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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7 11:52
세속주의와 유물론이 확산되면서,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만이 실존한다고 믿는 약간 뒤틀린 유물론(경제적 물질주의)이 퍼진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기독교도라서 좀 편향된 시각이긴 한데, 서구권이나 동아시아같이 세속주의가 자리잡고 세속주의가 진취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세속주의가 과연 좋은 것인가 질문을 던져봅니다. 종교와 사회를 분리하고 절대적인 가치는 없다고 세속주의에서 외쳤더니, 수치적으로 바로 보이는 돈이 가장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로 변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2/08/27 12:08
얼마전엔 외모도 예쁘다 잘생겼다를 구체화해서 '아만다 몇점'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다들 수치로 나타내지는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종교의 영향력이 서유럽이나 동아시아보다 강한 미국이 도금시대라는 말의 원조격이니 세속주의가 초래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22/08/27 12:13
유물론자 하면 대표적으로 나오는 오해가 정신적인 것을 경시하는 사람이 곧 유물론자라는 거라서 세속주의에 대한 비판 자체는 유효하다고 봅니다만(근데 생각해보니 철학적으로도 이런 유물론은 미국 스타일 같네요. 배금주의와 미국적인 것에 큰 관계가 있을지도?), 종교와 배금주의의 결합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배금주의와 결합한 종교계는 자기 나름대로는 배금주의 아니라는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배금주의가 되고 있어서 이걸 어떻게 논해야 할지 아직 갈피를 못 잡았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미국적 실용주의가 문제의 근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2/08/27 12:19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구절을 어떻게든 재해석해서 '부자라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이라고 하는 목회자분들도 많으니 종교에서도 배금주의는 상수인가봐요...
22/08/29 17:47
한국 개신교를 보면...
구약에서는 바알이나 이방신이 뭔가 말초적 욕망 충족을 위한 신 + 배금적인 신이라면, 유대 신은 그런 것보다는 뭔가 한 차원 높은 민족의 발전? 추상적인 어떤 구원?을 위한 신이라고 생각되었는 데... 요즘 교회만큼 돈칠 금칠 떡칠된 대규모 집단도 잘 없는 것 같아서 좀 씁쓸...한 느낌도 드는...
22/08/27 12:1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에서 노인이 의미하는 것이 배금주의가 만연한 세태를 경계하는 혹은 배금주의를 추종하는데서 한발 물러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영화 마지막에서도 돈은 중요한게 아니라고 꿈 얘기를 빌어서 얘기하죠. 그런데 갈수록 노인을 위한 곳은 한국에서 점차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부는 상대적이고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없는데 영화에서 주인공처럼 많은 사람들이 돈을 쫓아달려가네요. 행복하지길 바라면서 안톤쉬거랑 싸우고 있어요.
22/08/27 13:11
예전에 어떤 심리학 박사가 쓴 자존감 관련 책에 대한 서평에 누군가가 "웃기는 소리 그만둬라. 자존감은 벤츠에서 나온다."라는 댓글을 달아서 저자 본인이 깜짝 놀랐다는 얘기를 본적이 있습니다.
근데... 사실 현대사회에서 자존감은 벤츠에서, 샤넬에서, 에르메스에서 나오는게 맞긴합니다.
22/08/27 20:41
자존감을 갖고 싶은 사람은 보여지는 부에 집착하지만
자존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보여지는 것이 없어도 자존감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이 원천이 부에서 상당부분 온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건 도금광시대의 문맥이랑은 다소 다른거죠 도금이 아니라 24k 골드니까요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려고 도금을 하는 시대라는거죠
22/08/27 13:38
위신재의 확보는 인류 역사를 관통해온 키워드였습니다. 그걸 확보하는 수단이 검과 푸른 피에서 돈으로 변했을 뿐이죠.
(근데 생각해보면 아마 대부분의 사회에서 우리같은 서민층에겐 일용품과 사치품 혹은 위신재의 구별이 모호했을지도...하는 생각도 드네요. 나는 못가진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물을 옆집에서 갖고 있거나 혹은 그 반대라면 일용품이면서 동시에 위신재도 될수 있을것 같으므로. 그게 옛날이면 쇠로 된 솥단지나 농기구였을 것이고 요즘같으면 아마 건조기나 식기세척기 넓고 승차감좋은 차 뭐 이런거겠죠?) 다만 밑에 시대의 흐름은 거스르기 어렵단 말은 좀 다른 부분에서 저도 공감합니다.
22/08/27 17:54
1.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잘 쓰시니 부럽네요.
2.본문의 용어와 관련해서 The Gilded Age는 보통 금칠갑 시대라고 번역하는 것 같더군요. 우리로 치면 통일신라시대 경주의 금입택처럼 사치스런 생활과 부를 과시하는 문화가 극을 달리던 시대를 묘사하는 용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가령 19세기말 미국에서 일확천금한 졸부들이 연회장에서 종종 벌이던 일 중 하나가 수만 달러짜리 지폐에 불을 피어 시가에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네요. 3. Robber Baron은 날강도 귀족으로 보통 번역을 하는데, 이 말은 본래 십자군전쟁에 참가하였다가 경제적으로 몰락한 하급귀족, 기사들이 전쟁에서 귀환후 무단으로 일정지역을 장악하고선 각종 통행세, 쉽게 말해 삥을 뜯기 시작한 데서 유래한다고 하더군요. 19세기말 2차산업혁명(철강,철도,화학공업 발달) 이후 미국에서 이들 시장을 독점한 자본가들, 대표적으로 록펠러같은 인물들이 시장독점을 위해서 어떤 위법이나 파렴치한 행위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벌이는 모습이 마치 중세 몰락한 날강도 귀족과 흡사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흥미로운 사실은 19세기말 2차산업혁명 이후 애덤 스미스가 이상화하던 수많은 소규모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쟁이란 시장조건은 완전히 사라졌는데 막상 경제학에서는 이 무렵에 신고전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완전경쟁을 찬양하면서 이들 날강도 귀족들의 치부행위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하였다는 거죠. 실제로 록펠러같은 경우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자산을 출연하여 시카고대 경제학과를 설립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는데, 훗날 그의 술회에 따르면 자신이 행한 투자 가운데 가장 이득이 남는 투자였다고 하니 말 다했죠.
22/08/27 20:34
의도하시지는 않았겠지만, 말씀하신 [무엇을 소비하는가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가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이 부분에서 [무엇을 생산하는가]는 빠져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분명 어떤 생산과 가치 창출의 결과로 부를 얻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돈을 쓰지 않지요. 부라는 것은 그가 창출한 가치의 결과물이며, 과하게 많거나 적은 경우는 있을지라도 마땅히 받아야 할 보상입니다. 마소, 애플, 아마존 등의 세계적인 기업부터 조그마한 스타트업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가 창출한 가치로 보상받습니다.
그러나 본문에서 언급하신 '신도금주의' 사회에서는 생산보다는 그 결과로 얻은 재산과 그로 얻은 소비력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재산으로 금액을 말하는 것은 쉽고 직관적이지만, 가치 창출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납득이 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요는, 누구도 그가 '가진 것, 받은 것'으로 존경받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그가 '제공한 것'으로 인정받고, 존경받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유와 소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 인정 받으려는 작금의 시대정신이 문명을 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2/08/29 18:00
앞으로 유물론을 대체할 만한 가치체계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작은 가치들, 공감에 대한 것들, 작은 정신적 행복들, 아름다움에 대한 것들 등등에 대한 에피쿠로스적 성찰이 있어야, 배금주의와 말초적 욕망 충족에 대한 무지성적 추종이 좀 사라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장경제의 경쟁논리가 시장을 벗어나서 사회와 인간 생활 모든 곳의 지배적 가치관이 된 것 또한 유물론을 극복?할 수 있는 가치관이 나타나야 가능할 것 같고요... 사실 현대에도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물질 이상의 가치(정신-화학?-적 가치를 포함한)를 추구하려고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소위 식자층이나 엘리트 집단에서 오히려 배금주의만 취급하는 것 같아서 소위 상위계층에 대한 환멸이 많이 느껴지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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