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5/27 01:42:22 |
Name |
Moerae |
Subject |
프로게이머 배고파 못살겠다 |
프로 게이머 “배고파 못살겠다”
출처 : 시사저널(www.sisapress.com)
일부 스타 빼면 ‘차비도 없는’ 신세…임금·상금 떼이고 대회 줄어 ‘삼중고
지난 2월28일 서울 여의도 게임 전문 채널 겜비시 2층 스튜디오. 한국프로게임협회가 주최하는 ‘KPGA <스타 크래프트>’ 16강전이 열렸다. 중고생으로 보이는 청소년 50명 정도가 방송사를 찾았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옥정민군(양서중 2학년)도 프로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으려고 친구들과 함께 방송사에 왔다. 장래 프로 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옥군이 복도에서 선수들을 기다리는 동안, 스튜디오에서는 선수들이 플레이할 때마다 ‘아’하는 탄성이 새어 나왔다.
프로 게이머는 2∼3년 전부터 청소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 프로 게임 결승전에 관객 만여 명이 몰릴 정도였다. 스타급 선수도 여럿 배출되었다. 최근 LG-IBM과 광고 계약을 맺은 임요환 선수(23)의 팬클럽 회원은 10만명이 넘는다.
현재 한국프로게임협회에 등록된 프로 게이머는 1백33명. 협회 공인 대회에서 두 차례 이상 입상해야 프로 게이머가 될 수 있다. 이 중 70%는 <스타 크래프트> 선수들이다. 겜비시 조정현 제작팀장은 “<스타 크래프트> 경기 점유율은 다른 게임 프로그램 점유율의 10배에서 20배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2월28일 대회에 참가한 무소속 한웅렬 선수(22)는 긴장하는 눈치였다. 한씨에게는 대회 상금과 회당 대략 10만원 하는 방송 출연료가 수입의 전부다. 그는 하루 8시간 넘게 동네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연습했다. 밤 11시30분, 패자부활전에서 이기고 나서야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경기가 끝나고 그는 대기실 주변을 서성였다. 집에 갈 차비가 없어서였다. 그는 방향이 같은 선수의 차를 빌려 타고 집으로 갔다.
환상에 젖은 청소년들, 부나비처럼 뛰어들어
‘게임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어’ 청소년들의 선호 직업 1위로 떠오른 프로 게이머. 그러나 프로 게이머들이 말하는 프로 게이머의 세계는 화려하지 않다. 게임을 끝내고 집에 갈 차비를 걱정할 정도로 프로 게이머들의 주머니 사정은 대부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1월 한국프로게임협회가 조사한 결과 프로 게이머 1년 평균 수입은 6백35만원이었다. 한 선수는 “20명 정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한마디로 거지다”라고 말했다.
프로 구단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임금과 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2000년 30여 개에 이르렀던 프로 게임 구단이 현재는 4개로 줄었다. KTF 매직앤스 정수영 감독은 “벤처 거품이 빠지면서 구단들이 문을 닫자 선수들만 공중에 붕 떠버렸다. 감독·선수 대부분이 임금과 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스타급 선수들도 임금을 떼이기는 마찬가지였다. KTF 매직앤스 소속인 임성춘 선수(24)는 팬클럽 회원이 1만4천명에 이르는 스타이다. 그러나 그도 이전 소속 구단에서 5개월치 월급 7백50만원을 받지 못했다. “선수들이 나이가 어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나도 받기를 포기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게임 대회가 눈에 띄게 줄어 든 것도 그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큰 이유이다. 임요환 선수가 속한 IS에서 매니저로 활동하는 송호창씨(32)는 “몇몇 큰 대회 위주여서 선수간 부익부 빈익빈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직업으로 불안정하다 보니 도중에 프로 게이머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올해 1월부터 게임업체 직원으로 변신한 김지은씨(27)는 전직한 이유를 “한마디로 헝그리해서”라고 표현했다. 2000년 2월, 그는 유명 포털 사이트가 창단한 프로 게임 구단에 스카우트되어 프로 게이머로서 안정된 직업인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지자 프로 게이머는 ‘제거 대상 1순위’였다. 애초 1년 계약을 체결했던 구단은 4개월 만에 김씨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그후 그는 줄곧 무소속으로 활동했다. 한 대회 주최측은 4강이 확정되자 회사 형편이 어려워졌다며 상금을 50%로 줄였다. 상금을 지급 하지 않은 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대회도 여럿이다. 한 게임 방송국은 4강전부터 지급하겠다며 2개월 동안의 방송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2001년 그가 벌어들인 수입은 천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프로 구단은 주면 주는 대로 받으라는 식이었다. 부나비처럼 뛰어드는 애들이 많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거였다. 프로 게이머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스타 크래프트>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다 지금은 게임업체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오정환씨(27)는 “무분별하게 뛰어드는 청소년들이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대회에 한 번 출전하려면 몇 백 게임을 소화해야 하는데, 그러고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아무런 대가를 얻지 못한다. 그런데도 환상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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