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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2/05/06 13:36:00 |
Name |
세계의끝 |
Subject |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 + 상처라는 것. |
가끔은 재미있기도 하고 가끔은 안타깝기도 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갈등이나 상처들이
대부분 그들의 사랑이 달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사랑하는 방식이 달라서 야기된다는 것이 말이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개인적인 견해로는,
20세기를 점철했던 이데올리기의 대립이 그랬고,
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스타라는 울타리 내에서 말하자면,
PGR과 Game-Q간의 논쟁이 그랬고,
최악의 프로게이머에 관한 논쟁이 그랬다.
어떤 이들의 사랑은 결벽에 가까울정도로 순수하다.
행여나 상대가 작은 상처라도 입을까봐 조바심내고,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 티끌 하나의 오점도 남기지 않으려 집착한다.
가끔은 이러한 이들의 사랑이 두렵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집착에 가까운 너무나도 순수한 그들의 사랑에서
너무나 맑고 투명하여 범접할 수 없는 그 어떤 두려움이 느껴지기에,
상처주지 않으려는 그 결벽스런 조바심에서 당사자는 모르는
그런 상처를 누군가에게 남기기에.
반면 어떠한 이들의 사랑은 너무나 역설적이다.
무신경하게 상대에게 상처를 주며,
가끔은 정말 거칠고 투박하며 때론 추한 방식으로
그들의 사랑이 표현되기도 한다.
가끔은 그러한 이들의 사랑이 너무나 경멸스럽기도 하다.
때론 그것이 사랑인지 증오인지 헷갈릴 정도의 모호한 경계,
일반적으론 받아들이기 힘든 너무나 역설적인 그들만의 사랑의 표현,
누군가의 가슴을 찢는 처절한 상처들.
그렇지만,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이들 모두가 부럽다.
그 어느쪽의 사랑의 방식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지금의 나로서는 도져히 판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은 분명 누군가를 혹은 그 무언가를
치열하게 사랑하고 있는 것이므로.
가끔은 치열한 논쟁과 감정싸움에 가려져
서로가 망각하게 되지만,
그들은 분명히 '같은 대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사랑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 치열함이 때론 그들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하겠지만.
더불어 상처에 대한 약간의 개인적인 생각들.
에반게리온의 엔딩에서
신지가 결국 택한 것은,
결국 서로 상처를 주며 혹은 받으며 살아가는 그런 세상이었다.
그리고 하루키의 글에서 생각나는 몇 구절,
'산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그 상처가 결국 나를 계속 살아가게 만든다.'
물론, 나의 빈약한 사고의 깊이로는 안노 히데야키나 하루키의
깊은 삶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되는
저러한 작품의 결론이나 구절들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직관적인 그 어떤 의미는 느낄 수 있다.
그간의 이런저런 일들로 상처 받은 여러 사람들,
그 상처는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증거이므로,
아무리 그 상처가 예리한 아픔으로 다가올지라도
그것에 지지말고 더욱 치열하게 사랑하시고,
더욱 아프게 상처입으며 성장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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