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크의 이번 신보를 듣다가 든 잡념을 pgr에도 올려봅니다. 평어체 양해 부탁 드립니다. 괜찮다면 종종 올리겠습니다.
"I'm in better weight, thinking how'd I make-"
지금 사는 빌라에는 엘레베이터가 있다. 혼자 산 뒤로 엘레베이터가 있는 방에 사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지난번 살던 옥탑방도 4층, 지금 사는 빌라에서도 4층에 사는데 엘레베이터로 오르는 감각은 4개월 사는 내내 지금까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엘레베이터에 타면 붕 뜨는 느낌으로 올랐다가 그 기분을 내려 놓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붕 뜨지 못하던 시절, 옥탑방으로 오르는 계단은 유달리 높았다. 3층까지의 계단은 평범했는데, 옥탑을 가르는 계단은 유달리 더 좁고 가파르게 깎여 있었다. 그 높은 계단을 오를 때 다리에 힘은 3층까지 오르던 것보다 더 들고, 숨도 가파르게 깎일 즈음 비로소 내 사는 집에 조금 더 가까이 왔음이 느껴졌다. 몸에 새겨진 그 체험은 나 사는 곳을 계단까지로 확장 시켰다. 다리가 뻐근해질 때 나는 내 방의 침대를 느끼고, 화장실을 느낄 수 있었고, 내 방에 누워 계단의 가파름을 가끔 생각했다. 가끔 방에 놀러오는 사람들에게도 계단에 대해 먼저 주의를 주곤 했다. 계단 조심해라, 높다, 가파르다..
이제 붕 뜨는 엘레베이터를 가만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 하나 있다. 엘리베이터에는 다른 사람이 타지 않는다. 4개월 동안 다른 사람과 엘레베이터를 탄 적은 단 한 번이고. 오직 나 혼자 이용하는 것 같다 빌라에 살고 있을 사람들의 수를 생각하면 어색한 일이다. 빌라 1층 전체가 주차장으로 트여 있는데, 그 주차장에서는 그렇게 자주 보는 사람들을 엘레베이터 안에서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곰곰 생각해보면 이는 우연이 아니다. 내가 엘레베이터에 먼저 타면 다른 사람은 그 옆의 계단을 이용하고, 나도 다른 사람이 엘레베이터에 탄다 싶으면 계단으로 다닌다.
빌라와 그 안에 존재하는 소위 '풀옵션'원룸들의 모양은 삐뚤빼뚤하지 않고 반듯하다. '풀-옵션'은 다르고 싶어도 다르기가 어렵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공간에서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엘레베이터가 건물 한가운데에 존재한다. 비슷비슷한 공간을 허망하게 공유하는 중에 정말로 함꼐 쓰는 하나의 공간을 동시에 공유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문득 문득 엘레베이터에 함께 타는 것을 피하는 사람을 볼 때, 혹은 내가 피할 때 생각해본다. 높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아 조심할 것도 꺼릴 것은 사람 뿐이라 그럴까.
elevate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올리다, 승진시키다, 높이다, 좋게 하다 등이다. 중에는 오르는 내용만 있지 내려가는 내용은 없다. 이제 내가 사는 곳은 방으로 한정되었고 엘레베이터는 영 바깥에 있다. 가끔 사람을 마주치길 피하려 잊었던 계단을 밟을 때에만 문득 문득 지난 옥탑방의 침대가 떠오른다. 그럼 붕 뜨지 못한 마음으로 내 방에 누워서 그때를 뻑뻑하게 기억한다.
흠. 뭐, 이는 다 내 오해고 내가 험궂게 생겨서 사람들이 그저 내 얼굴을 이유로 엘레베이터에 함께 타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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