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배를 만나고 난 뒤 몇일간 문돌이는 공무원이 혹시 자신의 길이 아닌가 고민 해봤지만 끝내 이러한 결론을 내리게 됐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과연 합격할때 까지 공부만 죽어라 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역시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현배를 만난 바로 다음날만 해도 '1년만 딱 하면 충분히 붙겠는데 그냥 7급을 치볼까?' 하는 대책없고 멍청한 자신감에 차있었지만 공무원 합격후기나 시험문제를 몇개 보더니 금새 현자타임이 와버린 모양이다.
'그래 그냥 토익학원이나 열심히 댕기면서 대기업 찢으러 가자'
문돌이의 고향은 부산. 그리고 문돌이가 등록한 학원은 서면에 위치한 파X다 어학원. 서면보다 가까운 남포동 Y*M에 다닐까 생각했지만 남포동 보다는 서면에 이쁜여자들이 더 많기에 문돌이는 굳이 집에서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서면에 학원을 등록한것이다.
수강시간은 아침에 부담없이 일어나서 밥먹고 씻고 조금 밍기적 거리다가 출발해도 절대 늦지 않을거 같은 오후 2시.
드디어 수업 첫날. 그래도 첫날이라 조금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 문돌이. 문돌이가 사는 동네엔 지하철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서 환승하는것이 서면으로 가는 제일 빠른 길이지만 문돌이는 지하철을 타기가 싫다.
버스 맨 앞좌석. 즉 운전석 바로 뒤에 약간 웅크리고 타야하는 그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밖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그이기에 창밖으로 시커멓게만 보이는 지하철은 너무나도 따분하다.
어제 밤 늦게까지 엄선해서 폰에 넣은 노래를 들으며 창밖을 보니 왠지 문돌이의 마음은 조금씩 들뜬다.
'혹시 학원에서 이쁜 여자가 말걸면 어쩌지? 아 아직 백수라서 돈도 얼마 없는데... 근데 학원에서 여자친구 생기면 공부 잘 안될거 같은데....'
그렇게 문돌이는 버스에 앉아 지 혼자서 연애를 시작하고 혼자서 가슴아픈 이별까지 경험한다. 상상을 마친 문돌이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하다.
이제 중간까지 왔으니 여기서 내려 다른 버스로 환승을 해야한다. 그러나...... 아까 가슴 아픈 이별의 여파 였을까? 그만 내릴때 하차를 찍지 않고 내려버린것이다. 뒤늦게 알아챈 문돌이가 다급히 뒷문을 향해 지갑을 뻗어보려했지만 이미 버스는 뒷문을 닫아 버렸다. 뒷문을 두드려 기사 아저씨한테 열어달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나도 쪽팔리기에 애써 태연하고 쿨한척 한다.
하지만 가슴이 시리다. 너무나도 아깝다. 아마 세상에서 1200원으로 할 수 있는것중에 젤 아까운 짓이 환승안찍고 버스에서 내리는것일지도 모른다. 술값으로 5~6만원 계산하는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지만 이 1200원은 너무나도 아깝다.
마치 나라 잃은 김구선생의 표정으로 약 2분간 우두커니 서있던 문돌이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갈아탈 버스에 올라탄다.
하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1200원의 아쉬움이 그의 마음을 괴롭힌다. 이번에는 창밖을 바라보며 '인생이란 무엇인가? 물욕이란 무엇인가?'
대하여 고민한다. 아직 서면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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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것도 없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요즘 20대 혹은 30대, 나 아니면 내 친구, 내 친구의 친구 이야기인데 왜 나는 이런 비생산적이고 시시한 글을 처음부터 다 읽어서 내 아까운 시간을 보냈을까 하고 너무 화가나서 비추 버튼을 찾았으나 없어서 비슷하게 생긴 추천버튼 누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