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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4/12 11:45:26
Name 선비욜롱
Subject [일반] [비잔티움史] 10세기 동로마 제국의 일기토!
[8절: 서로를 맞댄 양 진영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상호합의에 의해 두 지휘관(포카스와 스클리로스)은 결투에 동의하였다. 두 대열 사이에 생겨난 공백지로 달려나간 두 명은 서로를 살펴보더니 이내 거리낌없이 다가갔다. 타고난 성급한 성질을 죽이지 못한 반역자 스클리로스는 결투의 법도(法度)를 어겼다. 스클리로스는 포카스에게 가까이 다가더니 온 힘을 다하여 포카스의 머리를 쳤다. 특히 돌격의 힘이 실려있었음으로 스클리로스의 일격은 더욱 강력하였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당황한 포카스는 일시적으로 고삐를 놓쳤으나 제빨리 정신을 차리고 자기가 맞은 부위와 동일한 곳(-머리)에 일격을 돌려주었다. 이에 스클리로스는 결투에 흥미를 잃고 도주하였다. 
-미하일 프셀로스의 『연대기』 「1권」中]

동로마의 황제 요안니스 1세 치미스케스의 죽음으로 인해 그동안 실권없는 공동황제 신세였던 바실리오스 2세는 권력을 되찾았습니다. 허나 이는 순탄찮은 과정을 동반했고 그중 하나는 소아시아의 군사귀족 바르다스 스클리로스(Bardas Sclerus)의 난이었습니다. 스클리로스는 군사적으로 유능한데다가 소아시아의 병사들로부터 호응받았기에 동로마의 조정은 이를 굉장한 위협으로 여겼습니다. 이에 前황제 니케포로스 2세 포카스의 조카 바르다스 포카스(Bardas Phokas)에게 전군을 맡겨서 반격에 나섰습니다. 

Clash_between_the_armies_of_Bardas_Skleros_and_Bardas_Phokas.jpg
『Madrid Skylitzes』에 기재되어 있는 포카스와 스클리로스 간의 전쟁의 삽화

위에서 읽을 수 있는 포카스와 스클리로스의 일기토는 관군의 포카스와 반역군의 스클리로스 간의 전쟁 와중의 사건입니다. 결투는 포카스의 승리로 귀결되었으며 이는 스클리로스에게 불리한 전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느끼는 부분은 이 일기토가 치뤄진 과정이 『삼국지연의』같은 소설의 묘사는 물론이고 『영웅기』에서 묘사된 곽사와 여포 간의 일기토의 묘사와 굉장히 근접하다는 점입니다. 

각군이 대열을 이뤄서 그 사이의 공백지 사이에서 대장급이 결투를 치루는 것인데 머나먼 유럽에서도 이가 성행했다니 세계 어디든 사람 생각하는 것은 똑같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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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alist
17/04/12 11:52
수정 아이콘
로마 황제들 은근히 일기토 많이 했죠.

헤라클리우스 황제가 사산조 빈집털이 들어갈 때 적장 네 명과 연달아 일기토 해서 승리한 기록이 사서에 있습니다.
알렉시아드 보면 알렉시우스 1세도 일기토 한 것으로 보이고, 그 손자인 마누엘 1세도 젊었을 때 일기토 기록이 있죠.
제 4차 십자군 이후에 니케아로 가서 망명정부 세웠던 테오도로스 라스카리스 황제도 일기토로 투르크족 술탄을 참살했죠.

참... 이런 것도 로마의 매력 아닌가 싶습니다.
선비욜롱
17/04/12 11:53
수정 아이콘
바실리오스 2세도 일기토를 할 뻔하긴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르다스 포카스가 이후 반란을 일으켜서 바실리오스 2세와 격돌했는데 바실리오스 2세가 전장에 나와있는 것을 목격한 바르다스가 바실리오스를 향해 돌격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 바르다스는 급사해서 반란군은 그대로 몰살당하는 허무엔딩이...
Liberalist
17/04/12 11:59
수정 아이콘
프셀로스의 기록을 보면 저 무렵 이후로 바실리오스 2세가 금욕적으로 변해서 여자는 거들떠도 안봤다고 하죠.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바실리오스 2세가 저때 받았던 충격이 어마어마하긴 했던 모양입니다. 크크;;
선비욜롱
17/04/12 12:02
수정 아이콘
다만 프셀로스의 기록은 요즘은 좀 다르게 해석되는 듯하긴 합니다. 근본적으로 프셀로스는 바실리오스 2세를 황제의 표준으로서 묘사했고 그러하기에 프셀로스의 묘사는 맹신하기 어렵다는게 나름대로 정설로 자리매김하는 듯합니다. 게다가 저자가 수사학의 대가다보니 이래저래 해석해서 봐야하는게 많기 때문에 조금 귀찮(?)기도 하죠;;
17/04/12 13:40
수정 아이콘
황제가 일기토도 하다니... 로마 황제는 진짜 황제중 가장 빡센거 같네요.
Liberalist
17/04/12 16:07
수정 아이콘
로마 황제가 은근히 극한직업이죠. 전장터에 나갔다가 전사한 황제들도 수두룩하니...
고기반찬
17/04/12 12:37
수정 아이콘
그런데 저 일기토뜬 두명이 또 손잡고 반란행....
Betelgeuse
17/04/12 13:46
수정 아이콘
적장!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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