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So1 스타리그 4강 1주차
♦ 위기에 몰릴수록 강해지는 자
A조 4경기 R-Point
임요환(T) VS 박지호(P)
스코어는 2:1 박지호 선수가 한 경기 앞서게 되었다. 분명 스코어상으로는 박지호 선수가 유리하나 전체적인 기세와 맵에 관한 전적을 보자면 결코 박지호 선수가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전날 우주닷컴에서의 박지호 선수의 인터뷰를 보면 결코 4경기까지 안가겠다고 말한적이 있다. 이 발언은 바로 3:0으로 끝내겠다는 자신감이자 4경기에 대한 부담감이다.
실제로 4경기 R-Point라는 맵은 그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맵의 기본 전적은 총 통합이 테란 대 프로토스의 전적은 31:30으로 테란이 한경기 앞서고 있으나 이정도의 전적이라면 누구나 할만한 전적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그것은 평균적인 테란과 프로토스의 전적을 나타낸 것이지, 어떤 선수의 전적을 고려해 보았을때에는 오히려 선호하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임요환 선수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혹자는 임포인트라고 말할정도로 임요환 선수는 이 맵에서의 성적이 본선기록만 따진다면 6전 전승으로 대단히 좋은 편이다. 또한 이 맵에서 임요환 선수는 천적이라고 불리우는 강민 선수를 스니커즈 올스타리그에서 타이밍 러쉬로 제압한 바 있었으며, So1 스타리그 16강에서도 안기효 선수를 상대로 또한 8강에서 박정석 선수를 상대로 침몰시켰다. 여러모로 한가락 한다는 토스들은 이 맵에서 꺾어본 적이 있다는 셈이다.
그렇기에 박지호 선수는 자신이 이 맵에서 성적이 안 좋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서까지 그러한 부담감을 가지고 말하였다. 상대가 이 맵에서의 성적이 너무나 좋기 때문에 3:0으로 끝내겠다는 것이며 이 4경기까지 끌고가서 어떤 발판을 상대에게 주지 않겠다는 박지호 선수의 각오서린 인터뷰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어쨌거나 3경기에서 지고 4경기로 넘어왔기 때문에 박지호 선수는 최대한 자신이 유리하던 맵에서의 패배를 빨리 잊고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며 임요환 선수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신이 토스들을 꺾었던 감각을 되살리며 경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경기 초반 임요환 선수는 7시, 박지호 선수는 1시로 대각선에 위치하였다. 박지호 선수 입장에서는 임요환 선수가 혹여나 모를 전략적인 카드라던가 기습적인 공격에 대비하기 상당히 좋은 위치라 할 수 있다. 임요환 선수는 FD를 구사할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이에 박지호 선수는 2게이트가 아닌 드라군 사업가는 돈을 아껴가며 로보틱스 퍼실리를 워프, 리버를 예고케 한다.
로보틱스를 워프, 서포트 베이를 워프하여 리버를 준비하는 프로토스
여기서 박지호 선수는 드라군 사업가는 돈을 로보틱스로 가서 서포트 베이를 올리고 리버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병력이 부족한 순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박지호 선수는 셔틀보다 리버를 먼저 생산하여 수비를 하였으며 임요환 선수는 FD를 하면서 6마린 1탱크 1벌쳐로 상대를 찔러보다가 상대가 언덕에 자리잡고 있음을 보고 무리하지 않고 병력을 회군시켰다. 그러면서 임요환 선수는 벌쳐의 마인으로 상대의 리버를 확인하였다.
FD로 진출, 그러나 무리하지 않고 병력을 회군시키며 마인으로 리버의 존재를 눈치 챈 테란
여기까지의 상황으로는 테란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일단 프로토스가 선택한 카드를 읽었다는 점, 리버를 파악하였기 때문에 그리고 프로토스보다 멀티가 빨랐다는 점이 테란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고 있다.
프로토스보다 멀티 타이밍이 빠른 테란
박지호 선수는 이러한 점을 알기 때문에 질럿과 리버를 동반한 셔틀드랍으로 상대를 흔들어주기 위해 작전을 수립하였다. 임요환 선수는 여기서 한가지 실수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2경기에서도 박지호 선수의 리버에 휘둘렸으면 더군다나 벌쳐의 마인으로 리버를 확인한 시점에서 엔베를 올리는 타이밍이 상당히 느렸다는 것이다. 덕분에 엔지니어링 베이가 완성되기도 전에 셔틀이 도착하였다.
단순 셔틀 리버 드랍이 아닌 질럿 리버로 타격하는 프로토스!
물론 임요환 선수의 예상은 벌쳐의 스파이더 마인으로 리버를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터렛 대비가 늦었다는 것은 임요환 선수 본인이 잘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는 프로토스의 작전을 알고서도 대처가 미비했었던 것일까. 필자의 조심스러운 예상으로는 아마 리버 드랍이 와도 리버 한기만 태우고 오거나 혹은 드라군과 같이 동반한 셔틀드랍을 예상하지 않았나 싶다. 리버 한기나 드라군과 같이 동반되는 드랍작전이라면 소수 마린과 탱크 벌쳐로 충분히 카버가 되기 때문이다.
연이은 리버 스캐럽의 대박에 의한 SCV폭사
그러나 임요환 선수는 질럿 2기를 생각을 못하고 제대로 칼을 맞은 형국이 되어버렸으며 박지호 선수의 리버는 안그래도 다급한 임요환 선수의 상황을 더욱 좁혀들게끔 SCV를 12킬 해주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런 전황의 이득을 프로토스는 트리플 넥서스를 시도하고
결국 이런 전황은 박지호 선수가 테란에 비해 멀티 타이밍이 늦었던 것을 극복하고도 남음이 있었으며 이런 남은 이득으로는 3시지역 멀티를 시도, 즉 트리플 넥서스를 준비하였다. 여기서 임요환 선수는 승부수를 띄워버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SCV를 잡힌 것을 복구하고 상대가 트리플 넥서스를 하면 자신도 맞확장으로 가서 대 물량전을 펼쳐 장기전을 가기 보다는 오히려 칼타이밍 러쉬를 시도한 것이다.
조금은 이른 타이밍에 러쉬를 시도하는 테란
탱크 6기에 벌쳐3기 그리고 마린 소수로 타이밍 러쉬를 펼친 것이다. 박지호 선수는 전황을 약간 다르게 본 것이 실착이였다. 자신이 타격을 입히고 내가 확장위주로 게임을 한다면 상대는 그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 자신이 확장한 것을 따라할 것이라는 예측하에 플레이를 하였는데 임요환 선수는 그가 생각하는 플레이의 범주를 넘어선 것이다.
전진되는 테란의 병력
당시 박지호 선수의 상황은 3시지역에 시도한 트리플 넥서스가 막 완성되어 프로브를 갖다 붙이는 시점이었으며 시타 델 오브 아둔도 막 완성되어 질럿 발업을 막 해주고 있을 타이밍이였다. 그러면서 드라군 수는 9기. 결국 어찌보면 정말 무모할정도로 빠르다고 할 칼타이밍 러쉬가 시즈탱크의 점진적으로 시즈 배치를 해가면서 들어온 병력이 프로토스의 앞마당 지역이 포화가 닿을 정도까지 테란이 진격해왔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따지고 보면 좀 더 박지호 선수의 기민한 플레이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만약 박지호 선수가 테란의 입구 부분에 옵저버를 미리 배치하여 테란이 전진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드라군을 전진배치시켜 상대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찰나에 박지호 선수의 본진 상황을 보니 아직 드라군 사업 업그레이드 안되어 있었다. -_-; 즉 다시 말하자면 임요환 선수가 진출하는 상황에서 드라군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로 사이버네틱스 코어가 임요환 선수가 진출하는 상황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당시 테란의 병력이 진출할려고 시작했을 때 드라군의 사업은 완료가 안되었다
그렇다, 바로 이 순간에 있어서 우리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박지호 선수는 빠르게 트리플 넥서스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동시에 시타델 오브 아둔을 지어 상대적으로 드라군의 사업을 늦게 해준 것이다. 만약 드라군 사업이 되어있었더라면 박지호 선수는 좀 더 드라군을 전진배치시켜 테란의 병력 진출을 가로막을 수 있었겠지만 사업이 안되다 보니 본진에 드라군을 배치하였으며 결국 그의 이런 늦은 사업은 테란의 진출을 허용하였다.
물론 그의 이런 실수 아닌 실수를 탓할수도 없는 것이 애초부터 꺼내온 카드가 리버 드랍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업이 늦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어쨌거나 테란의 진출한 병력은 드라군의 사업이 안되고 질럿도 발업이 안된 틈을 노려 제대로 찔렀으며 결국 프로토스의 앞마당 넥서스를 타격하기까지에 이르렀다.
터렛과 벙커까지 지으면서 조이기를 공고히 하는 테란
당시 교전상황에서는 박지호 선수가 셔틀로 질럿 드랍을 시도해보았지만 소수의 마린이 눈엣가시였다. 리버드랍을 할 때부터 마린이 셔틀을 타격해주었기 때문에 HP가 상당부분 타격을 입었다. 또한 마린과 벌쳐 때문에 탱크를 효율적으로 견제하지도 못하였다. 임요환 선수는 아예 굳히기로 전 병력 랠리포인트를 박지호 선수의 입구로 배치시켜 놓고 터렛과 벙커를 지어 농성을 공공히 하였다.
결국 시즈탱크의 포격으로 프로토스의 앞마당 넥서스는 파괴되고
결국 이러한 칼타이밍 러쉬와 순간적인 질럿 발업이 안된 부분 그리고 트리플 넥서스를 시도하여 병력의 공백기가 잠시나마 생긴 점, 그리고 리버 드랍과 테크를 올리느라 사업을 실수인지 혹은 어쩔수 없이 늦게 해준 점 때문에 박지호 선수는 그대로 밀려버렸으며 탱크의 포화에 앞마당이 닿아 포격을 맞아 파괴될 무렵 드라군의 사업은 이미 완료되었으나 이미 늦은 것이다.
벌쳐 2기의 본진 난입과 시즈탱크의 포화아래 드라군들은 녹아난다
이후의 전황은 시즈탱크의 포화로 드라군들이 녹아나가기 시작하였고 본진에서는 벌쳐 2기가 난입하여 프로브를 잡아 프로토스의 신경을 분산화시켰으며 전진된 병력은 합류된 병력과 함께 점점 프로토스를 옥죄어왔으며 박지호 선수의 마지막 2셔틀 드랍또한 벙커와 터렛으로 인해 무마되었으며 결국 박지호 선수는 5경기로 가는 길목을 임요환 선수에게 내준 셈이 되었다.
결국 박지호 선수는 임요환 선수의 칼 타이밍 러쉬에 GG를 선언
다시 한번 개인적으로 임요환 선수의 이 맵에서의 대 프로토스전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8강에서 박정석 선수를 상대로도 그는 물량에도 뒷받침 되었었지만 무엇보다도 더욱 승리를 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타이밍 러쉬였다. 알포인트에서의 경기도 박정석 선수는 요즘 테란처럼 무난히 맞확장으로 가면서 맞물량전 가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임요환 선수의 타이밍러쉬에 한방에 무너졌으며 815에서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7시 스타팅 멀티와 7시 앞마당 멀티가 돌아갈려는 그 시점 찰나에 드랍쉽으로 탱크 골리앗을 실어 날아 매서운 타이밍 러쉬를 보여주었다.
두 경기 모두 상대의 물량 혹은 자원이 갖춰지기 바로 그 이전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려는 불꽃에 세숫대야보다 더 큰 걸로 확 차가운 물을 뒤집어 엎어버린 것이다. 이 경기도 다르지 않다. 박지호 선수가 리버를 준비 그리고 트리플 넥서스와 질럿 발업등 전체적인 시간에서 적어도 1분 아니 30초만 있었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황제는 프로토스의 전체적인 타이밍의 총체적 약점을 기가막히게 파고들어 그대로 승리를 따낸 것이다.
동양시절 주훈 감독의 초시계를 기억하는가? 주훈 감독이 시간을 재면서 당시 저그들의 멀티 체크 요인 및 시간등을 파악하며 거기에 걸맞게 타이밍으로 승부를 건 것처럼 임요환 선수 또한 다시 한번 초시계를 들고 나와 찰나의 순간에 전황을 자기것으로 만들어 버린 선수이다. 이윤열, 최연성이 병력적인 우위나 자원적인 면 혹은 전투에서 일어나는 전황적인 면에서 이득을 챙겨 압도적으로 이기는 선수라면, 임요환 선수는 이 두 머씨형제와는 또 다른 자신만의 타이밍의 시계를 갖고 나와 승리를 거둔 것이다. 결국 그는 이런 4경기에서의 찰나와 같은 시간을 순간적으로 자신의 타이밍으로 전환시켜 승리를 거두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였으며 결국 그는 자신의 생애 온게임넷 6번째 스타리그 결승에 진출하였다.
2005년인 지금 수많은 게이머들이 정상에 올라오다가 다시 좌절하고 혹은 떨어지거나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영원은 없다' 라는 대 명제하에 그 누구도 정상 자리를 굳게 지키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금 이 임요환 선수만큼 그 역시 한때나마 정상권을 차지하였던 선수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여 결국 결승에 진출하였다. 이제는 올드게이머라 불리우는 노장인 임요환 선수. 그의 이런 거듭되는 발전속에서 한때 계속 지적받았던 정전테란 저축테란 등 그리 달갑지 않은 닉네임을 얻었던 그 시절과 비교해 본다면 그의 이런 발전은 다른 게이머들에게 그야말로 귀감이 되는 것이다.
테란의 양대산맥이라 불리우는 두 머씨형제와는 또 다른 물량에서도 밀리지 않으면서도 그들 머씨형제와는 또 다른 카드이자 자신의 잃어버렸던 타이밍이란 무기를 되찾은 임요환 선수. 그의 고전적인 면과 새롭게 조화된 발전된 모습을 보자면 임요환 그의 이름은 더 이상 과거형이 아니다. 그의 이름은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며 앞으로도 연구하며 발전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 결승에서도 그의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