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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16 17:00:09
Name kimera
Subject [기타] 말과 글은 그 사람의 정신을 담는 그릇입니다.
어떤 사람이 칼로 사람을 찔러 죽인 후.

‘정말 죽을 줄 몰랐다. 그냥 장난으로 해본 거다.’

라고 이야기한다면 그 사람이 장난이었으니, 평소 그렇게 놀았으니, 자기들끼리는 칼로 찔러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니 넘어가자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사회적 공분을 살 겁니다.

한 때 e스포츠 판에 대해서 관계자로 있었고, 나름 이 판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사람입니다.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이들을 보면 안쓰럽고,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에서 즐겁게 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예전에 지금은 이 판에서 손을 땐 감독이 했던 말이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는 입장이라고. 그래서 게임에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책임이 생긴다고. 또 그 책임은 단순히 게임 뿐 아닌 사회생활에도 따르게 된다고. 그 말을 한 사람이 허세가 조금 있고, 큰 소리 치기를 좋아하는 점이 있어 그 말을 할 때의 분위기는 조금 우스웠지만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공감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나름 e스포츠의 주축에 서 있기도 하군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e스포츠 판에 있는 한,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판은 건강할 것이고 결국은 그 자리를 지켜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었습니다.

말과 글은 인간의 정신을 담는 그릇입니다. 인간의 정신은 어떤 모양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그릇에 담기는 대로 형을 갖추게 됩니다. 즉 다시 말하면 자신이 평소에 하는 말이 결국은 자신의 정신의 모양세가 된다는 뜻입니다.

장난으로 욕을 하는 것, 장난으로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것, 그냥 가볍게 놀자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고, 누군가를 비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미 정신이 그 형에 잡혀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 창작 작품에서 겉으로는 욕을 입에 담고 하는 짓도 깡패 같지만 뒤로는 사람도 돕고 착한 일을 하는 이른바 ‘츤데레’라고 불리는 캐릭터를 종종 보아옵니다. 그래서 말과 글은 그저 겉으로 장난스럽게 표현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올바른 사람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실제 조직폭력배를 수사하는 경찰이나 검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사람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말과 글이 험하면 그 사람도 결국은 험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온게임넷의 사과문과 사이퍼즈 게시판의 글을 읽고 답답했습니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을 아직도 그냥 ‘실수’라고 생각하는 구나.

어떤 사건을 실수라고 인정하는 것과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실수라고 인정하는 것은 그 사안이 우연히 또는 몰라서 일어난 일이고 다음에 주의를 하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 한번 생각해보세요. 스스로 ‘아차 실수’라고 생각했던 일이 단순히 주의 하는 것으로 다시 일어나지 않던가요. 보통의 경우 한 번 실수한 것은 반드시 두 번 실수를 하게 되고, 결국 만성적인 잘못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보통의 경우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당당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아이디를 만드는 것은 그냥 장난삼아 어쩌다가 실수로 할 수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그런 실수를 하게 마련이니까요.(저만해도 kimera 란 아이디가 팝페라 가수 키메라를 생각도 못하고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아이디로 대회에 나가고 계속 사용하는 것은 실수를 넘어선 것입니다. 그건 잘못한 일이고 생각이 없는 것이니까요.

집안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누드로 춤을 추는 것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그 상태로 밖으로 나가면 법에 저촉 되며 미친 사람이 되는 겁니다.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울러 그걸 방송에 내보낸 PD는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린 학생은 아직 사회적인 경험이 없어서 그럴 수 있다쳐도 PD는 그 사회적인 책임이 더 커집니다. 일할 자격도, 일할 머리도, 생각도 없는 사람입니다.

99PKO부터 온게임넷을 봤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이런 말을 하긴 그렇습니다만, 앞으로 프로리그를 제외한 온게임넷의 방송은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프로리그의 시청도 어쩌면 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온게임넷의 그 실수가 14년간의 애청자를 돌아서게 한 겁니다.

from kimera

사족: 온게임넷에 관한 글이라 게임 게시판에 적습니다. 사과문을 보기 전까진 어떤 반응을 하지 않고 기다려보잔 생각을 했습니다. 사과문을 본 후엔 정말 더 정이 떨어졌습니다. 디스이즈 게임의 기사를 보고선 더 화가 났습니다. 그건 책임회피일 뿐 사과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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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빤 트리스타일
13/01/16 17:05
수정 아이콘
비겁한 변명이자 방송사로서의 제대로된 대처가 아닙니다.

참 착잡하네요.
소문의벽
13/01/16 17:07
수정 아이콘
프로리그만 따로 시청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13/01/16 17:10
수정 아이콘
스포TV의 김철민 케스터, 한승엽 해설 때문이라고 까지만 적어두겠습니다.
곡물처리용군락
13/01/16 17:46
수정 아이콘
스포TV는 죄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무적전설
13/01/16 17:08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우연히 지나가다 식당이나 기타 등등에서 보이면 몰라도 제가 채널을 선택해서 보게 되는 온게임넷은 보이콧 합니다.
이대로 사과와 본보기식 징계로만 끝난다면 평생갈지는 저도 자신은 없지만 최소한 1년이상은 보이콧했던 그 마음을 지켜보려 합니다.

1년을 보이콧에 성공하면 아마 다시 발붙이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즐겁게 지켜보던 시청자 하나하나 떠나가게 만들어 버리는군요..
탱구와댄스
13/01/16 17:10
수정 아이콘
전 그래도 일단 징계위원회 결과 까진 기다려 볼겁니다. 학창시절을 쭉 같이 한 이판에 대한 애정이 돌아서지 않게 온게임넷이 현명한 행동을 하길.바랍니다
一切唯心造
13/01/16 17:17
수정 아이콘
저도 이 결과까지는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징계위원회의 결과가 일반에 알려지나요??
그리고 위영광PD라고 들었는데 이 사람은 꽤 오래있지 않았나요??
전성기의 스1 개인, 프로리그를 담당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제대로 된 징계가 나올지도 의문입니다
탱구와댄스
13/01/16 17:29
수정 아이콘
위pd는 이 사건의 pd가 아니고 그 뭐시기 제일 위의 총괄 책임장 아닌가요? 그렇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강됴리
13/01/16 17:18
수정 아이콘
사람 한번에 훅.. 가는거 순식간이네요 그 북괴 어쩌고 저쩌고는 하는 게임도 모르고 사람도 모르니 제끼더라도 이번 사건에서 굴비 엮듯 줄줄히 엮어 나온
김태형, 홍진호 두 사람의 경솔한 발언들 때문에 앞으로 미디어에서 그들의 말과 행동을 접할때 이전과 같은 감정을 다시 가질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스타리그 대회에서 보여준 눈물과 조작사건에서 보여준 분노 그 모든것에 공감했습니다.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커리어에 방점을 찍지 못하는그를 보며 내심 '우승할때까지 은퇴마라'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게 허사고 신기루였습니다. 감정을 쏟아내었던 그 시간들은 뭐란말입니까... 참 허탈하기 그지 없습니다. 조작사건때는 울분을 표출할 공공의 적이라도 있었지..
탱구와댄스
13/01/16 17:33
수정 아이콘
김태형은 몰라도 홍진호는 솔직히 좀 이렇게 극한으로 까일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저와 같이 생각하는 분도 꽤 계시고요. 홍진호야 어쩃든 dc와 땔래야 떌 수 없는 관계인데 거기서 들불처럼 번졌던 유행어 뜻 모르고 한번 쓴게 경솔한 행동이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욕먹을 짓인가 싶습니다. 김태형은 주의를 받았지만 '나도 쓰고 싶지만 쓰면 안된데' 이 발언으로 그냥 끝이고요. 종범 발언도 쓰면 안된다고 하니까 '아, 이게 쓰면 안되는 말이군요' 라고 했었는데 인터넷에서 쫙 퍼졌던 유행어 잘못 쓴건 실수고 경솔한건 맞지만 아래에 있는 글들에서처럼 무슨 인성이 보이네 하면서 몰아붙일 건은 아니라고 봅니다. 김태형은 저 위의 말때문에 예외고요. 그리고 종범건은 솔직히 이해가 가는게 pgr 제외 대부분의 게임 사이트에서는 민주화, 운지 이런 단어는 쓰면 쓰지 말라고 말 들어오지만 종범은 정말 많이 쓰여서 유행어로 착각 충분합니다. 당장 제 주변만 봐도 그냥 딸린다 정도의 유행어라고 여기고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다른 롤 커뮤니티나 이런데 가도 운지나 민주화 쓰면 일베충이냐고 몰아 붙여도 자신들도 막 한타 종범, 딜 종범. 이런 말들 많이 쓰니까요. 이 발언은 좀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곡물처리용군락
13/01/16 17:4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종범이란말에대해서는 좀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13/01/16 17:36
수정 아이콘
저도 홍진호 감독은 좀 과하게 비난받는 면이 있다고 봅니다.
Practice
13/01/16 17:53
수정 아이콘
김태형이 문제지 홍진호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적을 받은 뒤 고친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그러나 김태형은...... 답이 없죠.
13/01/16 18:12
수정 아이콘
삭제, 벌점
unluckyboy
13/01/16 18:15
수정 아이콘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인데 먹이를 주지 마세요
13/01/16 18:36
수정 아이콘
되려 지난번에 너무 조용히 지나간 겁니다.
Smirnoff
13/01/16 19:02
수정 아이콘
김태형은 당시 그 건을 털고 가려는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때부터 김태형은 시선에서 out이었던 한 사람의 입장으로 그는 지금 그때 운좋게 흐지부지 넘어간 댓가를 받는 거라고 말하고 싶네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 끝난 일이 아니고 어쩌다가 묻힌 일인 겁니다. 비슷한 사례로는 멀록의 패드립이 있겠네요.
후후하하하
13/01/16 19:13
수정 아이콘
실수 한번으로 단절하는 시청자를 애청자로 볼 수 있는가?
사과를 했지만 사과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하는 시청자를 위해 다시한번 고개를 숙여야하는가?
궁금하군요.
Smirnoff
13/01/16 19:18
수정 아이콘
애인 앞에서 다른 사람이랑 섹스하는 걸 들켰다면 한번의 실수고 뭐고 끝이죠

저는 그냥 정떨어지는 정도였지만 저정도로 느끼실 만한 분들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후후하하하
13/01/16 19:25
수정 아이콘
계획범죄와 우발범죄는 형량이 다른데요
바람피기 위해서는 자신의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을 만나려는 의도를 오래 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비유는 좀 맞지 않네요
실수는 잘못을 한 측에서 대는 변명이고 실제는 마음이 돌아선 후에 저지른 행동일 확률이 클것 같군요
Smirnoff
13/01/16 19:41
수정 아이콘
충격의 크기를 묘사하기 위한 예였음을 미리 말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상황의 다른 특성이 비슷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배신감의 크기가 너무 크면 한번에 끝장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전까지의 애정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요.

프로리그 원년부터 GO팀의 골수팬이었던 저는 마재윤과 김성기를 그렇게 버렸습니다. 생각 이전에 배신감만 들더군요
후후하하하
13/01/16 20:05
수정 아이콘
배신에 대한 충격이 크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을것 같네요
잘해결됐으면 하구요
13/01/16 19:43
수정 아이콘
우선, 실수가 아닙니다. 분명히 글에도 적었습니다. 잘못입니다.
잘못을 했어도 그냥 무조건적인 사람은 애청자가 아니라 광신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죠.
사과를 했는데 그게 사과가 아니라면 당연히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제 궁금하군요.
잘못을 했는데 실수라고 주장하는 이를 무작정 용서를 해야하는지,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에도 사과라고만 하면 무조건 받아줘야 하는지 말입니다. 글쓰신 분은 그런 분이십니까?
알고보면괜찮은
13/01/16 19:37
수정 아이콘
우발적이라...한두번이면 우발적이니 실수라고 하겠지만 어디 한 두번이었나요?
그리고 자막 제작하거나 홈페이지 대진표 올릴때 확인하고 고치려면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정도라면 둘 중 하나죠. 고의이거나 그냥 생각이 없거나.
13/01/16 20:49
수정 아이콘
낯익은 아이디를 보고 바로 클릭했습니다.
키메라님의 글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넷상 혹은 오프에서 민주화, 홍어등의 비하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으면서 단지
"나는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고, 누군가를 비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이 본문 글의 말을 해주고 싶네요.
"그러나 이미 정신이 그 형에 잡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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