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호러와 친숙하지 않습니다. 일단 공포 게임은 스팀에서 앨런 웨이크가 있긴 한데 할인할때 사놓고 플레이 타임이 1시간도 안되구요. 공포 영화는 일단 믿고 거릅니다. 왜냐구요? 무서우니까요. 물론 공포 영화를 안본 건 아니에요. 본격 공포 영화까진 아니어도 최근에 어스랑 겟 아웃은 극장에서 봤구요. 파라노멀 액티비티 3편이 극장에 상영할때 거기 있긴 했어요. 봤냐고 물어보시면 그때 제가 본 건 제 눈을 가린 손 밖에 본게 없어서 영화는 기억이 안납니다. 여러분 그러니까 공포영화를 보실때는 저처럼 손이 두껍고 뚱뚱해야 시야가 잘 가려집니다. 여러분.
근데 참 기묘한게, 저는 공포까진 아니어도, 괴담 내지 기담으로 분류될만한 이야기는 참 좋아합니다. 한 때 도시 괴담 이야기 중 하나인 SCP 관련 이야기도 이것 저것 찾아본적도 있구요. 그러니까, 제가 공포 영화나 공포 게임을 좋아하진 않지만, 기괴한 이야기는 그냥저냥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서점에 갔다가 책 하나를 찾게 되었습니다.
<자정 4분 뒤>, 스티븐 킹. 중편집입니다. 2편 씩 2권, 총 4편인데... 일단 저는 되게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거 보면서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우리는... 아니 왜 매니아는 공포에 열광하는가. 일단 저는 아니에요. 저는 개쫄보라... 호러 팬들은 약간 일반적인 팬덤과는 약간 다른 평가방식을 지닌거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러니까 영화 같은 경우에 일반적인 사람들의 '좋은 영화'와 호러 팬들의 '좋은 영화'는 꼭 일치하지 않을때가 종종 있더라고요. 저는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알거 같더라고요. 여기 나오는 4편의 이야기는 공포물인데, 원인이 확실치 않아요. 그러니까 첫 중편 <몽골리어>같은 경우에 다른 세계가 왜 있고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넘어왔고, 이쪽 세상은 종말을 앞두고 있다는 게 중요한거죠. 어쩌면 명확한 기승전결도 필요하지만 그걸 뛰어 넘는건 공포스러운, 절망스러운 분위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호러 중에서도 코스믹 호러랑 연결이 되는거 같아요. 코스믹 호러가 뭐냐고요? 음.. 시험지를 앞에 둔 대학생 같은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존재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호러물 같은거요. 가장 대표적인게 크툴루 신화 같은 거고, 예시에 가장 어울리는건 <이벤트 호라이즌>이 아닐까요. 아니 워프했는데 갑자기 악마가 나타나? 왜? 하는 순간 이미 이 영화 별로인데 싶은 생각이.. 뭔가 공격하는데 그게 뭔지 물어보면 "내가 누구냐고? 알 필요 없다!"하면서 공격당하는 그런거. 뭐 비슷한 예시로 <존 윅>시리즈 같은게 있겠네요. 여기는 뭐가 공격하는지는 아는데 죽는건 못피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만.
반대로 코스믹 호러랑은 좀 다른 호러들은 약간 접근 방식이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더 일반적인 호러물들 있잖아요. 악마나 살인마나 유령이 나오는 작품들은 조금 다른 방식일텐데, 개인적으로는 '연속성'과 '일상'의 깨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던 것들이 바뀌고 변하고, 때때로 갑자기 사라지는 것들이요. 공포물에 자주 나오는 '있다가 없어지는 연출'들이 이 연장선에 있는건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애인이나 돈에 대해 공포를 느끼진 않잖아요. 원래 없던 거니까. 근데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지는건, 우리에게 위화감과 궁금증을 주는 건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면 자다 일어났는데 갑자기 비행기에 승객들이 사라졌다! 같은 거요.
연장선상에서, '일상으로의 침입'도 비슷한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린 그냥저냥 잘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끼어들어왔다? 하는거요. 중편 중에서도 갑자기 미친 개 한마리가 찍히는 사진기가 나오는 편 하나, 갑자기 표절 딴지 거는 사람 나오는 하나 해서 두 편이 비슷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어요.
또 호러에서 중요한 건 궁금증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저건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싶은 궁금증이요. 근데 이게 다른 장르랑 또 다른 거 같은게, 굳이 공포에서는 모든 패를 보여주진 않아도 될 거 같아요. 물론 에일리언이란 떡밥을 해소하기 위해 더 큰 떡밥을 던진 프로메테우스 같은 시리즈도 있고, 재탕 삼탕을 반복하다 오리진 스토리를 끓여도 맑은 국만 나오는 호러 시리즈가 많긴 하지만, 반대로 공포 영화에서 어떤 악의를 지닌 상대의 기원은 약간 얼버무리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물론 캐릭터 성에 영향은 주겠지만, 굳이? 싶은 생각도 종종 들더라고요. 아니 <샤이닝>에서 캐슬록 호텔에 뭐가 있는지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좌니가 내 뚝배기를 노리고 도끼질을 하는데?
그런데 반대로 사진을 찍을때 마다 불길한 개가 사진에 가까이 올때(4번째 작품), 독자 입장에서 만약 궁금하지 않다면 가장 납득이 가는 전개는 사진을 전부 태우고 카메라를 불태우는 겁니다. 그럼 해치웠다! 4장 끝! 하면서 끝나는 건데 이 궁금증과 안 알랴줌이 적당하게 균형을 잡는게 중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 결국은 그 중간쯤의 불가해함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건 아닐까 싶어요. <더 비지트>나 맨 위에 짧게 나온 <드래그 미 투 헬>이나 아님 B급을 표방하는 호러가 묘하게 코믹한 것도 비슷한 이야기는 아닐까요. 기행으로 인한 공포와 개그는 한끝 차이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상대팀의 트롤러는 나의 기쁨이지만 우리팀의 트롤러는 공포니까요.
생각해보면 호러라는 건 우리의 논리와 이성을 적절하게 무너뜨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다른 장르는 그 반대로 작동할 때가 많은데도요. 흔히 공포영화의 법칙이라고 하는 건 분명 약간 놀리기 위한 이야기들인데 관람객들의 이성과 논리를 마비시키면서, 공포 영화의 법칙을 납득시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있는 작품은 다 좋지만 몽골리어는 개인적으로는 스티븐킹 소설 중 에서 제일 재미있게 봤어요. 샤이닝 보다도... 이 작가는 중편이나 약간 짧은 장편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기발한 발상을 보면 정말 천재구나 싶어요. 다만 많이 길어지면 그 특유의 독백체가 점점 지루하게 다가오는 면은 좀 있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