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공계 석사생 입니다. 어제 저는 오랜만에 연구실에서 나와 마션 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어제 영화 마션을 보고 '참으로 멋진 영화다. 나의 인분도 의로운 곳에 쓰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며 영화를 본 후 새벽에 야식으로 매운 족발을 먹었습니다. 역시 불타는 매운 족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족발은 새벽에 제 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였습니다.
나는 이렇게 후끈거리는걸 원한 것이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며 또르르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을 훔치며 잠이 들었고, 부쩍 추워진 아침 공기는 열린 창문 사이로 침입하여 부드러운 손길로 저를 잠에서 깨웠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저는 저의 중요 부위들도 안녕하신가 문안 인사를 드린 후 저의 중요 부위 중 하나인 제 소화기관들도 진정이 되었는가 살펴보았습니다. 다행히 어제의 불 족발의 난은 진압된 듯하였고 그 여세를 몰아 점심으로 근처 기사 식당에서 제육볶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입부터 시작하여 저의 소화기관들은 제육볶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고 그런 어루만짐이 만족스러웠는지 제육볶음 역시 제 속에서 편안히 정착하는 듯싶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저의 여자 친구님을 데려다주는 여정을 떠났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저는 버스를 타기 전 돼지 족발과 제육볶음의 수상한 회동을 느꼈지만 설마 하였고 버스 타기 전 첫 번째 화장실을 과감히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버스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미약하던 신호는 거대해 졌으며 제 머리 속에는 신세계에서 최민식 님이 하셨던 '이러면 나가리인데' 라는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버스에서는 다행히 앉아있어서 어찌어찌 참으며 갔었는데 버스에서 내린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앉았다가 일어서니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족발과 제육볶음의 결합체는 저에게 '나는 완전해졌다! 나 여기서 나가리!' 라며 속에서 큰 반란을 일으켰고 저는 도저히 참지 못해 여전히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의 여자 친구님에게 나의 근심을 덜기 위해 근처 카페로 가지 않겠니 라며 제안을 했습니다. 저의 수상한 반응을 눈치챘는지 저의 여자친구님은 카페로 가는 것을 허락해 주셨고 대신 카페까지 가는 동안 저에게 장난을 쳤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저는 카페에 입성하는 것에 성공하였으며 여자친구님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부탁한 후 카페 2층의 화장실로 저는 달려갔고 저는 결국 제육의 난을 제압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아마 제가 제 얼굴을 봤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뒷수습한 뒤 이제 나의 그대를 떠나보내는 의식을 치르기 위해 굿바이 인사를 하고 물을 내려줬습니다. 하지만 일인용 화장실이었던 그곳에는 누군가 화장실에 이미 댐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고 나의 그대는 가야할 곳으로 가지 못한 채 저에게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마치 저에게 '가기 전에 담배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라고 시위하는 듯하였으며 그 모습을 보던 저는 마션에서의 주인공처럼 이 상황을 멋지게 해결할 수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일단 감자를 찾자! 어릴 때 우리 집에서도 인분을 모았었지? 화학 비료도 좋은거 많던데! 등의 잡생각에 잠겨있던 그 작은 공간에는 적막만이 흐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일인용 화장실에 다른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화장실을 채웠으며 크게 당황한 저는 역시 나는 석사생일뿐이고 나사에 갈 수준은 안 되는구나 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고 그대를 좋은 곳으로 떠나보내기로 결심 하였습니다.
옆에 있던 뚫어뻥으로 열심히 뚫어내고 뒷정리를 한 후 다른 사람에게 그 변좌를 물려준 후 저는 그 카페의 보리차 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현재 지하철 화장실에 앉아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20매짜리 물티슈와 함께하고 있는 저는 이제 안녕해질 것 같습니다. 피지알러 여러분들도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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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똥에 여자친구긴 하지만 마지막이 물티슈의 유용함에 대한 홍보+ 심지어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점에서 추천을 20개쯤 박고싶네요. 게다가 디테일한 보리차같은 아이스아메리카노라니 우리는 이 문구를 통해 글쓴이가 얼음이 녹을때까지 변기와 사투를 벌인 투쟁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