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0/05 05:34:36
Name 아휘
Subject [잡글] '게임'에게 '말걸기'


워크래프트3 크랙판을 다운받아 했던 게 언제였지?
한 달? 두 달 남짓?
슬슬 겜채널에서 중계도 시작하고, 워1, 워2를 해본 적도 없고,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오로지 제대로 관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스타를 늦게 배워 한이 됐던 지난 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출시 즈음에 시작했던 것 같은데.



사실 Hp파빌리온 최고사양에 19인치 모니터, 거기에다가 5.1채널 지원스피커까지 갖춰 놓은 마당이었는데,
마침 워3가 나왔고, 사양 문제로 불평불만 늘어놓는 소리를 여기저기에서 들으면서
씨익 쪼갰지.
"그래? 그렇단 말이지? 얼마나 고사양을 원하는데? 어느 정도면 되는데? 컴사양도 높은데 함 해주지 머."라며 시작했지.
모든 퀄리티 풀옵션 상태에서 해도 버벅대지 않은 게
어찌나 자랑스럽던지.
그 사운드, 그 그래픽! 락골렘이 스턴 던지면 다리털이 곤두설 정도였다구.
'부르디외' 식으로 말하면 '상징 자본'이라 하나?
어리석어도 어쩔 수 없었어, 그 정도 기분은 누려야지.
꼬박꼬박 할부로 나가는 돈이 얼만데.
암, 그만큼의 기쁨은 누려야 한다고.



미션을 다 깨고, 사이사이 동영상에 감탄하고,
컴이랑 1대1을 하는데 역시 소문대로 절라 인공지능이 높더군.
승질 꽤나 부렸지. 새로 산 컴을 걷어찰 수도 없는 노릇이구. 참 답답하더군.
져도 또 져도 오기루 덤볐지. "니가 그래봐야 컴퓨턴데 별 수 있겠냐."
라고 덤비면 어김없이 뒤통수를 후려갈기더군.
포기했지, 총구의 방향을 바꿨지. 사람이랑 하자.
프리베넷 함 해볼라구 이 패치 저 패치 다운받고 난리탱고를 추다가,
결국 포기하고 컴이랑 다시 1대1을.
국민맵이라는 로템에서 도대체 몇 판만인지. 겨우 이겼을 때의 기쁨이란.
이라고 말할 것도 없고
좀 싱겁더군.



사실, 스타 베틀넷 첫승을 할 땐 무지 기뻤는데.
이천년 일월이었나. 아니, 이월이다. 베티의 집 앞, 겜방에서
랜덤저그가 걸렸는데 그때만 해도 유행이던 닥템 커세어에 농락당하다가 어찌어찌 해서,
가디언, 스콜지 조합으로 밀어버렸을 때,
그 새벽에 핸폰으로 베티에게 전화를 걸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승리를 만끽했지.
그때 아마, 눈이 왔어, 펑펑. 캬!~ 그 절묘한 공간적 배경의 설정이란!
정말이지 그 기쁨이란, 월드컵 첫승했을 때의 기분과 맞먹었지.
그때에 비한다면 워3는 그다지 감흥이 없네.
싱거워.
덜 차가운 맥주를 마신 듯.



스타는 참으로 오기로 배웠는데,
참 별의별 수모를 다 당하면서 말이지.
동호회 시삽할 때였지. 이건 뭐 게임동호회도 아닌데, 자기소개하는데 베틀넷 전적을 말하는 분위기였으니.
겜방에서 죄다 스타를 할 때 한게임이나 비쥬얼고도리나 했어. 아, 피파99도 했구나.
빠지면 절대 못 빠져나올 늪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개기고, 또 개기다가
이거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더군. 술 먹고 난 담엔 친구넘들은 꼭 스타를 하러 가더군.
그래서 별 수 없이 배웠지. 고수 친구넘에게 정말 서러운 꼴 많이 보이면서 하다가, 어느덧
내가 좀 하는구나 느꼈던 건 친구들과 하고 나서였나?
그때 베티랑 둘 먹고 내 친구들이랑 2:3을 해도 이겼는데.
하긴 얼마나 강하게 커왔나.
순전히 베틀넷 공방에서만 맵핵, 디스, 개매너들 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전제일주의 겜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탄탄해져 있더군, 나름대로.
뭐, 그래 봐야 겨우 하수 면할 정도의 실력일 뿐이지만.
지금은 그냥 "즐기는 거니깐."이라며 도박적인 것도 좀 하고 그러는데,
그러니까 지는 횟수가 느는 게 당연한 듯해.



아무튼 워3는 3D그래픽이라 스타와는 좀 다르지.
다들 감탄하는데, 난 그냥 그렇더라구.
근데 워3를 하다가 휠을 움직이면 화면이 가깝게, 또 멀게, 보이지.
좌우로 시점 조정도 가능하고.
참으로 놀랍더군.
근데 사실 그 기능을 쓰기가 힘들어.
평면적인 스타에 익숙한 탓에
입체적인 워3가 영 불편할 수밖에 없는 거야.
멀티, 입체, 디지털이라는 어휘에 어울릴 만한 넘이 아니니까.
나란 넘의 형질이 뭐, 그렇지.



워3는 스타와는 다른 기능이 있더라구.
휠을 움직여 가까이 하면 유닛들이 세세한 움직임이 보여 좋지만,
그만큼 시야가 좁아져 게임을 제대로 운영할 수가 없어.
보이는 시야만큼의 공간에서만 난리지루박을 춘다구.
보이지 않는 시야를 내다보는 것,
전략, 전술이 중요한 건데 말야.
좀 뻑쩍찌근한 말로 암중모색이라 하잖아.
그 말을 얼만큼 실천하느냐의 문젠데 말야, 전략시뮬레이션이란 겜은.



얼마나 좋을까.
가까이, 멀리, 시선과 초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세상을 살 수 있으면.
짙은 포그 속에 가려진 삶의 정체,
눈에만 보이는 겉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또 다른 이면,
그걸 발견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즐기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어디로 가는 게 옳은 건지,
판세에 따라 적확한 행동양상을 보이고,
가기 전에 어느 방향으로 정찰을 보내는 게 좋은 건지,
내가 지금 꼭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칼타이밍으로 "달려!"야 할 땐 언제인지,
적 혹은 장애물 혹은 난관이 나타나면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하는 건지,
그 모든 삶의 순간 순간에
능수능란하게 반응하고 대처할 수 있다면,
세상이 참 잘 살아질 텐데.
그렇게 한바탕 살고 나면
먼저 GG를 치든, GG를 받아내든,
참 속 시원할 것 같은데.
게임이나 삶이나 참 쉽지 않은 듯해.



그래, 쉬울 순 없지.
쉬우면 재미 없잖아. 어려운 맛도 있고,
영 풀리지 않을 듯한 매듭도 있어 주고,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높이의 담벼락도 떡하니 세워져 있고,
뭐, 그래야 사는 맛이 나지 않겠어?
열심휘!~ 부지런휘!~ 뭐 빠지게 살다보면,
우리 한 세상,
Good Game이 될 수 있겠지.
그렇지?



새벽 스타 3판, 워3판을 하다가 문득,
새벽 어둠이 막막하게 여겨져 문득,
통장입출금 내역을 인터넷으로 조회하고 나서 문득.







편지 형식의 서간체로 썼는데,
좀 버르장머리 없게 여겨져도 너그럽게 읽어 주시길.
꾸벅




By 아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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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05 05:51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정품을 이용합시다. 딴지걸기 ^^/
02/10/05 06:09
수정 아이콘
그래서 죄송합니다. 꾸벅 -_-;;
수시아
02/10/05 06:26
수정 아이콘
아하...그렇죠!!....당연휘~ 그래야죠!!....요즘 저에게 넘 관대하게 살았던 것도 같고 좀 빡세게 굴어야겠네요...좋은 글 감사드리고 투어 결승 즐감하세요 ^_^;....예상 - 뭐나게 하는 사람이 이길 듯...
02/10/05 07:10
수정 아이콘
아!~ 자야 하는데 말이죠. 잠이 안 온단 말이죠. 수시아님은 자다가 깼다 하시던데. 히유 조금이라도 잤으면 좋으련만.
잠자리에 누웠는데 베티는 세탁기를 돌리고, 눈 감았는데, 빨래 좀 널어달라고 칭얼대고. 아!~ 잠이 다 달아났네요. 스타3판, 워3판만 딱 더하고 자야 하나.
그리고 또 잡글 써갈겨야 하나. ㅇ녀랻쥴ㅇㅁㄹ앟져ㅑㄷㄱ흐ㅜ류,ㅡㅍㅌ초ㅓ
꺼러지
02/10/05 09:21
수정 아이콘
아!!!저도 워3미션을 4일동안 식음을 전폐한 결과 올클리어 했습니다.
마지막에 take1~5까지가 정말 압권이던데요...미션 클리어하신분들은 이거보면서 엄청 웃었을것 같은데.ㅋㅋㅋ
근데 컴퓨터 왜 이리 잘하는지~~~
pgr에도 워3 하시는분들이 꽤 있을거라 생각되는데 워3클랜도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데...
배넷가도 맨날 혼자 할려니 심심해서요 ^^*
Elecviva
02/10/05 11:40
수정 아이콘
GL yo!!
로드펄~
02/10/05 13:08
수정 아이콘
스타와 워3....
저도 스타를 99년 5월부터 하기 시작해서 중간에 포트, 디아 등등 했지만 꾸준히 지금까지 스타를 즐기고 있습니다. 전 워3 출시일을 기다려오다 출시이후 7월 첫주부터 시작했는데 (그전에 베타테스트 하는 겜방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다들 사람들이 안한다고 지웠더군여) 처음엔 정말 어려웠습니다. 스타를 배울때와 마찬가지로 이유닛 이건물 이마법이 도대체 몬지 그러나 일단은 컴에게 배우기로 작정했습니다. 같은 종족으로 컴과 1:1을 하기 시작했죠, 한겜하고 리플레이저장해서 컴이 하는걸 봤습니다. 음 일꾼은 몇마리뽑고 건물은 모모짓고 어디서 부터 크립사냥하고 이렇게 컴의 기본플레이를 모두 숙지하고 그대로 저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배넷으로 진출했는데, 컴과의 2주정도의 수련이 헛된것이 아니더군여 9월 3-4주쯤 배넷은 사실 고수가 별로 없어서 일수도 있습니다. 연승을 달리면서 나름대로 이제 워3에 적응했다고 여기면서 정말 워3에만 빠져살았습니다. 그렇게 7월과 8월을 보내고 같이 스타하던 길드원들도 꼬셔서 워3하면서 나름대로 워3에 흥미에 정말 빠졌고 나름대로 워3초보분들이 물어보는것들에 척척대답하는 수준이 되었죠.
워3을 하면서 느낀 스타보다 좋은점 일단 콘트롤이 스타보다 쉽다. 이해 안가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워3은 영웅은 전부 왼쪽 화면 상단에 얼굴이 나오고 유닛들은 부대지정한걸 부르면 각 유닛들이 스타와 마찬가지로 12마리 화면에 나오져...예를 들어 팔라딘이 홀리볼트로 치료를 할때 화면에서 어렵게 치료할만한 유닛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영웅이 피가 없다 그러면 팔라딘을 클릿한 상태에서 홀리볼트 단축키 t를 누르고 왼쪽 상단 영웅 얼굴을 찍으면됩니다. 유닛이라면 부대지정에서 보고 피없는 유닛그림을 찍어주면 됩니다. 그리고 워3은 법사들이 많은데 법사로만 지정된 부대에서 휴먼 소서리스의 폴리모프(양으로 바꿈)를 쓴다면 그냥 그 부대 전체를 클릿한 상태에서 o누르고 또 양으로 바꿀 상대 유닛 o누르고 그러면 소서리스 부대에서 하나씩 나와 자동으로 합니다. 스타처럼 템플러 부대클릿한 상태에서 t누르면 다 가서 같은데 스톰쓰는게 아니죠, 이런 스타보다는 간편한 콘트롤 휠씬 적은 인구수한계 (스타200/워3-90) 로 인해 스타보다는 더쉬운 겜이다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위에 아휘님이 지적한데로 화면을 조정하는 좌우, 위아래 조정은 겜을 하면서 하는 것보다 리플레이를 보면서 아니면 겜중계를 하면서 쓴다면 더 멋지게 전투장면을 구현하는데 쓰일수 있겠죠. 현재 그렇게 하고 있고요

저도 스타를 좋아하고 지금도 스타를 즐깁니다. 요즘은 다시 거의 스타만 하고 있고요, 그러나 워3두 좋아하고 즐깁니다. 너무 워3을 어렵다거나 스타보다 못한 게임이라고 평가하기 보다 같이 두겜을 즐겨 보면 좋겠습니다.

이상 댓글치고 장문이 되버렸네영 로드펄~입니다.
로드펄~
02/10/05 13:12
수정 아이콘
중간에 9월 3-4주쯤 은 7월 3-4쯤 입니다. 다쓰고 한번 읽어보질 않아서 ㅎㅎ
02/10/05 13:22
수정 아이콘
아휘님의 열심휘~ 부지런휘~ 살아가시는 모습. 즐거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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