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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5/11 16:59:20 |
Name |
The xian |
Subject |
[스타2 협의회 칼럼] 낮은 경쟁률이 주는 두려움과 가혹한 긴장감. 승격강등전 |
* 이 칼럼은 2011년 3월 18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월요일부터 어제까지 다음 GSL 코드 S 투어에 참여할 열여섯 명의 선수를 가리는 승격강등전을 지켜봤습니다. 굳이 중계진이 '지옥의 승격강등전'이라고 포장하지 않아도, 이번 승격강등전은 지난 10여년 간 제가 e스포츠에서 지켜본 숱한 토너먼트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긴장감 속에 경기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승격강등전의 역사가 길다면 연륜 때문으로 생각할 만도 하지만 이번 승격강등전은 고작 두 번밖에 열리지 않은 승격강등전임에도 사연도 많았고 이변도 많았고 아쉬움도 많았으며, 긴장되었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곱씹어 봅니다. 어떤 분들은 그 원인으로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대거 승격강등전으로 내려온 것을 꼽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유명 선수들의 탈락을 그 이유라고 규정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대진운 때문에 아쉽게 올라가지 못한 선수의 사연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쉽게 찾을 수 있는 이런 이유들보다 좀 더 깊은 곳에 있는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로 "앞으로의 승격강등전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승격강등전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좀 더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언급한 것 치고는 너무 평범하고 당연한 말 같군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고 왜 그것을 두렵게 느끼는지 풀어서 말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보통 경쟁률이 높은 승부를 더 가혹한 승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 경쟁률도 어느 정도의 임계점을 지나 너무 높아지면 지켜보는 사람은 물론이고 승부에 임한 당사자조차도 가혹한 경쟁률을 그냥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력을 해도 떨어지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경쟁률이 몇백대 1까지 올라갔던 가진 공무원 시험의 경우 응시자들이 대부분 한두 번 떨어지는 것은 으레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률이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이 가진 기회가 두 번이든 한 번이든 대부분 다 충실히 준비하는 선수들과는 달리, 응원하는 e스포츠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를 팬심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긍정적 부분을 많이 생각합니다. 코드 S와 코드 A라는 엄청난 차이를 알고 있음에도. 그래서 응원하는 선수가 승격강등전에 있다고 해도 '셋 중 하나만 떨어지면 되는 것이고 기회가 두 번 있든 한 번 있든 한 번만 이기면 된다'라고 다른 토너먼트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경쟁률이 낮으니까요.
하지만 1경기에서 한 선수가 올라가고 남은 두 선수 사이에 소위 '단두대 매치'가 치러지는 순간, 그리고 그 두 명 중에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하나 이상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낮다고 생각했던 경쟁률은 무의미해지고 물러설 곳이 없는 선수들의 절박함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팬들도 절박해집니다. 그제야 코드S로 둘 중 한 명밖에 올라갈 수 없는 것을 실감하게 된 e스포츠 팬들은 처음 승부를 지켜볼 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긴장감을 가지게 되지요.
승부가 끝나고 강등과 승격(혹은 잔류)의 명암이 갈린 순간, 승부 결정과 함께 긴장도 풀리지만, 그 결과를 바라보며 경쟁률이 낮은 승부도 충분히 가혹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이 응원한 선수가 떨어졌다면 아쉬움은 더더욱 커집니다. 그렇기에, 승격강등전은 보는 사람에게는 물론 참여하는 프로게이머에게도 기존의 토너먼트와는 '다른 방식의 가혹함'을 제공해 주는 토너먼트입니다.
선수 여러분들이 더욱 잘 아시겠습니다만 지금 코드 A에 있는, 그리고 예선에서 코드 A로 올라온 선수들은 코드 S의 선수들에 비해 절대 실력이 크게 부족한 선수들이 아닙니다. 오픈 시즌에 출전할 수 없었거나 당시에는 스타크래프트 2 종목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코드 S로 올라갈 수 없었던 선수도 있고, 우승을 경험해 본 선수도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e스포츠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아본 선수들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래더에서 날고 기는 선수들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게 치고 올라오려는 선수들과의 경쟁이 일어나면, 코드 A는 한층 더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덩달아 코드 S 리거들의 실력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즌이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국내외에서 활성화되면 활성화될수록, 더 나은 실력을 가진 강자들이 많이 올라올 것이고 경쟁에 뒤처지는 선수들은 리그에서 점점 모습을 감추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승격강등전의 낮은 경쟁률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승격강등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가혹해질 거라는 저 자신의 당연한 상상을 더욱 큰 두려움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이유입니다.
승격강등전을 통해 코드 S에 승격하거나 잔류한 열 여섯 명의 선수들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그러나 이 축하는 절대 영원하지 않습니다. 다음 대회의 32강에서 탈락하게 되면 누구를 막론하고 다시 승격강등전에서 코드 S의 자격이 있는지를 테스트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승격강등전이라는 절박함을 맛보고 싶어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특히 한 번 이상 그 절박함을 맛본 여러분과 같은 선수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시즌에는 부디 그 절박함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승격강등전에서 아쉽게 떨어져 코드 A로 내려간 여덟 명의 선수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그러나 이 위로는 절대 영원하지 않습니다. 코드 A에서 이겨 나가 다시 8인 안에 들어가게 되면 승격강등전을 통해 코드 S로 다시 진입할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승격강등전의 절박함과 강등의 아픔을 새기되, '내가 코드 A에서 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부정적 생각보다 '코드 A에서 잘 하면 승격강등전이라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는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다음 시즌의 코드 A 경기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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