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1/22 03:03:28
Name CoMbI COLa
Subject [일반] 아이 (수정됨)
나는 아이들을 싫어한다. 이유없이 무조건 혐오하는건 아니고 특유의 소리지르고 떼쓰고 우는 모습이 싫다. 아이가 내는 소리가 유전적으로 주변 모든 소리를 뚫고 귀에 쏙쏙 박힌다던데 그게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신경이 곤두서게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있는 곳을 피한다. 식당에 아이들이 있으면 안 가고, 먹는 도중에 들어오면 빨리 먹고 나간다. PC방도 애들 오는 곳 보다는 담배 냄새 쩔어있는 아조씨들 다니는 곳이 낫다.


내가 사는 건물 1층에는 중국집이 있는데 한 번도 먹어본적은 없다. 그 이유는 주인이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통의 위치를 임의로 옮긴다던가,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운다던가, 복도에 입간판을 세워 놓는다던가 등 대놓고 항의할건 아닌데 묘하게 기분 나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7-8살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 있는데 내가 쓰레기를 버리는 저녁 9시~10시 사이에 배달용 오토바이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봤었다.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지만 나는 그의 아버지가 싫고, 게다가 원래 애들도 싫어하니 당연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어젯밤 양손에 종류별로 쓰레기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데 중국집 아들이 달려와서는 내 쪽으로 문을 열어재꼈다.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으며 아이를 쳐다보고 한 마디 하려는 순간,

"들어드릴까요?"

라고 아이가 말했다. 그랬다... 내가 양손 가득 들고 나오니까 문을 열어준 것이었다. 다만, 문 여는 방향이 내 쪽이었을 뿐. 순간적으로 오해한게 부끄러워서 고맙다는 말도 못 하고 '아니' 라고 짧게 답하고 쓰레기를 버린 후 건물로 다시 들어가려는데 세로로 써진 조그마한 글씨가 보였다.



[미시오]

원래 안쪽으로 여는게 맞는거였다.






p.s. 이사온지 3년 됐는데 진짜로 어제 처음 봤어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01/22 03: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 오해 한번 하고나면 세상 보는 시선이 좀 바뀌더라고요.
20/01/22 03:3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이런 소소하지만 울림 있는 일상글 참 좋아요.
세인트루이스
20/01/22 03:48
수정 아이콘
짧은 글인데 반전의 반전이 있네요 크크
20/01/22 09:48
수정 아이콘
요즘 서로 인사하는걸 받는 것 조차도 인색해졌다고 느낍니다
되려 이렇게 먼저 인사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시즈플레어
20/01/22 09:51
수정 아이콘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문에 써있는 문구인데 놓치셨다니 유감입니다 하하
게르마늄
20/01/22 10:05
수정 아이콘
이런글 좋아요
닉네임을바꾸다
20/01/22 11:31
수정 아이콘
뭐 원래 미시오 당기시오는...크크
아이셔 
20/01/22 13:56
수정 아이콘
이런글 좋아요 (2) 저도 언젠가 이런 일상글 올리고 싶네요.
14th.ghost
20/01/22 15:06
수정 아이콘
이런글 좋아요 (3)
Hammuzzi
20/01/22 15:11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4122 [일반] 한달 무료후 8690원 자동결제…유튜브 프리미엄 과징금 8억 폭탄 [77] 강가딘13797 20/01/22 13797 1
84121 [일반] 한국(KOREA)형 성공학모델(6) [7] 성상우4986 20/01/22 4986 1
84120 [일반] [역사] 청일수호조규는 어떻게 체결되었는가? aurelius8591 20/01/22 8591 5
84119 [일반] (노스포) 남산의 부장들 후기 [65] 삭제됨14011 20/01/22 14011 3
84118 [정치] 공중부양(ascension)을 준비하는 허경영과 혁명당 [89] 에어크래프트15961 20/01/12 15961 0
84117 [일반] 붕어빵 일곱마리 [38] Secundo8050 20/01/22 8050 82
84116 [일반] 기업의 품질보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16] Daniel Plainview7544 20/01/22 7544 23
84115 [일반] [기타] 매년 루이 16세를 위해 미사를 봉헌하는 성당 [5] aurelius7775 20/01/22 7775 1
84114 [일반] 아이 [10] CoMbI COLa5441 20/01/22 5441 18
84113 [일반] 인종간 불평등에 대한 임팩트있는 사진 세 장. [53] OrBef14898 20/01/22 14898 6
84112 [일반] 피아니스트 양방언과 술마신 썰.sull [31] MissNothing11902 20/01/22 11902 30
84111 [일반] 한국(KOREA)형 문화모델(2) [3] 성상우5031 20/01/21 5031 1
84110 [일반] [역사] 19세기 거문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7] aurelius8924 20/01/21 8924 18
84109 [일반] 상여금 50만원 받았습니다. [29] 광개토태왕13832 20/01/21 13832 12
84108 [일반] 불특정 한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어느정도의 돈을 지출할수 있을까.. [37] 마르키아르10391 20/01/21 10391 0
84107 [일반] 한국(KOREA)형 제품모델(3) [6] 성상우6142 20/01/21 6142 1
84106 [일반] 2020년 02월 02일이 기대됩니다. [34] 파란마늘10047 20/01/21 10047 5
84105 [일반] [속보]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됩니다. [65] VictoryFood12666 20/01/21 12666 9
84104 [일반] 이국종 교수 본인 인터뷰 떳네요. [124] 가라한17454 20/01/21 17454 7
84102 [일반] 오늘 새벽 스타벅스 앞에 줄을 섰습니다. [22] 삭제됨12611 20/01/21 12611 4
84101 [일반] (아재, 철지난 서브컬쳐, 이미지) 북두신권 캐릭터 이야기 [20] OrBef9596 20/01/21 9596 7
84100 [일반] (삼국지) 진등, 스스로 두 주인을 선택한 안목 [19] 글곰8102 20/01/21 8102 19
84099 [정치] 김상조 정책실장 인터뷰 (매우 깁니다) [183] SaiNT14297 20/01/21 1429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