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계속되면서 세계증시가 연일 하락 하고 있다. 난 애널리스트가 아닌 트레이더여서 근본적인 분석은 무리지만 현재 상황을 이해할 정도는 되는거 같으니 이 현상에 대해 간단하게 써본다.
일단 2015년부터 전세계 증시를 관통하는 화두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의 분산(divergence)이다. 미국 연준이 처음으로 금리를 올림과 유럽은행과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각 나라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유로와 옌의 역대급 약세가 진행되면서 중국의 위안화는 유로와 옌에 대해 상대적인 강세를 띄게 시작했고, 이는 중국의 가장 큰 무역파트너인 유럽연합에 대한 중국 수출을 크게 약화시켰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1유로 = 10 위안이었던게 1 유로 = 5 위안이면 같은 위안을 위해서는 유럽내의 중국 물품의 가격을 두배 올려야 하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결국 이는 중국 경제의 둔화를 일으키고(GDP 증가율 & 제조업지수 10년 최저, 참고로 저번 8월과 1월 증시 폭락 전부 중국 제조업지수가 예상을 빗나가면서 시작했다), 중국은 결국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는 수밖에 없었다. 또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인정받기 원하는데, 그러려면 IMF에서 운영하는 특별인출권(SDR or special drawing right)에 가입하는게 유리하다. SDR 가입하기 위해선 시장영향에 상대적으로 환율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현재 중국 위안화의 중앙인민은행 기준환율(on-shore rate)이랑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환율(off-shore rate)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위안화를 절하한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의 위안화를 절하했다고 치자. 그런데 왜 증시는 폭락하는 걸까? 물론 세계정시에 대한 불안함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유럽 & 일본이 양적완화를 시행해서 자국의 통화를 절하시키면 자국 증시는 상승했는데 왜 중국은 다른 것인가? 이는 현재 중국의 시스템에 관련있는데, 외부 투자자들이 들어오기 거의 불가능한 중국의 특성상 위안화의 평가 절하는 오히려 자산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100위안 짜리 주식이 있다고 하자. 외부 투자자들의 유입이 자유로운 시장이면 위안화가 약해지면 외부 투자자들이 주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서 가격이 오를 것이다. 하지만 자유시장이 아닌 현재 중국시장에선 위안화의 평가 절하는 결국 주식 자체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랑 같다. 곧 이는 증시 하락을 의미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증시와 미국채권의 상관관계인데, 원래 미국 채권은 세계 증시와 비교적 높은 음의 상관관계(-0.7)를 가지고 있으나 요즘 -0.5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채권의 최다보유국이기 때문이다. 즉 중국이 위안화 절하 -> 마켓의 패닉 셀링 ->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은 미국 채권을 내다 팔아서 시장에 달러를 풀고(달러 약세), 그 달러로 위안화와 중국 자산을 사들인다(위안 강세)를 반복중인 것이다. 즉 자기 혼자서 위안화와 중국 자산가격을 약하게 했다가 강하게 했다가 하면서 조정중인데 과연 언제까지 알아서 컨트롤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작년 이맘때 스위스 은행이 버티다 버티다 결국 유로/프랑 기준환율을 풀어버린후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번에 중국도 기준 환율을 자유롭게 풀어버리면 더 큰 카오스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하락폭이 더욱 커진 이유 중에는 중국의 서킷브레이커룰도 있다. 5% 하락하면 30분 증시가 멈추고 7% 하락하면 그날 증시를 닫는데, 원래 마켓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나 오히려 이번엔 더 큰 하락세를 부추겼다. 5% 하락하고 증시가 잠시 멈추자마자 투자자들은 2% 추가하락 후 증시가 닫히기 전에 자신의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해 매도 주문을 계속 넣었고, 이는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번년도 시작한지 2주도 안됬는데 서킷브레이커가 두번이나 걸린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게 분명하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는 저번주 금요일 부로 서킷브레이커룰을 폐지했는데 과연이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지켜봐야겠다.
금요일 미국 고용률 지표는 일자리수가 예상보다 50,000 증가했지만 임금인상이 예상보다 0.2% 낮은 0%를 기록하는 바람에 결국 큰 이벤트는 아니었다. 저번주는 결국 중국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 기준점을 어디에 정하는지에 따라 세계 증시가 움직였다고 보면 된다. 이로인해 아시아 & 유럽 세션이 미국세션 보다 많이 움직이는 바람에 옵션 트레이더들은 overnight gap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옵션 가격을 매겻다 (밤에 움직이는 동안엔 자기 포지션 헤지를 못하니까 상대적으로 스트래들을 파는게 부담 스러워졌다). 변동성 자체는 이번주 미국 & 중국 증시 하락으로 많이 오르긴 했는데, 아직 8월달에 비해 옵션가격은 싸 보이긴 하다. 아마 이번 주도 키포인트는 위안화 환율 기준점과 금요일날 있는 미국 Retails Sales 정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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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브레이크룰이 폐지되면서 변동성은 커지는데.. 수익률은 그대로라서 투자처로서 중국의 매력은 점점 떨어져가는 것 같네요. 조만간 환율 통제정책도 포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제수단으로서는 이미 준 기축통화의 지위를 차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유동성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는 수준이기에 환율 변동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면서 유동성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되고,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기 시작한다면 가격이 안정을 찾게 되겠지요.
수고하십니다. PBC(중국인민은행)의 조사팀의 예측 오류가 문제인지, 정책결정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건으로 확실히 중국 중앙정부의 대내외적 체면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고 봅니다. 작년 중국 증시 급락때는 그 전 1년여동안 과열된 것을 까먹은 정도에 불과하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에 반신반의하면서도 (그래도 대마불사라고) 속는셈치고 믿어보는 분위기였다면, 이젠 사태를 파악하고 장악할 역량이나 의지가 확실히 전통적 강자 (미/유럽)에 비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일본만도 못하다는 의심이 확신이 되어가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좀 더 두고봐야겠습니다만 중국으로서는 양자택일의 시점이 좀 더 빠르게 다가오지 싶습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시진핑 부임 초반부터 연이어 문제가 터지는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