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6/10 09:53:15
Name Its_all_light
Subject [일반] [역사] 최초의 마스크는 동물 방광 / 마스크의 역사
벌써 8번째 글이네요. 그 동안 제가 궁금한 것, 혹은 참고문헌 찾기 용이한 것(중요합니다 크크) 등으로 주제를 선정했었는데요. 
피지알 여러분들께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조사해드리겠습니다! 

원래 쓰지 않던 서론이 길었습니다. 본문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1. 최초의 마스크는 동물 방광

가장 오래된 마스크는 1세기 플리니우스가 쓴 백과사전(Natural History)에 등장합니다. 납을 산화시킨 사산화삼납(Pb3O4)을 다루던 사람들이 동물의 방광을 사용해서 얼굴을 가린다는 내용인데요. 방광막은 분진을 막아주면서 앞은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마스크처럼 이용했죠.

이 마스크는 1556년에 쓰인 다룰 아그리콜라의 <금속에 관하여>에서도 등장해요. 마이센 지방(오늘날의 독일)의 광부들이 사용하다는 묘사가 있죠.



#2. 흑사병으로부터 의사를 지키기 위한 마스크

역병의사

17세기에는 흑사병 등의 전염병으로부터 의사를 보호하기 위해 복장이 등장합니다. 역병의사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이 복장은 1619년 샤를르 드 로름이 만들었죠. 처음에는 파리에서만 사용되다가 차츰 유럽 전역으로 퍼졌어요.

이 복장은 새 부리 모양의 마스크가 특징인데요. 눈은 유리로 가리고, 마스크의 부리부분에는 각종 허브와 밀짚를 넣어 나쁜 공기로부터 의사를 보호했습니다. 이는 당시 나쁜 공기가 병을 유발시킨다는 학설인 '미아즈마'가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3. 코와 입만 가리는 마스크의 탄생

레스퍼레이터

1836년 영국의 외과의 제프리스는 폐렴이 차갑고 건조한 공기때문에 악화된다고 생각해 레스퍼레이터(respirator)라는 기기를 제작하여 특허를 냈어요. 레스퍼레이터는 현재의 마스크와 같은 모양의 기기로, 코와 입을 가리며 안에는 격자 모양의 금속이 들어있는 물건이었죠. 금속이 레스퍼레이터 안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보존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었죠.



#4. 유럽과 아시아의 의료용 마스크

최초의 의료용 마스크

1897년 브로츠와프(당시 독일, 현재 폴란드)의 칼 프리드리히 플뤼게는 결핵을 연구했는데요. 그는 비말을 통해 호흡기로 박테리아가 전달된다는 사실을 증명했어요. 그의 제자인 요하네스 폰 미쿨리츠와 공동으로 출판한 연구서에서는 입에 붕대를 감고 수술하는 것을 다루었죠. 여기서 미쿨리츠는 거즈로 만들어진 한 겹의 마스크를 소개하는데요. 이후 미쿨리츠의 조수 휘브너는 비말이 퍼지지 않도록 거즈로 만들어진 두 겹의 입 보호 장치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1910년까지 병원에서 마스크의 착용은 흔하지 않았죠.

비슷한 시기 만주에서는 페스트가 유행하고 있었는데요. 당시 페스트는 쥐를 통해 옮겨진다는 설이 우세했으나 중국의 의사였던 우롄더는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고 믿었죠. 그는 반 전염병 마스크(anti-plague mask)를 제작하고, 1911년 4월 만국페스트회의를 개최해 의료종사자들의 마스크 착용을 독려했어요. 그의 마스크는 이전의 마스크와 비슷하지만 더 여러겹으로 되어있었고, 겨울철 만주의 열악한 야외 환경에서도 고정되도록 설계되었죠.



#5. 일반인을 위한 마스크의 등장

감염 예방을 위해서 일반인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은 1918-20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때문이었어요. 당시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미국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었죠. 그러나 마스크 착용의 효과에 대해서는 당시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1918년에 개최되었던 미국 공중위생협회 특별위원회에서도 병원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데 동의했지만, 일반 시민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는 결론을 보류하고 있었죠.



<참고문헌>
Bruno J S, Thomas Schlich. (2020). A history of the medical mask and the rise of throwaway culture, The art of medicine vol.396
C Matuschek. (2020). The history and value of face masks. Eur J Med Res. vol.25
스미다 도모히사. (2020). 코와 입만 가리는 물건: 마스크의 역사와 인류학을 향해. 한국과학사학회지. vol.42. no.3
Christos Lynteris. (2018). Plague Masks: The Visual Emergence of Anti-Epidemic Personal Protection Equipment, Medical Anthropology. vol.37 issue.6 
Hemingway, E. M. (1952). The Old Man and the Sea. NY: Charles Scribner's Sons.



<이전 글>
[역사] 돈까스는 사실 프랑스에서 온거거든요
[역사] 사람보다 사자가 먼저 탑승한 엘리베이터
[역사] 자주 보는데 이름 모르는 '그것'들
[역사] 내가 신고있는 운동화,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다구! / 스니커즈의 역사
[역사] 첫 보행자 사망사고 낸 자동차는 시속 6km / 자동차 사고의 역사
[역사] 가라오케는 왜 한국에서만 노래방이라고 부를까? / 노래방의 역사
[역사] 헬창의 계보학 / 보디빌딩의 역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기사조련가
21/06/10 10:12
수정 아이콘
최초의 마스크는 고대 그리스 아닌가요
방광으로 만든 마스크는 최초의 [방진마스크] 인거구요
Its_all_light
21/06/10 11:32
수정 아이콘
흑사병 이전에는 의료용 마스크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건강상의 이유로 착용한다는 점에서 같이 묶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마스크는 미처 찾지 못했는데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티모대위
21/06/10 10:22
수정 아이콘
새 부리모양의 역병의사 마스크는 실제로 꽤 효과적일것 같아요. 저거 끼면 상하이 한복판을 마음껏 뛰어다닐수 있을 듯
Its_all_light
21/06/10 11:33
수정 아이콘
작년 미국에서 사람들이 쓰고 다녔던 각종 기상천외한 마스크들이 생각나는 군요 크크
디오라마
21/06/10 10:38
수정 아이콘
잘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Its_all_light
21/06/10 11:34
수정 아이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74691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1021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2954 29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37110 3
102666 [일반] 100년전 사회과부도 속의 미국과 호주 식별600 24/11/15 600 3
102665 [일반] 흑인남성들은 왜 해리스에서 트럼프로 옮겨갔는가 [12] 뭉땡쓰1471 24/11/15 1471 3
102664 [일반] 100년전 겪었던 일들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미국 [37] 예루리3809 24/11/15 3809 5
102663 [정치] 민주당,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 + 왜 그렇게 반발하는가? [43] 깃털달린뱀3839 24/11/15 3839 0
102662 [정치] 수능 지문에 나온 링크에 정치적 메세지를 삽입한 건 [33] 설탕물8903 24/11/14 8903 0
102661 [일반] 4만전자가 실화가 됐네요 [178] This-Plus10854 24/11/14 10854 4
102660 [정치] 이준석 : "기억이 나지 않는다" [400] 하이퍼나이프18487 24/11/14 18487 0
102659 [일반] 100년 전 사회과부도 속의 유럽을 알아보자 [26] 식별5311 24/11/14 5311 17
102658 [일반] 올해 수능 필적 확인란 시: "하나뿐인 예쁜 딸아" [26] 해바라기5816 24/11/14 5816 32
102657 [일반] PGR게시판의 역사(2002년~지금까지) [13] 오타니1597 24/11/14 1597 12
102655 [일반] 우리나라는 서비스를 수출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34] 깃털달린뱀3805 24/11/14 3805 4
102654 [정치] 尹 골프 갑작 방문에 10팀 취소시켜…"무례했다" [91] 전기쥐7081 24/11/14 7081 0
102653 [일반] 글래디에이터2 감상평(스포무) [11] 헝그르르2209 24/11/14 2209 1
102652 [일반] 바이든, 임기 종료 전 사퇴해 해리스를 첫 여성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76] 뭉땡쓰9994 24/11/13 9994 12
102651 [일반] 유게 폐지 내지는 명칭 변경을 제안합니다 [219] 날라8957 24/11/13 8957 19
102650 [정치] 조국, 증시 급락에 “금투세 폐지하자던 분들 어디 갔느냐” [162] 갓기태10098 24/11/13 10098 0
102649 [일반]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 + 적립식 S&P500 투자의 장단점 [81] SOXL7822 24/11/13 7822 47
102648 [일반] 맥주의 기나긴 역사 [6] 식별2801 24/11/13 2801 19
102647 [정치]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대통령 욕하는 사람의 정체는?? [112] 체크카드10881 24/11/13 1088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