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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15 01:19:04
Name Port
Subject [연재]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 10회]
  - 작가의 이런저런 잡설 -

   Port입니다.
   요 며칠간 꽃샘추위로 날이 매우 추웠습니다. 그 추운기간동안 고뿔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셨습니까? ^^..

   PGR여러분. 봄의 향기가 남쪽에서부터 꽃샘추위가 물러남과 동시에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 화사하고 따뜻한 봄날에 춘곤증으로 고생(?)하지 마세요...^^  
    


  - '# 9회' 의 고마운 분들께 -


   GreaTestConTrol 님 - GreaTestConTro님의 리플을 보면서, 관심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글을 써나가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도는 제 연재물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지도는 제 연재작을 대표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쓰고싶은 바를 독자분들께 더 자세히 전달하고자, 몇시간을 투자하여 맵을 만들고, 거기에 유능한 맵퍼님에게 염치없이 수정을 요청하면서 정성스럽게 만든 지도입니다. 이 지도를 보고 제 글을 읽고싶은 생각이 드셨다니 정말 저는 너무 기쁩니다..^^

   아케미 님 - 겸손이 지나치십니다. 아케미님의 주간 리뷰에 항상 부족한 제 연재물이 언급되있는 것을 보면 한없이 기뻤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케미님이 안계셨다면 PGR에는 연재를 포기했었을겁니다.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는... 스토리전개상 말씀드릴 수는 없고...^^;;;   기대해 주신 만큼 더더욱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가슴쓰림 님 - 비타넷에서 보고 계신다니.. 혹시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으나;; 제 글을 지켜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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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부 아이어(West Aiur) 지도 -

   (확대해서 보세요~)




  - 9회까지의 줄거리 -

    모든 상황이 종료된 시점. 프로토스는 더이상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암울한 현실속에서 분통을 터트리던 폴트. 짐 레이너의 이런저런 조언과 여러가지 생각 끝에 "프로토스의 역사서"를 서술하기로 마음먹는다.


   평화롭기만 하던 서부 아이어 리치마을. 어린 질럿 폴트(Folt)는 다른 예비전사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토스라면 거의 꾸지 않는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 꿈때문에 이런저런 심란한 일들을 한꺼번에 겪는다.


   한편, 의회엔 "미지의 생명체"가 프로토스가 관할하는 외곽지역 코프룰루섹터에 나타났다는 정보가 입수되고, 이에 따라 테사다는 코프룰루섹터로 원정을 떠나게 된다.
  테사다는 금지된 다크템플러와의 몰래 연락을 시도하며 테란이라 불리는 종족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한편, 테란은 뜻밖의 비보와 놀라운 소식으로 코프룰루섹터 전역이 충격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 이번회의 간략한 인물소개 -

  ** 프로토스

   - 이번회에 등장하지 않음 -


  ** 저그

   - 아직 알려진 바 없음 -


   ** 테란

  짐 레이너(Jim Raynor) - 마 사라의 보안관중 하나. 자신이 빌려준 드랍쉽이 파괴되어 나르치 일족이 참변을 입은 것에 많이 괴로워한다. 그리고,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죽게하지 않는다고 마음먹으며, 블랙 워터 스테이션 지역의 구원을 나서게 된다.

  나르치 일족(Nal_ch 一族) -  마 사라의 나르-첼리오(Nar_Chellio) 시(市)에서 알아주는 명문가문. 이번 크리스마스때 일족 전원이 타르소니스로 여행을 간다. 도중에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에게 기습을 받아 일가 전체가 참변을 당한다.

  럭키아이 강(Lucky-Eye Kang) - 짐 레이너의 죽마고우. 곤경에 빠진 레이너를 도와주며 이런저런 정보를 제공해준다. 레이너와 함께 블랙 워터 스테이션지역에 지원을 가게 된다.

  에드문드 듀크(Edmund Duke) - 테란 연합의 알파 전대의 제독.









   10회 - 우주 저편에서 찾아온 적들 (7)


   18.


   「짐 레이너의 일기(Jim Raynor's Memory) 3rd - 고뇌」 - 짐 레이너(Jim Raynor) 著


   서기 2449년 12월 24일. 마 사라(Mar Sarah)의 조그만 도시, 나르-첼리오(Nar_Chellio) 부근에 위치한 조그마한 군 기지. 갑작스런 비보가 전해지다.


   [마 사라(Mar Sarah)의 모든 기지에 통보한다. 마 사라의 위성기지인 차우 사라(Chau Sarah)지역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프로토스(Protoss)라 불리는 외계 종족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프로토스의 공격에 의해 에드문드 듀크(Edmund Duke)제독이 이끄는 알파 전대의 기지 역시 파괴되었다. 이에 마 사라의 모든 기지의 장군들은 전투태세를 갖추어라.]


   [레이너님. 저는 며칠 전에 나르-첼리오에서 타르소니스로 떠난 드랍쉽의 파일럿, 맥(Mac)입니다······. (잡음)······. 우리 3대의 드랍쉽은 정체불명의 외계생물체에게 기습을 받아······. (잡음)······. 드랍쉽 두 대는 이미 파괴되었고, 제가 운전하는 호프(Hope)호 드랍쉽은······. (잡음)······.]


   [짐 레이너에게. 나는 마 사라의 블랙 워터 스테이션(Black Water Station) 북쪽기지의 사령관이오. 마 사라에서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오. 이 생명체는 무지막지한 살인행위를 하고 있으며, 땅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고 하오. 사태가 매우 위중하니 전투태세를 갖추어 속히 상부의 명을 받들 준비를 하시오.]


   이 외에도 확인된 메시지가 수십 개였지만, 대부분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똑같거나 대동소이한 중복 메시지였다. 현재 사태를 알려주는 메시지는 위의 세 가지로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메시지로 알 수 있는 사실은 프로토스(Protoss)라 불리는 외계종족이 차우사라를 파괴한 일이었다. 우리 인류는 이제까지 한 번도 다른 문명의 외계인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500년 전(1950년대)부터 지구에서는, 그리고 300년 전, 코프룰루 섹터에서는, 외계인과 조우하려는 노력을 계속 했었으나, 한 번도 그 존재가 확인된 적이 없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외계인의 존재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구인이 탄생한 이래 처음으로 만나게 된 외계문명의 종족이 아무런 포고도 없이 우리 인류를 공격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과격하고 더러운 인사치례가 아닐 수 없었다.


   두 번째 메시지가 의미하는 것이야 말로 오늘 내가 슬퍼하고, 또한 절망해야 하는 진정한 비보라 할 수 있다. 내가 아무생각 없이 나르치(Nal_Ch)일족에게 빌려준 드랍쉽이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었다고 한다. 살인자가 된 기분이다. 내가 그들을 죽인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그들에게 그렇게 쉽게 드랍쉽을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새까맣고 냉혹한 우주공간 한가운데에서 죽어갔을까? 맥으로부터 그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의 그 충격이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떨결에 과실치사를 한 심정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


   세 번째 메시지는 결국 마 사라에 정체불명의 외계종족이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정체불명의 외계종족이라 하면 프로토스(Protoss)를 지칭하는지, 아니면 드랍쉽을 격추시킨 그 종족과 동일한지, 아니면 셋 다 하나의 종족 프로토스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일부터는 마 사라에 하늘로부터 떨어진 적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투가 시작될지 모른다. 정체불명의 적들이 어떤 무기로, 어떤 방법으로 우리를 죽이려들지 모른다. 처음으로 만나는 외계인, 혹은 처음 보는 외계 괴물들과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건 데, 외계인들과의 첫 만남이 이렇게 과격할 줄은 몰랐다.


   경망스러워 어찌할 줄 모르겠다. 특히 두 번째 메시지가 내게 주는 충격이 컸다. 드랍쉽을 민간인에게 허락도 받지 아니하고 빌려줬다는 것 때문에 문책 받는 일은 그렇다 쳐도, 내가 사람들을 죽였다는 생각을 하니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

   군인의 신분으로써 상시 위기에 대처하고 극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내가, 조합-동맹 전쟁 이후 근 몇 년간 무사태평하였기에 안일한 마음을 가지고 쉽게 민간인들을 드랍쉽에 태웠다는 것이, 그리고 그 드랍쉽이 공격받아서 파괴되었다는 것이 악의 없이 실수로 살인을 하게 된 기분이었다. 사람을 죽였다는 것 때문에 너무나도 괴로웠다.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나르치일족과 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그 드랍쉽을 운전하던 파일럿의 얼굴을 떠오르니 숨이 머져버릴 것만 같았다.


   게다가 또다시 살인을 하게 생겼다. 만일 타르소니스로 퇴각을 하게 되면, 다른 곳으로 명령하라는 이동을 받게 된다면······. 내가 함부로 민간인에게 빌려줘서, 우주공간에서 잔해가 된 드랍쉽 세 대가 수용할 수 있는 마린들은 이곳에서 퇴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빌려준 드랍쉽으로 인해 나는 또 한 번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머릿속이 새하얗다. 지금 생각하는 것들로 하여금 내 머릿속을 새까맣게 지우고 있었다. 그저 멍하니 수신기의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데, 마린 하나가 보고를 하러 왔다.

   “보안관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명령을!”

   얼떨결에 소리가 나는 방향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무언가에 잔뜩 겁을 먹어 얼굴이 사색이 된 그 마린을 바라보았다.

   외계인에 대한 무한한 신비로움, 그리고 그것을 상상하고, 첫 만남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 거기에 외계인에 대한 경원. 그리고 그들이 고도의 문명으로 무장하여 순식간에 인류를 깡그리 전멸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 공포. 절망감. 그 모든 것을 하나의 표정으로 담아내며 떨고 있는 그 마린을 보면서 군인이라는 내 직분에 충실해야겠다는 마음이 갑자기 들었다.

   ‘그래. 내가 흔들리면, 저들은 저 표정으로 외계인들에게 죽음을 맞이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어디선가 알 수 없는 힘이 솟아 올라와 단순한 자괴감에서 나를 조금 자유롭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 죄책감은 완전히 씻긴 건 아니었다. 또다시 내 실수로 죄 없는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일종의 영웅 심리의 발호인 셈이다.

   “알았다. 우선 다음 명령이 하달될 때까지 숙소에서 쉬라고 전하라. 단, 긴장을 풀지 말라 일러라.”

   마린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겁지겁 뛰어나갔다. 그가 나가면서 힘껏 닫은 문소리가 커맨드센터 내부에 울려 퍼지며······.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담뱃갑을 열어보니 담배가 세 가치정도 남아 있었다. 그 중 하나를 집었다.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담배 연기를 내뿜으니 마음이 한결 더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얼마 후, 짧아진 담배를 재떨이에 뭉개며 다시 모니터를 주시하였다. 비상사태인 만큼 다음 명령을 기다리기 위하여. 절망하여 정신을 놓고 있기 싫어서이기도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깜빡 졸고 있는데, 새로운 메시지가 수신되었다.


   [안녕하신가, 나는 연합의 알파 부대의 에드문드 듀크 장군이오. 테란 연합은 공격받고 있는 지역을 완전히 격리시켰고, 48시간 동안 경계할 것이오. 마 사라의 다른 기지들의 보안관들은 마 사라의 군 기지들을 황무지 외곽에 다시 배치하시오.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하오.]

   시작되었다. 드디어 정체불명의 적들과 싸우기 위한 첫 번째 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황급히 마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기지를 옮길 것이니 떠날 채비를 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기지엔 드랍쉽이 없다. 나르치일족에게 빌려준 3대는 이미 파괴되었고, 나머지 2대는 엔진이 노후하여 차우 사라의 알파 전대의 기지에 수리를 맡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우 사라는 공격받았다. 행여 우리 기지의 드랍쉽이 그 폭격에서 살아남았다 한들, 없다. 드랍쉽이 없다. 현재 우리 기지에 드랍쉽이 없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런저런 궁리를 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황무지라 하여도 도보로 10일은 족히 걸릴 텐데······. 결국 하나의 방도조차 찾지 못하여 하는 수 없이 마 사라의 행정관 사무실에 있는 내 친구, 럭키아이 강(Lucky-Eye, Kang)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는 나에게 무언가 조언이나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연락을 못했던 친구인데 갑작스럽게 중요한 일로 연락을 하니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염치를 따질 때가 아니다. 황급히 메시지를 송신하기 시작했다.

   [럭키아이 강, 나 짐 레이너라네. 너도 듀크제독으로부터 명령을 받았지? 우리 기지도 재배치하여야하는데, 불미스러운 사정이 생겨서 도움을 청하네.······(이하중략) ]
  


   「짐 레이너의 일기(Jim Raynor's Memory) 4th - 블랙 워터 스테이션(Black Water Station)」 - 짐 레이너(Jim Raynor) 著


    [짐 레이너, 무사했는가? 오랫동안 그대의 기지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안와서, 혹 그 괴 생명체에게 그대의 기지가 당하지 않았는지 걱정했다네. 그대가 처한 사정, 이해하겠네. 하지만 나는 너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어. 나에겐 여분의 드랍쉽이 없으니 말이야. 그러나 걱정하지 말게. 내가 그대에게 정보를 하나 주겠네. 조금 위험한 장소이긴 하지만, 블랙 워터 스테이션에서 남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황무지가 있다네. 그 곳이라면 나르-첼리오에서 가까운 곳이니 도보로 행군할 수 있을 거야. 다만, 그대 휘하의 마린들에게 불평을 꽤나 듣겠지만 말이야. 나도 그곳으로 가겠네. 거기서 만나기로 하세. 그럼 무운을 빌겠네.  - 그대의 친구 럭키아이 강이.]



   이 가까운 지역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무래도 드랍쉽을 잃은 것 때문에 드랍쉽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여 그런 듯 했다. 드랍쉽만 생각하고 있으니 당연히 기지 재배치는 드랍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 머릿속에 똬리를 틀었었나보다.
   그러하니 드랍쉽으로만 이동 가능한 지역들만 떠올렸던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곧바로 친구가 점찍어준 황무지지역으로 행군명령을 내렸다. 역시 그의 염려대로 마린들의 불평불만이 대단하였다. 드랍쉽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나르치일족도 우주공간에서 허무하게 죽었을 리도 없으려니와, 오늘과 같은 사태에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나르-첼리오 시에서 블랙 워터 스테이션까지는 서쪽으로 35킬로미터를 행군해야한다. 그곳까지는 지형이 꽤 험하여 아무런 군장이 없어도 3일이 족히 걸리지만, 우리는 기지를 재배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따라서 짐이 무척 많을 수밖에 없다. 많은 짐들을 기지에 있는 몇 대의 트럭에 나누어 실었으나, 트럭도 숫자가 적기에 병사들은 상당수의 짐을 짊어 메고 행군하여야 했다.

   5일 후, 12월 29일. 재촉하고 또 재촉하여 하루에 16시간이라는 강행군 끝에 드디어 그 황무지에 도착하였다. 황무지에 도착하니 병사들이 모두 기진맥진하여 곧바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이렇게 지친 병사들을 데리고 새로운 기지를 만들어야 하는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졌으나, 다행히도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눈앞에 새로운 기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저곳의 보안관이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정도는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기지를 본 마린들은 SCV의 무거운 작업복과 용접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에 만세를 곧바로 외쳤다. 만약 내가 기진맥진하여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마린들에게 곧바로 SCV의 무거운 작업복과 용접기를 착용시켰다면 그 불평과 불만, 그리고 무지막지한 욕설로 인해 나는 천년만년 장수를 누릴 뻔했다.

   그 기지의 커맨드센터로 걸어가니 뜻밖에도 럭키아이가 나를 환영해주었다.

   “짐, 이게 얼마만인가!”
  
   럭키아이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내게 곧바로 달려와 한 대 가볍게 때리더니,

   “이 매정한 자식. 너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평생 나에게 연락하지 않을 놈이야!”
  
   “그거 참 미안하군. 허나 지금 회포를 풀 시간이 없다고 보내. 5일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나?”

   “그 버릇 여전하구만. 짐, 너는 나와 오랜만에 만난 게 전혀 반갑지 않다는 건가? 일거리부터 찾게?”

   “물론 반갑지. 하지만 지금 일어난 일의 중차대함이 더 급하다 생각해서······.”

   “알겠네. 우선 이리로 들어오게.”



    그와 함께 커맨드센터로 들어갔다. 그의 방에 들어가니 책상엔 산더미 같은 서류가 쌓여있었다. 그 서류들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저 서류들이 다 무엇인가?”

   “5일간 온 메시지들을 프린트 한 것이라네.”

   “저렇게 많은가?”

   “수백 개나 되는 메시지를 5분이 멀다하며 보내는 연합군의 머릿속은 어떻게 되먹은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몇 개 중요해 보이는 것을 따로 뽑아놓았네. 한번 보게나.”


   럭키아이 강이 따로 전해준 프린트들을 쓱 훑어보았다. 럭키아이는 행여 내가 프린트를 보다가 모르는 것이 있을까봐서 내 옆에서 같이 훑어보며 계속 조언해주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신병 훈련에 대한 메시지가 있는데 자세한 내막을 몰라서 그에게 바로 물어보았다.

   “우선 전투에 동원될 신병 마린 10명을 훈련시켜놓으라는 명령이야.”

   “이 황무지에서 신병 마린을? 무슨 속셈이지?”

   “유전자조작, 합성해서 싸움밖에 모르는 괴뢰마린들을 만들라는 뜻이겠지······.”

   “어이쿠, 또 그 짓인가?”

   “최대한 인명피해가 나지 않게끔 일을 처리하려는 연합의 의도라고 생각해주게. 그래서 급히 내 부하들에게 SCV복장을 입혀서 배럭(Barrack)을 만들게 하였네만······.”

   “그렇군.”

   그의 부연설명을 들으면서 계속 프린트를 넘기다 보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어라? 이것은 무엇인가?”

   “무엇인데?”

   럭키아이는 내가 손으로 가리키는 것을 보더니 난색을 표했다.

   “휴······. 실은 블랙 워터 스테이션이 공격받았네. 그 괴상한 생명체가 그 곳에 한 마리, 두 마리씩 나타나더니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났어. 제법 숫자가 많아진 그들은 결국 그 지역의 방어라인을 뚫고 잔인하게 그 지역을 파괴하고 오염시키기 시작하였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닐세.”

   “그뿐만이 아니라니?”

   “사령부에선 그 지역을 포기했다네.”

   “그게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인가?”

   “이미 수복하기엔 늦었다는 것이야. 이것을 확인해보게”

   아무리 테란 연합의 일처리가 한심하다곤 하나 자기네 시민들을 버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기에, 그의 말에 내 귀가 의심스러웠다. 그는 책상에서 이것저것을 뒤지더니 프린트 하나를 집어서 내게 건네주었다. 곧바로 나는 그것을 확인하였다.


   [블랙 워터의 구조신호는 이미 접수되었으니 우리가 그것을 처리하겠소. 그대들은 그저 가만히 앉아 있으시오. 필요한 게 있으면 알려 주겠소.]

   우리들보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라니! 블랙 워터 스테이션은 바로 우리가 주둔하고 있는 현 기지의 바로 위쪽이 아닌가! 가장 가까운 우리에겐 가만히 앉아 있으라하고 저 멀리 타르소니스에 있는 저들이 그것을 처리하겠다니. 한시가 급한 현 시점에서, 이 말은 누가 들어도 포기했다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가만히 있다가는 저 곳은 끝장이다. 더 이상 ‘나로 인해’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주둔하고 있는데 도우지 못한다면 나는 또다시 저들을 내 손으로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그곳에 지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길! 듀크 녀석.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저들의 지원을 기다리다간 블랙 워터 스테이션은 그야말로 끝이야! 럭키아이, 내 당장 저들을 도우러 가겠어. 준비를 좀 해주게! 빨리!”


   “짐, 너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오늘은 쉬게. 너의 부하들은 계속된 강행군으로 지쳐있어. 오늘은 쉬고 내일 지원을 가게.”

   “급한 일이야. 내일이 되기도 전에 블랙 워터 스테이션이 전부 파괴될지 모르는 일이다. 쉬고 있을 여유가 없어.”

   “······알았어. 그럼 내 부하들을 쓰도록 해. 나도 따라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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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15 01:31
수정 아이콘
다시 글을 읽어보는 도중에 커다란 실수가 있었습니다. 비타넷에 올린 글을 고대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습니다..;; 무려 6분이나 읽으셨는데.. 이제서야 발견하여... 수정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__)
아케미
05/03/15 19:05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 '등장하지 않음'의 압박인데요. ^^; 잘 읽었습니다. 여전히 다음 편도 기대하는 거, 이제는 안 써도 아시죠?
한 것도 없는 저를 자꾸 띄워주시면… 난감하답니다;; 하지만 저 역시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리뷰 쓸 힘이 솟습니다. Port님, 고맙습니다!
가츠테란J
05/03/15 19:29
수정 아이콘
노고가 대단하시네요 이런 장문이 글을 쓰다보면 정말 폐인짓 해야합니다.+_ㅜ
암튼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보기좋군요
이인혁
05/03/15 21:52
수정 아이콘
계속 써주세요~ 이제 댓글쓰기가 되어서 이때까지 못달앗는데 이제부터 달께요~ 굿~
발그레 아이네
05/03/15 22:10
수정 아이콘
이제야 댓글쓰기 권한이 생겨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Port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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