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난 조각을 운영하는 마스터충달입니다. 모난 조각은 PGR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글쓰기 소모임입니다. 매주 주제를 선정하여 이를 두고 글을 쓰거나 혹은 자유롭게 짧은 조각글을 쓰는 모임입니다. 모난 조각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가볍고 짧은 '조각글'을 매주 꾸준히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께 모난 조각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제 : 추리소설
이번 주제는 추리소설입니다. 피잘러 능력자 분들의 쩌는 트릭을 기대해봅니다.
맞춤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
한동안 개인적인 이유로 공지를 쓰지 못했습니다. 삶의 대격변을 겪고나서 이제야 일상이라 부를 수 있는 반복의 굴레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공지를 올릴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혹시나 기다렸던 분이 계셨다면 (아마 없을 것 같지만... 훌쩍...)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글쓰기 팁] 3. 요약해보기
전체적으로는 별문제가 없는데 이상하게 불붙는 글이 있습니다. 대개 이런 문제는 주제에 집중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아메리카노 논쟁"을 예로 들었습니다. 다음은 당시 논란이 되었던 글입니다.
짧은 일화입니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습니다. 권력에 가까이 있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많이 하셨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거짓 발언과 아메리카노 관련 이야기입니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와 심상정 의원의 공통점 중 하나는 대표단 회의 전에 아메리카노를 먹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메리카노를 비서실장이나 비서가 항상 회의 중 밖에 커피숍에 나가 종이 포장해 사 온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이해가 안 가고 민망해서 모 공동대표 비서실장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공동대표단 회의를 앞두고 매일같이 밖에 나가 비서실장이 아메리카노를 사 옵니까? 비서실장이 말을 못 하는 겁니다. 아메리카노를 먹어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이분들을 보면서 노동자 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유시민은 저서에서 윗글을 다음과 같이 비평합니다.
이 글은 논리적으로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 상당히 잘 쓴 글이다. 무엇보다 주장이 분명하다. '유시민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다.' 주관적 가치판단을 담은 이 주장을 논증하기 위해 '비서실장한테 커피 심부름을 시킨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여기까지는 주장과 근거가 다 명확하고 논리적 연관이 뚜렷하다. 그러나 말미에 덧붙인 '아메리카노를 먹어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노동자 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하다.'는 주장이 거센 풍파를 일으켰다. 주제와는 관계없는, 없어도 아무 상관이 없었을, 없었다면 더 좋았을 이 문장 때문에 글쓴이는 심한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노동자 민중과 인연이 있는 사람은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말아야 하느냐.
믹스커피는 민중적이고 아메리카노는 반민중적이냐.
시골 할아버지들도 모내기하다가 새참으로 커피 마시는데 무슨 헛소리냐.
비판의 초점은 '아메리카노'와 '노동자 민중'을 연결한 것이었다. 그 당직자는 다시 글을 올려 아메리카노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권위주의적 행태를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반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문제가 된 글의 결함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글쓴이는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논점 일탈의 오류'를 저질렀다. 흔히 볼 수 있는 사소한 흠결이었다.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주제는 '유시민 공동대표의 권위주의적 생활 태도'였다. 마지막 한 문장을 제외하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문장 하나로 인해 모든 게 엉망이 되고 말았다.
얼마전 자유게시판에서 논란이 되었던 글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링크) 이 글은 외국인에게 호감을 준다고 알려진 한국의 장점들이 실은 별로 경쟁력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치안, 음식 배달, 교통 등의 분야로 나누어 경쟁력을 따져보고 있지요. 이 글에서 제시한 근거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버 잇츠보다 푸드 플라이가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것처럼 오히려 한국의 서비스가 경쟁력이 앞선 경우도 있었죠.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불타올라야 할 글이었나 싶습니다. 주장하는 바도 명확하고, 그에 대한 근거도 아주 틀린 소리는 아니었으니까요.
문제가 있다면 제목과 결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루한 나라." 과연 인터넷, 치안, 음식배달, 교통의 경쟁력이 외국과 비교하여 뛰어나지 않다고 해서 한국이 지루한 나라가 되는 걸까요? 글 내용은 분야를 잘 한정하여 한국의 경쟁력을 짚어냈는데, 제목과 결론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용과 결론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기분이죠. 만약 글의 제목이 "한국의 장점은 정말 훌륭한가?"였다거나, 결론이 "한국의 서비스가 주요 관광자원이 될 정도로 경쟁력이 높지는 않습니다."였다면 어땠을까요? 논란이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처럼 터지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메리카노 논쟁'이나 '지루한 한국 논쟁'은 굳이 일어날 필요가 없는 논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실수가 글 전체를 잡아먹었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하죠. 그럼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자기가 쓴 글을 직접 요약해보기'를 권장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과거 수능 시험에서 비문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자기가 쓴 글을 핵심 문장 여러 개로 요약하는 겁니다. 이 작업을 하고 나면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1. 주제에 집중할 수 있다
글을 쓸 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군더더기가 드러납니다. 특히 주제와 동떨어진 문장이 도드라지게 보이죠. 이런 문장들을 과감히 쳐내거나 수정하면 보다 좋은 글이 나옵니다.
2. 글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어렸을 때 글쓰기 수업에서는 항상 개요를 먼저 적으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크고 나서 글을 써보니 저는 개요가 없을 때 글을 더 잘 쓰더라고요. 문제는 이런 스타일의 경우 쓴 글이 중구난방, 중언부언일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자기 글을 요약하는 작업이 필수가 됩니다. 글의 뼈대와 흐름을 잡아준달까요?
개요를 먼저 작성하는 경우에도 요약하기는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개요가 있어도 결과물을 보면 역시나 중구난방, 중언부언인 경우가 있거든요. 따라서 퇴고한다는 생각으로 요약해보는 습관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3. 제목을 잘 지을 수 있다
글 쓸 때 은근히 어려운 게 제목 짓기죠. 그런데 요약을 하면 제목으로 정할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처음 생각했던 제목보다 훨씬 좋은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영화 <너의 이름은.>에 관한 글을 쓰면서 제목을 "심장을 덜컥이게 하는 감성 직격탄"이라고 달았습니다.
(링크)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의 성격을 잘 압축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후에 글을 다시 읽으며 머릿속으로 요약하다 보니 더 좋은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너의 이름은.>은 개연성 망작인가?" 글의 내용을 생각하면 이 제목이 더 낫습니다. 당시 논란의 쟁점을 생각해도 훨씬 어울리는 제목이죠. 보다 꼼꼼한 요약 퇴고를 거치지 않았던 저의 불찰이었습니다. ㅠ.ㅠ
PGR은 게시물 노출 시간이 깁니다. 금세 다음 페이지로 글이 훅훅 넘어가는 다른 커뮤니티와는 사뭇 다르죠. 그만큼 꼼꼼한 독자가 많습니다. 글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축복이자 저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 글을 꼼꼼하게 읽어주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그런 만큼 엄격한 비판이 돌아오니까요. 이처럼 냉혹한 PGR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마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내공 수련 방법이 바로 '요약해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의 글이 오늘도 무사히 파이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팁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