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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1/17 12:24:51 |
Name |
The Siria |
Subject |
World E-Sports Games 16인의 시인에 대한 단상(11) - Mouz.Shortround, 데니스 찬 |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평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평범하다는 것이 반드시 특별하지 않다는 말과 같은 말은 아닐 것입니다.
평범한 것은 오히려 꾸준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다는 말과 같은 말일지도 모릅니다.
꾸준하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다 발휘한다는 것이겠지요.
자, 그것은 승리라는 단어가 항상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항상 이길 가능성은 예비하고 있다는 점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꾸준한 사람에게 내려 있는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기복이 없이, 항상 좋은 바이오리듬(비록, 그 바이오리듬은 거짓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을 유지한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항상 자신의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평범함의 가치입니다.
WCG의 리플을 받아서 보다보니, 그의 경기에서 느껴지는 것이 바로 평범함이었습니다.
한국의 나엘들이나, 여타 나엘들을 바라 볼 때, 느껴지는 번득임이나, 재치는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장재호 선수가 가진 전략적인 번득임이나, 이형주 선수가 가진 강력한 힘의 모습, 이재박 선수가 보여주는 상황을 유연하게 이끄는 능력. 각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모자라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 눈이 틀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그는 평균적인 시를 쓰는 사람입니다. 평균적인 센티널의 언어를 보여주며, 평균적인 센티널의 운영을 보여 줍니다.
시라는 것이 특징이 있어야 가치를 지닌다고 말하신다면, 그의 시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그저 단어의 나열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 그는 초청을 받기 위한 자격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WCG에서 4위를 차지한 것은 그저 우연일까요? 시가 평이하다고 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간 것이 과연 행운이 따른 것일까요?
제가 리플을 잘못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느낌으로 볼 때는 평이함 속에 어떤 힘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평이하다는 말로 정의하기에는 어떤 다른 느낌이 배어나오는 그런 모습. 적어도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점이 개성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그런 개성이 바로 그의 평이함 속에 들어있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
평이함의 힘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요.
평범하면서도 굳건한 기상을 가지고 있는 그런 모습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요.
기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항상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뜻하는 것일 겁니다.
항상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흔들림이 없다는 것입니다.
흔들림이 없이 일정한 마음, 그러니까 평정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겠지요.
평정심이란 나이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나이와 달리 더 성숙할 수 있는 것이 평정심이겠지요.
평이한 플레이지만, 그것이 계속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은 평정심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경기가 평범하지만, 특이하다는 것은 평정심의 이야기가 보인다는 것이겠지요.
그것이 그를 주목하고, 초청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평이함과 평정심. 그 냉정한 상관관계.
사실, 그렇습니다.
승리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는 것입니다.
시인으로서 그가 항상 좋은 시를 쓰는 것은 어려울 지라도, 자신의 시를 꾸준히 쓰는 모습은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시의 질이 압도적으로 뛰어나 많은 독자를 확보하는 모습은 보여줄 수 없더라도 항상 꾸준한 질을 보장하는 시를 쓰는 것도 시인의 재능입니다.
그 시는 승리를 가져다주는 자신의 비결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평범함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띄는 패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인상에 남습니다.
그것은 조용히 승리를 향해 한발 한발 전진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조용한 힘. 조용하다는 것은 반드시 약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이에, 자신의 시를 쓰는 사이에 어느새 자신의 목표에 다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것이 그의 평범함의 힘이자, 자신감의 원천이자, 그가 강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이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허허실실(虛虛實實).
비어있는 것 중에 가득 찬 것이 있다는 것. 압도적인 특징이 없는 가운데서도 실속은 있다는 것입니다. 실속이 있다는 점. 실속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에서 시의 내용은 화려한 문체나, 주제가 아닌 진실성과 성실성에 달려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의 시가 평이하면서도 높게 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속에 실속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이함 속에 들어 있는 강력한 힘.그의 시가 이 땅에 올 수 있는 자격은 바로 이 점일 것입니다.
「그러나 30년 전의 유대 전쟁에서도 보았듯이, 로마군이 본격적으로 그물을 끌어당기기 시작하면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민족은 없다. 성채를 하나씩 함락시키고, 거기까지 뚫은 도로를 통해 운반된 식량으로 병사들은 원기왕성하다. 반대로 다키아 병사들은 전투에서 죽고, 성채를 빼앗겨 달아날 곳도 없이 수도 쪽으로 계속 밀려날 뿐이었다. 좋든 싫든 완전히 포위된 상태에서 결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의 경기 양상을 표현한 글은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압도적인 전술과 천재적인 전략으로 이기는 모습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그물을 치는데 성공한다면, 그래서 그 그물을 촘촘히 엮어서 당길 수 있다면, 그의 시는 평이함에도 최고의 시가 될 수 있는 것일 겁니다.
자, 그가 그물을 당기기 전에 그물을 뺏을 수 있을지, 아니면 그물을 찢을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할 일입니다.
시인이자, 어부가 된 평범한 청년이 평범하지만 특별한 시로 천하를 울리는 센티널의 기세가 될지 주목해야 할 일입니다.
그의 그물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음을 다시 보여줄 차례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그 자리에서 어느 정도 보여준 그의 재능을 여기서도 다시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평범함이 때로는 모든 것을 압도한다는 점을 일깨우기 위해서도 말입니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시를 쓰는 어부, Mouz.Shortround 데니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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