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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14 23:05:50
Name 별마을사람들
Subject 어떤 시가 명시인가?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곳 피지알과 다른 게임관련 커뮤니티의 가장 큰 차이는 회원들간의 은근한(!) 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이라는것이 피지알 초창기때에는 어느정도 표면으로도 가끔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고(구체적인 예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날은 오랜만에 특정한 회원의 아이디만 봐도 정말 오프에서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운 적도 많았지요.
이러한 회원간의 유대가 있었기에 그것으로 인해 피지알의 게시판 규칙이 생겼고 타 사이트에선 보기 힘든 회원들의 폭넓은 연령층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게시판의 규칙이 생기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들라면 저는 당시 운영진들의 이 사이트에 대한 애정의 다른 표현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사이에 정이 흐르고 또한 온라인 상에서라도 남들에게 함부로 기분 상하는 말을 하지 않는 곳! 그러면서 같은 관심과 취미를 공유하는 곳...
그리하여 이 피지알이란 사이트가 나중에 보다 많은 회원을 거느리게 되었을때에도 이러한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나가기를 바랬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사실 15줄의 규칙이 있긴 하지만 그 규칙을 제대로 해석한다면 저는 다음과 같이 하겠습니다.

*15줄의 규칙이란?
        ---->
   15줄의 규칙은 내가 아닌 남을 위한 배려입니다. 누군가 자신의 글을 클릭했을 때, 바로 그 글을 클릭한 사람을 위한 규칙이지요.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여기서 감동이란, 희대의 명시를 읽은 후의 그런 느낌을 바라는게 아니고 단지 글을 쓴 사람과 직접대면을 하면서 그 글을 읽었다는 느낌을 준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무렇게나 성의 없이 글을 쓰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 15줄의 규칙입니다.


요즘에 가끔 write버튼을 누르기가 두렵다, 혹은 어렵다 말씀하시는 피지알 식구분들의 글을 보게 됩니다. 글쓰기 버튼이 힘들때는 메모장을 여세요~
그리고 그 넓고 자유로운 공간에 마음껏 스스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 보세요. 이야기가 다 끝난 다음에 다시 한번 자신이 한 이야기를 쭈욱~ 훑어 보세요. 그리하여 더이상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두렵지 않다면 그때 비로소 글쓰기 버튼을 클릭하고 붙여넣기하면 됩니다. ^^;;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마음을 잃지 않기는 정말 힘듭니다. 정말로 간절했던 사랑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처음 마음 그대로의 설레임을 항상 간직하고 지내기가 힘들지 않던가요? ^^
하지만 첫마음, 첫키스 잊지 않았다면 나중엔 정이 쌓입니다. 그리고 그 정으로 살아갑니다. -_-;;
어때요? 우습지 않나요? 바로 사람이 아닌 온라인상에 형체없는 한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
요 부분에서 은근슬쩍 미소짓는 당신! 바로 당신이 그 한 커뮤니티를 사랑하게 되는 사람이랍니다. ^^;;

피지알의 저력은 겉으로 드러난 것도 대단(?)하지만...유령회원님들의 파워도 만만치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알게 모르게 30대이신분들 꽤 많은 걸로 알고 있고요, 날마다 여기와서 게시판 훑어보고 어떤 글엔 답글쓰기란에 마우스 커서 갖다놨다가 잠시 후 그냥 넥스트 넘어가는 분들도 역시 많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지향했던 목표가 이제와서 약간 틀려졌다고 해도 방향까지 잃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간혹 정말로 이 피지알이란 테두리에 서기엔 부족한 사람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공지 한번 읽어보지 않은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정말 극히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다고 믿습니다.
게임관련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자유게시판에서 이렇게 두런두런, 쫑알쫑알...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이제 제목에 맞는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혼야(婚夜)


금슬(琴瑟)은 구구 비들기......

열두 병풍(屛風)
첩첩 산곡인데
칠보(七寶) 황홀히 오롯한 나의 방석

오오 어느 나라 공주오이까
다수굿 내 앞에 받들었오이다
어른일사 원삼(圓衫)을 입혔는데
수실 단 부전 향낭(香囊)이 애릿해라

황촉 갈고 갈아
첫 닭이 우는데
깨알 같은 정화(情話)가 스스로와...

눈으로 당기면 고즈너기 끌려와 혀 끝에 떨어지는 이름
사르르 온몸에 휘감기는 비단이라
내사 스스로 義의 장검을 찬 왕자

어느새 늙어버린 누님 같은 아내여
쇠갈퀴 손을 잡고 세월이 원통해 눈을 감으면
살포시 다시 찾아오는 그대 아직 신부고녀

금슬(琴瑟)은 구구 비들기.





*그리움에 대해  


기다리면 별이 된단다.
슬픔 한조각으로 배를 채우고
오늘은 쓸쓸한 편지라도 쓰자
사랑하면서 보낸 시간보다
외로웠던 시간이 많았을까
그대 뒷모습
동백꽃잎처럼 진하게
문신되어 반짝이는 내 가슴 구석
노을이 진다 슬프도록
살아서 살아서 슬픈
추억 한줌으로 남아 있는 사랑을 위해
눈감는 저녁 하늘 속에
별 하나가 흔들린다
사람의 뒷모습엔 온통 그리움뿐인데
바람이나 잡고
다시 물어 볼까, 그대
왜 사랑은
함께 한 시간보다
돌아서서 그리운 날이 많았는지...


---------------------------------------------

두편의 시가 있습니다. 물론 두편 모두 제가 참 좋아하는 시들이지요.
여러분께서 보시기엔 어디에서 더 많은 감동을 느끼시나요? (두개다 아니라하시면 대략 낭패...-_-;;)
첫번째 시, 잘 모르시겠다고요?
두번째 시는 나름대로 느낌이 오시죠?

첫째 시에서 감흥을 얻으신 분이시라면 상당히 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위의 시는 결혼한 초야를 소재로 하여 지은 것으로 1950년 정도에 발표된 것이라고 합니다.
작자는 '이동주'님이시고요. 제목 그대로 혼야...결혼한 밤;;;;
옛날의 혼인 첫날 밤을 묘사한게 정말 맛들어집니다. 특히 클라이막스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6연 부분, '어느새 늙어버린 누님같은 아내여' 이부분이지요. 한마디로 현재에서 과거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국문학 전공이 아니고 보다 깊은 지식이 없어서 뭐라 더 드릴말씀이 없습니다. 전 그냥 제가 감동받은 것을 같이 함께 나누고플 뿐입니다. ^^
쇠갈퀴 보셨나요? 녹슬고 바싹 얇아진 갈퀴...그 공주처럼 아리따웠던 초야의 신부가 어느새 그런 갈퀴 같은 손을 가진 누님처럼 늙어버린 현실!
하지만 그 갈퀴 같은 손을 잡고 세월이 원통해서 눈을 감으면(어쩌면 눈물을 참기 위해서일수도...)그 감은 눈 속에서 살포시...다시 찾아오는 그대는 아직 신부구나~
멋지지 않나요?
그 밖에 열두병풍 첩첩산곡이란 표현만 읽어도 그 신방을 두르고 있는 병풍에 그려진 그림들이 바로 떠오르고...특히 처음과 마지막이 똑같은데 처음연은 말줄임표 마지막은 마침표.
같은 말이라도 정말 그 맛이 틀려집니다.

두번째 시는 김기만님이란 시인의 작품인데
그냥 한번 쭈욱~ 읽으면 느낌이 좋게 와 닿습니다. 일단 생각할거 없이 쉽고요...

둘다 참 좋아하는 시인데...

과연 어떤 시가 명시 일까요?
솔직히 알면서도 묻습니다. 아니, 믿으면서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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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어트
05/03/14 23:17
수정 아이콘
시 라고 하니깐 고등학교때 시 담당했던 언어선생님이 생각이...
으아아아...ㅠㅠ
`니 아들이 니한테 아빠는 왜 이 시도 몰라?` 라고 하면 뭐라할래?
`아빠는 이과잔아-_-v` 라고 정말 답 한번 해보고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던 그분이 생각이 나는군요...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
05/03/14 23:18
수정 아이콘
두번째 시가 더 와닿네요.. 지금 제 현실과도 약간은 관련이 있는 시 같습니다
안전제일
05/03/14 23:23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은근히 반가운 아이디가 있는데 제 아이디도 그랬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더 많은 아이디를 반가워 할수 있었으면 하구요. 으하하하-
StrikeLush
05/03/15 00:09
수정 아이콘
^^ 잘읽었습니다.
김상묵
05/03/15 00:21
수정 아이콘
첫번째 시는 모르는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가 못간 노총각인 저도 '아~' 하는 장탄사가 나오는데, 두번째 시는 모르는 단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슨말인지 전혀 알아 들을수가 없네요...
오늘 읽은 기사중에 현재는 '죽은 시의 사회'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작년 한해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이 겨우 천권 수준.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후에 정말 잔치가 끝났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시집이 많이 팔리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말을 들은지 그리 오래전은 아니였을텐데.
이뿌니사과
05/03/15 03:13
수정 아이콘
여전히 존경스럽습니다(_ _) (보고싶어요! ^^)
05/03/15 05:1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가장좋아하는 시는 헤세의 '혼자'라는 시입니다. ... 중학교시절 이후 삶의 사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시죠-_-;;;
터치터치
05/03/15 09:50
수정 아이콘
저는 피지알 추천게시판에서 본 '루나'님의 '명일동 명일여고와 명일역 사이에는....' 시를 좋아합니다....명일역 전철역이 보일때마다...생각이 난다죠..
BlueZealot
05/03/15 11:50
수정 아이콘
2번
홍승식
05/03/15 13:55
수정 아이콘
저는 1번이 더 좋네요. 읽는 동안에 오롯하게 그림이 그려지고 그 그림 안에서 감정이 살아나는 듯 합니다.
그런데 예전 시들을 읽으면 대게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요즘 시들은 마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요. 꼭 수필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요.
래토닝
05/03/15 16:48
수정 아이콘
다좋지만...2번에 한표 ㅠ.ㅠ
아케미
05/03/15 19:07
수정 아이콘
저는 2번 시가 더 마음에 드네요. 1번 시도 뜻은 다 알겠지만 역시 쉬우면서도 애틋한 느낌이 드는 건 2번이 더… 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라면 안도현 씨의 '너에게 묻는다'입니다. 짧고 굵잖습니까. ^^;
좌우지간 글 잘 읽었습니다. PgR21 파이팅입니다.
김대선
05/03/16 00:44
수정 아이콘
시문은 사람의 취향에 크게 영향받는 것이라.. 두 시문 모두 좀 미사여구가 지나치게 동원된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그래도 하나를 고르라면 첫번째 인것 같습니다. 입에 닿는 음절이 음악적 운율을 이루는 맛도 있고.. 시대적 배경으로 보아 미사여구가 지식인의 기본이 되었던 시절이라는 점도 참작해줄만 하구요... 또 주제가 주제인만치 화려한 단어의 치장이 좀 무거울지연정 불필요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두번째 시는 전치법이라고 하던가요, 문장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 지나쳐서 가슴에 도통 와닫지가 않는군요. 또한 비슷한 분위기의 10행에 걸친 나열이 지루한 진행이라는 느낌도 주는군요. 문법, 단어의 시적 허용도 꼭 필요한 범위를 넘는게 주제는 소박하면서도 글이 소박한 맛이 없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2가지입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그 끊이야 끊어지리까"
이거하구요.
"유리창에 차갑고 하얀 것이 어른거린다" 던가요, 이현승(맞나--) 님의 "날개" 제일 좋아합니다.
눈시울
05/03/16 09:38
수정 아이콘
학교 다닐 때 배운 시 중에서는 성탄제가 제일 좋더군요. '붉은 산수유 열매'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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