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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3/22 01:29:56 |
Name |
kama |
Subject |
[연재소설]Romance - 9. 그리고 |
9. 그리고
“꿈과 열정이 살아 숨쉬는 클라임 리그! 클라임 리그가 다시 시청자분들께 찾아왔습니다. 개막무대에서 인사드립니다. 캐스터 이연수입니다. 이번 리그도 변함없이 두 분의 해설자 분 김동윤, 장인후 해설이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모든 워크래프트3 유저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셨던 클라임 리그가 오늘에서야 개막을 하게 됐습니다. 저번 리그, 참 많은 명경기가 쏟아졌고,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을 했었죠. 이번 리그는 과연 어떤 시합들을 선수들이 보여줄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일단 어떤 선수들이 올라왔는지를 살펴보아야죠?”
“네, 원래 이 클라임리그는 한국, E-스포츠의 종주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 리그가 아니겠습니까. 이 곳에 올라온 30명의 선수들 역시, 그런 대표적인 선수들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들뿐입니다.”
“이번 리그는 특히 기존의 강자들과 새로운 신예들이 적절한 비율로 올라왔습니다. 일단 누가 과연 이 30인 안에 들었는지 보도록 하죠.”
「여, 얼른 와라 시작했다. 전화 아직 안 끝났냐?」
간편한 츄리닝을 입고선 낡은 소파에 앉아 매서운 눈초리로 TV를 보고 있던 금발의 남자는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 눈을 더욱 찌푸리면서 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먹는 것은 좋아해도 씻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하는 주인들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난잡한 부엌의 싱크대 옆에 서 있는 남자는 전혀 다른 곳에 신경이 팔려있었고, 그래서 결국 금발의 남자는 다시 TV쪽으로 눈을 돌렸다. 잠시 후, ‘탁’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미소가 어울리는 남자가 그의 옆에 가서 앉았다. 아니, 좀 피곤했는지 앉자마자 그대로 반쯤 누워버렸다.
「잘 안됐어?」
로이 앤더슨은 그대로 시선을 TV에 고정시킨 상태로 입을 열었다.
「응?」
「방금 그 전화, 매니저에게 한 것 아니야? 휴대폰으로 해외전화를 그렇게 오래 하다니. 한국은 해외요금이 싼 편인가 보네.」
「싼 건 아니지만 기회가 왔을 때 빨리 처리해버리고 싶어서.」
「하여튼 결과는?」
「어차피 전력 강화를 위해서 한국 선수를 영입할 계획이기는 했나봐. 그래서 몇 명이랑 교섭을 시도하는 중이라더군. 그러는 김에 한 번 고려해 보겠데.」
「하, 이번 결과로도 확답을 얻기에는 부족한건가.」
「아직 확실한 검증이 됐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지. 뭐, 어쩔 수 없지. 일단 좀 있으면 유럽 길드 리그전도 열릴 것 같으니까, 거기서 좋은 성적을 내야 스폰서 관리도 쉽지 않겠어?」
「그러고 보니 정말 바쁘군. 너는 WEGL, 나는 클라임 리그. 좀 있으면 ESWCS도 개막하겠고 중국에서도 토너먼트 대회가 열리지 않나, 거기에 길드 리그전까지. 이거 야간 수당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야?」
「어이, 프로는 바쁜 것이 좋은 현상이라고. 할 일 없어 빈둥대는 프로만큼 비참한 것도 또 어디 있냐.」
「어쨌든......중복 출전을 막아줬다는 의미에서는 녀석에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글쎄다.」
신의식은 반쯤 누운 상태에서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힘들었는지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자세를 바로 하였다.
「.너도 참 인생 고달프게 사는 것 같다.」
「내 생각도 그래.」
「그래도 대단했지. 거기서 그런 전략을 쓸 줄이야. 솔직히 만취한 상태가 아니고서야 그런 미친 짓을 할리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선 마운틴 킹. 분명 예전에 사용된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프로즌 쓰론으로 넘어와서는 맵에 회복 샘, 마나 샘이 없는 이상은-아니 있다고 해도-사장되었던 전략이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휴먼도 세컨 영웅을 중립 영웅으로 뽑는 경우가 많아진 상황에서는 더욱 그런 걸 들고 나올 줄은 상상조차 못했었지. 분명히 실력은 위였다. 1경기의 어이없는 실수에 의한 패배는 오히려 신의식의 신경과 집중력을 최고조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으니까. 하지만 상대의 그런 배짱 있는 전략, 로이 식으로 말하자면 회괴망칙한 작전은 그런 완벽한 상태의 그를 흔들었다.
사실 아주 약간이었을 뿐이다, 그가 당황했던 것은. 하지만 상대는 그 약간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결국은 그것이 승부를 갈랐다. 그는 그 때를 기억하면서 만면에 띄었던 미소의 강도를 높였다.
「앞으로 그런 황당한 작전에 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야. 하긴 다음에 또 만날 일이 있어도 그런 짓은 안 할 것 같지만.」
「그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때는.」
「정직하게 덤비겠지. 더욱 더 성장한 실력을 가지고.」
그제야 로이는 의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좋아 보이는군. 동양식으로 뭐라고 했던가, 그래 달관이었나? 하여튼 그런 것처럼 보이는데?」
그 말에 의식 역시 로이를 바라보았고, 로이는 자신이 진정 잘못 말했음을 깨달았다. 이 녀석,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군.
「야구는 9회말 쓰리아웃을 잡을 때까진 아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 지금은 그저 점수를 한 점 내줬을 뿐이야.」
「쳇, 이 시스터 콤플렉스 녀석. 그나저나 야구로 비교해봤자 난 이해를 못한다. 차라리 크리켓을 예로 들어라.」
「......망할 녀석.」
의식은 이번에는 아예 소파 위에 드러누워 버렸다. 자신의 무릎 위에 다리가 올라가자 로이가 뭐라고 투덜대기는 했지만 그 말을 친절과 성의를 다해 무시해준 그는 계속 TV를 응시했다. 마침 카메라가 개막전을 치루는 선수들의 얼굴을 클로즈업 해줬기 때문에 그는 익숙한 얼굴을 보게 되었다.
뭐, 어쨌든 사람의 감정은 언제든지 변하는 법이니까. 역전의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았다는 것을 명심하길. 그는 속으로 자기 자신을 향해 파이팅을 외쳤다.
“......역시 저번 대회 우승자답게 여유가 있는 표정이죠? 정말 워3의 역사상 이렇게 강한 선수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의 포스를 내보이고 있습니다, 이 선수.”
누군가는 말한다. 이 일이 그렇게 노력 할 일이냐고.
“네, 정말 완벽하다는 말이 이보다 더 어울리는 선수는 없겠죠. 저번 대회 우승자,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과연 이번 대회에서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엄청난 연습을 필요로 하고, 치열한 경쟁의 전장을 헤치고 가야한다. 하지만 그렇게 위로 올라가도 얼마큼의 성과를 얻을지조차 확실하지 못하다. 아쉬운 현실, 불확실한 미래.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하긴 여기에 올라온 30인의 선수 중에 만만한 선수가 있다고는 생각이 안 듭니다만.”
게임 따위를 열심히 해서 무엇을 하겠냐고도 한다. 애들 놀이에 지나지 않는 것에 소중한 젊음을 바치는 것은 낭비일 뿐이라는 말도.
“이 선수,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다크호스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사실 이번 예선이 치러지기 전까지는 완전 무명의 선수였거든요. 여러 길드를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하긴 했지만 정식으로 길드에 들은 적도 없었고, 배틀넷 랭킹에 들었던 선수도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젊음이란 것이 무엇이냐고, 청춘이 그저 나이를 나타내는 말일 뿐이냐고.
“제가 듣기에 이 선수가 이런 대회에 참여하기로 맘먹은 것도 얼마 안됐다고 하더군요. 이번 클라임 리그 예선이 사실상 첫 대회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그 첫 예선에서 최근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계 스웨덴 선수 라이센 신을 2:1로 이기고 올라왔다는 점이죠.”
장래니 안정이니 하는 문제들을 집어 던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땀을 흘리고 열의를 불태우는 것이 젊음이 아닐까, 청춘이 아닐까.
“네, 최강의 전설을 쓰고 있는 현 챔피언과 그런 챔피언을 향해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신예의 시합. 클라임 리그의 개막전을 장식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낭만이 아닐까.
“경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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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파이팅!”
“네, 경기 시작했습니다. 이진희 선수, 신인인데도 벌써 여성 팬이 있는 모양이네요?”
“하하, 혼자서 외친 것을 봐서는 아마 여자친구 같습니다. 좀 부럽네요.”
“그러고 보니 김동윤 해설도 슬슬 장가갈 때가......”
“아, 휴먼 진영이 파란색 7시로군요.”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Romance 끝 -
++ 봐봤자 별 영양가 없는 후기 ++
군 제대 후, 하날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때, 오랫만에 창고에서 만화책들을 꺼내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 중 하나가 그 유명한 '고스트 바둑왕'이었죠. 순식간에 다 읽어 버리고선 그 만화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무엇보다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은 바둑만화이면서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는' 만화였다는 점입니다. 아니, 그를 넘어 바둑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였죠. 그래서 이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워3를 소재로 하지만 워3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걸 쓰자!는 생각이었죠(물론 결과가 나와보니 워3를 잘 알아도 재밌게 봤을지는ㅡㅡ;;;;) 그래서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구조가 잡혔고 결국 '애라 모르겄다! 일단 쓰고 보자' 모드로 나갔습니다^^; 제목 romance도 사랑의미의 로맨스가 아닌 워3팬에게는 너무 익숙한 낭만이란 의미로 사용했던 것이고요.(사실 생각이 안나서 일단 짓고 봤다는......)
일단 무엇보다 처음으로 연재 소설을 완결지었다는 것이 뿌듯하군요. 뭐, 비록 9화에 원고지 475장짜리 짧은 글이기는 했지만 제가 원래 끈기가 없고 쉽게 질리는 타입이라 단편소설 말고는 제대로 쓴게 없어서 말이죠(자랑이냐!) 어쨌든 이렇게 마무리를 짓고 나니 시원섭섭하군요.
어쨌든 소설의 계기를 마련해준 고스트 바둑왕, 중간에 무더졌던 제 의지를 다시 불살라준 만화 'beck',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름을 도용당해버린 제 주변인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군요.(주인공 3인방 이름은 전부 제 주변인물들-친구가 아닙니다^^;-의 이름을 조금씩 변경한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변변치 않은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이로써 romance는 완결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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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실대로 고백하겠습니다. 현재 2부를 기획 중입니다;;;;(엎드려! 돌 날라온다!!) 맨 마지막에 주인공의 이름을 적은 것도, 맨 마지막 문장도 그런 의미로 봐주시길.(1인칭의 매력은 주인공과 독자(&필자)의 일치감이기 때문에 주인공 이름 부분은 매우 고심했습니다. 하지만 2부는 3인칭으로 나갈 예정이라 이름을 밝히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적었습니다) 물론 아직 기획 중인데다 이제 슬슬 숙제의 마왕과 리포트의 악마가 판을 칠 시기라 언제가 될 지는 장담 못하겠군요. 아마 빨라야 5월, 혹은 여름방학이 될지도 모르겠네요.(어차피 기대할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요ㅣ^^ㅣ) 하여튼 잘못하면 본문보다 잡담이 길어질 것 같으니까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 마지막으로 누가 유럽과 중국의 팀 구성, 리그 방식 좀 설명해 주세요~ 그럼 정말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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