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 그를 상징하는 문구이다.
그가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을 돌이켜 본다면, 지금의 모습은 감히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적이 없음, 無敵. 그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사람이 누가 있으리오. 적수가 없이 미칠 듯이 강한 사람에게는 패배란 단어를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일종의 질투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정의할 수 있을 것이며,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인 약자를 동정하는 마음이 그의 패배를 은근히 기원하는 쪽으로 간 것일 수도 있으리라. 그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의 패배를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가 패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처음 서두를 이렇게 시작했다. 그를 상징하는 문구가 전율이라고. 그렇다. 그는 전율의 화신이고, 사람들의 가슴속에 전율의 불꽃을 화려하게 일으켰다. 통계가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통계는 그의 위치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지난 10월, 프라임리그5와 온게임넷 인비테이셔널을 기점으로 삼을 때, 그의 외관상 드러나는 입상 경력은 우승 2차례와 준우승 한 번이다. 사실, 이 것만으로도 전율이지만, 그는 그 이상의 성적을 뿜어낸다.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그가 패한 것은 단 8번. 그 사이에 그가 승리를 거둔 횟수는 37회다. 그가 패한 8번을 자세히 나누면, 다른 종족에게 진 것은 겨우 2번이다. 그 사이에 그가 다른 종족을 상대로 거둔 승리의 열매는 무려 24차례이다. 센티널의 전사들이 센티널이 아닌 다른 이들을 상대로 거둔 승리가 64번이니, 이는 실로 엄청난 수치라고 밖에는 말 할 수가 없다.(필자의 계산이 약간 틀릴 수 있을 것이나, 대강은 맞다고 자부한다.) 패하는 법을 모르고 난 것은 아닐 텐데, 이리도 상대를 압도하는 선수를 본 적이 있던가. 그가 지나가고 걷는 길은 이제 역사가 되어 간다. 프라임리그의 전승 우승과 현 시점에서 WEG 마저 전승 우승으로 마무리 할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기 때문은 아닐는지. 전승이라는 것은 말하기는 쉬워도,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미 달성한 위업에 꽃을 더하는 것으로 그의 항해가 일단 마무리가 된다면, 그 누구도 그가 다른 세계에서 온 천재 시인임을, 환상의 인물임을 부정하지는 못하리라.
세상의 모든 사물은 그러하다. 이름을 부를 때, 그 사물이 있음을 인식한다. 언어를 사용 할 때, 비로소 그 사물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이 가치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가 보여준 전율의 모습에서 통계적인 전율을 뺀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 것이 바로 전술적인 다양성과 이를 통해 이끌어 내는 전율이 아닐까 한다. 단적으로 영웅 사용만 놓고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그가 쓰는 영웅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는다. 이 시점에서 나오지 않았던 영웅이 다시 나와서, 새로운 의미를 쓰고, 때로는 잊혀졌던 영웅도 다시 나와 자신의 노래를 부른다. 망각의 늪에서 벗어 나와, 각인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마르지 않는 문웰은, 센티널 승리의 상징이다. 그것이 덧붙여서, 끊이지 않는 그의 보존스태프는 그의 승리를 상징한다. 잠시 전장을 떠나야 하는 영웅, 군사들이 하늘로 승천해 마르지 않는 문웰 곁으로 간다는 것은, 상대에게는 악몽이자, 그에게는 승리의 깃발일 뿐. 그리고 지켜보는 이에게는 전율의 끝을 확실히 느끼게 하는 것 일뿐. 그 이상의 의미부여가 과연 필요할까.
중국에서 천하를 잡는다는 것을 표현할 때, 사슴을 쫓는다는 말을 썼다고 한다. 그는 이미 사람들의 가슴을 평정했다. 전율이라는 빠르고 잡기 힘든 사슴을 너무 쉽게 잡아버린 그의 모습. 남은 것은 진정으로 전 세계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일만 남지 않았을까. 30인의 구도자 가운데서 그는 최고로 우뚝 섰으며, 그 중의 패배를 기록한 것은 한 차례도 존재하지 않았다. 16인의 시인들 가운데서 현재 마지막 정상을 다툴 자리에 그는 올랐으며, 그는 지금까지 패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를 바라보면서, 패배를 몰랐기에 그 점이 약점이 되어서 무너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까지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 사슴 사냥을 앞두고서, 그는 자신의 사냥 기술만 믿고, 같이 사슴을 쫓는 다른 이의 존재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에게 남은 것은 패배이겠지만. 그의 압도적인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가 그런 방심과 자만의 늪에 빠지기를 원할지도 모르겠다. 애석하게도, 지금까지의 장재호가 우주에서 온 미래전사, 환상작곡자가 될 수 있었던 원인은 각고의 노력에 있었으며, 이는 모든 사슴을 다 손아귀에 넣을 마지막 기회를 앞둔 지금의 시점에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이나, 그는 최선을 다했고, 자신의 마음과 몸을 다 걸었던, 요컨대 성심성의를 다 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왔다고 본다.
달이 빛나는 밤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구름이 끼면, 사람은 달을 볼 수 없다. 달빛이 아무리 밝다고 해도, 앞을 가리는 그것을 넘기에는 밝지 않다. 허나, 달은 스스로 구름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자연의 상식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하나, 우리의 달이 언제 그런 상식을 가지고 지금까지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가. 그가 믿었던 상식은 아마 성심성의로 자신의 노력을 다 하면, 빛이 어둠을 없애리라는 것이리라. 달빛이 중원의 사슴을 향해 그 서늘한 기를 쏘고 있다. 설사, 왕일지라도 천하의 모든 사슴을 잡으려는 그의 노력을 방해하지는 못하리라. 그의 영광스러운 빛은, 환상은, 꿈은.... 실현 그 자체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가 펼치는 손끝의 움직임으로.
2005 World E-Sports Games Season1 Final
센티널의 이름으로 일통천하를 위해.
Moon
[one], 장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