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볼 채널이 없었다. 어쩌면 좋을까 싶다가 오늘은 도전을 안 해본 채널을 보기로 했다.
올라가다 올라가다가 채널이 멈췄다. TBS, 교실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세월호 3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시리즈"라는 제목이 다시 눈에 띄었다.
내용은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오리엔테이션 때 추모 교실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리엔테이션이 미뤄진 모습을 봤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으로 정부에 항의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항의에 맞서서 새빨간 욕으로 대꾸하는 어르신들...
사실 나는 세월호를 뉴스와 짤방으로 배웠다.
몇 건의 뉴스들, 그리고 일베 폭식 짤방과 어버이 연합 막말 등을 보고 그저 나쁜 놈들이라고 욕했던 것들.
그런데 나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한 세월호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본 순간,
너무 부끄러웠다. 이 사건에 내가 이렇게 무관심했구나. 그리고 화가 났다. 왜 내가 이런 상태가 된 건지.
내가 이상한 건가. 세상이 이상한 건가.
생각해보면 나는 너무 세상의 자극에 민감했던 게 아닐까.
머리가 아팠다. 분명히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나뉘어져 서로 극렬하게 싸우겠지.
나는 거기에 내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겉으론 중립에 선다. 누가 나쁜지는 알지만. 참 위선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는 TV로만 촛불 집회를 봤었다. 내가 손해 보기 싫으니깐. 귀찮으니깐. 뭐 바뀔 거니깐..
나는 사회와 나를 분리해서 보호했던 것 같다.
요즘 사회는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선비라고 부르더라. 쿨한 척해야 한다. 그런 시선이 싫어서 숨었던 건 아닐까.
적고 보니 이글은 세상에 무관심하고 그저 무임승차를 기대했던 반성문 같은 글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적고도 다시 그랬던 것처럼 방관자가 될 것 같아 겁이 난다. 아니, 이 글로 내 변명을 하는 것 같아 나 자신에게 자괴감이 든다.
그리고 모니터, 교실에는 울고 있는 학생들과, 빈 자리들, 그리고 학부모가 보인다. 그들은 모두 울고 있다.
결국 교실은 지켜지지 못하고, 별관으로 옮겨졌다.
저런 아수라장을 나는 왜 지금까지 외면했던 걸까. 언론의 탓도, 정부의 탓도 하고 싶다. 그런데 그 전에 나를 되돌아본다.
나는 정말 제대로 이 삶을 사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살아 가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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