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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17 18:28:36
Name 秀SOO수
Subject 영혼의 무게
흔히 말하길 영혼에는 무게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메사추세츠의 한 과학자가 실험한 결과 약 20g 이 줄었다고 합니다.
뭐 우연히 그럴 수도 있지...하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영혼에 무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숀펜 주연의 21 g 이란 영화의 메인 타이틀 문구죠.]





                                -  내 영혼의 무게는 얼마인가?  -




문득 무의식적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며 화면을 보니 저의 유닛은 다 죽어나갑니다.
초보라서 어쩔 수 없지만...제 유닛들이 죽는 것을 무감각하게 바라보며 마우스를 다시
톡톡 두드립니다. 유닛은 유닛일 뿐이니까, 게임은 게임일 뿐이니까, 하는 생각에서...

어느새인가 모르게 그렇게 변해버렸습니다. 무작정 유닛들을 퍼부으며 승리를 쟁취하는
것에 식상해버렸습니다. 서로간의 소모전, 소모전, 또 소모전...죽고 죽이고 죽음을
당하고...이기려면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단 한 번만 내 유닛들을 생각해주세요.

저도 영혼의 무게는 `21g` 이니까요.

                                           -  죽기 싫어  -





이렇게 생각하면 약간은 섬뜩하겠네요.
내 유닛들이 죽은 숫자는 얼마일까...? 하는 생각에 저는 리플을 돌려보았습니다.
저그와의 싸움에 죽은 마린 숫자는 총 28 여 마리, 메딕은 8마리, 탱크는 6마리, 사이언스
베슬은 3마리, 죽은 SCV 7마리...아차!...저도 모르게 유닛들을 `마리`라고 칭했군요.

혹, 여러분들께선 유닛들을 `마리`로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저도 그렇게 생각해버렸으니
아무튼...각설하고..계산을 해보자면 전 저그와의 게임에선 총 1092g을 죽입니다.






                                             -    1kg   -





저는 한 게임에 거의 1kg 에 가까운 영혼들을 사지로 내몹니다. 옆에서 제 친구는
쓸데없는 계산이나 한답시고 저에게 독설과도 같은 농담을 내뱉습니다만, 저는 씁쓸히
웃음지었습니다. 이 친구는 저보다 스타를 잘합니다. 음..뭐랄까. 최연성 선수와도
같은 스타일을 지닌 사람이랄까? 항상 남보다 우위에 있는 물량으로 압도합니다.
구경하는 다른 친구들은 그 친구의 플레이를 보면 넋이 나가곤 합니다. 저도 그 중의
한명이지만, 왠지 `영혼의 무게`를 계산한 날 그 친구의 경기를 보니 죽을 걸 알면서도
보내는 왠지 `악마` 같은 사령관이랄까...?하지만 이기려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그냥 넋이 나갑니다. 단지 21g 일 뿐이지만, 단지 동전 몇 개의 무게일 뿐이지만,
왠지 잔인하게 느끼는 건 저뿐일까요? 게임은 게임이니까...





요새엔 물량이 대세라는 말이 지배적이에요.

컨트롤의 시대는 갔다고 하죠. 컨트롤 할 시간에 생산 건물에서 `21g`을 찍어내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승리를 위한 발판이 된다고들 하죠. 그래서 많은 `21g`들을 모아야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하죠. 물량이 되지 않아 컨트롤로 승부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보기가 힘들어요. 물량 물량 물량 물량 물량...


저는 물량이 싫습니다.

한 편으로 보기엔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기에 최선의 길 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자면 물량은 `대량 학살` 에 불과한 행위입니다.


저는 컨트롤이 좋습니다.

한 편으로 보기엔 승리에서 차차 멀어지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21g`을 하나라도 살리기 위해 부산히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비춰지는 걸요.
그렇게 살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을 보면 일종의 경외감까지 들어요. 그리고
결국 그렇게 `21g`들이 살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죽는 걸 보면 아쉬움도,미련도,
남지 않아요. 벌써 `21g`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또 멋있는 걸요.








                                       -   영혼의 무게는 `21g`  -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영혼의 무게를 믿으시나요?




-------------------------------------------------------------------------------

P.S : 영혼의 무게를 믿고 있다고 믿어요.

P.S 2 : 임 요환 선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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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17 18:35
수정 아이콘
재기드 얼라이언스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소대규모의 용병대를 운영하는 전략적인 롤플레잉 게임인데 적 뒤로 침투해서 암살하거나 몰래 숨어서 저격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지요. 그 게임 하면서 적을 한두명 잡을때 마다 속으로 '아싸~또 한마리 잡고 이제 몇마리 남았네~'라고 생각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는데 나중에 돌아서 생각해보니 뭐랄까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하더군요. 어쩌면 게임인데 뭘 그런 생각까지 하느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뭐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해봐서 인지 님의 글이 어느정도는 공감 갑니다.
영혼의 무게는 글쎄요...... 믿음이라고 할 수 있는 확신은 없지만 그럴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기분은 드네요.
클레오빡돌아
04/10/17 18:41
수정 아이콘
안믿습니다. 영혼자체가 없다고 믿거든요.
04/10/17 18:45
수정 아이콘
그치만 컨트롤을 넓은 범위로 본다면.. 생산력도 하나의 컨트롤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_@

전 물량이 싫지 않습니다..
아무리 컨트롤을 잘한다고 해도..
특공대를 잘 활용해서 이익을 얻었지만.. 결국 게임은 져서.. 모든 아군이 죽었다.. 고 생각하면..
오히려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을 강요한게 아닐까요?
임요환선수의 애정;;을 부와 같이 생각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얘기입니다^^

적군과 아군의 영혼을 동등한 가치라고 정할 때.. 서로 얼라이를 맺지 않는 이상.. 누군가는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압도적인 병력으로 gg를 받아내는게 총체적인 관점에서 영혼을 가장 적게 흘리는 길이 아닐지..-_-흐흐
녹차빵
04/10/17 18:45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저그유저들의 비애가 가장 슬프겠군요...
저 드론도 귀한대접 받았을 자식인데 해처리로 변해야 하는 수모를 당하다니.
한번만
04/10/17 18:53
수정 아이콘
츄리닝에서 보던, 영혼의 무게 0.01g이 생각나네요
04/10/17 18:56
수정 아이콘
정말 섬뜻하네요.. 수님.. 21g 영혼의 무게 맞습니다.. 제가 헛갈렸어요.. 시디꺼내서 확인하느라 힘들었습니다.. 크크 영화보셨으니까 제가 헛갈린것 이해해주시리라.. 쿨럭..
참고로 21g 좋은 영화에요.. 시간되시면 꼭들 한번 보시길..
좋은 글 잘읽었어요..^^
빗물은 빈맥주
04/10/17 19:06
수정 아이콘
임요환선수는...
에스씨비를 러커 위에 올리고 탱크로 같이 쏴 버리잖아요 -_-;;
어떻게 보면 냉정한 ' 장군 '인지도 모르지요 ^_^;;
' 카미가제 ' 에스씨비... ㅠ.ㅠ
제가 그 에스씨비를 조종하고 있는데 임 장군께서 러커에게로 가라시면...
어찌하오리까~~~
ㅠ.ㅠ

-> 농담인거 아시죠? ^-^
비롱투란
04/10/17 19:51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장군은 냉정하기도 해야하고 동시에 병사 하나하나를 생각하고 아껴야죠.
결과적으로 그것이 전투력 강화로 나타나니까요..
군 작전 수행중 사망한 시신 하나 하나를 어떻게든 구해오려는 미국의 노력이 참 무모하기 짝이 없지만
순수하게 미국의 입장에서는 멋진일이죠..
군인 할만 하다고 할까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의 군인은.. 개 목숨보다 값어치가 없다니..
이 점은 분명 고쳐져야 할껏 같습니다.

아 참고로 잘난 미군 한명 구하려고 다른 국가의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건 죽어도 비추입니다.
아주 멋진 영화로 만든 블랙호크 다운.. 크허허허허..
자기네 얼굴에 똥칠한것을 아주 멋지게 포장한것에 지나지 않죠.
그래서 전 미국에게 배울껀 많다고 생각하지만 빌어먹을 이기적 애국심은 상당히 싫어합니다.

임장군님의 그 선택은 다른 수많은 SCV 를 위해서.. 으헝..
속으로 울고 있으셨을꺼라고..
-_ -.
물론 농담입니다.
秀SOO수
04/10/17 20:00
수정 아이콘
비롱투란 님// 글쓰면서 그런 생각하면서 썼는데...역시 에헤헤...
배규수
04/10/17 21:23
수정 아이콘
초파리에게는?

거머리에게는?

멸치에게는?

개미에게는?

해바라기에게는?

그저 하나씩 하나씩 지능을 발달시켜오며 조금씩 조금씩 활력시킨 자아와 지성의 그것들이 죽음이란 고독의 세계를 넌지시 내다볼 수 있던 그날이 와서, 만들어낸 수많은 정신적, 심리적 도피처중의 하나의 산물이 바로 영혼일겁니다. 그저 오감을 지배하는 이성적 동물이 그 통제력을 잃어버리며 단순한 에너지로 전환되는 그것이 죽음이라 생각합니다
04/10/17 22:51
수정 아이콘
클레오빡돌아// 그냥 리플을 달지 마시지..
궂이 안달아도 상관없을만한 리플을 다셔서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시는지... 리플을 달때는 꼭 필요한 리플인지 생각해보시구..
이 리플로 인해 글쓴이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생각하고 달아주세요 좋은 글이잖아요,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에게는 좋은 글이고
안믿으면.. 그만이잖아요? 그걸 궂이 적으셔서...
秀SOO수
04/10/18 06:51
수정 아이콘
SetsuNa 님// 괜찮아요 제가 영혼의 존재를 믿으라고 강요한 글이
아니니까요. 그저 미천한 제 글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안전제일
04/10/18 13:42
수정 아이콘
있다고는 믿지만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생도 그렇고요..있을것 같기는 한데...있다고 하면 너무 무서울것 같습니다.
<0----굉장히 나쁜사람이다.
나중에 죄받을짓 하고 살지 맙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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