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6/10/07 13:31:23
Name 김연우
Subject 밥통 신의 싸움 붙이기

어느 날, 헌 밥통을 발견했다. '이게 뭐지?'하고 열어보니, 펑! 하고 밥통신이 나타났다. 그는 이렇게 물었다.

'치킨 먹을레, 아니면 부페 먹을레? 단, 부페 먹으려면 누군가랑 싸워서 이겨야해'

나는 두말 없이 치킨을 먹었다. 괜히 부페 먹었다가, 상대가 최홍만이면 어쩌라고? 하나 밖에 없는 목숨, 괜히 걸어서 쪽박차기보다, 소심히 사는게 가늘고 길게 사는 최선책이다.

밥통신은 열 받았다. 심심하고 따분해서 식량을 미끼 삼아 싸움 좀 시켜려고 했는데, 애들이 전부 소심하게 움추려드니 말이다.



그래서 밥통신은 고뇌했다.





- 수성 규칙 (주1)



그래서 밥통신은 한가지 규칙을 생각해냈다.

'싸우지 않을거면, 굶어!'

사람을 방 하나에 몰아놓고 쫄쫄 굶겼다. 그리고 하루에 딱 한끼의 식사만 줬다. 즉, 어떻게든 싸워서 그 밥을 먹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



그런데, 생각데로 되지 않았다.
어느날 쌘 놈 하나가 밥통을 독차지 하더니, 이후부터 모든 식사를 독차지했다. 원래부터 강했던데다, 혼자 배 불리 먹고 나머지는 쫄쫄 굶으니 상대가 될 리가 없다.

몇몇 녀석들이 머리를 써보기도 하고, 깡으로 악으로 물고 늘어져서 두세번 정도 밥을 빼앗아 먹어보긴 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대부분은 쪽도 못쓴체, 굶어 죽어갔다.

밥통 신은 다시 한번 고뇌했다.





- 이상향 규칙 (주2)


밥통신은 머리를 한번 더 썼다.
힘이 약한 녀석에게만 밥을 줬고, 쌔보이는 녀석들한테는 밥을 안줬다.
즉, 굶어죽지 않으려면, 강한 녀석은 약한 녀석들의 밥을 뺏어먹어야 하고, 약한 녀석들은 밥을 사수하며 도망다녀야 했다. 자기가 밥을 배불리 먹고 녀석들보다 쌔질때까지.

서로 밥뺏기 싸움이 벌어지던가, 아니면 술래잡기가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어느쪽이 되었건 재미있을꺼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이랑은 좀 달랐다.
쌘 녀석들이 바보같게도 가만~히 앉아있었던 것이다.

자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은 것이 밥통신의 착오라고 생각했는지, 다른 녀석들 쩝쩝거리며 밥을 먹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왜 나한테는 밥을 안주나...'고 하늘만 쳐다봤던 것이다. 급기야는 밥통신에게 '왜 나한테는 밥을 안줘!'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굶고 굶어 '배고파 죽기 직전'이 돼자, 죽기 살기로 상대의 밥통에 달려들었고, 밥 배부르게 먹고 배깔고 누워있던 상대는, 밥통을 빼앗기고 말았다.

드디어 밥을 배불리 먹은 녀석, 그리고 밥을 빼앗긴 녀석, 이 두 녀석은 이제 이상향 규칙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밥통 신의 고뇌는 어느정도의 성과를 얻어냈다.
왈가왈부, 설왕설래, 말도 많고 고민도 많았지만 효과적으로 싸움을 붙이는데는 성공했다.







(주1) 수성은 영어로 머큐리, 입니다.
  머큐리의 앞마당 & 중앙 가스멀티는 센터를 장악해야 먹을 수 있는 멀티입니다. 센터는 홀로 장악하구요. 센터 장악이 안되면,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는거죠.


(주2) 아카디아는 천진·소박한 생활이 영위되는 이상향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저그가 확보할 수 있는 멀티는 많은 반면, 테란은 앞마당&미네랄이 다입니다.  즉, 저그가 배불리 먹기 전에 빨리 가서 때리라는게 컨셉이죠.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0 12:28)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스타대왕
06/10/07 13:49
수정 아이콘
햐...멋드러진 비유인데요.

아카디아2에서 폭소
제로벨은내ideal
06/10/07 14:11
수정 아이콘
키야...화려한 비유..
06/10/07 14:15
수정 아이콘
캬아...멋져요....
체념토스
06/10/07 14:19
수정 아이콘
아.. 잘쓰신다 -_-;
06/10/07 14:38
수정 아이콘
두개 다 맞췄네요 -_-v
정말 볼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잘 쓰십니다.
06/10/07 15:37
수정 아이콘
두번 읽고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글이네요 -_-b
슬픈비
06/10/07 16:19
수정 아이콘
아.. 대단하십니다.
Deskrasia
06/10/07 17:43
수정 아이콘
아.. 저는 자본주의랑 복지주의를 비유해서 쓰신 글인줄 알았는데, 맵 이야기였나요 =_=;;
자리양보
06/10/07 19:0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06/10/07 19:39
수정 아이콘
무슨 소린가~ 하면서 보다가 주석을 보고서야 이해를 했네요.
확실히 아카디아2에서 테란들이 초반에 멀티만 하고 멀뚱멀뚱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지요.
지니-_-V
06/10/07 19:47
수정 아이콘
이야 정말 글 잘쓰십니다.

어떻게 이런생각이. 멋있습니다.
차선생
06/10/07 20:00
수정 아이콘
한번 읽고 갸우뚱.
댓글 보고 다시 한번 읽고 흐음.
세번째 읽고 아하~
네번째 읽고 추천의 댓글!
어딘데
06/10/07 20:23
수정 아이콘
S_Kun님// 테란들이 초반에 멀티만 하고 멀뚱멀뚱 있었던 건 아니죠
테란이 10판을 내리 지면서 전부 원배럭 더블만 했습니까?
테란게이머들도 파훼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노력의 결과와 저그게이머들의 안일함이 더해져서 현재 테란이 스코어를 회복중인거죠
필요없어™
06/10/07 20:25
수정 아이콘
스코어가 상당히 벌어진 뒤로 2스타, 치즈러쉬 등이 나왔습니다.
거의 다 1배럭 더블, 2배럭 더블, 아카 더블로 시작했었죠.
몽블랑
06/10/07 21:08
수정 아이콘
와.. 정말 멋진비유.. 감탄사가 나오네요;;
horizon~
06/10/07 21:13
수정 아이콘
사실..저도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괜히 뒤통수 맞은 느낌은 뭘까요..-_-;;
06/10/07 22:04
수정 아이콘
이건 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는걸까요? ㅠㅠ
마음속의빛
06/10/07 23:25
수정 아이콘
두번 읽고 나니 감탄사가 절로....
06/10/08 03:22
수정 아이콘
=_= 저는 꼬리말 0개일 때 이 글 읽고.. 지금처럼 꼬리말 수두룩 달릴 때까지 생각하기를 보류했습니다...

이 글이 이런 뜻이었군요 -ㅅ-b
오렌지밭에서
06/10/08 10:03
수정 아이콘
일단 에게로 ~~ :)
baramgurm
06/10/08 12:01
수정 아이콘
비유는 적절했지만 에게로 go go
마술사
06/10/08 14:44
수정 아이콘
추게로
06/10/08 18:42
수정 아이콘
최소한 두번 읽게하는 글
06/10/10 10:37
수정 아이콘
추게 고고고고고고!

그런데, 머큐리가 수비형 타파맵이였나요? 제가 알기로는 머큐리는 그 전에 나왔다- 고 알고 있어서.... 말이죠 'ㅁ';;;; (아니면 어쩌라고!)
06/10/10 12:50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sway with me
06/10/10 13:08
수정 아이콘
훌륭한 맵에 대한 통찰력 훌륭한 비유~
훌륭합니다^^
06/10/10 21:04
수정 아이콘
다시봐도 이건 추게감
막강테란☆
06/10/10 21:50
수정 아이콘
이게 맵의 컨셉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대단하십니다.
parallelline
06/10/10 23:49
수정 아이콘
3번째보는대도 역시 필력에 감탄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7 Supreme의 엉뚱한 게임토론 -영웅전설- [21] Supreme7530 06/10/11 7530
356 회(膾)의 문화.. [18] LSY10846 06/10/10 10846
355 Supreme의 엉뚱한 게임토론 [16] Supreme7697 06/10/09 7697
354 라면에 김치국물을 넣음에 관하여... [51] 이오리스11392 06/10/10 11392
353 '바바리안' and '레지스탕스' [7] legend8565 06/10/09 8565
352 [sylent의 B급칼럼] <파이터포럼> 유감 [55] sylent11408 06/10/08 11408
351 함께 쓰는 E-Sports사(7) - C&C 제너럴리그 본기. [20] The Siria9378 06/10/07 9378
350 밥통 신의 싸움 붙이기 [29] 김연우10174 06/10/07 10174
349 [만화 '식객' 이야기] '부대찌개' [21] The xian10565 06/10/06 10565
348 프로리그와 기록 이야기 2 [3] 백야7569 06/10/06 7569
347 [Kmc의 험악한 입담] 어쩌다가... [20] Ntka8566 06/10/05 8566
346 진압된 반란, 대장 박대만 [7] 세이시로9535 06/10/04 9535
345 스타크래프트의 논쟁,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 [4] 김연우27525 06/10/04 7525
344 Forever SlayerS_'BoxeR' - 임요환의 836전 500승 336패 [31] Altair~★13728 06/10/04 13728
343 그녀와 나의 눈에 보인 슈퍼파이트 [11] Lunatic Love10033 06/10/04 10033
342 [sylent의 B급칼럼] MSL과 박대만, 그리고 요환묵시록 下 [94] sylent12615 06/10/04 12615
341 "어? 김양중 감독 말도 할줄아네" [62] 임태주13549 06/10/04 13549
340 정말 '잡담' [24] elecviva9968 06/09/27 9968
339 [sylent의 B급토크] 내가 임요환에게 기대한 것 [63] sylent15676 06/09/26 15676
338 흔들리는 신화, 새롭게 쓰이는 전설 [46] 김연우13937 06/09/25 13937
335 스타크래프트와 통계 [11] 순욱8808 06/09/23 8808
334 @@ 공식전적에 대한 기준과 관리가 필요한 시점 ...! [15] 메딕아빠7480 06/09/22 7480
333 <1 Min Thinking> 행복과 함께하다.. [2] Love.of.Tears.7158 06/09/21 715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