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그를 규정하는 것이 달라진다.
그와의 경기를 바라보는 사람이, 그가 져야만 하는 상황을 의도하고 있다는 것만 뺀다면, 그의 경기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압도적인 자신감과 호쾌함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시즌의 모습에서 그의 승리를 바라볼 때, 특히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모습이랄까.
그의 패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그 모습이 어떤 두려움의 양상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승리를 바라는 사람이나, 혹은 그의 경기를 그저 제 3자의 입장에서 즐겁게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그의 모습에서 유쾌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승리하는 모습에서 어떤 군더더기가 없는 아주 깔끔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라는 인물이 가지는 확실한 특징이 바로 이 것이 아닐까.
그를 적으로 삼는다면, 그는 참 골치 아픈 존재다. 당장 이 번 리그에서만 살펴보다면, 처음부터 끝이 날 무렵까지 블레이드 마스터를 이용해 상대를 괴롭히면서, 자신의 힘을 늘려가고 있었다. 뻔히 안다. 그 견제 뒤에는 힘의 집중과 이를 통한 총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펼쳐지는 견제를 극복하기에도 솔직히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견제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서야, 그를 이겨낼 수 있을까. 리그를 거듭해 올수록 그는 더욱 자신을 발전해 왔기에, 그를 적으로 삼는 존재들은 참 힘겹다. 정형화된 패턴에 약간의 변화만으로 그가 거둔 승리는 9승이고, 정상에 도전할 자격까지 얻었다. 만약, 그가 패턴의 변화까지 알고 있고, 단지 이는 준비 중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면..... 그를 어렵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소리다.
그를 동지로 여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볼까. 그는 참 탁월한 호드인이다. 호드를 이끌고 이렇게 좋은 성적, 아니 상대에게 공포까지 불러올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 자 몇이나 있던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한국에 한정지을 경우는 그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물론, 여기에는 약간의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압도란 무엇인가. 상대에게 힘을 쓸 어떤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호드의 미덕이 개인적으로 볼 때는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할 때, 그의 경기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선이 굵은 힘의 장엄함이다. 압도라는 것이 상대에게 힘을 주지 않는 것이라면, 그의 견제는 바로 힘을 주지 않는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여기에 완벽하게 전장을 제압하는 힘의 모습까지 덧붙인다면, 그를 일컬어 탁월한 호드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결코 지나가는 이야기는 아니리라.
그를 적으로도, 동지로도 삼지 않는 사람이 그를 바라본다면..... 그는 확실히 전장을 누비는 전사로 기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이끌리는 것이 사실일 것이고. 명장이 지휘하는 전투는 역사에 남는다고 하던가. 전쟁과 전투는 분명 피해야 할 인류의 악업이지만, 지금 그들이 벌여온 전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그 전투. 명장의 전투가 역사에 남는 것은 바로 그 어쩔 수 없는 악업의 희생을 최소화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희생은 되도록이면 최대로 줄이고, 상대의 힘을 완벽히 제압을 해서, 되도록 빠르게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 그것이 명장의 전투다. 그는 분명히 명장이다. 그가 지금까지 벌여온 전투에서 그 모습이 나타나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완벽한 승리. 그리고 이를 통한 상황의 개선과 확정. 지금 그는 완벽한 승리로 호드의 명예를 높였고, 이를 통해 자신의 명예를 높일 마지막 순간까지 도달을 했으니.
명장, 상대에게는 공포의 대상, 그리고 그를 따르는 이에게는 희망의 메시아. 지금 그가 점하고 있는 위치가 아닐까. 존경과 친근함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하나, 그에게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존경은 그가 보여준 모습에서 기인하는 것이요, 친근함은 그가 지금까지 승리하면서 이끌어온 호드인들이 바치는 경의중의 하나가 아닐까. 마치 휴먼 유저들이 ㅅㅂㄹㅁ이라고 외치는 것이 박세룡이라는 유저에 대한 경의이자, 친근함인 것처럼. 군주라는 뜻인 자카드에는 별로 위압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권위는 충분하지만, 친근함도 함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사람의 표상은 지금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그렇게 정의되고, 때로는 부담되는 기대를 받는 것이 어떤 숙명인지도 모른다. 지금 그에게 주어진 숙명은 바로 호드를 위한 숙명이다. 그리고 또한 동시에 자신을 위한 숙명이기도 하다. 우승을 위한 자신의 숙명.
돌이켜보면, 그와 우승과의 인연은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어떤 꿈이었던가. 새삼 옛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의 전의가 얼마나 불타오를지를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커프리그의 마지막 도전자였고, 그 자리에서 다소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패하며 정상에의 도전을 접어야 했던 그. 커프리그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워3리그로 돌아선 이후, 그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는 우승의 맛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무대에서 그와 우승과의 인연은 드물다고 할 수 밖에는 없다. WCG 2004의 마지막이 그랬으며, 프라임리그에서 3연승 이후, 2연패로 탈락의 고배를 든 것이 그러했다. 숙명. 그는 명장이고, 명장이 명장으로 영원히 남는 이유는 업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업적으로 남기는 것이 그가 진정한 명장으로 태어날 마지막 임무이자, 숙명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 그는 자신의 숙명을 이루기 위한 도전의 길에 서 있다.
오랜 시간 경기를 펼쳐 왔고, 그 보답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그가 지금까지 벌인 모습을 통해서 이를 더욱 알 수 있다. 그는 이제 정상이라는 존재로 보답을 받을 충분한 권리를 가졌다. 다만, 권리를 스스로 쟁취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어떤 존재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바로 그의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마지막 항해이다. 오랜 시간 벌여온 그의 전투와 모습이, 호드의 영광과 자신의 완성으로 귀결이 되기를 바라며.
2005 World E-Sports Games Season1 Final.
호드를 위해, 자신을 위해.
SK.zacard, 황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