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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25 03:47:59
Name I아이유U
File #1 w17.SC2Replay (28.6 KB), Download : 21
Subject '그래도 조금은 늘었구나'
안녕하세요 피지알 내 아이유 유저 중 하나인 'I아이유U'입니다.

질게글, 댓글이 아닌 글 쓰는건 처음이라 약간 신변잡기적 글인 것 같긴 합니다만
최대한 공익(?)에 가까운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헤헤

저는 브론즈리거입니다.
래더점수는 300점 초반이고요, 승률은 두판씩이나 상대분의 '나 이번판 귀찮아 안할란다 옛다 1승'를 받았음에도 40%가 조금 넘습니다.(19승 29패)

예 저는 브x기입니다.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눈보라 주식회사라는 악마의 삼지창(스타,디아,워)의 희생자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스타는 선수들의 경기 때문인지 더더욱 애정이 갑니다.

하지만 둔한 신체 반응 속도와 그에 반해 예민한 성격(긴장을 잘합니다) 때문인지 스타와 같은 RTS 게임은 저에겐 정말 다가가기 힘든 당신이었습니다.(그렇다고 다른 게임을 잘하는건 아닙니다만... 스스로가 보기에도 저는 대단한 운동&게임치입니다-_-)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스타2를 접하고 캠페인까지 클리어하고 있던 중 임에도 PC방 같이가서 스타2 처음 하는 친구 둘에게 두판째에 바로 점수를 뒤지더군요(3:3 컴터 상대 협동전.. 그날 밤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오픈베타 후 한달간 한 게임은 뭐였지. 오픈베타 끝나니 다른게임이 된건가?'에서 시작 '난 안될꺼야 아마'에서 끝나고 양 몇마리를 세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그 후 캠페인 엔딩을 본 후엔 거의 하지 않았고, 오픈베타가 끝나자 자연스레 하지 않게 되다가 얼마 전 롯데마트 쇼핑몰 할인 행사를 통해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첫판. 무려 폭염사막에서(난 저그인데...) 프로토스 2관문 광전사에 앞마당 해처리 파괴당하며 gg.
그리고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저저전 맹독충에 저글링 올킬에, 투벙커에 본진 계단 밀봉에, 노애드온 땡마린에 gg.
몰래멀티 후 공허에, 풀마나 감염충 조공이라는 발전투에, 불사조떼에 퀸이 널만 뛰다 gg.(모든 케이스는 각기 다른 판입니다.)

그저께는 잠이 잘 오지 않아(3am) '잠도 안오는데 한판만 하고 잘까'하다가 5연패를 하고 분노에 가득차 리플레이를 복기하고 분노를 삭히기 위해 드라마까지 보고 (6am) 잤습니다. 다시 눕고나서는 미친듯이 자신을 자책하며 잠들었습니다(넌 뉴비 고시생이잖아!). 그 결과 어제는 '공부 한자 안한, 반성해야 하는 하루'가 되었고요.

넋두리가 길었네요. (빨리 쓰고 자야겠습니다. -_-)

그래도 하다보니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것 같았습니다.

공부 한자 안한 어제, 집에서 리플레이 다운 받아서 보고, 디씨 스2갤에 올라온 DSL 리그를 보며(해설자인 펜릴님의 말처럼 '정말 디씨다운' 경기고, 방송이지만 저같은 초보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되더군요. 가끔씩 배가 찢어지도록 웃게 만드는 경이적인 경기력(펜릴님의 표현을 빌자면 '기적의 경기력, 이기적인 경기력')은 덤으로 엔돌핀 형성에 도움이 되고요 크크) 다시 래더를 달렸습니다.

처음에는 어디로 보내야할지 모르던 오버로드들도 각자 자리를 찾기 시작했고(경기의 패배를 불러온 극초반 폭사도 있었지만)
'이 정도만 보고서 이 선수는 어떻게 이게 올지 알았지?'라며 벙쪄있던 리플레이의 내용들도 '이 정도면 이런걸로 오지 않을까?'라고 추측은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틀린 추측도 있었고, 추측보다 강력한 현실 앞에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요)
차원관문 업그레이드도 모르시는듯한 초보분을 만나긴 했지만, 언제 하나 싶었던 리그 3연승도 찍게 되더군요(업적 뜨는 순간 초상화 받는 업적들 땄을 때보다 배는 기뻤습니다)

그리고 오늘, 도서관에서 돌아와 다시 래더를 했습니다.
첫판. 우주공항을 보고 밴시를 예상은 했지만, 우왕좌왕 하는 퀸 컨트롤와 예상보다 빠른 클로킹 업에 크게 휘둘리고 gg를 치고 말았습니다.(상대분이 잘하시는 분 같긴 했습니다. 정말로 정신이 없더군요... 나중엔 바이킹까지 추가되어 미니맵 전체에 경보표시가 뜨는 듯 했습니다)
어제 3연승 찍고 첫판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잘하는 분이랑 붙은건가'라고 생각하며 '한판만 더하고 자야지'라 결심하며 래더를 돌렸습니다.
똑같은 밀림분지 맵. 똑같은 테란. 해병 초상화를 보니 1대1 10승은 찍은 상대입니다.
입구가 막혀 드론 정찰은 실패. 번식지를 올리며 일벌레를 쨌습니다.
그러던 중. 상대 미네랄 주변에 있던 오버로드를 빙 둘러서 찔러 넣어보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성공이었습니다.
투스타 밴시, 마린은 벙커 안에 빼곤 없음.
양쪽 부화장에서 퀸을 연달아 누르고 둥지탑을 짓고 가스를 추가로 캐며 '님'이 오시길 기다렸습니다.
'님', 아니 '님들'이 오셨습니다. 죽이는 엔진 소리를 내뿜으며.
본진에 있던 퀸 세마리로 반격을 시작하며 곧 찍힐 뮤탈리스크를 기다렸습니다.
앗. 그런데 퀸 세마리 중 한마리를 잃었습니다. 수혈로 치료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죽더군요. 밴시가 4기라 그런지 훅가더군요-_-
'으악 위기다'라 생각하는 순간, 화면 우측하단에서 뮤탈리스크가 나타났습니다.
뮤탈 컨트롤 클릭 - 일점사. 퀸은 다 잡혔지만, 밴시 역시 다 잡았습니다.
상대 뒷마당을 보니 멀티도 없더군요. '아싸 이겼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바퀴 소굴을 짓고, 뮤탈리스크로 본진 휘둘러볼까라고 가는길에 날아오는 상대방 사령부를 만나 두드려주고 결국 파괴하는 '업적'을 달성한 후 바퀴+뮤탈 입구 돌파로 승리했습니다.

승리 메시지를 보는데, 이렇게 '잘 해서' 이긴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의미의 '잘하는 것'과는 3만 광년쯤 떨어져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들면서 기쁘더군요.
어이없는 실력으로 경기를 망치며 '거의 모든 유저들에게 승률 50%를 만들어주는 ell 시스템, 나는 빼놓고인가?'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자책했던 것도 어느 정도 심리적인 보상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조금은 늘었구나.'

지금 제 생각입니다. 저글링 초상화와 바퀴 초상화 사이에 놓인 적은 승수, 게다가 5할도 안되는 승률이긴 하지만, 지금도 래더 상대 매칭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을 들을때마다 두려움에 떨긴 하지만, 내일도 키보드 F10-N을 누를 확률이 마우스로 '점수화면 보기'를 누를 확률보다 높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이렇게 조금씩 하다보면, 승리의 히필패(-_-) 초상화, 문양도 같이 주는 울트라, 캐리건 초상화도 딸 수 있겠죠?
이대로 눌러사는게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만, 언젠가는 귀금속 리그에 갈 수 있겠죠?

마지막 경기에서 결국은 철철 남아버린 미네랄 2200처럼(이겼으니 망정이지)
제 래더 도전기에도, 아니 모든 분들의 래더 이야기에도 풍성한 결과가 함께 하시길 빌며 글을 마칩니다.

아직은 눈을 피로하게 만드는 수준이지만, 마지막 경기 리플도 첨부해 올립니다(초등학교 교실 뒤켠에 걸린 아이들의 크레파스 그림과 같은 거라 생각해 주세요. 그들에겐 필생의 역작이지 않습니까.)

그럼 좋은 밤 되세요 :)

p.s : 폭염사막 맵이 너무 어렵습니다... 저그가 이런 말 하면 뭐가 날아오겠지만 아직도 이맵에서는 이겨본 적이 없네요. 참고할만한 리플레이나 빌드 알려주시면 감사드릴게요.

써놓고 보니... 진짜 빨리 자야겠네요. -_-;; 기분 좋아서 잠이 안오는 것도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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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카라멜
10/11/25 04:07
수정 아이콘
클베 때 처음 래더를 시작했을 때 브론즈에서 헤매며 좌절했던 기억이 나네요. 스1은 하는 것 보다 보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그래도 워3를 꽤 오래 했음에도 날로 해서 그런지 별로 실력이 늘지도 않고 매번 정신 못차리고 싱글 플레이 하듯 하다가 탈탈 털리고 ell 시스템 덕에 그나마 겨우 50% 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이아에 오르고, 어디가서 '저 스2좀 합니다' 라고 대놓고 할만큼은 못되도 점점 점수가 오르고, 만나는 상대들의 점수대도 오르는 제 자신이 보이더군요.

주변 친구들한테나 가끔 질문글을 올리시는 분들께는 뭐 방송경기나 개인방송 등이 도움이 된다, 고수의 리플을 보고 빌드나 타이밍을 익히고 자신의 리플을 보고 그것을 수정하면 도움이 된다 등등 얘기를 많이 하곤 했는데 요즘 느끼는 점은 자기 자신이 뭔가를 깨우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쓴분께서도 자신의 실력이 늘었다고 느끼셨으니 조만간 뭔가 깨우침을 얻고 더 높은 리그로 가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리플 잘 보겠습니다.
청바지
10/11/25 06:07
수정 아이콘
리플레이 잘 봤어요. 브론즈리그에선 어떤 게임이 펼쳐지나 궁금해서 봤는데..
처음에 빠르게 돌려보고, 어라 브론즈리거들도 할건 다 하네 하고 깜짝 놀랐다가.. 다시 보니까 차이가 많이 나긴 나는군요.
일단 상대방 테란분의 밴시 타이밍이 최적화 대비 1분 이상 느린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I아이유U님은 부대지정 활용 연습하시면 많이 늘 것 같네요. 손빠르기는 브론즈치고 일단 충분한 것 같구요.
스타1이랑 다르게 건물 여러개 부대지정 되거든요.
부화장 두개 이상 묶어서 부대지정하시고 한번에 생산하시면 됩니다. (저는 6번으로 지정)
SHIFT+번호 로 부화장을 부대에 계속 추가해주는 방식으로 하면 되요.
그리고 생산하실 때 라바 선택한 다음에 원하는 병력 단축키 꾹 누르고 있으면 더 빠르게 생산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6sr~~~~~ 이렇게 누르고 있으면 바퀴가 주루룩 생산되죠.. 이게 저그의 맛이구요.
그리고 여왕을 부대지정하세요. (저는 1번) 그리고 부대지정된걸 활용해서 재빠르게 애벌레생성하는것 연습하시구요.
자원이 남는 이유가 애벌레 생성이 원활하지 않아서입니다.

싱글플레이로 연습하는 법인데요. 컴퓨터 아주 쉬움으로 해놓고..
일벌레 40마리 정도 뽑은 다음에 병력 200 찰때까지 자원 안남기고 뽑는 연습 몇번만 하고 래더뛰시면 승률이 팍팍 올라갈겁니다.
10/11/25 08:40
수정 아이콘
악마의 삼지창(스타,디아,워)면 저도 해당되는군요
그나마 전 와우는 피해서 스스로 대견해 하고있었는데ㅠ.ㅠ
게임은 재미있으라고 하는거지 이기려고 하는게 아니라고 봅니다.
왠만한 다이아 리거보다 더 재미있게 게임하고 계신거 같아 보기 좋네요.
프링글스
10/11/26 12:03
수정 아이콘
하하하...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딱 저랑 상황이 똑같으셔서 너무 공감하면서 읽었네요...

저도 선천적 RTS 열등유전자 + 소심한 성격 + 긴장하면 아무 생각도 못하는 탓에 처절한 브X기의 길을 읽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전 스타1도 보기만 하지 거의 하질 않았던터라...

그래도 ELL 느님은 항상 50%의 승률을 맞춰주십니다... ELL 느님이 없으셨더라면 아마 스타 2 벌써 접었을 듯...
브X지만 같이 재미있게 게임 해봐용... ^^
개념은?
10/11/26 13:24
수정 아이콘
처음에 제목이 늙었구나를 오타쓰신줄 알았어요 크크
우유친구제티
10/11/26 14:46
수정 아이콘
귀여운 글이네요 크크크크크
10/11/26 15:53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에 실력이 좋지 못했을떄는 밴시가 가장 막기 어려웠습니다만 지금은 밴시 떄문에 진 적이 거의 없네요
퀸이 있더라도 실수 한번해서 퀸이 죽으면 계속 흔들리니까요. 근데 어느 순간 되니까 막게 되더라고요.
그냥 몸에 익을 떄까지 막을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엑시움
10/11/27 00:27
수정 아이콘
실버 리그는 웁니다. ㅜㅜ
Lich_King
10/11/27 18:49
수정 아이콘
절대적인 실력이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재미있게 하느냐가 제일 중요한데 이부분에서 저도 본받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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