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이야기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순전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서였다.
내가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이 세계에 관해 어줍지 않은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준 사람이니까.
그가 펼친 경기를 통해 아, 이 세계도 굉장히 재미있는 것이구나 싶었고,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바라보게 된 경기였다.
스트레스라는 것이 막강한 수험생에 접어들 무렵, 그 처절함과 분투 속에서 난 이 세계에 대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빠져들게 되었다.
내가 그를 처음 이야기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어쩌면 그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헌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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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GN: 25전 13승 12패
MBC게임:1전 1패(CTB2)
이야기의 처음은 2003 한빛소프트배 온게임넷 프리매치 4강전. 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것이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경기였으므로.
오크의 영원한 전설 중의 하나, 이중헌.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
그와 이중헌과의 대결은 충분히 명승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본다.
1경기 플런더 아일
무난하게 지나가던 경기.
하지만, 이중헌이 뽑은 헤드헌터와 샤먼의 조합. 그리고 10레벨 레드 드레이크는 사냥이 되면서, 힘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졌다. (뛰어난 컨트롤로 극복을 한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이중헌이라는 이름이 각인이 된 한 경기.
2경기 더스크 우드.
초반 멀티를 계속 저지당하는 그.
이중헌의 견제와 타이밍에 완전히 발이 묶이며 승부를 어렵게 끌고 가게 된다.
와이번과 3영웅의 힘에 계속 끌려다니는 그.
심지어 크립에게 키퍼까지 잃고, 일컷 크로우폼으로 와이번을 막으려 하지만,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용병을 구입해서 공세를 계속 펼치는 이중헌.
하지만 꾸역꾸역 막으며, 버티면서 키메라까지 뽑고, 그린드래곤을 사냥하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게 된다. 그리고 방어는 데몬이 건물의 지형을 이용해서 버틴다. 마치, 삼국지에서 유비형제와 맞서는 여포처럼.(방송에서 나온 이야기랍니다...)
용병을 주축으로 하는 이중헌, 그리고 탈론과 키메라의 그.
그의 병력이 다 죽어서, 이중헌 대단하다고 말 하려는 순간, 그의 데몬은 메타포시스가 되어 이중헌의 3영웅과 모든 병력을 전멸시켰다!
탈론의 사이클론, 그리고 데몬의 메타포시스는 기어이 역전을 일구어냈으니....
3경기 로스트 템플
전진 배럭을 시도하는 이중헌. 과감하게 그런트와 파시어로 공세를 핀다.
하지만 별 소득 없이 막히게 되고....
승부의 흐름은 그가 약간 우세하게 된다.
무난히 탈론과 키메라를 추가하는 순간, 과감하게 헤트헌터와 레이터, 샤먼을 가지고 찌르는 이중헌의 공세에 병력에 계속 전멸하는 그. 정말 처절하게 방어를 하지만, 결국 자원이 끊어지는 비운을 맛보며 패배하는 그. 정말 처절하게 나무를 먹으며, 트리를 버티지만.... 결국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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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베르트랑 그로스펠리외.
스타리그에서는 처절 테란으로 명성을 날렸고,
여기, 이 세계에서는 데몬의 화신이자, 처절한 나엘로 명성을 날린 선수다.
그리고, 선수 시절 마지막에는 솔직히 약간의 구설수도 있었던 그런 선수다.
하지만, 그 기억만큼은 잊기 힘든 그런 선수이기도 하다.
워3세계가 처음 열리고 리그가 시작 되었을 때,
그가 처음 등장한 것은 온게임넷 리그에서부터였다.
열여섯 명의 선수중에 여덞명은 기존 프로 자격증을 소유한 선수중에서 선발하고,
나머지 여덞명은 아마추어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 온게임넷 워3리그 1차 시즌이었다.
당연히 그는 기존의 자격을 가진 선수에 들었다. 그리고 그 예선을 넘어서 1차시즌에 서게 되었다.
첫 경기, 박외식 선수를 나나전에서 누르며, 그의 항해가 시작되었다.
16강이 단판이었으니까, 그리고 전지윤 선수와의 결승 전까지 전승이었으니까, 그는 6연승을 달리며, 결승에 올랐다.
연승동안 그의 힘은 발휘가 되었고, 공교롭게도 스타리그에서도 연승을 질주하던 바로 그 시점이었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무수한 순간 순간을 넘기며, 차례로 상대를 제압하며 맞이한 결승.
어쩌면, 첫 시즌이었기에 서로 자신의 종족의 최선의 운용법을 몰랐는지도 모른다. 그도 그러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종족이 수치가 자신의 수치가 높았고, 그런 상황에서 맞이한 결승.
그는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그 자신의 생각으로는 아무 것도 해 보지 못한 채 패배를 맛보게 된다. 3:0이라는 스코어는 분명, 자신에게도 만족스럽지 못한 그런 결과이리라.
여하튼 그는 시드를 얻었다.
2차 시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점이다.
SKY 2002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4위. 그리고 첫 워3리그의 준우승.
김이 빠졌는지, 아니면 본인의 말대로 흥미를 잃었는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라면, 그는 16강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온게임넷 워3리그의 고유의 방식처럼,(비록 1차시즌의 단판에서는 변화했지만.) 16강은 3판 2선승이었고, 안경 쓴 파시어라 불린 St.Rori 정승재 선수에게 잡히며, 탈락했다.
뭐, 황규훈 선수와 호흡을 맞추어 팀플리그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별 다른 업적이 없는 관계로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한다. 다만, 이 팀플리그가 뒤의 프리매치의 한 계기가 되었음은 말하려고 한다.
두 차례 온게임넷 리그에서 8강에 오르는데 성공한 선수들과 이 팀플리그의 입상자들이 벌인 것이 바로 프리매치였으니까.(저 유명한 푸의 저주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이 시즌부터였다. 팀플리그 우승자인 이형주-이중헌이 16강에서 바로 만나게 되었으니.....)
자, 그는 여기서 다시금 상당한 실력을 보인다.
아직, 워3계에서 자신이 잊혀지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것일까.
이재준 선수와의 그 유명한 역전승리가 바로 그것이고,
추승호 선수와의 경기에서는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기도 한다.
그래서 기어이 승리를 얻게 된다.
*프리매치 16강 1경기
초반에 이재준 선수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린 베르트랑.
하지만, 꾸역꾸역 탈론을 모으고, 데몬의 레벨이 높아지면서,
그리고 키메라까지 등장하면서 상황은 묘하게 흘러간다.
용감하게 오크의 병력 앞에서 변신하여 혼자 막아내는 메타포시스.
중앙 멀티까지 먹고, 절대 불리하지 않았던 이재준 선수의 분위기는 달라지게 된다.
결국 데몬과 탈론과 키메라의 힘은 오크를 제압하는데 성공.
메타포시스의 힘과 위력은 실로 놀랍고, 또 놀라우니....
*프리매치 8강 2경기
추승호 선수에게 패한 1경기.
(기억에는 건물러시가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두 번째 경기도 초반에 그렇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탈론전으로 흐르는 경기, 초반에 불리하던 그 경기를 역전시킨 것은 전투였다.
1차 전투에서 샘의 힘으로, 2차 전투에서 프텍 스크롤의 힘으로,
가끔 영웅을 잃으며, 경기를 묘하게 이끌게 되기는 했지만...
끊임없이 셰퍼로 멀티를 끊어주며, 기어이 그는 이기게 된다.
자, 정리할까.
그는 이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다.
이중헌 선수에게 진 후, 역시 오크 유저인 김대현 선수에게 3:1로 지며 그는 자신의 대회를 마친다.
아니, 이 대회가 그의 마지막 워3리그였다.
천상 그는 온게임넷에서만 활동을 했으며, 그 뒤로 예선에는 나간 적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그 이상의 오름은 없었다.(HP배 예선이라고 알고 있으며, 그 뒤에 프로리그 엔트리에 들기는 했었다. 필자 생각으로는 당시 AMD팀에 프로 자격증을 가진 워3 선수가 없어서, 끼워넣기로 들어간게 아닌가 싶다. 기욤 역시 당시 엔트리에 들어갔으니까.... 실상 그들은 거의 출전하지 않았다.)
아, 여기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사실 mbc게임에 나간 적이 있다.
딱 한 번, 이제는 뭐 볼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CTB2에 한 번 나가서 졌다. 뭐, 이상하게 하다가 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니....
(Pooh와 St와의 경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에 대해 워3인들의 이미지가 아주 좋은 것만으로 기억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의 솔직한 한 인터뷰 탓인지도 모른다. 워3가 운의 요소에 작용이 되는 경기라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패배가 운에 의해 작용이 된, 그래서 억울함을 호소한 대목.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자유다.
그리고, 필자도 과거의 일로 다시 그가 논쟁의 대상이 되기는 원하지 않는다.
(그의 인터뷰를 찾고 싶은 사람은 pgr이전게시판에서 알아서 검색하기를.)
이미 떠난 사람에게 무엇을 바라랴.
다만, 그의 투사적인 성격을 볼 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 어떤 그의 이미지적인 느낌과 함께 결부되어 남겨진 그 이미지들의 연속 속에서 느껴지는 모습처럼.
그에 대한 회상을 마치면서, 어느 한 가지 일치되는 이미지가 든다.
데몬의 화신.
그의 경기를 보면서, 그와 데몬 헌터가 일치한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정말 불리했던 경기를 데몬의 힘으로 뒤집은 적도 많았고.
그의 데몬 6렙, 메타포시스의 위력은 참 대단했다.
스타 세계에서 처절한 테란, 커맨드를 사랑한 테란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워3의 세계에서도 그는 정말 처절한 나엘이었다. 마치 변하여 자신을 불태우며, 화려하게 모든 것들을 제압하는 그 모습의, 그 상황의 모습과 함께 다가가는 그 무수한 순간들의 조합이여. 그 순간의 처절함을 넘어서는 그 모습이 지금도 한 이미지로 남아 그를 불굴의 화신으로 기억되게 하는 것일까.
(트리를 사랑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데몬의 화신, 그가 입술을 깨물고, 버티고 또 버티면 사냥과 상대의 견제에 집중할 때, 혹은 불리한 상황에서 어떻게든지 반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피눈물 나는 분투를 거듭하고 있을 때, 그의 데몬만이 그와 함께 하고 있었다.
그는 스타일리스트였다.
확실한 자신의 스타일을 가진 그런 사내였다.
푸른 눈, 깨문 입술.
이제는 워3에서도, 스타에서도 만날 수 없지만, 그라는 사람이 남긴 기억까지 잊으랴.
ps. 이 글의 제목은 김탁환님의 소설,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에서 따 왔음을 밝힙니다. 나름대로 재미있는 소설이랍니다.
ps2. 어줍지 않은 실력과 재주로 감히 글을 씁니다. 너그럽게 봐 주시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