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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4/02/10 18:16:35 |
Name |
캡슐유산균 |
Subject |
[연재] 장풍 맞은 사과와 뉴튼...스톡홀름 증후군 vs 무림소녀(3) |
노인은 차가 앞에 있음에도 마실 생각도 않고 소매 속에 넣은 손을 보이지 않은 체 위무적의 말을 받았다.
노인은 오랜 선배이기도 했고 맹주보다 연배가 놓아 평례를 놓았다.
"맹주께서 잘 아실 것이오. 백금신갑이 8대 고수의 비결 중 8위를 차지한 것은 지나치게 방어적인 무공이기 때문이란 것을 말이오. 말그대로 등신같이 움츠리다 등신이 되었단 것이오."
위무적은 찻잔을 놓으며 미소 지었다.
"어느 쪽으로든 극성으로 익히면 방어에 치중되든 공격에 치중되든 관계없는 것입니다. 신검을 쓰는 선배님이 보시기에는 금종조나 철포삼 같은 외가 강기류의 무예가 탐탁지 않으시겠지만 고인이 된 백금신갑 금천만이 방어적인 전술만 구사하다 당했다 말하는 것은 선배님의 성향에 걸맞지 않는 무예에 대한 폄하와 억측일 뿐일 겁니다."
“8대고수가 죽었다면 당연히 그 위에 7대 고수가 나섰어야 하는 것인데 다른 7명의 고수들의 흔적이 깨끗하니 이는 필시 별거 아닌 무사에 죽은게 아니오. 그렇다면 그는 진정한 등신일 뿐이오.”
노인은 특히 등신이란 말을 매우 천천히 했는데 그 부분을 유독 강조하였다.
위무적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별거 아닌 무사가 아닐 수도 있지요. 이 세상에는 서열이 나누어지지 않은 숨은 고수나 후기지수들이 널려 있을 수 있죠. 천재적이거나 아니면 기괴하거나 기발하거나 한 자들은 의외의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어쩌면 금천만을 죽인자는 금천만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게 되어 금천만이란 인간 자체로서 절대 거부할 수 없는 공격을 가 했을 수도 있지요.”
노인은 머리를 굴렸다.
‘무림맹은 벌써 범인을 알고 있는 모양이로군, 맹주의 바보 처남이 움직였는가?’
노인은 여전한 자세로 말했다.
“뭔가를 본 모양이시구료.”
말을 마친 노인은 표정뿐만 아니라 기운도 읽을 수 없는 위무적을 보며 생각했다.
‘이 자는 정도에 어울리는 자가 아니야! 정도 사도 어느 쪽에 가도 저 지능으로 못할게 없었겠지만 사실 마도에 몸담았다면 지금보다 더 큰 권력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사도에서 권력을 얻는다는 것은 살풍을 불어 중원을 파괴한다는 뜻이지. 이자는 그게 더 어울려. 아무튼 이자는 속을 모르겠어. 지금까지의 정도 무림맹주들과는 다른 어두운 부분이 있는데 이 늙은이도 그게 어디서 느껴지는지 정확히 파악키 어렵구나.’
위무적은 무림맹의 정보력으로 뭔가 단서를 찾은게 분명했다.
위무적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
“지금 시신을 옮겨오는 중이니 곧 밝혀질 것입니다. 선배님 역시 약점이 있다면 큰 낭패를 당하실수도 있어 제가 염려로 충언을 드리는 것이니 너무 무례하다 여기진 말아주십시오.”
젊은 맹주의 지적을 고깝게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노인은 불편한 표정이 아니었다.
노인은 말했다.
"난 칼 한 자루와 내 패기에 의지해 50년을 굴러먹어왔소. 나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면 난 첫째도 공격 둘째도 공격일 것이오. 범인이나 말해주시오."
위무적은 말했다.
"마도요괴 입니다."
노인은 여전히 팔짱을 풀지 않고 말했다.
"놀랍군 무림에 등장한지 6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8대 고수를 죽였단 말이오?"
"저는 좀 달리 보고 있습니다. 무림인을 죽인 것은 6개월이지만 아마도 그자는 4~5년 동안 뭔가를 노리며 준비해온게 분명합니다. 어르신께서는 최근 무림에 소식들을 따로 듣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수련을 하느라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소."
위무적은 마주한 책상 밑에서 요번년도 5월 2주차 무림일보와 7월 1주차 무림일보를 꺼내어 뒷장에 살인사건 소식을 펼쳤다.
무림일보는 주간단위로 전국에 배포되는 무림인들을 대상으로한 유료 잡지였고 연간으로 무림 인들의 순위를 공표하는 역할을 하였다.
가끔 훈훈한 미담이나 인기인의 대담도 실렸으나 대부분은 무림인들의 추악한 뒷이야기나 연애 결별 불륜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어 무림인뿐만 아니라 일반독자도 유혹했다. 무림일보는 주간 잡지면서 제목이 왜 일보인지는 정확히 전하지 않는다.
노인 앞에 펼쳐진 지면의 기사에는 알 수 없는 철환과 벽력탄에 살해된 무림 동도의 사건 현장이 판화로 찍혀져 있었다.
노인은 물끄러미 판화를 보다 눈이 조금 커졌다.
위무적은 노인을 보며 말했다.
"이 수법이 뭔지 아시겠습니까?"
노인은 금세 평정심을 찾더니 침착히 대답했다.
"신비객 기외우."
"그자는 우리가 죽였으니 지금 나타난 자는 그자와 관계가 아주 깊은 자겠지요. 오늘은 사건은 다수의 주변 목격자도 있으니 밝히기가 좀 더 쉬울 듯합니다."
"기외우 이야기라면 지금 날 부른게 이해는 되는구만. 허나 순서상 내 아래에도 사람이 있는데 왜 나를 먼저 부른 것이오?"
말을 마친 노인은 8대 고수 서열 6위 철철검객 철상이었다.
절대 신검 화개검을 가지고 휘두르는 12식 어검식과 어검비술은 치밀하고 가공하여 강호에서 검예만큼은 천하 제일인이라 칭송받았다.
신검 화개검은 천하 3검중 하나로 탄생 시 천하 검들이 화개검을 항하여 머리를 움직이며 울었다 전한다.
위무적은 차를 마시며 잠시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서열 7위 바람난 검심 손도제는 현재 실종 상태 입니다."
철상은 이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다.
'바람난 검심 손도제는 무림서열 7위이긴 하지만 묘한 자였지. 태생이 동영(일본)이란 특이한 출신에 도무지 머물러 있지 못하는 성품도 그렇고 무엇보다 중원의 무림혈풍의 와중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런 신비주의 때문인지 손도제의 무예가 천하 1위인 위무적을 가뿐이 능가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지.'
위무적은 철상의 검을 보며 말했다.
"여전히 좋은 검이군요."
철상은 자신의 화개검을 언급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었다.
"그래서 빼앗고 싶단 이야기이오?"
위무적은 노골적이며 천박한 선배의 이야기에 화를 내지 않으며 적절히 응수했다.
"맹주의 지위를 가진 제가 어찌 그런 치졸한 탐욕을 부릴 수 있겠습니까?"
철상은 무슨 이유에선지 기분이 상한 표정이었다.
철상은 일어섰다.
"맹주께서 날 부른 이유는 알았으니 이만 가보겠소."
위무적은 일어나지 않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멀리 나가 배웅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철상은 여전히 팔짱을 풀지 않고 기공으로 방문을 열며 멈추어서 말했다.
"5년 전 맹주님께서 얻은 기외우의 물건은 잘 있소? 그 사과 말이오?"
배트맨은 배트맨 옷을 벗고 샤워 중이었다.
"촤아아아아아!"
물을 맞는 배트맨의 온몸엔 피멍이 가득하였다.
배트맨은 샤워를 마치고 팬티만 입은 체 밖으로 나왔다.
배트맨은 학자풍 날카로운 눈매에 잘생긴 얼굴을 가졌고 큰 키에 운동과 수행으로 몸에 군살이 하나 없어 건장하고 탄탄 하였다.
샤워실과 연결된 자신의 방에는 응급 의료상자를 가지고 온 프란체스카가 서 있었다.
프란체스카는 배트맨의 탈의한 상체를 보고도 아무 표정변화가 없었다.
프란체스카는 배트맨에게 다가가 상처부위가 부러졌는지 손으로 눌러 확인하고 스프레이 소염진통제를 뿌리고 상처가 심한 곳은 압박붕대를 감았다.
배트맨과 프란체스카는 치료를 하는 오랜 시간동안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배트맨의 방은 저택에서 가장 넓었으며 가구가 거의 없이 단순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배트맨의 책상 위에는 고기가 없이 물만 체워 넣은 어항과 둥근 한 뼘 폭의 길다란 원통 유리 장식대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유리 장식장 안에는 불이 꺼진 구형 휴대폰 하나가 들어 있었는데 이 모델은 5년전 한국 최초로 파인애플사에서 출시한 아이뻐3Ds였다.
배트맨은 이 핸드폰을 아버지에게 선물 받았고 사용을 하지 않는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였다.
낡은 휴대폰 뒷면에 인쇄된 파인애플사 특유의 베어먹은 사과 모양은 형광등에 비쳐 반짝이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산초는 배트맨의 눈치를 보았다.
산초는 음식을 게걸스레 해치우는 스타일이었다. 오늘처럼 먹는 둥 마는 둥 한다는 것은 산초에게 큰 고민이 있단 뜻이었다.
산초가 보기에 배트맨과 프란체스카는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먼저 식사를 마친 프란체스카는 물병을 탁하고 놓았는데 식탁이 "쾅"하고 울리었으며 결국 유리 물병은 '쩍'하고 금이 가 물이 줄줄 아래로 새었다.
"주루륵!"
배트맨은 물이 떨어지건 말건 식사를 계속하였다.
산초는 참지 못하고 결국 입을 열었다.
"형님,,,, 그 무림소녀 말인데요."
그러나 배트맨은 대답하지 않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밖으로 나가 버렸다.
산초는 난데없이 등장한 무림소녀의 존재가 집안의 평화를 깨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제 배트맨이 잡아온 소녀는 철재로 된 의자에 수갑과 줄을 이용해 묶어 놓았는데 산초나 배트맨이 다가가면 악을 쓰고 발광하여 아침이 된 지금까지 지하실에 만들어둔 창고방에 가두어둔 상태였다.
산초의 눈엔 잡혀와 의자에 묶인 소녀가 예전에 보았던 목이 돌아가며 눈을 까뒤집어 뜨고 저주를 퍼붓던 영화 엑소시스트의 소녀주인공과 똑같았다.
식탁 창문으로 너른 마당 한 쪽이 보였다. 배트맨은 집 밖으로 나가서 집에 막내인 뉴튼과 놀아주고 있었다.
뉴튼은 2년생 골든리트리버로 한창 노는걸 좋아할 시기라 배트맨이 다가오자 꼬리를 떨어져라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산초는 뉴튼을 보며 가족의 평화를 깨는 악마 소녀를 응징 해야겠다 다짐했다.
'사탄을 몰아내야되.'
산초는 자신의 무기 제작실 뒤에 있는 변장용 비밀 옷 방에 들어가 신부복을 꺼내어 갈아 입었다. 성경과 십자가를 준비한 산초는 성수병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퇴마의 핵심은 성수 뿌리기인데, 어떡하지.'
산초는 화초에 물뿌리는 분무기를 집어 들어 물을 버리고 그 안에 수돗물을 체웠다.
산초는 신부복 성수 십자가 성경 모두가 준비되자 무림소녀가 감금된 방을 향했다.
방문 앞에 선 산초는 말했다.
"퇴마하기 딱 좋은 날이군."
산초는 대충 성호를 그은 다음 방안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묶인 소녀는 어제와 달리 좀 지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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