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6/10/10 11:48:04
Name LSY
File #1 icegag_83.jpg (340.5 KB), Download : 131
File #2 sina386_11.jpg (102.2 KB), Download : 133
Subject 회(膾)의 문화..




한국인과 일본인이 회를 먹는 문화에는 차이가 있다.



일본인의 회를 먹는 문화는 봉건시대 영주의 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봉건시대 일본의 성은 비록 바다에서 가깝다고는 하나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영주들이라고 해도 싱싱한 생선을 먹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이 회를 주문하면 약 3일 정도의 시간 동안 회를 수송하여야 주문한 것이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회를 먹을 때 풍성하게 먹기보다는 적은 양을 음미해 가면서 먹게 되었고.

그래서 그들은 회를 먹을 때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지도 않고, 마늘과 야채를 곁들여 먹지 않는다.

회 자체만을 고추냉이를 풀어놓은 간장에 살짝 찍어서 먹을뿐이다.

이 방식이 지금 일본인이 회를 먹는 방식으로 정착되었다.



반면 한국인이 회를 먹는 문화는 어촌에서 비롯된 것이다.

며칠간 마을을 떠나 있던 배가 돌아온다.

생선을 한 배 가득 싣고.

멀리서 그 배가 보이자마자 며칠 동안 배를 타고 떠났던 남편 걱정에, 아들 걱정에 잠도 못 이루던 마을의 여인내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마을에서는 그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기념하는 잔치가 벌어진다.

어촌에서 회를 먹는다는 것은 이렇게 방금 잡아온 싱싱한 생선을 푸짐하게 먹는 것이다.

생선만 회쳐먹으면 쉽게 질릴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마을에서 담아뒀던 장을 꺼내고, 텃밭에서 기르던 상추며 깻잎을 뽑아오고, 그 사이에 잘 익은 곡주를 꺼내온다.

그들에게 회 그 자체의 맛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풍성함을 함께 즐기면서 그들의 아버지와 남편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기념할 뿐이다.



이번 추석을 맞아서 오랜만에 집에 내려온 아들을 위해서 아버지께서는 삼천포까지 나가서 한 접시 가득 회를 사오셨다.

평소에 서울에서는 가끔 일식집에서 아까워서 한 점씩 세어가면서 회를 먹던 나에게 이렇게 푸짐한 회는 전혀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서울의 일식집에서 한 점씩 세어가면서 먹던 회는 생선 자체의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지만, 이렇게 아무 걱정 없이 배부를 때까지 푸짐하게 먹는 회는 그 풍성함 자체가 무엇이라고 말하기 힘든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추석을 맞이하여 돌아온 아들을 반가워하는 가족의 정이 가진 풍성함을 맛보았다고나 할까...


PS 이 글의 내용은 정확한 문헌을 참고로 한 것이 아니라 이번 추석 때 고향에서 만난 은사님의 말씀을 참고로 한 것이라서 잘못된 내용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틀린 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세요.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2 09:38)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10/10 11:52
수정 아이콘
주영하 선생님의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를 보면 잠깐 양국의 회 먹는 습성에 대해 나오긴 하는데 지금 글쓴 분의 내용과는 좀 달랐던 것 같네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날생선을 먹은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고 합니다. 생선은 찜해 먹는 게 대부분이었고, 회를 먹는 문화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일단 집에 가서 그 부분 다시 찾아봐야겠네요.(근데 처음에 제목 보고 會議 문화인 줄 알았어요...^^;;)
지포스
06/10/10 12:20
수정 아이콘
일본에서는 왜 고추장을 안찍어먹나 궁금하긴 했습니다.. -_-;
구경플토
06/10/10 12:23
수정 아이콘
저 역시 會議 문화인 줄 알고 들어왔네요 ^^;
06/10/10 13:23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는 활어회문화고 일본은 선어회문화라고도 하죠~ 그래도 우리 입맛에는 활어회죠!
06/10/10 13:48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서 회에 초고추장을 푹 찍어먹는게

재료맛도 모르고

양념맛으로 먹는다며 사실 미식가들 사이에선 조롱거리긴 합니다만

근데 어차피 돈이 없어서 저급회만 먹다보니

현실적으로 초고추장으로 범벅하는게 -_- 더 맛있더군요
PenguinToss
06/10/10 14:31
수정 아이콘
저 역시 會議 문화인 줄 알고 들어왔네요 ^^; (2)

글 잘 읽었습니다만.

저는 이야기하신 문화 중 한국식이.
회 맛도 잘 모르겠고. 그냥 푸짐하게 차려진 회에 초고추장이랑 야채를 곁다리로 소주 한잔~~ 캬~~
일단 에게로~ 를 외치고 싶은 글이네요
06/10/10 14:31
수정 아이콘
저도 會議 문화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클릭했습니다.
'회(膾)'문화라고 표현하시는게 오해를 줄일 수 있을 듯 합니다.
식생활문화사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고 하나씩 공부해 나가는 입장인데 기회되면 생선회쪽도 한번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완성형폭풍저
06/10/10 14:39
수정 아이콘
와...
저도 이번추석에 삼천포항에 가서 전어회를 먹고 왔는데...
정말 푸짐하더군요.. 역시 우리나라 문화가 딱 좋아..!!
가츠좋아^^
06/10/10 14:46
수정 아이콘
이 글은 고도의 낚시를 통해 피지알분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
이 글을 보니 갑자기 회가 먹고 싶네요...
06/10/10 15:22
수정 아이콘
저도 會議 문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네요..
어렸을 때는 생선 맛을 잘 몰라서 초고추장 잔뜩 뭍여서 먹었지만 나이 먹으니까
초장보다는 고추냉이를 탄 간장에 살짝 찍어먹는 것이 더 좋더군요.. 담백한 생선 맛을 즐기게 되니..
회에 대한 새로운 눈의 뜨였다랄까.. 하하..;;
여자예비역
06/10/10 15:23
수정 아이콘
회가 먹고 싶네요...ㅜㅡ 이번 추석에는 전어낚시를 못갔는데..ㅜ.ㅡ 아우~회먹고 싶습니다
하늘바다
06/10/10 17:25
수정 아이콘
음식먹는데 급수가 있나요...맛있게 먹기만 하면되지 무슨....미식가의 조롱 따위 신경도 안씁니다.
개척시대
06/10/10 17:37
수정 아이콘
아.. 초밥~
06/10/10 17:42
수정 아이콘
식생활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께 까치에서 나온 <먹거리의 역사>를 추천드려요. 호홋
프랑스 작가가 쓴 글이라 그런지, 프랑스와 유럽 쪽 식재료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 반면 동양 쪽에 대해서는 초라한 수준입니다만~ 심심풀이로 읽을 만 합니다.
이미 읽으셨다면 역시 까치에서 나온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1권에도 비슷한 주제의 내용이 있죠.
물론 이건 식문화 자체에 관심을 두는 글은 아니고 좀 큰 주제 속에서 한 카테고리로 다루는 거지만,
어쨌든 쌀이 동아시아의 운명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등등 재미있는 얘기가 많습니다.
저는 어려운 걸 싫어해서인지(그보다는 먹는 걸 좋아해서...ㅡㅡ) 책 중에서 그런 것만 눈에 들어 오더라고요. ^^
나야돌돌이
06/10/10 18:06
수정 아이콘
회는 궁중음식의 하나입니다, 가급적 재료맛을 살려서 먹는 것이고요, 그래서 가장 간단한 조리법만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며 가열법도 초간단합니다

일단 회는 조리법에 따라 생회와 숙회로 구분합니다, 전자는 날것이고 후자는 팔팔 끓는 물에서 데친 것으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오징어를 위시한 갑각류, 조개류, 연체류는 대체로 숙회로 먹었습니다

재료에 따라 육회(무쳐서 나온다는 점에서 관점에 따라 무침으로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생선회, 조개회, 강회(육류+채소류) 등이 있습니다

중국 사서에 보면 조선인들은 날고기를 즐긴다, 고기도 그렇고 바닷생선도 그렇고 날고기를 먹는 풍습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 선조들은 예전부터 생선회를 즐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선회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씹힘성 위주로 발달했습니다, 왜 한국사람들은 두텁게 썰어놓는 회를 좋아합니다, 쫄깃쫄깃한 텍스쳐를 회맛으로 치기 때문에 회 자체도 두툼한 편이거니와 그 육질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 초고추장, 된장 등 장류 소스 위주로 발달한 것이지 미식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닙니다

이와 달리 일본은 전통적으로 구강구조의 제약 때문에 씹힘성미각문화가 타국에 비해 덜 발달한 편입니다, 대신 감칠맛 위주의 미각문화가 형성되었고 그에 따라 회도 얇아졌습니다, 생선회의 감칠맛을 느끼려면 간장에 찍어먹는 것이 좋기에 그런 문화로 정착된 것입니다

즉 미각문화의 차이이지 우월을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편입니다...^^

단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우리 생선회 문화가 일본 사시미 문화에 약간 먹히는 형세로 진행되어온 탓에 일본 기준이 제대로 된 기준으로 알려져서 그런 말들이 생긴 것이죠...^^

음식이 제 전공인지라...^^;;;;;
06/10/10 21:00
수정 아이콘
역시 Pgr지식in b^^
06/10/10 23:46
수정 아이콘
그보다는 식탁문화에 기인한 탓이 큽니다. 일본인은 분리해서 독상을 받는 매너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한국인은 겸상을 하죠. 생선회 역시 한국인들에게는 여럿이 모여서 먹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풍성하고 양많은 형태로 먹는 것이 자연스러웠죠. 이 부분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등에서 나온 한국인의 의식주에 관한 책을 보시면 참고가 될 듯 합니다.
회(膾)라는 한자단어를 쓰는 것 자체에도 이미 '고기 육'을 모여서 먹는다는 의미가 담겨있죠. 일본의 경우에는 전쟁으로 인한 암투나 독살이 많아 한 접시에 여러 사람의 젓가락을 함께 대지 않는 습관이 자리잡게 되었구요
나야돌돌이
06/10/11 00:13
수정 아이콘
한식도 독상입니다, 궁중음식은 다 독상이었습니다
서민식이야 좀 다를 수 있겠지만 궁중식은 독상입니다...^^

사대부가에서는 독상과 겸상이 혼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종손이나 장손은 독상을 원칙으로 했다고 합니다

암튼 생선회=일본음식이 아니라 궁중음식일 수도 있다는 것 좀 알아주십시오, 일제 강점기 덕분에 우리 생선회 문화가 일본의 사시미 문화에 흡수되어서 일본 스타일이 정통이 되고 말았지만...-_-;;;;

생각해보니 푸짐한 스타일이 식탁문화에서 비롯되신다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회문화가 씹힘성 위주이고 일본은 감칠맛 위주라는 것이 그렇다는 것인지 좀 아리송하다가 아무래도 전자같으시네요

기실 한국이나 일본을 보면 귀족층은 다 독상이었습니다, 다만 서민층으로 내려오면서 이런 것은 흔들리지요, 그런데 일본 정식이 독상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타국의 식민지 경험이 없다보니 귀족층의 규율이 정식으로 자리잡아 그런 것이고요, 프랑스나 서구 열강도 그렇죠

한국은 일제강점기를 통해 전통문화, 귀족문화 자체가 말살되다시피 하면서 해방후 지금과 같은 한정식 문화가 정착한 것이지, 원래 정찬문화는 독상이 기본이었습니다...^^

다만 농민이나 어민이 서로 한데 어울려 먹으면서 푸짐하게 하는 점이 오늘날 반영되어 한식=푸짐함, 이렇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 덕분에 한식의 고급화가 힘들고 한번 차려낸 음식을 다시 차려내는 단점들도 있습니다, 여러분 너무 푸짐한 가게 선호하지 마세요, 대체로 반찬들 많이 남지 않습니까?...그거 거의 다시 쓴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100%는 아닐지라도 대체로 다시 사용한다고 업자분들에게 이실직고를 들었어요....-_-;;;;

일식은 고급화, 신격화 전략을 쓰기 때문에 일부러 소규모, 고가 전략으로 나가죠

암튼 한식 생선회문화는 씹힘성 위주, 일본은 감칠맛 위주라 초고추장과 간장의 차이가 생겼다는 것...^^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7 Supreme의 엉뚱한 게임토론 -영웅전설- [21] Supreme7529 06/10/11 7529
356 회(膾)의 문화.. [18] LSY10845 06/10/10 10845
355 Supreme의 엉뚱한 게임토론 [16] Supreme7697 06/10/09 7697
354 라면에 김치국물을 넣음에 관하여... [51] 이오리스11392 06/10/10 11392
353 '바바리안' and '레지스탕스' [7] legend8565 06/10/09 8565
352 [sylent의 B급칼럼] <파이터포럼> 유감 [55] sylent11407 06/10/08 11407
351 함께 쓰는 E-Sports사(7) - C&C 제너럴리그 본기. [20] The Siria9378 06/10/07 9378
350 밥통 신의 싸움 붙이기 [29] 김연우10174 06/10/07 10174
349 [만화 '식객' 이야기] '부대찌개' [21] The xian10564 06/10/06 10564
348 프로리그와 기록 이야기 2 [3] 백야7569 06/10/06 7569
347 [Kmc의 험악한 입담] 어쩌다가... [20] Ntka8566 06/10/05 8566
346 진압된 반란, 대장 박대만 [7] 세이시로9535 06/10/04 9535
345 스타크래프트의 논쟁,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 [4] 김연우27524 06/10/04 7524
344 Forever SlayerS_'BoxeR' - 임요환의 836전 500승 336패 [31] Altair~★13728 06/10/04 13728
343 그녀와 나의 눈에 보인 슈퍼파이트 [11] Lunatic Love10033 06/10/04 10033
342 [sylent의 B급칼럼] MSL과 박대만, 그리고 요환묵시록 下 [94] sylent12614 06/10/04 12614
341 "어? 김양중 감독 말도 할줄아네" [62] 임태주13548 06/10/04 13548
340 정말 '잡담' [24] elecviva9968 06/09/27 9968
339 [sylent의 B급토크] 내가 임요환에게 기대한 것 [63] sylent15676 06/09/26 15676
338 흔들리는 신화, 새롭게 쓰이는 전설 [46] 김연우13937 06/09/25 13937
335 스타크래프트와 통계 [11] 순욱8808 06/09/23 8808
334 @@ 공식전적에 대한 기준과 관리가 필요한 시점 ...! [15] 메딕아빠7479 06/09/22 7479
333 <1 Min Thinking> 행복과 함께하다.. [2] Love.of.Tears.7158 06/09/21 715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