운 고구마도 좀 드셔보구요. 하~하. 지지야 가서 고구마 다 익었으면 좀 가지고 와라."
드디어 다 모인 6인의 전사와 재경, 재균 그리고 G.G.M.A.N 박현준, 그들의 그칠줄 모르는 이야기와 함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고구마 열기 속으로 그렇게 겨울밤은 깊어만 갔다.
P.S : 비가오는 관계로 낮부터 쭈~욱 술을 먹어서 그런지 글 쓰기가 무척이나 힘드네요.
특히 작명하는데 상당히 난감했다는... 좀 어거지라도 그냥 이해해 주시길...
P.S 2 : 저의 귀차니즘으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일찍 돌아가시게 된 임 성춘 선수께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원래 11인의 전사를 등장시킬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저의 귀차니즘으로 인해 6인으로 대폭 축소 되었습니다. 이래서야 원 오! 필승 코리아가 가능이나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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