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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9 18:3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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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동수랑과 서즐녀. (1)온개임국의 횡액. |
숙하이(淑夏理) 3년 온개임국(穩開林國)에 동수랑(東洙郞)과 온개임녀(穩開林女: 일부 사서에는 서즐녀(徐櫛女)로 전한다.)부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동수랑이 바다에 낚시하러가 바위에 앉아 잠시 쉬자 바위가 저절로 움직여 동수랑을 바다건너 어느 나라로 실어갔다. 그곳의 사람들은
이를 상서로운 징조로 여겨 동수랑을 왕으로 옹립해 세웠다. 한편 서즐녀는 남편이 혹 낚시하러 가서 글설리 파도에 휩쓸렸을까 두려이 여겨
바다로 나갔다가 바위에 올라 앉자 역시 바위가 서즐녀를 싣고 갔다. 아내와 재회한 동수랑은 크게 기뻐하며 그녀를 귀비로 삼아 나라를 다스렸다.
이때 동수랑과 서즐녀가 떠나자 온개임국에는 기이한 횡액이 벌어져 나라가 어지러웠다. 이벌찬(伊伐滄:주1) 김도형이 개리어병(改利御病)에 걸려
몸져 눕고 이찬(伊滄:주2) 엄재경은 신돈병(申頓病)에 걸려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를 반복하였다. 또한 장안에 미남미녀가 모두 사라져
민심이 극도로 피폐해지자 근심하다 못한 용준왕은 신하 김창선을 불러 대책을 논의하였다.
"창선공,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내 듣기로는 지금 암비시개임국(闇非示改賃國)에선 빼어난 미모의 주수걸(株水杰)이 나타나 백성들의
칭송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하오. 내가 선왕이신 일훈전하의 후계를 이은 내이투(內李投)원년 이래로 이런 환난이 없었건만......"
"전하, 예전에 선왕께서 말씀하시길 "이 나라가 적절함을 잃지 않음은 곧 선사의 덕업때문이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오니 적절선사 대기스님을 모셔다 조언을 구함이 옳으리라 생각합니다."
"오, 내 어찌 그 생각을 못했던가. 당장 그 분을 모셔오시오."
용준왕이 무릎을 치며 어서 대기선사를 모셔올것을 명하자마자 나인 하나가 달려와 급히 이르기를 "대기선사께서 오셨습니다."라고 하였다.
대기선사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와 적절하게 합장을 하며 적절한 각도로 고개를 숙이자 용준왕은 황망히 달려나가 그를 맞이하였다.
"허허, 그간 적절하셨습니까 전하. 소승 대기선사이옵니다."
"대기선사, 정말 적절하게 잘 와주었소. 사람들이 가로되 선사의 아오조라 솔루선(亞吳調羅 率樓禪) 독경앞에 풀리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하니
내 오늘 선사의 지혜를 빌리고 싶소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나라의 환우를 적절히 읽고서 전하를 찾아뵈올 작정으로 온 것이옵니다. 제가 천문을 보니 적절치 못한 객성이 태백을 범하였고
지리를 읽으니 청룡이 백호를 덮어 적절한 기운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허면 어찌하면 적절히 되겠소?"
"이는 모두 수타급생수(手打級生水)의 정(精)과 박순희(薄巡禧)의 정(精)이 본디 우리나라에 있었는데 지금은 타국으로 가버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들을 찾아 적절하게 우리나라로 데려와야 하오니 국가의 대사이므로 이 임무를 적절한 인물에게
적절히 맡겨보내야 할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연륜과 학식이 신료중에서 제일이라는 급운(給雲) 임요환 공은 어떻겠소?"
"임공의 경험과 학식을 따라갈 이는 조정에 없습니다. 그러나 소승이 지난날 임공을 친견한 적이 있사온데 그의 머리가
부채로도 다 가리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타인에게 위압을 주는 용모를 지닌 자가 과연 사절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허면 그와 쌍벽을 이루던 청빈(淸貧)학파의 태두(太豆) 홍진호 공은 어떻겠소?"
"홍공의 청렴함은 천하제일 청백리라 칭할만 합니다만 전하께선 그의 말을 들어보신적이 있사온지요. 소승이 듣기로는 홍공의 하인들조차도
그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데에 닥눈삼이 필요하다 할 정도로 말이 빠르다합니다. 또한 술에 취해 경박한 춤을 추는 버릇(주3)이 있다고 하니 아니되옵니다."
"용력의 강대함이 여봉선(呂奉先:주4)과 견줄만 하다는 우부(優釜) 최연성 장군은 어떻겠소?"
"최 장군의 힘은 가히 지난날의 도척조차도 어깨를 수그릴만 합니다. 허나 그는 임요환공의 제자로 출사를 시작하였으나 한때 학파를 바꾸어
석희정(昔希鄭)의 문하에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처신조차 일관치 못했던 자를 어찌 기용하겠습니까."
"한해에 세번의 장원급제를 이룬 천재 구란두수람어(九蘭頭手覽漁) 이윤열 공은?"
"이공의 필력은 쌍을 찾기 어려울만큼 극에 달해있으나 말에 있어서는 항상 맺고 끊음이 분명치 못하며 단어선택 역시 적절하지 못하옵니다.
그를 보내신다면 한지홀률(旱地忽律:주5)의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 대체 누구를 보내야 적절하단 말이오?"
"과거 신라국에서는 군주에게 차차웅(次次雄:주6)의 칭호를 바쳐 신께 국가의 평안함을 기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하는 것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차차웅과 이름이 비슷한 파파웅(波波熊) 이재훈 공에게
이 일을 맡기시지요."
"그 자는 조정에 나왔다하면 졸기 일쑤에 말 한마디 크게 못하는 자가 아니오? 선사께선 어찌 그런 자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시오?"
"비록 이재훈 공이 스스로를 용렬히 여기는 탓에 이름을 날리지 못하고는 있으나 초야에 있을무렵부터 명성이 대단하였고 역대 장원급제자치고
이재훈 공의 사사를 받은 적 없는 자가 드물다 합니다. 그의 용모는 푸근한듯 귀여운듯의 경계에서 적절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타인에게
안도감을 주는 분위기를 타고 났습니다. 적절히 이번 일을 수행할 수 있을만한 동량이오니 전하께서는 그를 기용하시지요."
"내 어찌 대기선사의 적절한 말을 듣지 않을수가 있겠소. 어서 이재훈 공에게 사자를 보내시오."
용준왕이 보낸 사자가 급히 이재훈에게 달려가 입궁하라는 어명을 내리자 잠을 자고있던 이재훈은 침상에서 느릿느릿 일어나 관복을 입고
하품을 하며 왕앞에 나아갔다. 용준왕은 이재훈의 행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대기선사의 얼굴을 보아서 꾹 참고 영을 내렸다.
그러나 이재훈이 심드렁하게 왕에게 말하기를, "신이 사는 거처가 낡고 누추하여 체면이 서지 않습니다. 저에게 커다란 저택을 지어주시고
곡창의 옥토를 내려주신다면 이 일을 맡겠습니다." 라고 요구하였다. 용준왕은 그가 재물을 밝히는 모습에 그만 화가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대기선사는 "과연 이재훈공이로군요. 다시 그에게 서한을 써서 보내십시오. '과인은 귀공의 현철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리 하신다면 토지도 집도 내리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용준왕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대기선사의 말을 따라 이재훈에게 서한을 써서 보내었다. 그러자 이재훈이 다시금 궁으로 찾아와 왕 앞에
평복하며 가로되, "우매한 신에게 중책을 맡겨주시니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고 하였다. 이에 놀란 용준왕은 대기선사에게 영문을 물었다.
"이재훈공은 일부러 전하의 심중을 떠본것입니다. 전하께서 그를 탐탁치않게 여기셨다면 그의 요구를 거절하거나 들어주고 명을 내렸겠지요.
허나 전하께서는 화를 내시었고 이는 곧 재훈공을 인재로서 믿고 있었다는 증거이니 전하의 서한 한통에 즉시 명을 받든것입니다."
이재훈의 지혜에 크게 감탄한 용준왕은 그에게 옥접어(玉蝶御:왕이 공을 세운 신하에게 내리는 옥으로 세공한 나비문양의 장신구-주7)와
두라군(頭羅郡)지방의 토지를 포상으로 하사하였다.
왕은 이재훈을 보필할 유능한 인재들을 모았다. 활을 들면 십리밖의 나뭇잎을 꿰뚫는다는 리보궁(利普弓)의 달인 김성제와 북방의 토수족(土數族)이
그의 이름 석자만 들어도 밥맛을 잃는다는 무장군(無將軍) 전상욱, 잠입,미행,은신술의 대가로 눈앞에 적이 있어도 자신의 존재를 감출 수 있다는
첩자 이병민이 우선 궁에 불려와 용준왕의 명을 받들었다.
이처럼 전국에서 인재모으기에 여념이 없던 용준왕에게 대기선사가 나아가 진언하기를,
"소승이 나라를 유랑하던 시절에 지오(知梧)지방 출생으로 천문,주역,오행과 팔괘,풍수와 해몽에 두루 능하여 "서왕모의 도원(桃園)에 숨어들만한
기재이다(주8)"고 칭송을 받는 인물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오 지방이라면 재훈공과 동향이니 그자를 찾도록 하십시오. 예지몽을 꾸는 데에는
소승조차도 그를 따를 수 없습니다."
이에 이재훈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그를 찾았으나 행방이 묘연하여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이재훈이 길을 걷던중에 녹차밭에서 잠시
쉬어가는데 한 사내가 밭 가운데 누워 잠을 자다가 가위에 눌려 손발이 오그라들으려 하는 것을 구해주니, 그가 바로 이재훈이 찾고있던
당대 제일의 역술가 지몽(知夢) 강민이었다.
왕 앞에 나아간 강민은 "홍진호 공의 얼굴에 설기가 머물었고 그의 집은 사좌해향(巳坐亥向:주9)의 방향에 놓여있었습니다.
곧 홍진호 공의 신변에 탈이 닥칠 듯 하니 어의를 보내십시오." 고 말했다. 그의 집으로 어의가 달려가보니 과연 홍진호가 지수병(池受病)으로
쓰러져 있었다.
강민의 가세로 사절단이 편성되어 곧바로 동수랑과 서즐녀를 찾아올 임무를 띄고 출발을 준비하였다.
타고갈 배는 나라안에서 제일의 기술장인 박신영의 공방을 찾아가 주문하려했으나 그는 이미 고인이었다. 그래서 그의 수제자 두오백(杜汚白) 박태민은
밤낮으로 매달린 끝에 갑판에 등받이가 달린 신 기술의 배를 건조해내었다.
출항일은 강민이 꿈을 꾸고 대기선사가 해몽하여 적절한 길일을 잡아 정해졌다.
날짜가 되자 예상대로 날씨는 적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배는 적절한 방향에서 불어온 적절한 세기의 바람을 받아 돛을 펼치고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주1,2: 이벌찬과 이찬은 신라의 17등 관계에서 첫번째와 두번째 서열의 관직이었다.
주3: 검색엔진에서 "콩댄스"를 쳐보세요!
주4: 여포 봉선.
주5: 마른땅을 기는 악어라는 뜻. 난폭한 사람을 지칭하나 본문에선 잘못된 환경에 놓인 동물의 의미로 사용.
주6: 신라에서는 왕에게 거서간-이사금-차차웅이라는 칭호를 사용하다가 후에 "왕"을 사용하였다.
주7: 옥접어라는 것은 실제로는 없다. 억지로 뜻 맞추고 음 맞춰서 만들어낸 단어.
주8: 서왕모는 중국의 설화에 나오는 선녀로서 그가 사는 곳에는 선도복숭아가 자란다고 한다.
주9: 사좌해향은 풍수지리에서 사용하는 방위의 하나.
주절: 아트토스에서 놀던 제가 이렇게 불쑥 가입->공모를 결심한걸 보면 돈의 위력은 역시 막강합니다.ㅠ.ㅠ
다들 아시겠지만 삼국유사에 수록된 이야기 [연오랑과 세오녀]를 모티브로 두고 쓰는 글입니다. 힘 닿는대로 써보려하지만
써놓고 제가 읽으니 왠지 온갖 잡탕글이 되버린 것 같습니다. 하하하. 삼국유사의 문체를 흉내내려 했더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식의 글이 되어버리는건 저의 능력 부족때문인가 봅니다. 흑흑. 원래는 강민선수를 주인공으로 기획했지만
도저히 강민의 캐릭터로 이야기를 끌고나갈 수가 없어 우리의 영원한 맘씨좋은 형님, 아빠곰 이재훈선수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원문의 연오랑과 세오녀가 신라사람이라서 관직 이름은 신라의 것에서 따왔습니다. 국사시간에 열심히 들으셨다면
각주를 보지 않고서도 아셨겠지만요-_-;;;;그러나 호칭을 ~공이라고 쓴 것은 중국식아니냐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ㅠ.ㅠ
이 글을 쓰는 지금 싱가포르에서 WCG에 출전하고 있을 그에게 아주 약간이라도 힘을 불어넣을 수 있으면 좋겠군요.
생각하건데, 이 글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절한 분량의 중편이 될거같습니다.
이번편에는 쓸데없이 각주가 많이 들어갔지만 다음편부터는 안그럴겁니다-_-;;
이 글에서 다소 희화화된 선수들과 팬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특정선수를 싫어하지도 폄하하려는것도 아니니
재미로 보고 넘겨주세요. (특히 두 번씩이나 등장하신 홍 선수와 팬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저 홍 선수 좋아합니다. 봐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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